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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신고자 보호 위해 불이익 추정 존중해야
1. 사건의 내용 피고보조참가인 갑은 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으로 근무하던 중 하남시장을 상대로 한 주민소환투표의 실시가 청구되자 이에 대한 관리총괄팀장으로 임명되었다. 주민소환의 대상인 하남시장은 하남시 선관위를 상대로 수원지법에 주민소환투표청구 수리처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는데, 수원지법은 청구사유가 기재되지 않은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서명부에 한 서명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과 주민투표법에 따라 무효라는 이유로 주민소환투표청구 수리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경기도 선관위는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하남시 선관위의 갑을 포함한 주민소환투표 관련 직원에 대해 문책성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갑은 하남시 선관위가 주민투표법을 위반해 서명부를 제대로 심사하지 아니한 결과 주민소환투표의 관리경비를 부담한 하남시에 2억 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며, 피고 국민권익위원회에게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국민권익위원회법')에 따라 부패행위 신고('이 사건 신고')를 하는 한편, 전보명령의 취소와 신분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또 갑은 하남시 주민소환투표 관련 방송 인터뷰에 응했는데, 중앙선관위는 갑이 선관위의 입장에 반해 허위 진술하고 인터뷰 내용이 보도됐다는 이유로 갑에 대한 징계의견을 경기도 선관위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선관위가 중징계의결을 자체징계위원회에 요구하자 갑은 피고에게 징계요구 취소 및 신분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피고는 갑의 부패행위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법 제2조에 규정된 부패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후의 전보명령 및 징계요구가 이와 관련해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경기도 선관위원장인 원고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결과 요구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요구자의 소속기관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소속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에 기해 징계요구를 취소하고 향후 위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 및 근무조건상 차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이 사건 조치요구'). 그러나 경기도 선관위는 이에 불응하고 갑을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명령 위반, 직무상 의무위반, 체면 손상)에 따라 파면했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항고소송의 원고가 되기 위해선 당사자능력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경기도 선관위원장은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원심판결(2009누38963)에서 원고는 국가기관이지만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조치요구의 내용이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통상의 행정처분과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취소를 구할 다른 법적 수단도 없으므로 당사자능력을 인정했다. 또 피고의 조치요구는 이 사건 신고의 내용이 국민권익위원회법의 부패행위에 해당됨을 전제로 하는데,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신고 내용이 부패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조치요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원고에게 피고의 조치요구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외에 별도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과태료나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같이 국가기관 일방의 조치요구에 불응한 상대방 국가기관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규정한 다른 법령의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점, 그럼에도 원고가 피고의 조치요구를 다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점을 중시했다. 그리고 피고의 이 사건 조치요구의 처분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불복하고자 하는 원고로선 이 사건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적절한 수단이므로,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보았다. 한편, 원고의 갑에 대한 이 사건 징계요구는 '갑이 하남시 주민소환투표와 관련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의 입장에 반해 허위 진술하고 그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게 했다'는 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일 뿐이므로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나아가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3조(불이익추정)에 따라 이 사건 신고 후 이 사건 징계요구와 갑의 피고에 대한 신분보장조치 요구가 있어 갑이 이 사건 신고와 관련해 징계요구라는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더라도,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불이익이 아님이 분명하고 달리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이상 그와 같은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불이익임을 전제로 피고가 이 사건 조치요구 중 '징계요구를 취소할 것을 요구'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행정소송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당해 행정처분의 적법성은 행정청이 이를 주장, 입증해야 하나 이 사건 조치요구 당시 갑이 이 사건 신고를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당할 것으로 예상됐다는 것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조치요구 중 '향후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 및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부분도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않으나, 이 사건 조치요구가 위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3. 평석 가. 국민권익위원회법상 불이익 추정 규정의 취지 국민권익위원회법은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며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적정성을 확보하며 청렴한 공직 및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법은 부패행위신고자 보호제도(제62조 내지 제67조), 부패행위신고자 보상 및 포상제도(제68조 내지 제71조)를 두고 있고, 특히 제63조에서 "신고자가 이 법에 의하여 신고한 뒤 위원회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거나 법원에 원상회복 등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 해당 신고와 관련하여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불이익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고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내부자의 신고가 필수적인데, 내부신고자는 소속기관으로부터 해고, 정직, 전보 등의 징계나 협박 및 폭행 등 온갖 개인적 위험과 불이익에 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부신고자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은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핵심적 사항에 해당한다. 다만, 공익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신고한 경우나, 신고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한 경우에는 내부신고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불이익 추정 규정에 의해 내부신고자가 진실한 사실 또는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고 공익목적을 위해 부패행위를 신고한 후 소속기관으로부터 징계 등 불이익처분을 당하여 국민권익위원회나 법원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한 경우엔 그러한 불이익처분은 신고와 관련해 불이익처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불이익처분이 신고행위와 전혀 관련이 없고 신고행위로부터 유발되지 아니하였음을 소속기관이 입증해야 한다. 미국의 연방 공직신고자 보호법(Whistleblower Protection Act of 1989)도 신고가 없었더라도 그와 동일한 인사조치를 했을 것임을 신고자의 소속기관이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에 의해 입증토록 요구함으로써 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나.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당해 국가기관이 자신에 대한 조치요구를 다툴 수 있는 유효하고 적절한 다른 법적수단이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판단했는데, 일체의 법률상의 쟁송에 대한 심판을 할 권한과 책임을 법원에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서 볼 때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고가 갑을 징계한 것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허위사실을 진술했다는 이유일 뿐 피고에게 부패행위를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하여, 갑에 대한 징계사유가 방송 인터뷰 때문이며 신고행위 때문이 아니라고 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권익위원회법이 불이익 추정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신고자가 동법에 의하여 신고한 뒤 국민권익위원회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면 해당 신고와 관련하여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불이익처분이 신고행위와 전혀 관련이 없고 신고행위로부터 유발되지 아니했다는 것을 소속기관인 원고가 명백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갑을 징계한 표면적인 이유가 갑의 방송 인터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갑의 방송 인터뷰 내용이 갑이 신고한 부패행위에 관련된 것인 이상 이는 이 사건 신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갑의 방송 인터뷰를 징계의 이유로 삼았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불이익 추정이 번복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패행위의 내부신고자 보호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나, 위 판결이 내부신고자 보호 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아쉽다.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56점으로 176개국 중 45위에 불과하고, 점수나 순위가 2010년을 정점으로 계속 하향하고 있으며 칠레, 보츠와나, 대만에도 뒤지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내부신고자를 보호함으로써 행정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투명하며 국민을 위한 행정이 자리잡을 수 있다. 부패행위 방지를 위한 내부신고자 보호의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므로, 양심적 내부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추정 원칙을 쉽게 번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3-10-31
국가기관도 항고소송의 당사자 될 수 있나
