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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산권의 공유자 1인에 의한 심결취소소송
1998년3월 특허법원이 설립되기전 우리 대법원은 산업재산권의 공유관계를 민법상의 合有에 준하는 권리로 파악하고, 산업재산권에 대한 심판사건에 있어서는 공유자 전원이 심판의 청구인 또는 피청구인이 되어야 하고, 그 심판절차는 공유자 전원에게 합일적으로 확정되어야 하므로 필요적 공동소송관계에 있으며, 항고심판절차 역시 동일하다고 판시하여 공유자 중 1인에 의한 항고심판도 적법하다고 하였다 (대법원 1987.12. 8. 선고 87후111 판결 참조). 그런데, 특허법원과 특허심판원이 설립되면서 양 기관사이에는 상하급심관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는데도 심판사건에 있어서는 공유자 전원이 심판의 청구인 또는 피청구인이 되어야 한다(특허법 139조 참조)는 산업재산권의 규정만에 의해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소송의 제기에 대해서도 위 특허법 139조를 준용하여 공유자 전원이 소송을 제기하여야만 하는지에 관하여 의문이 제기되어왔다. 만약 그와 같이 해석하게 된다면, 공유자 전원의 동의 없이는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되어 산업재산권의 공유자 1인의 권리를 현저히 약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산업재산권에 관련한 일본의 사법제도는 우리나라와 거의 동일하게 특허청에서 심결을 하고, 동경고등재판소에서 심결취소소송을 담당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공유자에 관한 심판규정인 일본특허법 132조는 우리 특허법 139조와 동일한 취지의 규정인데, 이와 관련된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와 소외 회사는 ‘ETNIS’라는 영문자상표에 대한 공유자이다. 피고는 원고와 소외 회사를 피청구인으로 하여 위 상표의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고, 특허청은 위 등록상표가 무효라는 취지의 심결을 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만이 동경고등재판소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동경고등재판소에서는 심결취소소송은 합일확정의 필요상 상표권의 공유자인 원고 및 소외 회사가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하여야 함에도 원고만이 소송을 제기하였고, 소외 회사는 출소기간을 경과하였음이 명백하여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가 상고하여 일본 최고재판소는 동경고등재판소판결을 아래와 같은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즉, 「등록된 상표에 있어서 무효심결이 되어진 경우에, 그것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출소기간을 경과한 경우에는 상표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되고,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는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된다. 따라서, 위 취소소송의 제기는 상표권의 소멸을 방지하는 보존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유자의 1인이 단독으로도 할 수 있고, 소를 제기 하지 않은 공유자의 권리를 해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위 취소소송이 필요적 공동소송이라고 해석되어지고 단독제기의 소를 부적법하다고 하면, 출소기간의 만료와 동시에 무효심결이 확정되어 부당한 결과가 됨에 틀림없다. 단독소송제기가 가능하다고 해석되어지더라도 그 소송에서 청구인용의 판결이 확정되어진 경우에는 그 취소의 효력은 타 공유자에게도 미치고, 반면 청구기각판결이 확정되어진 경우에는 타 공유자의 출소기간만료에 의해 무효심결이 확정되어지기 때문에 어느 경우에도 합일확정의 요청에 반하는 사태는 생기지 않는다. 각 공유자가 공동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이들 소송은 유사필요적 공동소송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지기 때문에 병합해서 심리판단 되어도 합일확정의 요청은 만족되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부가하여 거절결정불복의 심결취소소송절차에 관해서는 합일확정의 필요성이 있어 공유자 전원이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면 원고적격이 없어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종래 최고재판소 판결(최고재 평성6년 行ツ 제83호 동7년3월7일 제3소법정판결 참조)과 관련해서는 이 건 판결과 사안을 달리하므로 참작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현재의 일본최고재판소의 견해를 종합하면, 거절결정불복의 심결취소 소송은 권리부여의 가부를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절차로서 합일확정의 필요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공유자 전원이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데 반해, 등록무효심결에 대해서는 권리소멸을 막는 보존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유자 1인이 단독으로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두 종류의 심결취소 소송을 구별할 실익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는 특허법원이 설립된 이후 이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는 아직 없고{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은 그 소송의 목적이 공유자 전원에게 합일적으로 확정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고유필요적 공동소송으로 보아 공유자 전원이 공동으로 제기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1999. 5. 28. 선고 98허7710 판결)},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특허소송실무 책자에서는 공유자 전원이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으나, 이 견해를 취할 경우 산업재산권자의 권리 보호가 소홀해지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대법원은 실용신안권소멸등록처분취소 사건에 있어서 실용신안권의 공유자 중 1인에 의한 소송행위가 적법하다는 전제 하에서 실용신안권자는 실용신안권이 특허청장의 직권에 의해 불법 또는 착오로 소멸된 경우 이를 회복등록신청할 권리가 있으며, 실용신안권자의 실용신안권회복신청을 특허청장이 거부하였다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는데(2002. 11. 22. 선고 2000두9229), 심결취소소송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2003-02-06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취지의 해석을 전제로 한 한정위헌결정이 가능한지 여부
1. 글머리에 헌법재판소는 2002. 7. 18.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의 위헌여부에 관한 2002헌바57 헌법소원사건에서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 주문은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은 퇴직 후의 사유를 적용하여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를 제한하는 범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인데, 위 결정이 갖는 특징은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0두4514 판결에서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의 의미에 관하여 같은 취지의 해석이 이미 내려진 상태에서 한정위헌결정을 하였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에서 제1항의 규정과 달리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라든가 ‘재직중의 사유로’라는 표현을 빠뜨리고 있다고 하여도 이는 제1항의 기본 규정에서 말하는 위 요건을 당연히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새겨야 할 것이므로, 같은 법 제64조 제3항은 공무원이 재직중 그에 열거된 죄를 범하고 그로 인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된 경우에 한하여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으로서 퇴직 후 그와 같은 죄를 범한 경우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된다 하더라도 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한정위헌결정을 하더라도 대상 법률조항의 해석에 대한 대법원의 선례가 있는 경우, 그 해석을 전제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이 이미 내린 해석과 같은 취지를 나타내는 한정위헌결정을 한 적은 없다(대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합헌이라고 한 예는 헌법재판소 1995. 5. 25. 91헌바20 결정, 2001. 1. 18. 99헌바63 결정, 2001. 12. 20. 2001헌가6 결정 등, 대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그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한 예는 1994. 12. 29. 93헌바21 결정). 한정위헌이라는 결정형식의 인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이 글에서는 대법원 판례와 동일한 취지의 한정위헌결정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하여만 검토하기로 한다. 2. 관련 법률조항 공무원연금법 제64조 ①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감액하여 지급한다. 이 경우 퇴직급여액은 이미 납부한 기여금의 총액에 민법의 규정에 의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이하로 감액할 수 없다. 1. 재직중의 사유로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때 2. 탄핵 또는 징계에 의하여 파면된 때 ② (생략) ③ 형법 제2편 제1장(내란의 죄), 제2장(외환의 죄), 군형법 제2편 제1장(반란의 죄), 제2장(이적의 죄), 국가보안법(제10조를 제외한다)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는 이미 납부한 기여금의 총액에 민법의 규정에 의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반환하되 급여는 지급하지 아니한다. 3. 사건의 경과 헌법소원 청구인은 공무원으로 재직하였다가 퇴직하여 퇴직연금과 퇴직수당을 지급받았는데, 퇴직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청구인에 대하여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과 동법 제31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기지급된 퇴직급여금에서 청구인에게 반환할 기여금(청구인으로부터 납부받은 기여금 및 이에 대한 민법 소정의 이율에 의한 이자)을 공제한 금원을 납부(반납)하라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서울행정법원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퇴직급여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청구기각되었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여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에 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당해사건에 대한 청구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청구인이 상고를 하지 않아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퇴직 후의 사유를 적용하여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를 제한하는 범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4. 