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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증인사전면담과 위증교사
1. 대상판결의 사건의 개요 및 소송의 진행 위증교사 대상이 된 민사사건은 B(원고)가 피고인의 처 A(피고)에게 부개동 토지에 대하여 담보목적으로 명의신탁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건이었다. 피고측은 차용금에 대한 일부변제조로 대물변제한 것이라고 항변하였다. 피고인의 4촌매형인 갑이 피고인에게 B가 위 민사사건의 제1심 증인이었던 신모씨에게 써준 각서(B가 위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면 그 부개동토지의 일부를 신모씨에게 준다는 내용)를 보여 주면서 도와주겠다고 말했고, 이에 피고인은 변호사에게 문의한 후 갑에게 증언을 하여 달라고 부탁한 다음 갑과 함께 증언내용을 의논하기 위하여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변호사와 면담하여 사실관계를 이야기하였다. 변호사는 위 면담내용을 토대로 증인신문사항을 작성하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증인신문사항이 완성되자 갑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로 가서 완성된 증인신문사항을 읽어 본 후 갑이 1991. 8.30. 14:00경 서울민사지방법원 90나1464호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인은 원, 피고 사이에 금전거래가 있었고 동 계산을 청산하면서 이 건 부동산을 원고가 피고에게 차용한 금원의 변제조로 등기를 넘겨 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갑이 B에게 위 증언에 즈음하여 피고인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합계 145만원 상당의 금원을 지급받았고, 150만원을 차용하여 주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유리하도록 허위증언을 하였다고 고백하자 B가 피고인을 위증교사로 고소하였다. 제1,2심에서는 B와 갑의 진술이 받아들여져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되었으나, 대법원에서는 갑의 진술이 일시 및 장소에 따라 바뀌어 일관성이 없으며 이 사건에 관여하고 증언을 하게 된 경위, B가 피고인을 고소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위 금원 지급이나 차용도 이 건 증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2. 문제의 제기 및 쟁점 대상판결의 사안에는 변호사의 일상적인 변론활동과 관련하여 증인의 사전면담과 변호사의 위증교사에 대한 일부 사실관계가 언급되어 있으므로 이에 관한 논의를 제기하는 측면에서 대상판결을 평석하고자 한다. 변호사의 위증교사에 관하여는 아직 공간된 판결례는 없으나, 국내외적으로 최근 변호사의 증인사전면담과정에서 위증교사의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례가 일부 발견되고 있다.(대전지방법원 O 변호사에 대한 위증교사 사건, 제주지방법원 K 변호사 등에 대한 위증교사 사건)(이웃 일본의 경우도 최근 김경부 변호사의 위증교사 사건, 야스다 요시히로 변호사 강제집행방해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 등이 있다.) 3. 평석 가.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예를 보아도 변호사의 증인 사전면담은 금지되어 있지 않다. 종종 변호사가 증인으로 예정된 자에 대하여 사전면담이 금지된 것으로 인식하는 법조인들이 있다. 그러나, 각 국의 윤리규정에 따르면 변호사의 증인 사전면담이 전부 허용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는 입장에서 특별한 금지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통상 변호사는 대향적 소송구조하에서 세가지 의무가 있다고 한다. 첫째, 고객이 사건에 관하여 알고 있는 모든 정보들을 정확히 파악하여야 할 의무, 둘째 고객이 제공하는 모든 사실들에 관하여 최대한 비밀을 지킬 의무, 그리고 셋째로 재판부에 대하여 솔직하게 소송을 수행할 의무가 있으며, 이 세가지 의무는 종종 충돌(Trilemma)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변호사가 증인을 사전에 면담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변호사의 사실관계 조사활동의 일환으로 변론권의 중요한 내용이다. 나. 그러나, 변호사가 사전면담의 과정에서 위증교사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변호사는 고객을 대리하는 이외에도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는데 협력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증인에 대한 사전면담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면담의 기회에 적극적으로 증인으로 하여금 거짓 증언을 하도록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이를 변호사의 진실의무라고 일컫기도 한다.) 이때, 거짓은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하는 것인가 여부까지는 요구하지 않고, 다만 변호사가 주관적으로 거짓이라고 인식하는 사실에 관하여 증언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를 일컫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소송제도가 쌍방 당사자가 서로 자신의 진실이라고 믿는 사실들에 기초하여 주장, 입증활동을 수행하고, 상대방은 그 주장에 관하여 반론, 반증등을 제시하도록 한 다음 제3자적 입장에 있는 재판부가 그 입증자료들에 기하여 판정을 하도록 하는 대향구조적 소송시스템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증인 사전면담과 위증교사는 법리적 측면에서는 매우 간단하나, 실무상으로 어느 정도까지 적법하고 어느 정도는 위법한지 많은 의문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증거가 없어 억울하게 위증교사의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변론활동에 주의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변호사는 증인 사전면담시 되도록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 첫째, 증인예정자이외에도 제3자를 입회시킨 가운데 증인예정자의 진술을 청취하고, 둘째 증인예정자를 사전 면담할 때, 먼저 허위의 증언을 하면 안되고, 진실만을 이야기하여야 한다는 점을 증인에게 반드시 주지시키고, 셋째 증인예정자 면담결과를 기록해 두고, 그에 기하여 증인신문사항을 작성한 후에는 반드시 증인예정자에게 이를 보여 주면서 그 진정성에 관하여 확인을 받아 두는 것이 사후의 논란을 잠재우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다. 