1.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판결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원고가 되어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동 위원회가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의 사안이다. 원고가 취소를 구하는 처분은 피고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한 이른바 '신분보장조치요구 처분'이다. 대상판결의 이해를 위하여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정한 절차에 대해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동법은 부패의 예방 및 부패행위의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제1조), 부패행위의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누구든지 동법에 따른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당해 조직에서 징계조치 등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고(제62조 제1항),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보장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2항),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 내용에 대한 조사 결과 그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소속기관의 장 등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7항), 그와 같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다(제90조, 제91조). 위 사건의 경우 하남시 선관위 직원 A는 하남시 선관위가 K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절차의 처리과정에서 부패행위가 있었다는 취지로 피고 위원회에 신고하였다. 경기도 선관위는 동 사건과 관련하여 A가 TV 인터뷰 등에서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A에 대한 징계요구 조치를 하였고, 피고 위원회는 A의 신분보장조치 요청에 따라 원고(경기도 선관위원장)에 대해 징계요구 조치의 철회를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와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위 조치의 처분성 여부 및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해석 등과 관련하여서도 많은 쟁점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인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2. 소송의 경과 위 청구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원고는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할 뿐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위 청구를 각하하였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한 조치라도 그것이 일반국민에 대한 행정처분 등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의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조치의 위법성을 제거할 다른 법적 수단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그 조치를 한 국가기관을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는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도 그와 같은 결론을 긍정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기존의 판결 가운데 국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대상 판결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① 우선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법원은 위 사건의 특수한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예외를 인정한 것이지, 국가기관의 항고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권익위원회법에 의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신고와 관련하여 신고자의 소속기관의 장에 대해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그 불이행시 과태료 및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도 가능함에도, 그와 같은 조치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현행법상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의무부담을 명하고, 그 불이행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그와 같은 점이 위와 같은 판결을 불가피하게 한 주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런 점에서 법원이 향후 다른 사례에서도 위 판결과 같이 국가기관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② 다만 법원이 위와 같은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판결이 1회성의 판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국가 내지 국가기관 상호간의 항고소송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실제로 기존 판결 가운데 국가기관이 아닌 국가에 대해서는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이미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09구합6391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또한 학설상으로는 행정소송법 제3조 제4호가 정한 기관소송 가운데 동일한 공법인 내의 기관간의 분쟁은 순수한 기관소송이나 법인격을 달리하는 기관간의 소송(가령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2항의 소송, 지자체의 장이 주무부장관의 시정명령에 불복하여 대법원 제기하는 소송)의 실질은 항고소송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나아가 학설 가운데에는 행정소송법이 기관소송에 대해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하여 이른바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취한 것을 비판하고(행정소송법 제45조), 이를 개괄주의로 변경하여 기관소송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법론상의 비판이 많은데, 위 판결은 그와 같은 비판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학설 및 판례는 이미 사인이 아닌 국가의 경우 항고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고 있는 점, 현행법이 기관소송을 지나치게 좁게 인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오늘날 사회현상 내지 사회구조는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으며, 사회의 발전을 반영하는 법현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와 같은 복잡성의 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사법의 준별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국가는 단일한 공권력 주체라는 근대국가 형성초기의 신념은 깨져가고 있으며, 주권국가 내부의 권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배분되는 과정에서 국가권력 내부의 다양한 층위에서의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도 그런 맥락에서 인정된 제도인데, 가령 독일의 경우에도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심판제도가 인정된 것은 1949년 독일기본법이 처음이며, 1919년 바이마르 헌법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분쟁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을 뿐 국가기관 내부의 이해충돌은 오로지 정치적 힘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미 우리 대법원 판례 역시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권의 대사인효를 인정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본권은 더 이상 국가와 국민 사이의 관계만을 규율하는 규범이 아니고 기본권이 사법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것처럼, 공법적 분쟁 역시 국가와 사인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혹은 공공단체 내부에서도 다양한 법률적 분쟁의 가능성 및 그에 대한 사법적 개입의 필요성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거시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본건과 같은 판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④ 다만 대상판결과 같은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대상판결의 항소심 판결이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지만 여전히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혹은 이를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발전시킬지 아니면 기관소송 개괄주의의 도입과 같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지는 향후의 과제로 남는다. 대상판결은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그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2013-10-24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생활대책의 신청에 대한 거부에 관한 소고
Ⅰ. 사안 서울특별시장과 에스에이치공사(피고)는 2002.11.20. 강북뉴타운 개발사업의 이주대책 기준일을 그 날로 하여 공고하였고, 그 후 에스에이치공사는 2004.10.19. 이로 인해 생활근거 등을 상실하는 주민들을 위한 주거대책 및 생활대책으로 '은평뉴타운 도시개발구역 이주대책'을 공고하였다. 여기서 영업근거를 상실하는 화훼영업자를 위한 생활대책은 다음과 같다: 기준일 3개월 이전부터 사업구역 내에서 관계법령에 의한 허가·등록·신고 및 사업자등록을 하고 협의계약 체결일까지 계속 영업을 하여 영업손실보상을 받고 보상에 협의하여 자진 이주한 화훼영업자에게는 사업구역 내 화훼용지 82㎡ 이하 지분을 공급하되, 사업자등록 미필 영업자는 영업손실 보상자의 생활대책기준(이 사업구역 내 분양상가 또는 상가용지(준주거) 16.5㎡ 이하의 지분 공급)에 의한다. 甲(원고)은 1999.2.5. 동생의 명의를 빌려 '태평양농원'이라는 상호로 화훼도매업을 영위하는 내용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동생의 명의로 세금을 신고·납부하였다. 甲은 사업자등록 명의를 자신의 명의로 변경하려고 하였으나 그 명의변경이 여의치 않자, 2003.6.30. '태평양농원'에 관해 폐업신고를 하고 다시 자신의 명의로 상호는 동일하게 '태평양농원'으로 신규로 사업자등록을 하고서 화훼도매업을 계속 영위하였다. 甲이 생활대책과 관련해서 사업구역 내 화훼용지 82㎡ 이하 지분의 공급을 신청하였는데, 에스에이치공사는 요건미비를 이유로 거부하고, 대신 상가용지 16.5㎡ 이하를 공급받을 수 있는 대상자 중 공급순위 3순위 적격자로 선정되었음을 통보하였다. Ⅱ. 경과 제1심(서울행정법원 2008.3.19. 선고 2007구합34422판결)은 다음의 이유로 甲 역시 생활대책의 수급자격을 갖는다고 판시하였다: ⅰ) 이 사건 선정기준에서 '기준일 3개월 이전부터 사업자등록을 하고 계속 영업을 한 화훼영업자'일 것을 요건으로 정하여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생활대책에 차등을 둔 취지는 사업자등록을 하여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려는 영업자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음으로써 세금 납부를 회피하려는 영업자를 생활대책에 있어서 서로 다르게 취급하고 또 '기준일 3개월 이전'이라는 객관적, 일률적인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이주대책 기준일 3개월 이전부터 화훼영업을 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가장하는 자를 공급대상자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ⅱ) 이 사건 대책과 같은 생활대책은 택지 등 조성사업의 시행자가 그 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하여 그 사업 시행으로 인하여 생활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이주자에 대하여 종전의 생활상태로 원상회복 시켜 주기 위하여 마련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23조 제3항의 손실보상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는 점, ⅲ) 만약 원고가 이 사건 화원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자신의 명의로 바꾸지 않고 소외 1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그대로 유지하였더라면 소외 1이 이 사건 선정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처리되어 화훼용지 공급대상자로 선정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제2심과 대상판결 역시 이를 그대로 수긍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판결요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익사업법)은 생활대책용지의 공급과 같이 공익사업 시행 이전과 같은 경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생활대책에 관한 분명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사업시행자 스스로 공익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함으로써 생활대책을 수립·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규정을 두고 있고 내부규정에 따라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을 마련하여 생활대책을 수립·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생활대책 역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정당한 보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사업시행자에게 생활대책대상자 선정 여부의 확인·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어서, 만일 사업시행자가 그러한 자를 생활대책대상자에서 제외하거나 선정을 거부하면, 이러한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Ⅳ. 문제의 제기 소송요건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법적 물음은 거부처분의 인정여부이다. 신청대상행위가 행정행위이고, 그 신청자에게 법률상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거부처분이 존재한다. 여기서 문제는 신청권의 존재인데, 근거법률인 공익사업법은 이주대책과는 별도로 생활대책에 관해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행정행위의 재심의 문제에서 판례가 신청권의 논증에서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과 비교하여 보면, 대상판결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본안에서의 인용여부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법적 물음은 사업자등록의 존부문제이다. 