검토 (1)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이란 어느 법률규정이 한편에서는 위헌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합헌적인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 그 법률규정을 위헌적인 상태대로 해석·적용하여서는 아니되고 합헌적이고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를 위헌이라고 판단하여서도 아니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는 모든 법률해석·적용자가 따라야 할 일반원칙으로서, 대법원은 “어떤 법률이 한 가지 해석방법에 의하면 헌법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른 해석방법에 의하면 헌법에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헌법에 합치하는 해석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1992. 5. 8.자 91부8 결정), 헌법재판소도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그 어의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인 해석을 택하여야 하며, 이에 의하여 위헌적인 결과가 될 해석을 배제하면서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일반원칙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1. 4. 1. 89헌마160 결정 등).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퇴직 후의 사유를 적용하여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를 제한하는 범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함으로써, 대법원이 퇴직 후 소정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동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이 대법원이 어떤 법률규정에 대하여 헌법합치적 해석원칙에 따라 합헌적 해석을 하였음에도 헌법재판소가 그와 다른 해석, 즉 헌법불합치적 해석을 전제로 당해 법률규정에 대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하는 것은, 합헌적 해석이 가능한 경우 위헌이라고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 위와 같은 한정위헌결정은 당해 법률규정에 대한 헌법합치적인 해석이 무엇인지를 다시 확인하고 합헌적 해석을 강조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헌법합치적 해석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결정을 위헌결정의 일종으로 보고 있으므로 이러한 입장에 서는 한 위와 같은 반론은 타당하지 않다. 대법원의 합헌적 해석과 같은 취지를 나타내는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하면, 법원 또는 행정기관이 합헌적으로 해석·적용을 하고 있는 법률규정에 대하여도 그와 다른 해석을 전제로 하여 한정위헌결정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고, 이는 합헌적인 해석·적용을 통하여 위헌의 소지가 제거된 법률조항에 대하여도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부당하다. 이 사건에서는 당해사건의 1심, 2심에서 모두 위헌적인 해석을 하였고, 그후 대법원이 다른 사건에서 동일 쟁점에 관하여 헌법합치적 해석을 한 것이어서 해당 법률규정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이 확립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대법원의 해석과 동일한 취지의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법령의 해석통일을 위한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의 합헌적 해석을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단지 하급심의 잘못된 헌법판단을 바로잡기 위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하는 것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또다른 문제점들을 야기하게 되므로 위와 같은 주장을 수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2)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이 야기하는 문제점 ① 헌법재판소의 기능변화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한, 위 조항에는 아무런 위헌적 요소가 없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합헌선언을 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함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굳이 한정위헌결정을 한 이유는, 당해사건이 이미 확정된 상태여서 합헌결정을 하면 청구인이 구제받을 길이 없게 되자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써 재심을 통한 구제의 길을 열어주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은 위헌법률을 심사하게 되는 계기만 다를 뿐 위헌법률심판과 동일한 성질의 것이고, 위헌법률심판이나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의 본래의 목적은 모두 위헌법률을 제거하는 규범통제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 하급심의 해석에 따라 권리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당사자를 구제하기 위하여 대법원의 합헌적 해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정위헌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국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이 구체적 권리구제를 위하여 기능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위헌법률심사를 통하여 규범통제의 기능을 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구체적 권리구제기관으로 변화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② 한정위헌결정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되었다고 하여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확정된 당해사건의 결과를 번복하기 위하여서는 재심을 통할 수밖에 없는데, 구체적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한정위헌결정을 재심사유로 보지 않는 상태에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사자에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키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양 기관 사이에서 갈등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은 실질적으로 특정 하급심에 의한 법률해석의 잘못을 지적하고 청구인의 권리가 보호되었어야 함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개별적인 재판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한정위헌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는 반면 그밖의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낳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③ 심급제도에 대한 혼란 대법원에 의한 합헌적 해석의 선례가 있음에도 하급심에서 그 해석을 달리하여 위헌적 해석·적용을 한 경우에,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선례와 동일한 취지의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면, 당사자는 불복에 의하여 교정을 받을 수 있는 하급심의 법률판단에 대하여 상소에 의하지 아니하고 막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되어 헌법재판이 통상의 소송절차(상소절차)를 대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이 하급심 판결 당시 대법원의 선례가 없던 경우에는 당사자가 통상의 불복절차를 회피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떠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판단은 규범적 판단으로서, 당사자의 의도나 당해사건의 확정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는 없으므로, 헌법소원 결정 시점에서 대법원의 합헌적 선례가 있다면 이를 전제로 위헌 여부에 대한 논리적·규범적인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지 구체적 사건에서의 당사자의 구제 여부를 먼저 생각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 결정의 논리를 그대로 연장하면, 당사자는 법률해석이 쟁점이 된 사건에서 위헌제청신청을 하고 그것이 기각되면 1심만을 마친 다음 (심지어 그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상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1심판결을 확정시킨 후 막바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될 것인데, 이는 현행 심급제도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사법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는 결과가 될 것이다. ④ 재판소원 금지규정의 잠탈 헌법재판소가 행하는 법률에 대한 규범통제란 일차적으로 입법자에 대한 통제를 의미하는 것인데, 대법원에서 대상 법률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을 하고 헌법재판소도 그러한 해석을 받아들이는 입장임에도, 그와 다른 입장에 선 하급심 법원의 해석이 잘못이라고 다투면서 그러한 해석에 의하는 한 동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받아들이는 것은 재판에 대한 불복과 다름없고, 이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금지규정을 피하여 우회적으로 특정 재판의 당부를 다투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당해사건에 대한 하급심 판결 당시 대법원의 선례가 없었지만, 합헌적 법률해석이 가능한 것이었으므로 청구인은 상고를 통하여 구제를 받았어야 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더라도 그와 별도로 불복절차를 밟아 해석을 통한 구제의 길을 열어 놓았어야만 했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최종심까지 불복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고, 그러한 불복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불이익은 당사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바(BVerfGE 63, 45), 이 사건에서도 상소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청구인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 맺음말 어떠한 법률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이 가능하다면, 그러한 합헌적 해석을 전제로 당해 법률이 합헌임을 선언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이러한 기본원칙을 무너뜨리면 합헌적 법률에 대한 위헌선언(일부 위헌선언도 포함)도 가능한 것이 되어 법률에 대한 합헌판단과 위헌판단의 경계가 불명확해지고 헌법재판권과 일반재판권을 준별한 우리의 사법체계에도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물론 당해사건에서의 하급심이 합헌적 법률해석을 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의 보호에 미흡하였던 것이 사실이고, 하급심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헌법합치적 관점에서 사건을 처리하여야 한다는 반성의 계기가 되어야 겠지만, 하급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대법원에 의하여 교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기회를 놓친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바로 잡기 위하여 헌법재판의 기본틀에 어긋나는 한정위헌결정을 내릴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2002-08-26