변호사가 선임된 상대방에 대한 접촉 미국이나 일본의 각 윤리규정에 보면,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는 상대방에 관하여는 그 변호사의 승락을 받지 않으면, 접촉하여서는 아니된다. 우리나라의 관련규정에는 이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나, 우리의 경우에도 가급적 그 취지를 살펴 접촉하지 아니하는 것이 옳다. 4. 결론 향후 검찰의 수사관행의 변화에 따라서는 형사사건의 변호인들이 증인 사전면담과 관련하여 위증교사 혐의로 수사되어 기소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경우 과연 어떠한 경우 위증교사가 되며 어떠한 경우 적법하게 되는가에 관하여 여러가지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변호사법이나 그 시행령, 기타 윤리규정 등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변호사협회 차원에서 그런 경우를 예상하여 확실한 기준을 마련하여 제시하여 줌으로써 변호사들의 변론활동의 영역을 보호해 주어야 할 것이다.
2005-09-05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백지문서의 진정성립
<사건개요 및 대법원판결요지>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所有權移轉登記請求訴訟에서 피고 명의로 작성된 재매매예약각서에 근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에 대해 피고는 판결 당시의 증인이 위증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점을 이유로 再審의 訴를 제기하였다. 재심사건의 원심법원은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관한 확정판결이 재심의 소에 의해 취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의 항변 및 반소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절차의 이행청구에 관한 확정판결은 이전등기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치며 목적부동산의 소유권 자체의 존부에는 미치지 않으므로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 여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白紙署名된 재매매예약각서에 대해서는 백지서명된 문서의 경우에는 문서제출자가 그 기재내용이 작성명의인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하여야만 하는데도 이를 입증하지 못하였으므로 사건 부동산이 피고의 소유라고 판단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원심의 잘못을 인정하여 원심법원의 판결을 破棄還送하였다. 1. 들어가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재매매예약각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문서의 진정성립이 推定되는 것은 문서의 내용이 먼저 기재된 후 나중에 印影이 押捺된 경우에 한해서이며, 위 사건에서처럼 피고의 署名捺印이 있는 백지메모지에 나중에 그 내용이 기재된 경우에는 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한 추정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문서제출자인 원고는 백지서명된 재매매예약각서가 피고의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작성되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견해 및 이 판결이 참조한 대법원 1988년 4월 12일 선고 87다카576 판결은 민사소송법 제329조 추정규정의 입법취지와는 맞지 않다. 2. 문서의 진정성립 문서의 진정성립이란 擧證者가 작성자라고 주장하는 자에 의해 문서가 직접 작성되었음을 의미하며, 문서의 증거력이 인정되기 위한 전제요건이다. 진정성립한 문서에 대해서만 문서의 형식적 증거력(문서의 진정성립과 형식적 증거력을 구분하여야 한다는 입장에 관해서는 정선주, 문서의 증거력, 민사소송 III, 한국민사소송법학회지, 239면 이하 참조) 및 실질적 증거력을 논할 수 있는 것이다. 문서의 진정성립을 위해서는 본인이 반드시 自筆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직접 署名捺印할 필요는 없으며, 작성자의 의사를 알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Schreiber, Die Urkunde im Zivilprozeβ , S. 23). 일반적으로 증거제출자가 문서를 제출하면 이것으로 제출자는 그 진정성립에 대해 주장하는 것이 되며, 상대방이 문서 성립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진정성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서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문서를 증거의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당사자가 그 진정을 증명하여야 한다. 거증자는 모든 증거방법을 사용하여 문서의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으며, 특히 筆跡이나 印影의 대조에 의해서도 가능하다(민사소송법 제330조). 그리고 예컨대 소송전 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한 자백과 같은 간접증거에 의해서도 진정성립이 증명될 수 있다(MunchKommZPO-Schreiber, § 440 Rdnr. 2). 또한 다른 증거나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 참작하여 진정성을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법은 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한 당사자의 입증책임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 일반적인 경험칙에 근거하여 진정성립에 대한 추정의 가능성을 규정해 두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327조에서는 公文書에 관해 그 진정성립을 일반적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私文書의 경우에는 공문서에서와 같은 일반적인 추정은 인정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그 진정함을 당사자가 증명하여야 하나(제328조),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으면 진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제329조). 