판례는 형식적 메커니즘을 넘어 실질적 관점에서 즉, 구체적 타당성의 관점에서 대처하였는데, 이것이 과연 현행의 형식적, 공식적 메커니즘과 마찰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이 글은 한국토지보상법연구회 동계학술발표회(2012.12.20.)에서 발표한 것을 요약한 것이다). Ⅴ. 소송요건의 차원에서의 검토 1.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법적 성질 판례는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하 '대상규정'이라 한다)의 법적 성질을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은 채, 대상규정을 착안점으로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에 해당하는 자의 신청권을 논증하였다. 법률유보의 원칙에서 사회급부유보설이나 전부유보설을 취하지 않는 한, 헌법상 추구되는 생활보상의 측면에서 사업시행자 스스로 공익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생활대책을 수립·실시하는 것, 이를 위해 기준규정을 마련한 것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법률적 위임이 없는 이상, 판례마냥 대상규정은 내부규정 즉, 일종의 행정규칙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일단 법률대위적 규칙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접근은 대상규정이 행정당국에 의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대상규정은 에스에이치공사가 나름 협상수단의 차원에서 만든 내부규정이다. 그렇다면 대상규정은 공법적 의미를 갖지 않으며, 공법적 논의의 착안점으로 삼아선 곤란하다. 3. 생활대책신청권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에서 도출될 수 있는가? 일찍이 헌법재판소는 이주대책은 헌법 제23조의 정당보상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주대책의 실시는 택지개발사업등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생활근거를 잃게 된 철거민들에 대하여 생활보호의 차원에서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제8조에 따라 이루어지는 시혜적인 조치에 불과하여, 헌법 제23조 제3항에서 말하는 '정당한 보상'에 해당하지 아니 한다"(헌재 1993.7. 29. 92헌마30결정). 대법원 역시 이주대책이 생활보상의 일환으로 인정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상의 이주대책은 그 본래의 취지에 있어 이주자들에 대하여 종전의 생활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면서 동시에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여 주기 위한 이른바 생활보상의 일환으로 국가의 적극적이고 정책적인 배려에 의하여 마련된 제도이다"(대법원 1994.5.24. 선고 92다35783전원합의체판결). 법률에서 규정되어 있는 이주대책조차 기본적으로 생활보상의 일환으로 입법자에 의해 시혜적으로 인정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에서 규정되고 있지 않는 생활대책이 헌법 제23조 제3항상의 정당보상에 들어간다는 것은 비단 이상의 헌법재판소결정만이 아니라. 대법원 1994.5.24. 선고 92다35783전원합의체판결의 판결기조를 정면으로 번복하는 것이다. 요컨대 헌법 제23조 제3항에서의 정당한 보상은 그것이 법률에 규정된 것을 전제로 하며, 또한 법률적 근거의 결여를 생활보상의 원칙을 내세워서 메울 순 없다. 자칫 대상판결을 기화로 생활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행의 법상황에 대한 위헌성시비가 생길 우려가 있다. Ⅵ. 본안에서의 인용여부의 차원에서의 검토 대상규정이 명문으로 '사업자등록'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문언을 넘는 접근을 강구하였다. 법률해석의 목적이란 현재 법적인 규준이 될 수 있는 법률의 규범적 의미를 밝히는 일이긴 해도(Larenz, Methodenlehre der Rechtswissenschaft, 5. Aufl., 1983, S.304), 목적론적 해석의 정당성은 먼저 문언적, 역사적 해석을 통해 나름의 문제해결을 강구한 다음에 그런 접근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점에 있다. 어떤 제도의 출발점은 일단 형식적 기준에 두어야 한다. 명문으로 사업자등록을 요구하고 있는 이상, 어떤 이유에서건 사업자등록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자를 실질적 관점에서 배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법제도의 운영은 원칙적으로 일단은 명의자를 중심으로 행해져야 하되, 그렇게 처리한 결과적 후속적 다툼은 기본적으로 명의주체와 언필칭 실질적 주체 간의 민사적 다툼이다. 물론 형식적 기준에 의거하면 법적 정의와 공평에 어긋날 것 같으면 형식위주적 원칙이 수정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충분한 논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안처럼 어떤 충분한 선행의 논증을 하지 않은 채, 사업자등록에 대해 실질적 관점을 투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3-01-24
경찰의 CIMS를 통한 피의자 정보관리는 법률유보원칙에 합치
Ⅰ. 사실관계 1. 원고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피의사실로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 경찰은 원고들에 관한 사건번호, 수사단서, 접수(송치)죄명, 종결일자 등과 피의자신문조서 등 정보를 '경찰 범죄정보관리시스템'(Crime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이하 'CIMS'라 한다)에 입력하여 보유하고 있었고, 2010년 5월 1일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CIMS에 입력되어 있던 각종 정보들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orea Information System of Criminal-justice Service, 이하 'KICS'라 한다)으로 이관되었다. 3. 원고들은 2010년 6월경 경찰청장에 대해 CIMS 또는 KICS에 들어 있는 사건관련 정보의 삭제를 청구하였고, 경찰청장은 원고들이 청구한 대로 정보를 삭제하였다고 원고들에게 통보하였다. 4. 원고들은 2010년 8월경 피고(대한민국) 소속 경찰관이 개인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해 수집·보관·이용한 행위,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정보를 삭제한 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 각 1,100만원을 청구하는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8. 12. 선고 2010가단315870 판결)은 경찰관이 형사 입건된 원고들의 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해 수집·보관·이용한 행위와 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정당한 직무범위에 포함되며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누설하였거나 목적 외에 사용하였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삭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위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들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2. 30. 선고 2011나40198 판결)은 제1심을 인용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Ⅲ. 대상 판결의 주문 및 이유 1.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2. 이유 (1)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원심은 경찰관이 형사 입건된 원고들의 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하여 수집·보관·이용한 행위와 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제5조, 범죄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 제9조 등의 법률에 근거한 규율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규정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원심은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보관·이용 행위와 그 삭제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에 관한 개인정보를 보관하는 것은 재수사를 대비하여 기초자료를 보존하여 형사사법의 실체적 진실을 구현하는 한편, 형사사건 처리결과를 쉽게 그리고 명확히 확인하여 수사의 반복을 피함으로써 수사력의 낭비를 막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경찰관이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수집·보관·이용한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규정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과잉금지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Ⅳ. 평석 1.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 판결은 CIMS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등 법률에 근거한 규율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지 아니하였다고 설시함으로써 명시적으로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인정한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2. 구체적 검토 (1) CIMS의 개요 CIMS는 일선 경찰서의 담당자가 사건접수 단계부터 검찰송치 단계까지 시스템에 입력하여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단계별 처리과정에서 입력된 자료를 기초로 범죄수사와 다양한 통계 산출에 활용하기 위한 전자적 관리체계로서 CIMS에 입력되는 정보는 사건정보(발생일시, 장소 등)와 대상자정보(사건관련자 인적사항)이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라는 단행법을 근거로 운영되고 있는 KICS와 달리 CIMS는 경찰내부지침인 '범죄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는바, 2010. 5. 1.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 시행되어 KICS가 운영됨에 따라 CIMS에 있던 정보는 KICS로 이관되었다. (2)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의 존부에 관한 학설 대립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가 경찰작용의 개별적 수권조항이 없는 경우 일반적(개괄적) 수권조항이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긍정설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6호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인정하는 견해, 같은 법 제5조 제1항 '기타 위험한 사태'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는 견해, 같은 법 제2조 제6호, 제5조 제1항 제3호를 유추해석하여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위험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 같은 법 제2조 제6호를 개괄수권조항으로 인정하되 제5조를 제2개괄수권조항, 제6조를 제3개괄수권조항으로 보는 견해 등이 있다. 부정설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직법상 일반규범이므로 경찰권 발동의 근거가 아니라고 보고, 입법필요설은 개괄조항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권한규정이 아니므로 입법을 통해 일반적 수권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이다. (3)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청원경찰법 제3조에서 규정하는 청원경찰의 직무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경찰관의 직무에 비추어 허가 없이 창고를 주택으로 개축하는 행위를 청원경찰이 단속하는 직무집행이 적법하고 이를 폭력으로 방해하는 소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86. 1. 28. 선고 85도2448 판결). (4) 헌법재판소 결정례 경찰이 지문정보를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가 문제된 헌재 2005. 5. 26. 99헌마513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0조 제2항 제6호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밖에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도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반면,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은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청장이 지문원지를 송부받아 보관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서울광장을 경찰차벽으로 막아 통행을 제지한 행위가 문제된 헌재 2011. 6. 30. 2009헌마406 결정에서 경찰권 발동의 일반적 수권조항이 문제되었다. 이 부분 견해를 표명한 헌법재판관의 의견은 2대2로 팽팽하다. 2009헌마406 결정의 보충의견(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은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의 임무,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항들로서 이들 조항을 일반적 수권조항이라 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박탈하는 행위의 근거조항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2009헌마406 결정의 반대의견(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박한철)은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일반시민의 공물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행위를 제한한 것으로서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그 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로 복잡다기하고 변화 많은 현대사회에서 빠짐없이 개별적 수권조항으로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며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경찰권 행사가 가능하기 위해서 일반적 수권조항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점, 일반적 수권조항은 보충적으로 적용되고 경찰권 발동에 관한 조리상 원칙이 발달되어 있어 남용될 우려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5) 결론 긍정설이 타당하다. 대상 판결은 경찰법 제3조도 법적 근거로 보았으나, 경찰법이 국가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 범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인 점, 경찰의 직무와 권한을 구분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인 점(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조직법인 경찰법이 제정된 1991년 이전인 1981년 신설된 조항인 점 등에 비추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독일의 경우 임무규범으로부터 권한규범을 도출하는 전통이 있었고 크로이쯔베르크 사건에서 그 입장이 확인되었다.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이 도입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나, 현행법 해석상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일반적 수권조항에 근거한 경찰권 발동은 보충적·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일반적 수권조항의 불확정 개념은 학설·판례로써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찰권 발동과 시민적 법치주의의 절충점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2012-11-08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의 의의 및 전망