강현중·박종보 교수의 효력정지가처분결정의 평석에 대한 비판 - 사법시행령 4조3항 및 군행형법시행령 43
1. 서설 사법시험 제1차시험을 4회 응시한 자는 마지막으로 응시한 제1차시험의 시행일로부터 4년이 경과한 날이 속하는 해의 말일 까지는 제1차시험에 다시 응시할 수 없도록 한 사법시행령 제4조 제3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2000. 11. 21. 청구된 가처분신청에 대해 신속하게 헌법재판소가 2000. 12. 8. 본안에 대한 종국결정 선고시까지 위 법령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또한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한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전단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2002. 3. 22. 청구된 가처분신청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안에 헌법재판소가 2002. 4. 25. 본안에 대한 종국결정 선고시까지 위 법령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강현중 교수와 박종보 교수의 평석이 각각 2001. 3. 26.자 및 2002. 6. 6.자 법률신문에 실렸는데 필자의 주관적 졸견에 의할 때 그 평석에 있어서 상당히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사료되어 필자의 사견을 피력해 보기로 한다. 2. 헌재 2000. 12. 8. 2000헌사471 사법시행령 제4조 제3항 효력정지 가처분결정의 평석에 대한 비판 (1)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법은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헌법소원심판절차에 있어서도 가처분의 필요성은 있을 수 있고, 달리 가처분을 허용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가처분이 허용된다. 위 가처분의 요건은 헌법소원심판에서 다투어지는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의 현상을 그대로 유지시킴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 된다. 따라서 본안심판이 부적법하거나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가처분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면, 가처분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되었을 때 불이익과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에 대한 비교형량을 하여 후자의 불이익이 전자의 불이익보다 큰 경우에 가처분을 인용할 수 있다. 사법시행령 제4조 제3항이 효력을 유지하면, 신청인들은 곧 실시될 차회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없어 합격기회를 봉쇄당하는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어 이를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는 반면 효력정지로 인한 불이익은 별다른 것이 없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허용함이 상당하다. (2) 강현중 교수의 평석요지 가처분과 같은 법적 제도는 궁극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창설되어야 한다. 어떤 국가기관이 일정한 법적제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그러한 제도를 만들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그 제도를 마련하여 주지 않는한, 자기필요의 판단에 따라 함부로 그 제도를 창설할 수는 없다. 가처분에서 대립당사자의 구조와 변론권 보장은 중요한 요소라 아니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헌법재판소법상 대립당사자의 구조와 구두변론의 원칙을 취하고 있는 정당해산심판과 권한쟁의심판에서만 가처분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둔 것은 결코 우연이거나 예시가 아니다.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에 있어서는 대립당사자의 구조와 구두변론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지지는 않으므로 이와 성질을 달리하는 민사소송법의 가처분규정이 준용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에서도 잠정성과 보전성이 있는 민사소송법상의 가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가처분이의와 취소를 성질상 반듯이 허용하여야 하는데 피청구인이 없는 헌법재판소의 가처분에서 가처분이의와 취소를 신청할 수 없다. 피청구인이 없다고 하여 이의와 취소가 허용되지 않는 가처분이라면 이것은 민사소송법을 준용한 것이 아닌 초법규적 가처분이 될 것이다. 가처분제도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독일에서의 잠정처분의 내용 가운데는 재판의 정지를 명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것은 연방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이 인정될 뿐 아니라 연방헌법재판소가 최고법원으로서 사법부를 구성하는 독일제도의 소산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헌법상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사법권은 법원이 독점하고 있어 독일과 사정이 아주 다르다. 그런데도 외부기관(헌법재판소)이 법원이 한 재판의 정지를 명하는 것은 사법권의 침해일 뿐만 아니라 재판절차를 불안정하게 하고 혼란에 빠뜨리게 된다. 더욱이 독일과 달리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제도가 인정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독일식의 잠정처분제도가 인정된다면 그 불안정과 혼란의 범위는 더 넓고 깊게 된다. (3) 비판 우리 헌법재판소가 행한 가처분결정은 법적 근거없이 내려진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가 그 법률적 근거가 된다. 여기에서 준용과 직접적용의 법적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은 일반 민사재판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포괄준용’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에 따라 민사소송법상의 가처분규정과 행정소송법상의 집행정지규정을 준용할 때 헌법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적절히 변경을 가하여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들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립당사자의 소송구조의 여부와 상관없이 가처분관련 규정들을 헌법소송에 준용할 수 있는 것이다. 준용의 법적 의미에 입각할 때 그리고 대립당사자구조를 취하지 않는 심판절차도 헌법재판에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드시 대립당사자의 소송구조에 있을 때만 가처분이 헌법재판에서 적용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아니한다. 또한 위 평석은 헌법소원심판에서는 특히 행정소송법도 준용된다는 것을 잊고 있다. 헌법소원심판은 전형적인 당사자대립구조를 취하고 있다. 나아가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도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변론을 열 수 있는데(헌법재판소법 제30조 제2항 단서, 제25조 제1항, 제27조 제2항) 대심적 구조를 취하여 변론을 여는 경우에는 가처분을 준용할 수 있고 변론을 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가처분을 준용할 수 없다는 논리도 성립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위헌법률심판과는 달리 헌법소원심판에서는 피청구인이 존재해서{헌법소원심판은 전형적인 대립당사자의 구조로 되어있다.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았을 때 청구인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헌법재판소법 제68조) 예컨대 공권력의 행사로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경우 청구대상이 특정되어야 하고 청구대상이 특정되면 그 공권력을 행사한 자를 피청구인으로 하여 답변서를 제출받는 것(헌법재판소법 제27조 제1항, 제29조 제1항 및 제2항)이 우리 헌법재판의 일반적인 실무례이다}대립당사자의 대심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위 견해는 헌법소원심판에서 직권심리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변론주의를 취하고 있는 점만을 보고 직권심리주의와 대립당사자주의를 혼동했거나 헌법소원심판에서는 대립당사자의 대석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을 잊고서 하는 주장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민사소송법상의 가처분을 ‘준용’할 때 가처분이의와 취소를 성질상 반드시 허용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왜 그러야 하는지 그 근거를 찾기 어렵다. 헌법재판의 특정심판절차에서 피청구인이 없어서 가처분이의나 취소를 할 수 없다면 바로 그것으로 족한 것인데 일단 내려진 가처분결정에 대해 왜 존재하지도 않은 피청구인 관념까지 상정하면서 반드시 이의나 취소를 따질 필요가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볼 때 위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우리 대법원과 같이 독일기본법 사법의 장(제9장)에 있는 규정되어 있는 법원이지만, 우리 대법원과 달리 상고심재판권을 관할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권만을 독립하여 관장한다(우리 대법원이 우리 헌법제101조 제2항에 있는 ‘최고’법원이라는 표현에 대단한 집착을 보이고 법적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하고 있지만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사법의 장에 규정되어 있어도 최고법원이라는 표현은 독일기본법 및 연방헌법재판소법 어디에도 없다. 연방헌법재판소법 제1조는 연방헌법재판소는 여타의 모든 헌법기관에 대하여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연방의 법원이다라고 규정하여 연방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상고심재판권은 5개의 연방대법원에서 관장하고 있는데 연방통상(민·형사)법원, 연방행정법원, 연방재정법원, 연방노동법원, 연방사회법원이 그것이다(독일기본법 제95조 제1항). 연방헌법재판소는 평석자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일반 사법체계내에 있는 최고 ‘심급’법원으로서의 최고법원이 아니다. 이러한 의미의 최고법원은 위 5개의 연방대법원들이다. 형식적인 헌법규정상의 위치에 관한 문제와 구체적인 관할권의 범위의 차이를 제쳐놓는다면 우리 헌법재판소의 지위와 기능이 대동소이하다. 헌바사건에서 사후적으로 재심에 의한 구제를 받는다는 것과 사전적인 보전조치로서의 가처분을 구별하여야 한다. 