즉 문서에 기재된 본인이나 대리인의 서명 또는 날인의 진정성이 증명되면 문서 성립의 진정이 추정되는 것이다. 이 때 서명이나 날인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완전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BGH NJW 1995, 1683). 문서의 진정성립은 추정될 뿐 증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이 문서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고 그 진정성을 다투는 경우에는 법원이 특별한 사정에 근거하여 증명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 한 모든 증거방법에 의해 진정성이 증명되어야 한다. 3. 백지서명 문서의 진정성립 그러면 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한 제329조의 추정은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문서가 작성된 시간적 순서, 즉 먼저 내용이 기재되고 署名捺印된 경우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 할 것인가.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문서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먼저 내용기재가 이루어진 뒤에 印影이 押捺된 경우에만 그러한 것이고, 작성명의인의 捺印만 되어 있고 그 내용이 백지로 된 문서를 교부받아 후일 그 백지부분을 작성명의자가 아닌 자가 보충한 문서의 경우에는 제329조를 적용하지 않고 추정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험칙상 인정될 수 있는 사실을 추정규정으로서 법규범화하는 것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방지하여 법관의 판단과 일반 경험칙이 상반되는 것을 피함으로써 법적 명확성과 안정성을 꾀하려는 것이다(이러한 취지로 Walter, Freie Beweiswurdigung, S. 34). 제329조 역시 이러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추정규정이다. 우리는 문서의 서명이나 날인이 진정한 것으로 인정되면 일반적으로 그 위에 적힌 본문은 바로 작성자라고 주장되는 자의 의사에 의해 그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경험칙상 인정할 수 있다. 입법자는 이러한 강한 경험칙을 바탕으로 하여 署名이나 捺印의 진정이 인정되면 문서의 성립이 진정하다는 사실을 추론하여 미리 추정규정으로 법규화해 둠으로써 법관에게 그 문서를 진정성립한 것으로 취급해도 좋다는 행동양식을 지시해 주어 법관의 판단이 일반 경험칙과 어긋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추정규정은 또한 문서의 진정성립을 증명하여야 하는 당사자의 立證責任을 緩和시켜 주기도 하는데, 당사자는 문서의 진정성립을 직접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추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인 서명이나 날인의 진정성만 증명하면 법규가 문서의 진정성립을 추론해 내는 것이다. 따라서 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한 추정은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날인과 기재의 순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서명이나 날인의 진정이 인정되면 일단 문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경험칙을 법규화해둔 것이 바로 제329조의 입법취지이다. 이는 백지서명 문서라고 주장되어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서명한 백지를 상대방에게 건네 줄 때 일반적으로 양당사자는 기재내용을 미리 구두로 합의한 후 일방당사자로 하여금 이를 기재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에게 내용 기재에 대한 全權을 위임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느 경우에서든지 당사자의 진정한 서명이나 날인이 문서에 존재하는 한, 일단 문서의 작성 역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 존재함을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백지서명 문서라고 주장되어지는 경우에도 서명의 진정성만 증명된다면 제329조를 적용하여 그 문서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의해 작성되었음을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백지서명을 상대방이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그 다음 단계의 문제로서, 작성명의인은 반대사실의 증거를 통해 즉 자신이 백지에 서명하였다는 점, 그리고 상대방이 나중에 그 내용을 합의한 것과는 달리 마음대로 적어 넣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을 통해 이 추정을 번복할 수 있을 뿐이다. 백지서명 문서에 관해 1986년 독일의 연방대법원은 독일 민사소송법 제440조 제2항을 적용하여 문서의 진정성을 인정하였다. 貸與金請求에 관한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가 증거로 제출한 편지에 대해 편지의 서명은 자신의 것임을 인정하였으나 서명 위에 적힌 편지내용의 존재자체와 그 정확성에 대해서는 자신이 서명한 백지를 피고가 남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독일 연방대법원은 원고가 편지의 서명을 자신의 것으로 인정한 이상, 서명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서명 위에 적힌 내용의 진정성을 추정하고 있는 독일 민사소송법 제440조 제2항을 적용하여 편지의 진정성을 일단 인정하였다(BGH NJW 1986, 3086; 같은 취지의 판결로서 BGH NJW 1988, 2741). 4. 