1. 들어가는 말 헌법재판소는 2012. 8. 23. 재판관 8명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함)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및 제3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본인확인제란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동안 소위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어 왔는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이 글에서는 이번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주요 요지 및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결정이유의 요지 본인확인제의 입법목적과 관련하여, 인터넷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것을 억제하고 불법정보 게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본인확인제는 아래와 같이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불법정보 게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특정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하여, 피해자 구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제2항),(1)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2012. 5. 31. 2010헌마88,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등으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차단하거나 사후적으로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 등을 통하여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의 대상인 '게시판 이용자'는 '정보의 게시자'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의 열람자'도 포함하고,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선정에 있어서 그 정확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이용자수 산정 결과에 따라 적용대상의 범위가 정해지는 등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함으로써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하여야 하는 기간은 정보의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이므로, 정보를 삭제하여 그 게시를 종료하지 않는 한 본인확인정보는 무기한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보관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본인확인제는 다음과 같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하는데,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그 공익을 인터넷 공간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게시판의 이용이 봉쇄되며,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본인확인제를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3. 해설 이번에 위헌결정이 내려진 본인확인제는 주로 인터넷 실명제라는 명칭으로 많이 불려 왔고,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인터넷 규제의 불합리성,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의 상징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사회적 레토릭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실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과 수단간의 논리적 상관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인터넷이라고 하는 매체의 특성과 사물의 본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첫째, 본인확인제가 도입된 배경으로서 인터넷의 특성 중의 하나인 소위 '익명성'과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 간에 논리적 상관성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는 원칙을 감안한다면,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가 1997년 11월 회의에서 향후 인터넷에 대한 규제시스템이나 규제정책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해 제시한 4가지 원칙들 중의 하나이다.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라는 원칙은 익명성을 이용하여 야기될 수 있는 양면성, 즉 순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역기능적 측면이 순기능적 측면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익명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을 전제로 해서 모든 인터넷상의 일탈행위 내지 역기능의 원인이 익명성에 있고, 그 익명성을 제거하면 이러한 역기능이 해소될 것이라는 본인확인제의 기본철학은 굉장히 단순한 발상이자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과연 익명성을 제거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본인확인과 익명성 제거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인지 여부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익명성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헌법재판소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셋째, 본인확인제는 애초부터 그 설계시스템상 개인정보 보호정책 및 개인정보 보호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었다. 개인정보를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용자의 본인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그 근본구조상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본인확인제의 채택으로 인해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촉진되는 상황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논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적용되어 왔던 인터넷 실명제로는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 이외에,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제도 존재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확인,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소원) 사실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와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 기본취지라든지 운영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의 위헌논리가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면 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필자가 추측컨대 선거의 공정성 내지 평온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과도한 집착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결정을 계기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의 폐지를 국회에 건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한편 심판대상과 관련하여, 이번에 위헌이 결정된 법령조항들 중 법률의 경우에는 심판대상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제2호에 한정되고 있어서, 동법 제44조의5 제1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본인확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이유의 대부분이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와 그 운영메커니즘이 동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도 이번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2012-09-03
매도청구소송에서 매매가격 산정시 개발이익 포함여부
Ⅰ. 사실관계 및 쟁점 원고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182 외 34필지를 사업시행구역으로 시행면적을 2,109.33㎡으로 하여, 시행구역 내에 위치한 노후·불량한 기존의 단독주택 및 상가를 철거하고, 아파트 및 부대시설을 재건축할 것을 목적으로, 2000. 5. 15. 구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설립되어 2003. 7. 31. 그 설립등기를 마친 재건축조합이고, 피고들은 위 사업시행구역 내에 위치한 대지만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로 위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이 될 자격이 없는 자들에 해당한다(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제2호, 이하, 도시정비법이고 한다). 원고들은 위 피고들을 상대로 도시정비법 제39조 소정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피고들은, 감정인이 이 사건 매도청구 대상 토지에 관하여 산정한 시가에는 개발이익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여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 산정되어 부당하다고 주장하여 매도청구 가격 산정시 개발이익 포함여부가 위 소송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되었다. Ⅱ. 판결 요지 위 대법원 판결은, "사업시행자가 주택재건축사업에 참가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도시정비법 제39조에 의한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 그 매도청구권 행사의 의사표시가 도달함과 동시에 주택재건축사업에 참가하지 않은 자의 토지나 건축물에 관하여 시가에 의한 매매계약이 성립되는 것인바, 이때의 시가란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당시의 토지나 건물의 객관적 거래가격으로서, 노후되어 철거될 상태를 전제로 하거나 주택재건축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현재의 현황을 전제로 한 거래가격이 아니라 그 토지나 건물에 관하여 주택재건축사업이 시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토지나 건축물을 평가한 가격, 즉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가격을 말한다."고 설시하였다. Ⅲ. 매도청구 가격 산정시 개발이익 포함여부에 관한 논의 1. 문제의 제기 개발이익(開發利益)이란 도로·철도, 주택재개발, 재건축 등 (공공)시설의 건설로 해당 지역의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에 그 주변의 지가(地價)가 종전까지에 비하여 급격히 상승하게 되는데 그 상승 부문을 말한다. 즉 개발에 의하여 얻어진 토지의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다. 이러한 개발 이익이 기존 토지소유자의 불로소득이 아닌가라는 점에서 각종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한편, 매도 청구시 대상 토지 등 물건에 대한 시가 산정기준 및 결정방법에 관하여 집합건물법과 도시정비법 등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에 시가 산정과 관련하여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당시의 토지등 소유권의 객관적 거래가격 속에, 단순히 노후되어 철거될 상태를 전제로 한 거래가격 뿐만 아니라 그 건물에 관하여 재건축 결의가 있음을 전제로 그로 인해 발생이 예상되는 개발이익을 포함한 거래가격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이다. 2. 