헌바사건에서 재심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처분결정에서 형량판단의 요소로 고려할 수는 있지만 개별적인 경우에 다양한 사안에서 고려될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한 채 재심제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처분제도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인정되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된 법률을 적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에서의 가처분의 필요성과 나아가 헌바사건의 헌법소원에서의 가처분의 가능성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가처분으로 법률의 효력정지를 명하면 최고입법기관인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논증할 수 없듯이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가 가처분으로 재판의 정지를 명할 때 최고심급법원인 대법원이나 일반법원의 사법권이나 그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권행사만 있을 뿐이다. 또한 가처분결정은 그 이유구비요건의 심사에서 항상 형량판단이 수반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재판정지가처분이 내려지면 재판절차를 불안정하게 하고 혼란에 빠뜨리게 되고 더욱이 독일과 달리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제도가 인정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독일식의 잠정처분제도가 인정된다면 그 불안정과 혼란의 범위는 더 넓고 깊게 된다는 평석자의 주장은 논리비약적 과장아니면 기우라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 3. 헌재 2002. 4. 25. 2002헌사129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의 평석에 대한 비판 (1) 헌법재판소의 결정요지 군사법원법 제242조 제1항 중 제239조 규정에 의하여 신청인에 대하여 한 1차 연장 구속기간은 2002. 3. 28.에 이미 끝나 더 이상 군사법경찰관의 조사단계에서 구속기간이 연장될 위험이 없으므로 위 규정의 효력을 가처분으로 당장 정지시켜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준용되는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의 집행정지규정과 민사소송법 제714조의 가처분규정에 의하면, 법령의 위헌확인을 청구하는 헌법소원심판에서의 가처분은 위헌이라고 다투어지는 법령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시킬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가처분에 의하여 임시로 그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아니하면 안될 필요가 있을 때 허용되고, 다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일 때에는 그 효력의 정지로 인하여 파급적으로 발생되는 효과가 클 수 있으므로 비록 일반적인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인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면회제도는 피구속자가 가족 등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적절히 개방, 유지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가족 등 타인과 교류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파멸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조력하고자 존재하는 것으로 군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들의 면회의 권리를 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아 매일 1회 면회할 수 있는 피구속자와 비교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한다면, 군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자들은 이로 인하여 인간으로서의 행복추구권이나 피고인으로서의 방어권 행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위 규정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인용된다면 군인의 신분이거나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가 외부인과의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가 외부인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 공소제기나 유지에 필요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국가방위와 관련된 중요한 국가기밀을 누설할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수용기관은 면회에 교도관을 참여시켜 감시를 철저히 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면회를 일시 불허함으로써 증거인멸이나 국가기밀누설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을 인용한다 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다여기에는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이 있다. 이 반대의견에 의하면 위 군행형법시행령 규정은 미결수용자에게 외부인과의 면회를 주 2회 허용하고 있으므로 이 기회에 신청인들은 다수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은 면회의 목적을 대체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다 변호인과의 접견이 원칙상 제한 없이 허용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면회제한 규정의 효력을 가처분에 의하여 긴급히 정지시켜야 할 급박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2) 박종보 교수의 평석요지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과 민사소송법 제714조는 원래 당해 사건 당사자의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 법원이 임시구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법령의 일반적 효력정지까지 예상하고 있는 규정은 아니다. 당해 사건의 당사자를 구제하기 위한 가처분규정을 근거로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킴으로써 당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까지 효력을 미치게 하는 것은 위 법률들에 규정된 가처분제도의 원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소송법의 집행정지규정이나 민사소송법의 가처분 규정에는 없는 내용(법령에 대한 효력정지)을 준용한다고 한 결과가 되어, 헌법재판소가 법률상 근거없는 헌법소원심판에서의 법령의 효력정지가처분제도를 창설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가처분을 허용한다면 법률의 효력상실이라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가처분이라는 별도의 제도로 선취하는 결과가 될 것인데,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과 조화될 수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인 군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중 후단부분은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여 면회 횟수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여지를 인정한다. 조문 전체의 취지로 볼 때 면회 횟수를 주 2회만으로 직접 제한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헌법소원 본안사건은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각하되어야 마땅하다. 이사건 헌법소원은 법원의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기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사건에서 법령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하는 가처분까지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법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할만한 사건이 못된다. (3) 비판 헌법재판소의 관할과 행정법원의 관할이 다르기 때문에 행정소송법의 집행정지규정을 준용한다는 핵심적인 의미는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효력정지에 대응하여 이에 적절히 변경을 가하여 헌법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헌법소원에서 법령을 심판대상으로 하는 경우 법령의 효력정지의 가처분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위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해석론적 차원에서 준용과 직접적용의 차이를 명백하게 오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본안결정의 대상인 법률의 효력 또는 집행이 현실적으로 발생 또는 진행되고 있는한 그리고 본안결정이 있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한, 나아가 본안결정이 있을 때까지 회복할 수 없는 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한 ‘그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시간적 효력과는 상관없이’ 이에 대한 사전보전조치로서 법률의 효력정지내지 집행정지의 가처분이 가능하다. 사전보전조치로서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법률의 효력정지 내지 집행정지의 가처분이 법률의 효력을 획일적으로 전면적으로 무효화시키는 본안결정에서의 위헌결정과 결코 등가물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위헌결정된 법률의 향후무효법제에서 가처분을 인정하면 본안결정을 선취한다는 결과가 된다는 것은 가처분에서 본안결정선취금지를 명백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으로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의무의 부과·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헌재 1992. 11. 12. 94헌마213, 판례집 8-1, 147, 154). 이러한 직접성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바탕으로 할 때 평석자의 주장은 군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중 후단부분에 오인조준하여 우회적인 법원의 구제절차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심판대상은 정확히 군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중 전단부분이고 주문에서 군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중 전단부분의 효력은 본안사건인 2002헌마193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의 종국결정선고시까지 이를 정지한다고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아가 평석자는 이 가처분결정의 형량판단에 대한 구체적인 논증없이 이 사건은 법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할만한 사건이 못된다고 공허한 주장을 하고 있다. 적어도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에서 형량의 무게중심은 무엇이었는가가 파악되어야 한다. 그 다음 어느 쪽의 형량판단에 공감하는가는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4. 결론 헌법재판에서 가처분에 관한 이론과 헌법재판소의 실무현실 및 실정헌법재판소법 해석론에서 크게 벗어나서 헌법소원심판을 비롯한 헌법재판의 특정심판절차에서 가처분이 허용되느냐에 대해 더 이상 낭비적인 논란를 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상 가처분 일반조항의 신설규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건설적인 입법론의 담론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원활한 헌법재판을 위한 헌법재판소법개정이 뒷따라야 할 것이다.