진정성립에 대한 추정의 번복 백지서명 문서의 경우에도 일단 진정성립이 추정될 수 있다면,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문서제출자가 그 기재내용이 작성명의인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성립의 추정을 번복하는 일은 작성명의인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제329조는 입증책임에 관한 규정으로서 이 추정은 법률상의 추정이고 이를 번복하기 위해서는 반대사실의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329조의 추정을 사실상의 추정으로 보느냐 아니면 법률상의 추정으로 보느냐 하는 것은 이 추정을 번복하기 위해 反證이 필요한가 아니면 반대사실의 증거가 필요한가 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사실상의 추정은 일반적으로 사실심 법관이 사실을 확정할 때 고려하는 것으로서 사실에 대한 어떠한 법적인 평가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법률상의 추정과 구분된다. 법률상의 추정은 일정한 사실이 놓여 있으면 일정한 요소가 존재한다고 여기도록 입법자가 만들어 놓은 규정으로서, 비록 법관이 구성요건요소의 기초가 되는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확신하지 못하더라도 일정한 구성요건요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음을 법률이 알려주는 것이다. 즉 사실상의 추정에서는 법관은 추정되는 사실로부터 要證事實을 추론하여야 하나, 법률상의 추정에서는 입법자가 이를 추론하여 이미 법규화해 두었다(Baumgartel, Die Bedeutung der sog. “tatsa chlichen Vermutung” im Zivilprozeβ , FS fur Schwab, S. 45). 이를 통해 당사자는 추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만 증명하면 되기 때문에 요증사실을 직접 증명하여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되는 것이다. 제329조의 추정은 문서의 서명이나 날인이 진정한 것인 경우에는 우리의 일반적인 경험칙상 그 위에 적힌 문서의 내용이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따라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법자가 인정하고 이를 법규화하여 규정해 둔 것이다. 따라서 제329조는 문서의 성립에 관한 경험칙을 미리 법규화해둔 법률상의 추정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번복하기 위해서는 反證이 아니라 반대사실의 증명이 행해져야 한다(이에 비해 제329조를 類似的 推定이라고 분류하여 이를 번복하기 위해서는 반증으로 족하다는 견해로는, 오석락, 입증책임론, 125면. 우리 민사소송법 제329조와 유사한 독일 민사소송법 제440조 제2항에 대해 독일에서는 법률상의 추정규정으로 보아 반대사실의 증거를 통해 번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BGHZ 104, 172; Stein-Jonas-Leipold, § 292 Rdnr. 2; MunchKommZPO-Schreiber, § 440 Rdnr. 3). 위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백지서명된 문서라 하더라도 일단 문서에 나타난 작성명의인의 捺印의 진정성이 인정되면 제329조를 적용하여 문서 성립의 진정성을 추정하여야 하고, 이에 대해 작성명의인은 날인은 자신의 것이나 백지서명 문서였다는 점 그리고 그 기재 내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작성되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대사실의 증거를 통해 입증함으로써 문서 성립의 진정성에 대한 추정을 번복하여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위 판결 이유에서 재매매예약각서가 피고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작성된 문서라고 볼 수 있는 근거로서 들고 있는 점들, 즉 명의신탁각서가 피고의 의사에 의하지 않았음에도 재매매예약각서에는 명의신탁이라고 기재된 점, 원·피고 사이에서 원래의 매매계약이 해약된 적이 없음에도 재매매예약각서에는 해약되었다는 취지가 기재된 점, 재매매예약각서에 전세금이 매매대금과 같은 금액으로 불합리하게 多額으로 기재된 점, 재매매예약각서가 작성되었다고 주장하는 시점 이후 피고는 전형적인 소유자로서 행동하였으나 원고는 그러하지 않았으며, 피고가 등기권리증을 소지하여 온 점 등은 반대사실의 증거로서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는 내용들인 것이다. 5. 마치며 전체적인 사건 내용으로 보아서 백지서명된 문서의 진정성을 부인한 대법원의 판결은 그 결론에 있어서는 타당하나,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 낸 대법원의 논리전개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백지서명된 문서에 대해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날인과 기재의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에 제329조의 추정을 적용하지 않고, 원고에게 그 진정성립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우는 대법원의 입장은 타당하지 않다. 백지서명된 문서의 진정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날인과 기재의 시간적 순서 때문이 아니라, 작성명의인이 제시한 반대사실의 증거를 통해 진정성립의 추정이 번복된 것이라고 논리가 전개되었어야만 했다. 백지서명된 문서에서도 날인의 진정성이 인정되면 제329조에 따라 일단 문서 성립의 진정성은 추정되고, 단지 작성명의인은 자신이 백지에 서명하였다는 점 그리고 기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 대한 반대사실의 증거를 통해 이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것이지, 문서제출자인 원고가 작성명의인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해 문서가 작성되었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2000-08-21