견해 대립 먼저, 위 대법원 판례가 취하고 있는 포함설에 의하면, ①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아 조합원이 되지 않은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와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 사이에는 모두 조합원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고 단순히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느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고, 또한 개발이익을 포함한 가격과 이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의 차이가 상당히 큰 점을 고려할 때, 전자에 대하여는 개발이익을 포함한 가격으로, 후자에 대하여는 개발이익을 배제한 가격으로 매수할 합리적인 차별사유가 없는 점, ② 나아가, 만약 '토지만을 소유한 자'에 대하여 개발이익을 인정하여 주지 않으면 결국 이들의 토지로 인한 개발이익은 조합원들과 인근의 토지등 소유자들만이 누리게 되어 조합원들과 위 인근 주민들에게만 지나친 이익을 보장해 주게 되어 형평성에도 반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다. 다음으로, 부정설 중 (1) 전면적 부정설은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아무런 제한장치 없이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됨으로써 부동산투기를 유발하는 폐단이 발생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들이 파생되므로 사회정의 차원에서 개발이익은 전면적으로 환수되어야 한다는 논지이다. 위 논지는 각종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얻게 되는 지가상승분(개발이익)은 국가 또는 일반국민의 몫이 되어야 하지, 우연하게도 토지가 거기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토지소유자가 그 개발이익을 향유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가 1990. 6. 25. 선고 89헌마107 결정 등에서 재개발의 경우 보상금 지급시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있는 것을 합헌으로 판시한 것과 동일한 취지이다. (2) 제한적 부정설은 일반적으로 조합원 자격이 있는 소유자가 재건축에 미동의한 경우 발생하는 매도청구의 경우에는 개발이익을 포함하여야 하나,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에 대한 매도청구의 경우에는 개발이익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이다. 수원지방법원 2006. 12. 22. 선고 2004가합12304 판결에서 취한 견해이다. 그 이유로는 이러한 경우에는 현행 도시정비법상 조합원이 될 자격이 처음부터 없고 따라서 이들은 처음부터 조합이 추진하는 주택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없었을 것임을 근거로 한다. Ⅳ. 정리 및 사견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도청구가격의 산정에 있어 재건축이 진행된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한 개발이익을 포함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주택재개발에서의 수용재결과 마찬가지로 공익사업법을 준용하여 당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공제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견해가 나누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의 지배적 견해는 대법원 판례를 적극 지지하면서, 주택재건축사업의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도청구가격의 산정에 있어서는 수용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매도청구권은 일반적인 매매와 동일한 성격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재건축사업의 시행을 전제로 하여 매도청구권의 행사시점에 형성된 시가로서 개발이익을 포함한 가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행 도시정비법 규정 하에서는 위 대법원 판례나 통설의 견해는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처음부터 없는 자'에게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것을 같게 다루는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에 대한 매도청구권 행사의 경우 산정되는 매매대금의 시가는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시가에 의하여 결정함이 상당하다고 하겠다. 다만, 이로 인해 토지 또는 건물만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과 관련하여서는 하루 속히 이들에 대하여 도시정비법에 명시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여 당해 재건축 결의 여부에 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2012-08-20
상수도체납요금 승계부과처분의 위법성
Ⅰ. 서설 수도시설을 사용하던 자가 수도요금을 체납한 상태에서 수도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건축물 등의 소유권이 변경되는 경우 수도사업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일반적으로 해당 건축물의 소유권을 신규로 취득한 당사자에게 전 소유자가 체납한 수도요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단수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수도체납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부인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수도사업의 실무에서는 바뀐 조례규정을 전제로 지속적으로 체납요금 납무의무의 승계를 인정하여 수도요금부과처분을 하여왔는데 지방자치법은 제22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안의 경우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라는 주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규정에 위법성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Ⅱ.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및 쟁점사항(본 판결은 피고인 부천시가 상고를 포기하여 확정되었다.) 가. 부천시장이 '타이거월드' 부천체육문화센터를 을 회사로부터 매수한 갑 회사에 부천시 수도급수 조례 제24조 제2항을 근거로 기존 수도사용자 을 회사가 체납한 상하수도요금을 부과한데 대해 갑회사가 상하수도요금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부천시 수도급수조례 제24조 제2항에서는 '급수설비에 관한 권리·의무가 변동되는 경우에는 신규 수도사용자와 기존 수도사용자는 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 다만, 경매 또는 공매처분에 따른 명의 변경 시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사안에서는 ①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은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와 수도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도 이것이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 납무의무를 승계하는 근거 규정이 될 수 있는지 여부, ②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이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을 승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은 법률에서 위임한 바가 없는 사항에 대해 신규 수도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거나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를 초과한 것으로서 무효의 규정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판결 요지 가.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이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와 수도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은 급수설비에 관한 권리·의무가 변동되는 경우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을 승계하고, 다만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정산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이를 수도요금 승계규정으로 볼 수 있다. 나. 수도법 제38조 제1항의 '그 밖의 수돗물의 공급조건에 관한 규정'이라 함은 신규 수도사용자가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장래 수도를 공급받기 위한 수도공급계약의 내용으로 되는 사항, 즉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수도사용자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방법, 이와 관련하여 신규 수도사용자가 수인하거나 부담하여야 할 요금 기타 사항을 말한다 할 것이고, 기존 수도사용자가 체납한 수도요금의 납부의무의 승계에 관한 사항은 기존 수도사용자의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채무를 신규 수도사용자가 인수하느냐 하는 문제로서 신규 수도사용자가 장래에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데 관한 사항은 아니며, 따라서 이러한 사항은 '그 밖의 수돗물의 공급조건에 관한 규정'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수돗물의 공급을 받지 않았던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의 납부의무를 승계하도록 한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은 수도법 제38조 제1항의 '그 밖의 수돗물의 공급조건에 관한 규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이러한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Ⅲ. 평석 1. 수도요금의 납부의무자 수도법 제68조제1항에서는 "수돗물의 공급을 받은 자가 수돗물의 요금,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 또는 제71조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을 내지 아니하면 지방자치단체인 수도사업자는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수도요금의 납부의무자는 수익자인 수돗물의 공급을 받은 자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도법 제38조제1항에서는 "일반수도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돗물의 요금,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부담, 그 밖에 수돗물의 공급 조건에 관한 규정을 정하여 수돗물의 공급을 시작하기 전까지 인가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은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수도사업자가 지방자치단체이면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조례에 기한 변경 가능성을 인정하는 듯 한 규정을 두고 있다. 2. 과거 대법원의 판결 및 평석 대상 판결과의 조례 규정의 차이점 과거 대법원(대법원 1993. 5.11. 선고 92누17211)은 "수도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정된 서울특별시급수조례 제5조는 '급수장치는 그 설치된 건물 또는 토지의 처분에 부수하며 취득자는 이 조례에 의하여 그 취득 전에 발생된 의무에 대하여도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급수장치에 관한 권리의무의 승계에 관한 것으로서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것만으로 건물의 구소유자의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까지 신소유자에게 승계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 본 평석대상 판결 당시 부천시의 조례는 "급수설비에 관한 권리·의무가 변동되는 경우에는 신규 수도사용자와 기존 수도사용자는 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 다만, 경매 또는 공매처분에 따른 명의 변경 시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그 내용을 달리하고 있어 본 조례규정을 체납요금승계에 관한 근거규정으로 볼 수 있느냐 및 조례안의 위임입법한계일탈로 인한 무효사유의 존부가 문제된 것이다. 3. 본 판결의 의미 및 수도사업 실무 현재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에서 제정한 '표준급수조례' 제19조에 따라 부천시는 수도급수조례 제24조로 이와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고,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한 수도급수조례에는 동일한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본 수도급수조례는 과거 명시적으로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인정했던 규정과는 상이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사실상 납부 의무의 승계 규정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충실을 위해 체납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인정해야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본 수도계약의 주체가 수도사업자와 기존 수도사업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불과함에도 법률상의 근거 없이 채무의 승계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입법체계상의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본 판결은 본 조례규정의 위법성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도급수조례는 크게 3가지의 규정 형태를 취하고 있다. 첫째로 과거 대법원에서 판시한 서울특별시급수조례 제5조와 같은 '의무 승계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 둘째로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에서 제정한 '표준수도급수조례' 제19조를 따른 부천시 수도급수조례 제24조와 같은 '당사자 사이의 정산 의무'를 규정한 경우,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규정을 아예 삭제한 경우이다. 