2002-07-25
준법서약서 등 위헌확인사건
I. 판결의 요지 사건의 내용은 새삼 재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그간 많이 논의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또한 결정의 내용 중 권리침해의 직접성이나 권리보호의 이익 등 요건심사와 관련한 판단에는 이의가 없는 바, 본안판단의 핵심만을 세 가지 논점으로 정리한다. 헌재의 결정은 우선 단순한 국법질서나 헌법체제를 준수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을 요구하는 내용의 준법서약은 어떤 구체적이거나 적극적인 내용을 담지 않은 단순한 헌법적 의무의 확인 서약에 불과하고, 따라서 양심의 자유의 보호영역과 관련되지 아니한다는 입장을 전제하고, 이러한 전제 하에 가석방의 수혜를 포기하고 자신의 양심의 자유를 보전할 수 있는 선택의 가능성이 허용되고, 준법서약서의 제출이 처벌 기타 법적 불이익의 부과 등과 연계되어서 강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또한 남북한의 대결상황과 그에 따른 기왕의 법운용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국가보안법 위반 수형자들에 대한 차별취급, 즉 일반적인 가석방심사 방법 외에 ‘국법질서 준수의 확인절차’를 추가하는 것은 정책수단으로서 적합성이 인정되고 또한 차별취급의 목적에 비해 그 수단이 기본권침해를 내용으로 하지 아니하는 ‘국민의 일반적 의무사항의 확인 내지 서약’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차별취급의 비례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요컨대, 일반적인 ‘합리성심사’(rational base test)의 결과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판단이다. II. 평 석 1. 개 요 위헌론을 제시한 소수의견에 찬성하는 입장을 전제로 가능한 한 중복을 피하면서 반대의견을 보완 및 심화하는 관점에서 일종의 보충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술한 바와 같이 동 결정에서 핵심적인 논점은 준법서약서제도가 양심의 자유 등 관련 기본권의 보호영역과 관련되고 또한 그에 대한 제한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헌재는 이를 부인하였지만 준법서약서제도가 아무런 법률의 근거나 법률의 위임이 없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헌법 제37조 제2항(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과 헌법 제12조 제1항(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됨이 명백한 바, 적어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 등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추가로 논할 실익이 없다. 다만 법률에 근거를 둔 제도라는 가정 하에, 실질적인 기본권심사단계에서의 입론(立論)의 출발점과 그에 따라 예견되는 결론의 방향만을 보론으로 간단히 제시한다. 2. 양심의 자유 등의 보호영역 관련성 우선 다수의견은 준법서약서제도가 ‘단순한 헌법적 의무의 확인 서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심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한다. 소수의견이 적시하는 바와 같이 헌재는 이미 헌법 제19조의 ‘양심’에는 개인의 가치적 윤리적 판단과 함께 ‘세계관 인생관 주의 신조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또한 양심의 자유에는 국가의 개입이 금지되는 양심형성의 ‘내심적 자유’는 물론이고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을 자유’, 즉 ‘양심추지(推知)금지’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우선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이 과연 사회주의이념 등의 신념이나 사상과 관련된 ‘어떤 구체적이거나 적극적인 내용’도 담겨있지 아니한 제도인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준법서약제도는 ‘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에 규정되어 있던 이른바’전향서제도’의 문제가 장기수의 인권문제와 함께 공론화되면서 규칙개정(1998년 10월 10일 법령 제 467호)을 통해 동 제도를 대신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수형자만을 대상으로 하였던 것을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수형자에게도 확대시킨 장식(粧飾)을 도외시한다면, 개정의 핵심은 사상의 전향에 관한 ‘성명서’ 또는 ‘감상록’이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로 대체된 것이다. 이러한 입법사적 콘텍스트와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명칭의 변경이나 요구되는 표현의 양식과 내용의 외견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본질과 성격은 크게 달라진 바 없다고 여겨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양식으로, 어떤 내용으로 서약하건 적어도 청구인들이 주장하였듯이 해당 수형자들에게는 준법서약서 자체가 사실상 사상의 전향을 강요하는 ‘사상전향각서’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준법서약서 제출 대상자가 받는 불이익’을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보는 결정문상 법무부장관의 의견이나 헌법재판소가 ‘준법서약서’를 어떤 취지와 성격의 텍스트로 보는지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3. 기본권의 ‘제한’ 여부 두 번째로 헌재는 준법서약서가 강제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서약서제출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법적 지위가 불안해지거나 법적 상태가 악화되지 아니하고, 단지 ‘은혜적 조치’인 가석방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을 뿐이기 때문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말하자면 제한의 요건의 하나인 강제성 내지는 구속성이 없는, 일종의 행정지도적인 성격의 ‘권고’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선 가석방을 국가의 ‘은혜적 조치’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없지 아니하지만, 어쨌든 가석방의 결정이 재범의 위험성유무 등에 관한 행형기관의 교정정책 또는 형사정책적인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는 재량사항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석방의 결정이 재량판단사항이라는 것과 그 재량의 결과로 주어지는 가석방을 ‘은혜적 조치’로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아무런 연계성이 없다. 그렇다면 헌재의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준법서약서가 재량과정에서 고려되는 여러 가지 판단자료중의 하나에 불과해야만 한다. 