법정증언을 번복하는 내용의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Ⅰ. 사안 피고인 K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변호사가 아니면서 W의 대출사기로 인한 형사사건에 관하여 청탁교제비 명목으로 W로부터 2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사는 W에 대하여 작성한 1998. 10. 9.자 진술조서(이하 ‘이 사건 진술조서’라고 한다)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다. ‘이 사건 진술조서’는 W가 1998. 8. 25. 제1심의 제4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사의 주신문과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을 거쳐 피고인의 변소(辨疎)내용에 일부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이하 ‘제1차증언’으로 약칭한다)을 마친 다음 검사의 소환에 따라 검찰청에 다시 출두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검사는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단순히 법정에서의 증언 내용을 다시 추궁하여 W로부터 그 증언 내용 중 ‘피고인의 변소에 일부 부합하는 부분이 진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번복 진술을 받아냈다. 검사가 이 사건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인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였고, 그 후 검사의 신청으로 출석한 증인 W는 1998. 10. 27. 제1심의 제8회 공판기일에 다시 증언(이하 ‘제2차증언’으로 약칭한다)을 하면서 이 사건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제1차증언을 번복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증인 W는 이 때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에 응하였다. 제1심은 제2차증언과 이 사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이를 유죄 증거의 하나로 명시하고, 항소심이 이를 유지하였다. 피고인이 ‘이 증거를 유죄증거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며 상고하였다. Ⅱ. 쟁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을 검사가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단순히 법정에서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Ⅲ. 재판요지(상고기각) 〔다수의견〕 “㉮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W)을 검사가 소환한 후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필자 첨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증언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결론은 달리할 것이 아니다. 이와는 달리 그 후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증언을 함에 있어서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면 위와 같은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555 판결 및 위와 같은 진술조서도 증거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632 판결, 1984. 11. 27. 선고 84도1376 판결, 1993. 4. 27. 선고 92도2171 판결의 각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Ⅳ. 평석 1. 이 판결의 사정(射程)범위(번복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첫째, 이 판결은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법정증언을 번복(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의 검사작성의 참고인(참고인이지만 통상의 수사절차상의 참고인이 아니라 이미 법정증언을 한 바 있는 참고인이다) 진술조서’(이하 ‘번복진술조서’로 약칭한다)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에 관하여 다소 불분명했고 엇갈리기도 했던 종래의 판결들을 전원합의체 판결로 분명히 하는 한편 종래의 판결을 변경하는 판결이기 때문에 주목을 요한다. 종래의 판결은 번복진술조서에 대하여 경우에 따라 신빙성을 부인할 수 있다고 한 판례(대법원 1983.8.23. 선고 83도1632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살인특수강도 집31(4)형119, 공 1983,1462; 대법원 1984.11.27. 선고 84도1376 판결; 1993.4.27. 선고 92도2171 판결 배임수재 횡령)가 있었는가 하면 번복진술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진술조서라도 그 후에 법정에서 피고인측에게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였다면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대법원 1992. 8.18. 선고 92도1555 판결)는 판례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종래의 엇갈렸던 판례를 증거능력의 문제로 통일시키고 번복진술조서는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둘째, 이 판결은 번복진술조서의 증거능력(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 재판요지 ㉰항 참조)을 문제삼고 있지만 번복진술조서 중에서도 검사가 법정증인을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추궁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만을 문제삼고 있다. 이 판결을 반대해석하면 검사가 법정증인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정식의 피의자신문절차에서 W를 추궁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는 문제가 없다(증거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셋째, 본 판결은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인의 1차증언 후 수사기관(본 사안에서는 검사가 작성하였지만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에 의해 작성된 법정증인의 번복(공소사실에 부합)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였지만 그 증인이 2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번복증언’(이하 ‘번복증언’으로 약칭한다)을 하고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을 경유하였다면 이 번복증언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차증언의 실시는 당사자주의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의 어떤 견지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이 부분의 판시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본 판례는 어떤 법리를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은 판결을 하였는가? 2. 