이에 따라 수도사업 실무는 '의무 승계 규정'과 '당사자 사이의 정산 의무'에 관한 규정을 둔 경우는 체납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인정하고 있고, 위와 같은 규정을 삭제한 경우에는 위 의무의 승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수도사업의 실무형태가 다양한데는 수도법 제38조제1항에서 수돗물의 요금,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부담, 그 밖에 수돗물의 공급 조건에 관한 규정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데 그 근본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매 및 공매에 기한 명의변경시에는 현재 실무상으로도 체납요금 납부의무 승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경매에 기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전소유자가 연체한 관리비의 납부를 거부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2001. 9. 20. 선고 2001다8677에서 '아파트의 관리규약에서 체납관리비 채권 전체에 대하여 입주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집합건물의 전 입주자가 체납한 관리비는 그 특별승계인에게 전유부분에 대한 체납관리비는 승계되지 아니하고 공용부분에 한하여만 승계된다'는 판결을 하고 있는데 이 취지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Ⅳ. 결론 본 판례는 지방자치법 제22조의 규정에 따라 부천시수도급수조례 제24조의 효력이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 사실 본 판례 이전에도 대법원 1992.12.24. 선고 92다16669 판결과 대법원 1993. 5.11. 선고 92누17211 판결로서 위와 같은 수도급수조례의 효력이 부인된 바 있으나 본 판결들의 취지가 수도사업의 실무에 반영되지 않아 계속해서 법률적인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환경부에서는 표준급수조례를 개정하여 제19조 '당사자 사이의 정산의무' 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표준안에 불과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력이 없어 사안의 같은 분쟁의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대법원에 의해 위법성이 확인된 서울특별시급수조례 제5조와 같은 '의무 승계 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아직도 상당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와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소관 중앙행정기관인 환경부 및 행정안전부의 이에 대한 엄격한 지침의 작성 및 각 지방자치단체로의 시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2012-02-09
MMORPG 게임머니 환전행위는 합법
Ⅰ. 들어가며 최근 언론에서 리니지 게임의 게임머니 환전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게임업계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향후 게임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본 판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보도 중에는 본 판결의 내용 및 취지를 잘못 전달하는 부분도 있어 필자는 항소심부터 이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로서 동 판결의 의미와 내용을 명확히 밝히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Ⅱ. 사실관계 개요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 김모씨와 이모씨는 공모하여 2007년경 약 2,000회에 걸쳐 리니지 게임의 게임머니인 '아덴'을 매입하고 환전하는 행위를 했다. 검찰은 김씨와 이씨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진법') 제44조 제1항 제2호, 제32조 제1항 제7호 위반으로 기소하였고, 원심법원(부산지방법원 2008. 12.24. 선고 2008고정1584)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참고로 이 사건에서는 게진법 위반 여부 이외에 주민등록법 위반, 사기죄 성립 여부가 다투어졌으나 본 판례평석에서는 이러한 논점은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항소심 법원(부산지방법원 2009. 7.10. 선고 2009노99판결)은 원심법원의 게진법 혐의에 대한 원심의 유죄판단을 파기하고 이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게임머니는 게진법에서 정한 환전금지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무죄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판결의 요지 본 대법원 판결은 항소심 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실질적인 판시 내용이 있는 항소심 판결을 위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 항소심은 게진법 제32조 제1항 제7호 요건 및 게진법 시행령 제18조의3 각호의 요건들을 상세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항소심은 주로 위 조항들에 대한 해석론을 전개하여 결론을 도출하였는 바,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관련 조항의 내용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게진법 제32조 제1항 제7호 제32조 (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 다만, 제4호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사행행위영업을 하는 자를 제외한다. 1.~6.호 생략 7.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 -게진법 시행령 제18조의 3 제18조의3 (게임머니 등) 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1.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 2. 제1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의 대체 교환 대상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게임의 진행을 위하여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도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등의 데이터 3. 게임제작업자의 컴퓨터프로그램을 복제, 개작, 해킹 등을 하거나 게임물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생산·획득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 등의 데이터 항소심은 이 사건 게임머니인 아덴이 게진법 시행령 제18조의 3 제1호 내지 제3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 및 이와 유사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먼저 동 시행령 제2호의 적용 여부와 관련해서 이 사건 게임머니는 리니지 게임 자체에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대체교환 수단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고, 동 시행령 제3호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게임 프로그램 자체를 복제, 개작, 해킹하거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이 사건 게임머니를 획득한 것이 아니므로 제3호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동 시행령 제1호의 전문 부분과 관련해서는 리니지 게임의 정상적인 작동방식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는 일정한 금액을 먼저 '베팅'한 후 카드, 주사위, 룰렛 등 게임 방법으로 당첨자를 결정하여 당첨자들 사이에서만 게임에 유입된 전체 베팅 금액을 분배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동 시행령 제1호 후문 부분과 관련해서는 원심은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라 함은 게임 내에 명확하게 베팅 또는 배당에 해당하는 요소를 찾아볼 수 없더라도 (마치 그러한 요소가 있는 경우와 같이) 개인의 노력이나 실력 등에 좌우되지 않는 우연적 요소로 게임의 승패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게임에 참가한 일부의 사람만이 자신이 게임참가 당시 본래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득, 즉 게임머니를 획득하게 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Ⅳ. 쟁점의 분석 1. 게진법 조항의 배경 및 취지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게진법 제32조 제1항 제7호는 2007. 1.19. 게진법 개정을 통하여 새로이 추가된 조항으로서, 2006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건이 있은 이후 도박성, 사행성 있는 게임머니의 환전을 금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위 게진법 조항은 원칙적으로 고스톱, 포커 등의 이른바 '보드게임'이나 빠징코 등의 릴게임에 적용되는 것이고, MMORPG를 비롯한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의 게임머니 등은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위 게진법 조항의 배경 및 취지를 고려할 때 도박성, 사행성 게임과는 무관한 MMORPG 게임머니에 대해서는 동 시행령 제3호의 소정의 게임 프로그램 자체를 복제, 개작, 해킹하거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획득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 게진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러한 입장을 확인한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 동 시행령 각호 사유의 의미 동 시행령에 나열된 각호 사유에 대한 문언적 의미와 관련하여 먼저 제1호 사유의 적용대상은 결국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제1호 전문)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한(제1호 후문) 게임머니를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개념징표가 게진법 제2조 제1호의 2 소정의 '사행성게임물'의 요건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게진법 제2조 제1호 2 가목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호 나목은 '우연적인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시행령 규정은 게진법 자체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행성 게임물의 개념 요건을 차용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이라는 문언은 결국 '사행성' 혹은 '사행성 있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행성이란 '실력, 노력에 의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운이나 우연에 의하여 요행을 바라고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행성의 개념과 관련하여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사행행위'란 '다수인으로부터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 방법에 의하여 득실을 결정하여 재산상의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고, 독일 민법은 사행성(aleatorisher Charaketer) 있는 노름과 내기에 대하여 제762조 내지 764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행성의 정의 및 실정법 규정들을 종합한다면 사행성의 요건은 ① 당사자들 모두 재산상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고 ② 의무발생이 우연 또는 주관적으로 불확실성과 연결되어 있으며 ③ 이러한 사실이 당사자 합의의 주된 내용이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추후 게임관련 혹은 사행성 관련 법률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행성 요건 혹은 개념징표를 하나의 해석기준으로 이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MMORPG 게임머니로 돌아와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게임머니의 거래 혹은 환전에는 재산상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는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MMORPG 게임머니는 게임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의 일환인 전투, 사냥, 생산 등을 통하여 취득하는 것이고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 게임머니를 지급, 교환 및 이 사건에서 문제된 환전행위에도 상대방은 상호 합의한 대가를 지급 또는 교환하는 것이므로 '우연에 따라 손실 위험을 부담하는 당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취지에서 항소심은 이 사건 게임머니가 우연적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고,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판시했다. ① 리니지 게임은 이른바 MMORPG로서 스토리 텔링(story-telling)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고 ② 게임이용자는 5종족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표상하는 캐릭터를 생성한 후 사냥, 대전 등을 통해 아덴, 아이템 등을 획득하고 이를 통하여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게임에 참여하며 ③ 게임 내에서 아덴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속칭 '노가다 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야 하고 ④ 획득하는 아덴에 대해서는 사냥에 성공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없으며 ⑤ 특히 캐릭터와의 싸움을 통한 아덴 획득에 있어서는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무기 등의 아이템에 의지하는 바가 크고 ⑥ 획득된 아덴은 게임내 상인, 이용자들과 교환, 아이템 구입 등의 방식으로 사적 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의하면,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하여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므로 아덴을 우연적인 방법에 의하여 획득된 게임머니라 할 수 없다고 설시 하였다. 