즉 가석방결정의 필수적인 절차적 요건으로 요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동 규칙 제14조제2항은 「국가보안법및집회시위에 관한법률위반 등의 수형자에 대하여는 가석방결정 전에 출소 후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게 하여 준법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준법서약서의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곧 가석방을 포기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견해대로 가석방을 ‘은혜적 조치’로 본다고 할지라도 그 수혜적격을 양심의 판단에 따른 내심의 주의나 신조의 포기와 연계시킨다면, 그것은 바로 헌재가 부인한 바, 즉 “어떠한 가정적 혹은 실제적 상황 하에서 특정의 사유(思惟)를 하거나 특별한 행동을 할 것을 새로이 요구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재범의 가능성 등을 판단기준으로 하는 재량결정에 특정한 법적 제약을 두었다는 점에서, 이른바 ‘사실상의 기본권제한’의 이론을 원용할 필요도 없는 양심의 자유의 제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른바 사상범과 관련된 가석방의 결정에서 준법서약서에 따른 심사방법이 적용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 즉 사상도 전향하였고 “행형성적이 우수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행형법 제 51조 제 1항)고 판단되기 때문에 가석방적격이 인정되는 경우와, ‘수형자의 연령이나 행형성적…재범의 위험성’(행형법 제 51조 제 2항) 등의 관점에서는 가석방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특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붕괴시키려는 세력’으로서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지만 사상을 전향하지 아니한 경우로 나누어서 생각해보면 기본권침해성 여부와 그 구체적인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 규칙 제14조 제2항에 따르면 전자의 경우에도 가석방의 결정전에 준법서약서가 제출되어야만 한다. 생각건대 이 경우라면 양심상의 주의 내지는 신념과 법적 요구간의 심각한 갈등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석방결정에서 주된 심사기준이 재범의 위험성여부라고 한다면 이러한 상황에서조차도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형사 또는 안보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굳이 생각해 보면 이데올로기 선전 내지는 교육의 수단으로서의 의미와 기능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곧 인간을 객체로 취급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준법서약제도가 문제되는 대부분의 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 후자의 경우, 즉 사상을 전향하지는 아니하였지만, 그 외에는 여러 가지 심사사항에 관한 심사결과 재범의 가능성이 없는 등 일반 수형자들의 경우라면 가석방적격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가석방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소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준법서약서 한장이 재범의 위험성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자료가 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떠나서도, 어쨌든 이 경우에 당해 수형자의 입장에서는 위선적인 준법서약과 가석방의 포기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시험’에 들게 된다. 외견상 선택의 자유는 주어지지만 이 시험은 사실상 간접적으로 ‘양심’(兩心)을 강제하는 ‘시험’일 수밖에 없다. 헌재는 가석방의 혜택를 포기하면 양심을 유지 보전할 수 있지 않느냐고 강변한다. 그러나 준법서약서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 형식과 내용상 양심과 자유 둘 중에 어떤 선택을 하건, 선택을 해야하는 수형자들에게 또한 선택을 한 수형자들에게 수인(受忍)기대의 한도를 넘는 번민과 갈등의 고통을 안겨주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되는 제도라는 점이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자유의 당근과 기약 없이 계속되는 감옥생활의 회초리를 눈앞에 놓고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말(馬)이 되든지 아니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신(神)이 되라는 것을 요구하는 비인간적인 제도이다. 준법서약제도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전자의 선택을 하도록 유도 내지는 강요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동 규칙 제14조 제1항에서 수형자의 ‘개전의 정’을 심사할 때에 특히 주의하라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아첨 기타 위선적 행동’을 오히려 조장 내지는 용인하는 것이고, 이는 바로 적어도 ‘양심의 자유’에 대한 사실상의 제한이고,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III. 결론 및 보론 결국 준법서약서제도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적어도 사실상 제한하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그 형식과 내용 자체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되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법률의 근거나 법률의 위임이 없이 오로지 법무부령인 ‘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만을 근거로 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 및 헌법 제12조 제1항에 위배됨이 명백하다. 설령 준법서약서제도가 법률의 근거를 가지는 경우라고 가정하여도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 또는 수인기대가능성 등에 따른 실질적인 기본권심사에서 위헌의 판단을 면하기는 쉽지 아니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서 기본권심사를 상론할 수는 없고, 다만 기본적인 두 가지 출발점만을 제시한다. 그 하나는 ‘기본권의 초석’으로 불리어지는 양심의 자유와 최고의 국가이념인 동시에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정당성의 핵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헌법적 의의와 내용, 특히 ‘관용의 원칙’(Toleranzprinzip)과 ‘애고(愛顧)의 요청’(Wohlwollendesgebot), 기타 비례의 원칙과는 구별되는 하나의 독자적인 헌법해석의 관점(Topos)으로서 ‘수인기대가능성’(Zumutbarkeit)의 원칙 등을 곱씹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체제전복의 ‘세력’이 아니라 단순히 내심의 주의로 남아 있는 반체제 이데올로기의 존재 자체의 안보에 대한 현실적인 위험성의 크기를 현재 우리 사회의 저항력과 자정력의 수준과 연계시켜서 가감 없이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내심의 신념과 단순한 말로써 현출되는 한 상당한 정도까지의 반체제 이데올로기의 병원(病源)은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담론의 여과망과 그에 따른 상징과 항체의 자본이 축적되어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성급한 예단을 해 본다면, 적어도 재범의 위험성 등 일반적인 심사기준에 따르면 가석방적격이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 우선 사상전향을 한 수형자의 경우에는 과잉심사의 관점에서 수단의 적합성이, 전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례성이나 수인기대가능성이, 더 나아가서 두 경우 모두 인간의 존엄성의 침해 등이 문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별심사도 일반적인 ‘합리성심사기준’이 아니라, 이른바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야 할 것이다.