이 판결의 법리적 논거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재판요지 ㉮ 항과 ㉯ 항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 부분의 판시는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후단의 적법절차조항과 헌법 제27조 제1항 및 제3항을 근거로 이끌어 낸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선언(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 합헌 형사소송법 제314조 위헌소원)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이다. 본 판례의 생성을 가능하게 했던 법리는 이렇듯 가깝게는 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이고 멀리는 당사자주의와 적법절차원리임을 알 수 있다. 본 판례는 당사자주의와 적법절차와 같은 ‘기저적(基底的)인 구조원리’가 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와 같은 ‘하위수준의 구조원리’개념을 매개로 ‘형사실무의 최전방말단에 자리하고 있는 각론적 쟁점의 해석문제에 깊숙히 침투해 들어가고 있는 과정을 실증해 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있는 판례이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의 우려 반대의견(대법관 지창권, 이임수, 서 성, 조무제, 유지담)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수의견의 주장에 따르면,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한 증인에 대하여 검사가 후에 다시 진술조서를 받은 경우, 그 진술조서를 새로 받게된 이유나 절차가 어떠하였던가, 그 증언내용과 그 진술조서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가, 그리고 그 후에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취득하기 위하여 검사가 어떠한 소송상의 절차를 진행하였는가를 가리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마는 결과로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 판례의 사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사안이다. 본 판례사안에서는 1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이 2차증언에서 번복증언(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하였는데 이것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1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이 2차증언에서 번복증언을 하면 두 개의 증언 중 어느 한 개의 증언은 위증임에 틀림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증인이 위증죄로 기소될 위험을 감수하고 2차증언에서 1차증언과 배치되는 증언을 감행하리하고 예측되지 않는다(1993.4.27. 선고 92도2171 판결의 판례사안에서의 증인은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하지 않았다. 오관석, [형사소송에 있어서 증인신문후 당해증인에 대한 수사기관 작성의 조서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사법행정}, 1993.9, 60-64쪽 참조). 증인이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해 주기를 원하는 검사는 증언번복을 주저하는 증인에게 불기소의 약속이나 암시를 고려해야 한다. 본 판례사안에서도 검사는 증인 W를 위증죄로 입건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번복진술조서를 증거로 하고 싶으면 검사는 법정증인을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라’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위증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증인이 합리적 인간이라면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할 리가 없다. 따라서 반대의견의 우려는 다수의견의 실무적 의의에 대한 ‘일리있는 합리적 예측’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태에 봉착한 검사는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4. 검사의 향후 대응책 검사는 종래와 같이 ‘위증죄 기소 혹은 불기소’를 무기로 법정증인의 번복진술조서를 받아 내려는 발상을 포기하고 반대신문의 기술을 발전시켜 제1차증인신문에서부터 송곳같은 반대신문으로 위증을 기도하는 증인을 무력화시키고 이에 실패하면 제2, 제3차의 증인신문에서 위증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수행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당분간 ‘실질적으로 유죄이지만 재판상 무죄’를 선고받는 피고인들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적법절차,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 등의 구조원리는 ‘더 큰 공익(bigger public interest)’을 위하여 ‘보다 작은 공익(smaller public interest)’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원리이므로 다수의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200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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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공인중개사가 ‘권리금계약’하고 돈 받으면 위법”
판결기사
2024-05-09 12:2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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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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