기타 동 시행령 제2호, 제3호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항소심에서 게진법 조항의 문언에 충실한 법 해석을 하였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검토하지 않도록 하겠다. Ⅴ. 마치며 게진법 제정 이전부터 실무계에서는 MMORPG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 현금 거래 및 환전행위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학계에서도 일부 이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왔다. 특히 위 게진법 조항이 도입된 이후 동 조항이 다양한 형태의 게임 디지털콘텐츠의 거래행위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불분명한 상황이었으나, 이번 판결을 통하여 MMORPG 게임머니 환전행위에 대한 명쾌한 법리적 판단기준이 제시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국내 게임 디지털콘텐츠 거래시장은 1조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로 성장하였고, 전세계적으로는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MMORPG를 비롯한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게임업계 현황을 고려할 때 MMORPG 게임머니의 환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부인하여 위 게진법 규정의 가벌성 범위를 제한한 이 사건 판결은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적 공백상태와 다름 없었던 게임 디지털콘텐츠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법리적 연구가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 등의 게임 디지털콘텐츠 및 그 거래행위의 법적 성격, 게임 디지털콘텐츠의 소유권 혹은 권리귀속 관계, 인접 지적재산권과의 관계, 게임회사의 게임 디지털콘텐츠 현금거래 금지 등이 앞으로의 주요 연구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0-01-21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시행인가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사안의 개요 A아파트주택재건축조합은 동 아파트 단지의 구분소유자 중 재건축결의에 동의하는 자를 조합원으로 하여 주택재건축사업(이하 ‘이 사건 재건축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하기 위하여 2001. 8.19.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용적률을 285.12%로 적용하여 42평형 705세대를 건축하며, 조합원 전원에게 42평형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내용 등의 사업시행계획이 포함된 재건축결의를 한 뒤, 2002. 2.1. B 구청장으로부터 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합은 2005. 4.2. 임시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492명 중 서면결의서 제출자를 포함하여 299명의 찬성으로 용적률을 271.12%로 적용하여 25평형 144세대, 32평형 281세대, 43평형 282세대 등 총 707세대를 신축하기로 하는 사업시행계획변경안을 결의한 다음, 사업시행계획서 등을 첨부하여 2005. 3.25. B 구청장에게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인가신청을 하여 2005. 5.16.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라 한다) 제28조 제1항에 의하여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인가를 받았다. 이에 사업시행계획의 변경으로 42평형을 받지 못한 주민들이 이 주택재건축정비사업시행인가의 취소를 구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구 도정법 제16조 제2항의 가중된 의결 정족수에 의한 찬성결의로 결정된 재건축결의사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 법 제16조 제2항의 가중된 의결 정족수에 의한 찬성결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변경될 수 없고, 따라서 조합의 사업시행계획도 원칙적으로 재건축결의에서 결정된 내용에 따라 작성되어야 하지만,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을 재건축결의에서 결정된 내용과 달리 작성한 경우 이러한 하자는 기본행위인 사업시행계획 작성행위의 하자이고, 이에 대한 보충행위인 행정청의 인가처분이 그 근거 조항인 위 법 제28조의 적법요건을 갖추고 있는 이상은 그 인가처분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Ⅲ. 문제의 제기 사안에서 주된 쟁점은 사업시행인가신청에 요구된 조합원의 동의에 따른 의결정족수의 충족여부이다. 즉, 구 도정법 제16조는 제2항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주택단지 안의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동의와 주택단지 안의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5의 동의를 얻어 시장·군수에게 인가를 받아야 하고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도 같으며,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조합원의 동의 없이 시장·군수에게 신고하고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아울러 법 제28조 제1항은 “사업시행자는 제30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시행계획서에 소정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군수에게 제출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제4항은 “사업시행자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미리 정관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토지 등 소유자(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는 조합원을 말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었다. 구 도정법 제28조 제4항상의 조합원의 동의상의 의결정족수와 관련해서 동법 부칙 제6조 등에 의거하여 동법 제16조 제2항상의 의결정족수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1심(서울행정법원 2006. 11.28. 선고 2006구합10849 판결)의 기조가 원심(서울고법 2007. 7.19. 선고 2007누2069 판결)과 대상판결에 그대로 이어졌다. 관련법규정의 체계에서 의결정족수와 관련해선 다툴 여지가 없다고 여겨지나, 보충행위로서의 인가의 차원에서 접근한 대상판결의 접근방식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Ⅳ. 공동적 사권형성적 행정행위로서의 인가의 개념적 징표 여기서의 인가가 보충행위로서의 인가인가? 통상 인가는 보충행위로 일컫는데, 그 본질은 당사자간의 법적 행위의 효력을 완성시켜주는 추인이다(이하의 내용을 포함한 인가론에 관한 상세는 졸저,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271면 이하). 어떤 행정행위가 인가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물음에서 전적으로 법문상의 표현에 의거하여 접근하면 자칫 인가가 아닌 인가를 제도화할 우려가 있다. 행정 작용형식의 체계에선 행위의 성질을 법형식을 위주로 판단하되, 그것이 명백히 형식선택의 남용일 때 실질적 관점이 통용된다. 인가여부의 물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인가의 관련 근거규정을 통해서 (진정한) 인가의 본질이자 인가를 다른 형성적 행정행위와 구별되게 하는 결정적인 기준인 보충행위적 성격과 완성행위적 성격이 확인되어야 한다. 전자는 기본행위와의 관계에서 인가의 부종성(Akzessorietatsprinzip)이, 후자는 인가의 법정조건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요컨대 인가의 본질이 추인인 점에 비추어 인가가 먼저 성립한 법률행위의 효력요건에 해당한다는 점과 인가이전의 법상태가 법률행위의 효력이 (유동적으로) 발생하지 않은(unwirksam) 점이 결정적 잣대가 된다(한편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와 하자에 기인한 법률행위의 무효인(nichtig) 경우는 엄별해야 한다는 점에서, 토지거래계약허가제와 관련하여 판례와 문헌이 ‘유동적 무효’로 기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법문에서 인가란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관련 규정을 통해서 이상과 같은 인가의 본질적 징표가 확인되지 않으면, 인가로 보아선 안 된다. 법률용어의 사용에 그다지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입법현실에서 허가는 모두 강학상의 자연적 자유의 회복의 의미에서의 허가가 아니다. 그런데 허가와 관련해선 허가위반행위가 토지거래계약허가(「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18조 제6항)처럼 법률에 의해 또는 (단속규정에 대비된) 효력규정을 동원한 판례에 의해 효력이 부인된다. 결과만을 보면 기본행위의 효력불발생이 초래되어 인가와 다를 바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여기선 기본행위(법률행위)의 유동적 효력불발생(schwebende Unwirksamkeit)을 전제로 한 추인적 성격을 발견할 수 없다(비록 대법원 1991. 12.24. 선고 90다12243 전원합의체판결이 유동적 효력불발생을 바탕으로 ‘토지거래계약허가’의 성격을 인가로 분명히 하였지만 법규정상 그것이 허가로서 사전적 통제로서도 기능하는 점을 배제할 순 없다). 그런데 이런 허가를 사전통제메카니즘인 본래의 허가와 동일한 차원에서 논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양자는 분명히 다르다. 이런 상황을 설득력있게 논증하기 위해선, 허가위반행위의 사법적 효력불발생을 인가인정의 필요요건으로 봐야 한다. 무허가행위가 무효로 되더라도 추인적 성격이 확인되지 않는 한, 그 허가는 진정한 인가로 되지 않는다. 동시에 본래의 허가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허가는 ‘부진정한 인가’로서 인가적 요소(무허가행위의 무효)와 허가적 요소(사전적 통제)를 함께 지닌다. 그런데 행정법규위반행위가 사법적으로 유효인지 무효인지 하는 사법적 평가를 연계시켜 인가성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다분히 도치적 논증이다. 따라서 효력불발생규정(예: 민법 제42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18조 제6항)에 의거하지 않고, 허가위반행위가 효력규정위반으로 그 효력이 부인된다고 하여, 이 점을 갖고서 해당 허가를 -부진정일 망정- 인가로 파악하여선 아니 된다(가령「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35조상의 재산처분승인의 경우, 동규정이 효력규정에 해당하여 무승인재산처분이 무효가 된다(대법원 2004. 10.28. 선고 2004다5556판결) 하더라도 여기서의 승인은 인가가 될 순 없다. 동 판결에 대해선 정선재, 보조사업자가 보조금에 의하여 취득한 부동산을 중앙관서 장의 승인 없이 처분한 경우의 효력, 대법원 판례해설 제52호(2004년 하반기, 35면 이하 참조). 왜냐하면 인가제란 사적 자치가 통용되는 사법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의 일종인 점에서, 그것의 효과발생영역과 무관하게 공법체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Ⅴ. 住宅再建築整備事業施行認可의 法的 性質-許可 구·현 도정법 제28조는 ‘사업시행인가’의 표제 하에 「① 사업시행자는 정비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30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시행계획서(이하 ‘사업시행계획서’라 한다)에 정관 등과 그 밖에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군수에게 제출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받은 내용을 변경하거나 정비사업을 중지 또는 폐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시장·군수에게 이를 신고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시행자가 수립한 사업시행계획(서)은 그 자체 법적 행위가 아니라, 정비사업에 관한 하나의 사업안과 흡사하다. 따라서 여기선 기본행위인 법률행위를 보충하는 인가의 틀을 상정할 수가 없다. 요컨대 여기서의 認可는 (사전적인) 금지의 해제로서의 성격을 갖기에 사업시행을 허용하는 허가의 일종이며 사업시행계획은 그 허가요건인 셈이다(광업법상의 채광계획인가는 물론,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 제9조에서의 사업시행인가 역시 허가에 해당한다). 그리하여 사업시행인가는 건축허가의 경우처럼 이중효과 즉, 사업안의 적법성을 확인하는 확인적 효과와 사업시행을 허용하는 형성적 효과를 갖는다. Ⅵ. 맺으면서-입법차원의 ‘必也正名乎’ 행정법도그마틱은 어떤 행정작용이 현행법질서에서 적법한지 위법한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소임이다. 名實相符하지 않는 예가 상례일 정도인 입법현실에서, 법적 논의의 출발점은 확고한 準據에 터 잡아 행정작용의 법적 성질을 가늠하는 것이다. 자칫 입법상의 표현에 사로잡힌 나머지 판단을 그르치곤 하는데, 그 같은 또 하나의 예가 바로 대법원 1996. 2.15. 선고 94다31235 전원합의체 판결이래로 관리처분계획을 행정처분으로 판시한 것이다. 그것은 조합구성원들의 합의의 산물로서 총회에서 의결된 자치규약의 일종이며, 그 실질은 조합설립행위처럼 私法的 行爲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행정처분으로 봄에 따라 조합총회 결의에 관한 분쟁의 성격을 두고서 불필요한 논의가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그 본질이 설권행위로서의 특허임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조합설립인가의 성질에 관해 그간 별반 의문이 제기되지 않은 사실이 증명하듯이, 認可制 자체가 행정법도그마틱의 死角地帶에 놓여 있다. 요컨대 이름부터 바로 잡는 것(必也正名乎)이 입법차원에서 구현되기 위한 바탕은 바로 公私法의 경계에 위치한 認可制에 관해 정연한 행정법도그마틱을 정립하는 것이다.