2002-06-24
법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
헌법재판소는 2002. 4. 25.에 선고한 2002헌사129 결정에서 軍行刑法施行令 제43조 제2항 본문 중 前段 부분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준용되는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의 執行停止規定과 민사소송법 제714조의 假處分規定에 의하면, 법령의 위헌확인을 청구하는 헌법소원심판에서의 가처분은 위헌이라고 다투어지는 법령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시킬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가처분에 의하여 임시로 그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아니하면 안될 필요가 있을 때에 허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가처분이 가능한가 하는 헌법소송법 문제 외에도, 우리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구제절차를 담당하는 권한이 헌법재판소와 일반법원간에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1. 事件의 槪要 이 사건 신청인들은 차기전투기 사업(F-X 사업) 시험평가단 부단장에 근무하다가 군사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특수전사령부 유치장에 구속된 조아무개 공군대령과 그의 부인 문아무개씨이다. 신청인들은 군인의 신분이거나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면회 횟수를 주 2회로 제한하는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이 규정의 효력을 本案事件의 결정 선고시까지 임시로 정지할 것을 구하는 假處分申請을 하였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認容한 것이다. 심판의 대상이 된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의 全文은 다음과 같다.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는 매주 2회로 하되,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변호인과의 면회는 그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2. 憲法裁判所法上 假處分條項의 類推適用 우리 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을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법은 이 모든 심판절차에 적용되는 가처분에 관한 일반조항을 두지 않고 정당해산심판과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만 假處分規定(제57조 및 제65조)을 두고, 헌법소원심판에는 가처분에 관한 규정이 없다. 한편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의 경우에는 裁判停止規定(제42조),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權限行使停止規定(제50조)을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00. 4. 18. 제기된 舊 司法試驗令(2001. 3. 31. 대통령령 제17181호로 폐지된 것) 제4조 제3항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2000헌마262)을 본안으로 한 가처분신청사건(2000헌사471)에서, 2000. 12. 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심판절차에 있어서도 가처분의 필요성은 있을 수 있고, 달리 가처분을 허용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가처분이 허용된다”고 판시하면서 위 사법시험령 조항의 효력을 본안의 終局決定 선고시까지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하였고, 이번에 또다시 군행형법시행령 조항에 대하여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위 결정들은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가처분을 헌법소원에 유추적용할 수 있는 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서 論理的 飛躍이 있다고 생각된다. 제도신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모든 문제점을 검토한 후 최종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立法者가 수행하여야 할 역할이다.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에 없는 가처분을 하는 것은 재판기관의 권한을 초월한 것이다. ‘필요’하고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法官에 의한 法創造 또는 法獲得의 근거로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3. 行政訴訟法 및 民事訴訟法 規定의 準用 이 사건 결정에서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 준용한다고 한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행정소송의 대상인 行政處分의 執行停止에 관한 규정이고, 민사소송법 제714조는 係爭物에 관한 가처분과 臨時의 地位를 정하는 가처분에 관한 규정이다. 이 조항들은 원래 당해 사건 당사자의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 법원이 임시구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법령의 일반적 효력정지까지 예상하고 있는 규정은 아니다. 당해 사건의 당사자를 구제하기 위한 가처분규정을 근거로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킴으로써 당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까지 효력을 미치게 하는 것은 위 법률들에 규정된 假處分制度의 原趣旨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행정소송법의 집행정지규정이나 민사소송법의 가처분규정에는 없는 내용(법령에 대한 효력정지)을 준용한다고 한 결과가 되어, 헌법재판소가 법률상 근거 없는 헌법소원심판에서의 법령의 효력정지 가처분제도를 창설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만에 하나 이러한 法創造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려면, 이것이 명백한 立法의 不備이고, 통상의 입법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재판기관이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제도 본래의 目的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거나 제도의 實效性을 보장할 수 없는 등의 모순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4. 違憲決定 效力의 先取效果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의하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위헌법률의 효력을 제정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헌법적합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입법자가 결정할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인데, 우리 입법자는 후자의 입법정책을 채택한 것으로서 이는 헌법에 합치한다(헌법재판소 1993. 5. 13. 선고 92헌가10 결정).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시부터 장래를 향하여만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규범통제제도 하에서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종국결정을 하기 전에 가처분으로 당해 법률의 시행 또는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獨逸의 경우에는 위헌결정에 一般的 遡及效가 인정되므로 위헌결정 전에 기존의 법상태에 관하여도 헌법재판소가 미리 관여할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법의 가처분규정(제32조, 제93조의d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종국결정 전에 법률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하더라도 제도모순의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한편 우리 나라와 같이 법령의 위헌결정에 將來效만 인정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가처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헌법재판소는 법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VfSlg 13706, 1994). 우리 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가처분을 허용한다면 법률의 효력상실이라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가처분이라는 별도의 제도로 선취하는 결과가 될 것인데,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과 조화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의 장래무효원칙에 대하여 법원의 판례로 비교적 광범위한 예외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법률의 위헌결정 전에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제도상 모순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은 위헌제청을 한 당해 사건,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제청신청을 한 경우의 당해 사건과 따로 위헌제청신청은 하지 아니하였지만 당해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중인 사건뿐만 아니라 위헌결정 이후에 위와 같은 이유로 제소된 일반 사건에도 미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1누5747 판결, 2000. 2. 25. 선고 99다54332 판결 등). 그러나 이 판례를 법률의 위헌결정에 대하여 일반적인 소급효를 인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 스스로 “법적 안정성의 유지나 당사자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법치주의의 원칙상 요청되는 바”라고 한다(1994. 10. 25. 선고 93다42740 판결). 헌법재판소도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에 소급효를 인정하여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고 나아가 구법에 의하여 형성된 기득권자의 이득이 해쳐질 사안이 아닌 경우로서 소급효의 부인이 오히려 정의와 평등 등 헌법적 이념에 심히 배치되는 때에도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위 92헌가10 결정). 요컨대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범위는 具體的 規範統制의 實效性 보장을 위하여 이미 제소된 사건에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거나, 아직 제소기간이 渡過하지 않은 사건 중에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경우에 예외적·부분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서 가처분에 의한 법령효력정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법률의 효력정지제도를 위헌결정의 장래효 원칙에 대한 하나의 예외적 제도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은 근본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이며, 입법자의 명시적 수권 없이 법률의 위헌결정 전에 그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5. 憲法訴願의 補充性(前審節次 履行要件)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전에 다른 법률의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도록 하는 보충성의 원칙(또는 전심절차 이행요건)을 규정하고 있다(제68조 제1항 단서). 獨逸에서 보충성원칙은 헌법재판소의 업무부담경감과, 기초사실 및 일반법원의 법률적 견해의 전달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기능은 법원이 충분한 심리를 하고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널리 헌법소원이 행해지는 것이 전제된다. 그러나 우리 헌법소원제도는 독일의 제도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제도적 의의와 기능도 전혀 다르다.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우리 법제(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하에서 보충성원칙의 실제적인 의의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관할권에 속하는 사항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관할권에서 배제하는 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소원의 보충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법원의 不適法却下 판례가 確立된 事案만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헌법소원이 空洞化할 우려가 있다. 그 반면에 보충성원칙의 예외인정범위가 바로 헌법소원의 심판범위를 확보하는 기능, 즉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배분하는 기능을 하므로 예외인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령 자체에 의한 기본권침해가 문제될 때에는 일반법원에 법령 자체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訴訟物로 하여 제소하여 구제를 구할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소정의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헌법소원을 내야 하는 제약이 따르지 않는 이른바 보충성의 예외적인 경우”라고 일관하여 판시하고 있다(88헌마1 결정 이래 확립된 판례). 그러나 법령의 위헌성을 직접 소송물로 하여 일반법원에 제소할 길이 없다는 것이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데 주의하여야 한다. 침해의 직접성이란 법령의 “집행행위가 없어도 직접 침해될 수 있는 경우”를 뜻하는 것이지, 당해 법령의 “집행행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성이 있는 법령에 대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은, 보충성원칙의 예외가 인정된다면 바로 그 법령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도 있고, 집행행위를 기다리거나 집행행위를 촉구한 후에 그 집행행위에 대하여 구제절차를 밟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된다. 나아가 독일의 최근 판례와 같이 헌법소원의 보충성원칙을 단순히 전심절차 이행요건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기본권침해를 저지하기 위하여 청구인에게 허용되어 있는 모든 가능한 방법들을 전부 시도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BVerfGE 74, 102(113) 및 기타 다수의 판결), 구제절차란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이면 되지 공권력 행사를 소송물로 하여 다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요컨대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를 반드시 거치도록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직접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허용할 것인가(보충성원칙의 예외 인정) 여부의 궁극적 기준은 구체적 사건의 본질이 憲法解釋에 가까운가 아니면 事實認定 및 法律解釋에 가까운가 그리고 어느 재판기관이 이를 담당하는 것이 憲法政策上 바람직한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6. 