2009-04-13
지방세법상 수정신고제도에 관한 쟁점 및 그 개선점
Ⅰ. 사안의 개요 원고는 대상 토지에 주상복합건물을 건축할 목적으로 2003년 5월20일 토지주들과 사이에 대상 토지에 대한 일정매매대금보장 및 상가개발완료 후 개발이익을 분배하기로 하는 소위 지주합동 개발방식에 의한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계약의 특성상 개발완료되기 전에는 구체적인 토지매매대금을 확정하기 어려워 원고는 대상 토지 중 1/2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뒤 2003년 6월28일 상가 건축 착공과 동시에 위 1/2 지분에 관한 1차 매매대금으로 3억4,000만원을 기재하여 관할 용인시에 취득신고를 한 후 이에 대한 취득세로 680만원, 등록세로 340만원 합계금 1,020만원을 납부하였습니다. 그런데 2003년 7월5일 원고 고문 세무사의 조언에 따라 후일 정산에 따라 토지 취득가액을 약정(상가분양이 성공하여 수익이 최대한으로 난 경우 개발이익을 포함하여 매매대금으로 정산하기로 하였음) 최대금액인 34억원으로 수정 신고하기로 하고 이를 위하여 위 2003년 6월28일자 기납부한 3억4,000만원에 대한 취·등록세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인 31억6,000만원에 대한 취득세로 6,120만원, 등록세로 3,672만원 합계금 9,792만원을 추가 납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7년 7월에 이르러 위 사업이 완료되었으나, 경기침체로 분양에 실패하였다. 그리하여 토지주들과의 정산에서 당초 토지주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개발이익 지급이 불가능하게 된 점을 서로 인식하였고, 이에 기하여 원고와 토지주들 간에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은 당초 기본 토지대금인 6억8,000만원으로 정하여 최종 정산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위 최종 정산 합의에 기하여 원고는 2007년 8월30일 나머지 1/2지분에 대한 토지 대금 3억4,000만원을 지급한 후 그에 대한 소유권이전을 마침과 동시에 피고 용인시에 위 3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취·들곳에 취득세로 680만원, 등록세로 340만원 합계금 1,020만원을 납부하였다. 또한, 원고는 위와 같은 사정에 기하여 2007년 8월27일과 29일 2회에 걸쳐 피고 용인시에 대하여 당초 2003년 7월3일 원고가 이 사건 토지 1/2분의 대금을 34억원으로 계산하여 과납한 이 사건 취·등로게에 대해 (감액)재수정신고를 함과 동시에 그 차액인 30억 6,000만원에 대한 취·등록세금인 금 9,792만원의 환급도 요청하였다. 그런데, 피고 용인시장은 이에 관하여 2007년 8월29일 객관적 자료 불비를 사유로 이 사건 원고의 과오납금환부신청에 대한 환부거부처분을 하였다. Ⅱ. 국세기본법상 경정청구제도 및 지방세법상 수정신고제도에 대하여 가. 세법은 국가 등의 재정수요의 확보와 국민의 재산권보장이라는 서로 다른 목적을 지향하므로 조세행정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재산권에 관한 침해의 성격을 띠게 마련이다. 그 해소를 위하여 세법은 과세주체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관인 과세관청의 위법·부당한 처분으로 인하여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받은 경우 이에 불복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특별히 마련하고 있다. 종전에 신고주의 조세에 있어서 신고납부를 잘못하였을 때, 즉 납세의무가 없는데도 신고납부를 했거나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여 신고납부한 경우, 구국세기본법(1994년 12월22일 개정되기 전) 제45조의 수정신고제도는 수정신고기한이 지나치게 짧고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기한 내에 제출한 자에게만 인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 지방세에는 준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어 세법상 구제의 범위가 매우 좁았으며, 그 구제범위 밖에서는 신고행위가 당연무효의 경우, 즉 신고행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부당이득반환의 법리에 따른 민사상 구제가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운용되어 왔다. 이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구제에 지나치게 불충분한 구제방법이었으므로 1994년 12월22일 개정 국세기본법에서는 종전의 수정신고제도 외에 같은 법 제45조의2로 경정청구제도를 마련하여 이를 보완하게 되었다. 경정청구는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또는 세액에 잘못이 있기 때문에 하는 통상적 (감액)경정 청구(기법 42조의2 1항)와 후발적 사유에 의하여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계산의 기초에 변동을 생기게 하였기 때문에 하는 후발적 경정 청구(기법 45조의2 2항)가 있다. 이는 납세의무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경정청구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된다. 한편, 용어상 경정청구는 조세의 감액을 목적으로 하나, 수정신고는 조세채무의 증액을 목적으로 하고, 신고주의 조세에 있어서 수정신고에 의하여 조세채무를 수정·확정시키는 효력이 있으나, 경정청구는 경정청구만으로 조세채무가 변경되지 않으며 과세관청이 경정을 하여야 비로소 조세채무가 변경된다는 점이 서로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지방세에 있어서 경정청구제도 지방세법은 제71조에 지방세의 신고납부에 관한 수정신고의 규정, 신고납부한 법인세할 주민세의 수정신고 규정이 각 있으나, 그 규정내용은 증액수정신고 뿐만 아니라 감액수정신고규정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세법상의 경정청구에 관한 규정은 국세기본법상 경정청구제도를 규정하기 이전의 수정신고(감액수정신고)제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고 납세자의 권리구제 면에서는 지극히 미비하다고 하겠다. 다만, 위 지방세법 규정의 도입으로 신고납부 또는 수정신고 납부를 한 경우에는 그 신고납부를 한 때에 처분이 있었던 것으로 간주하여 신고납부 또는 수정신고 납부를 처분의 범위에 포함시킴으로써 신고납세방식 지방세의 신고 납부행위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수정신고기한이 도과 되지 아니하거나 이의신청 또는 심사청구기한이 경과하지 아니한 신고납부행위는 감액수정신고를 거쳐,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개정 지방세법 제71조 제1항은 ‘이 법에 의한 신고납부기한 내에 지방세신고납부한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날부터 60일 이내에 수정신고 할 수 있다. ① 신고납부한 후에 과세표준액 및 세액계산의 근거가 되는 면적·가액 등이 공사비의 정산, 건설자금의 이자계산, 확정판결 등에 의하여 변경되거나 확정된 경우 ② 신고납부 당시에 있어서 증빙서류의 압수 또는 법인의 청산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과세표준액 및 세액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었으나 그 후 당해 사유가 소별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방세법 제71조는 그 수정신고납부대상에 관하여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그것도 법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이는 국세기본법상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비하여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다. 또한, 지방세법 제177조의3 제1항은 ‘납세의무자가 제177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신고납부한 법인세할의 시·군별 안분계산세액에 오류를 발견한 때에는 신고납부한 날부터 60일 내에 이를 수정신고 납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수정신고납부를 하는 때에는 … 환부 받을 세액에 대하여는 신고와 동시에 환부신청을 하거나 다음 연도 분 법인세할에서 환부 받을 세액을 공제하고 신고 납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3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정신고납부로 인하여 …… 환부하는 세액에 대하여는 제46조의 규정에 의한 환부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세법상 수정신고제도와 국세기본법상의 경정청구제도를 비교하면, 국세에 있어서의 수정신고제도와 일반적인 경정청구제도가 지방세법에 도입되지 않은 반면, 지방세에서는 국세에 있어서의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불복대상으로 신고납부를 처분으로 의제하는 방식으로 항고소송으로 다툴 여지를 남김으로서 국세에 있어서의 일반적인 경정청구제도의 일부만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방세법에서 도입한 위 수정신고제도는 현재 국세에서 시행하는 수정신고와는 그 용어적 의미가 다르며, 국세의 경정청구제도와도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판례도 경정청구에 관한 국세기본법의 규정은 조문의 체제상 지방세에 준용되지 않는다고 본다(대법원1999년 7월23일 선고 98두9806판결). 즉, 지방세법상 수정신고는 일반적 사유에 의한 증액수정신고뿐만 아니라 감액수정신고도 가능하나 후발적 사유로 인한 경우에만 가능한 반면 국세의 경정청구는 일반적인 사유로 인한 경정청구제도와 후발적 사유로 인한 경정청구제도가 모두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세의 경우 그 구제범위가 제한적이다. Ⅲ. 이 사건 판례의 타당성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 용인시에 2007년 8월27일 제출한 “취등록세 환급요청서”라는 제목의 문서에 기재된 “과오납 수정내역은 당초 3억4,000만원에서 30억6,000만원으로 수정신고 했던 것을 당초 3억4,000만원으로 재수정코자 합니다”라는 문구를 법원은 지방세법 제7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고납부한 후에 과세표준액 및 세액계산의 근거가 되는 면적·가액 등이 공사비의 정산 등에 의하여 변경되거나 확정된 경우 내지, 신고납부 당시에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과세표준액 및 세액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었으나 그 후 당해 사유가 소멸한 경우로서 수정신고를 적법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수정신고에 따른 과납세금환급청구를 거부한 피고의 처분은 부당한 거부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취소하였다. 위 판례는 사실상 토지취득가액의 변경이 있는 경우 수정신고를 통한 구제방안에 관한 선례적인 판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방세법상 수정신고 제도를 통한 납세자의 구제수단은 국세에 비하여 그 요건과 절차 면에서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실무상 실제 구제받는 경우란 극히 드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비록 후발적 사유로 인한 경정에 해당하는 수정신고이지만, 지금까지 전무한 선례적 판결이라는 점에서 향후 지방세법상 수정신고제도가 국세와 마찬가지로 보다 폭넓은 구제방안을 규정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Ⅳ. 결론 결국 지방세법상의 수정신고는 국세의 후발적 사유로 인한 경정청구제도만을 수정신고제도라는 명칭으로 수용하면서 국세의 경우와 달리 후발적 사유에 의한 수정신고만을 인정하며 증액수정신고까지 포함하고 있는 어중간한 구조를 띄고 있다. 필자의 개인 사견으로는, 지방세법에서 굳이 국세와 다른 구제제도를 채택하여 납세자의 구제방안을 축소할 합리적인 이유가 전혀 없고, 무엇보다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도 국세와 다른 구제제도로 인해 혼란과 불편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입법론적으로는 지방세의 경우에도 국세의 수정신고제도와 경정청구제도를 그대로 도입하여 국세와 차등 없이 동일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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