結 論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의 적용이 문제된 재판이 사실상 전부 정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행정부도 그 법령에 따른 행정처분을 전혀 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재판업무와 행정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어차피 위헌으로 결정될 법령이라면 위와 같이 법정책적·법이론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효력정지의 가처분을 선고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위헌결정을 하는 편이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舊 司法試驗令 사건의 경우, 본안결정을 기다리면 한번의 응시기회를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나, 긴급한 구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본안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하였으면 되었을 것이다. 2000. 4. 18. 제기된 본안사건은 젖혀두고, 2000.12.8.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면서 2001년 실시될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응시기회를 논하는 것은 너무나 옹색한 논리이다. 구 사법시험령 조항에 대한 일반적 효력정지가처분 후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위헌여부에 관한 본안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규범통제제도의 정상적 운영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인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은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는 매주 2회로 하되”라고 규정하여 일견 별도의 집행행위 없이도 기본권을 직접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항 본문 중 후단부분은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여 면회 횟수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여지를 인정한다. 조문 전체의 취지로 볼 때 면회 횟수를 주 2회만으로 직접 제한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헌법소원 본안사건은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却下되어야 마땅하다. 설령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하여도,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인(헌법소원 본안사건의 청구인)들이 먼저 면회를 신청한 후 면회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 절차에서 위 군행형법시행령 조항의 위헌·위법 여부가 재판의 전제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이를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헌법소원 본안사건의 본질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 보장 필요성과 군행형상의 제한필요성을 개별·구체적으로 비교형량하는 데 있으므로, 이와 같이 個別·具體的인 利益의 比較衡量이 관건인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때에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機能分擔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법원의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기한 것으로서 不適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건에서 법령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하는 가처분까지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법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할 만한 사건이 못된다.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은 무리한 준용이론을 전개하면서 사실상 입법을 하고 있고, 법원의 관할권과 중첩되는 문제도 야기하였다. 국가권력에 의한 개인의 권리침해를 구제하여야 할 기본적 권한과 책임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나누어서 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헌법소원심판에 있어서 가처분제도를 도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입법정책판단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소원사건에서도 가처분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으나, 이 제도를 채택하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법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제도는 그 파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여 입법자가 그 채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다. 가처분에 의하여 법령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에 반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처분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 있는지 재판경험에 비추어 충분히 검토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또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충분히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2002-06-06
주민투표법 미제정의 위헌여부
Ⅰ. 사건의 개요 등 1. 事件의 槪要 (1) 정부는 1998. 12. 울산 울주군 등지에 핵발전소 8기의 건설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고 울주군수는 세수증대 등을 이유로 이를 적극 지지하였는데, 정작 그곳에 사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격렬하게 핵발전소의 유치를 반대하여 왔다. (2) 정부는 2000. 9. 산업자원부 고시제2000-88호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신리 일대를 4기의 가압경수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하는 한편, 위 서생면 비학리에 신고리원전 1호기를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라 울산광역시 주민 13만여명은 국회에 그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3) 위 서생면 주민들인 청구인들은 이 사건 원전유치 문제가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 보고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소정의 주민투표에 붙이고자 하였으나,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 아무런 입법조치가 없어 그 실시가 불가능하자 2000. 11. 이와 같은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주민투표권(참정권), 주민자치권,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審判의 對象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 따라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한 법률을 따로 제정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의 여부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주민투표)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또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②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 3. 決定의 要旨 (1)<입법자가 주민투표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하는 것이 「헌법상 의무」인지 여부(소극)>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가 보장하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은 자치단체의 존재의 보장, 자치기능의 보장 및 자치사무의 보장으로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다. 따라서 「헌법」은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를 통하여 자치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의제 또는 대표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지 주민투표에 대하여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대표제 지방자치제도를 보완하기 위하여 현행 「지방자치법」은 주민에게 주민투표권, 조례의 제정·개폐청구권, 주민감사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주민이 지방자치사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지만 이러한 제도는 어디까지나 입법에 의하여 채택된 것일 뿐 헌법이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13조의2가 주민투표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 절차와 사항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인 절차와 사항에 대하여 입법하여야 할 헌법상 의무가 국회에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2)<주민투표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우리 헌법상 참정권은 국민이 국가의 의사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적인 참정권(국민투표권)과 국민이 국가기관의 형성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 선임될 수 있는 권리인 간접적인 참정권(공무원선거권, 공무담임권)으로 나눌 수 있는바,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서 규정한 주민투표권은 그 성질상 이를 ‘법률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Ⅱ. 평 석 1. 住民投票權이 憲法上 參政權이 아닌지 與否 헌법재판소는 주민투표권을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는바, 그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헌법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성문규정에서 참정권의 근거를 찾는 형식논리에 의존하고 있을 뿐 그 실질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결정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이유로 주민투표권을 국민투표권과 달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참정권)로 보지 않는지 및 헌법상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 기본권적 수준의 권리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먼저 헌법에서 인정된 참정권으로서의 선거권, 공무담임권 및 국민투표권은 ‘국민’으로서 갖는 정치적 기본권이고, 이들 각 기본권은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국민인 지방자치단체 ‘주민’으로서도 당연히 갖는 정치적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투표는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한 헌법 제1조 제2항과 조화로운 해석하에서 헌법 제118조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인정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한 주민투표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인 ‘참정권’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 주민투표권은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정치)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므로 정치적 기본권(참정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주민참정권의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투표권은 참정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로서 그 자체로서 이미 기본권에 해당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지방자치단체 구역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국민인 주민’으로서 지역 차원의 투표권 즉, 주민투표권을 갖는 것은 헌법상의 정치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과 성질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헌법 제37조 제1항의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주민투표권의 구체적 내용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는 개별 법률에 의하여 정하여질 것이지만, 그 개별법률 역시 기본권(참정권) 내지 헌법상의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의 주민투표권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眞正立法不作爲에 대한 憲法訴願의 許容與否 (1) 眞正立法不作爲訴願의 許容要件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진정입법부작위와 부진정입법부작위가 있는바, 청구인들이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 따라 제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은 아직까지 전혀 입법이 없는 상태이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의문이 없다. 그런데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①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②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례태도이다. (2) 眞正立法不作爲訴願 許容要件의 充足 그렇다면 ‘따로 법률로 정’하지 않고 있는 이 건 입법자의 부작위가 이같은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인가? 먼저 주민투표법의 제정을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입법위임한 것이 아니므로 위 ①의 요건은 당연히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는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과 같은 형식의 입법인 경우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명시적 입법위임’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은 다소 유연하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주민투표에 관한 권리는 헌법상의 지방정치에의 참정권의 하나 내지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서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은 그에 관한 헌법위임규정인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의 근거규정에 따라 제정된 것인 점에서, ‘헌법상의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래의 여러 논거에 따르면 ②의 요건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 제118조 및 제1조 제2항의 해석상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하여 (범위를 획정할 수 있는) 이해관계 있는 주민에게 기본권인 참정권에 포함되는 권리로서 지방의회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미치는 구체적인 주민투표권이 발생하여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헌법에 의하여 발생하였음이 명백하다고 할 것임에도, 입법자가 주민투표법의 제정이라는 입법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입법 당시의 논의과정을 살펴볼 때, 구체적인 근거법률인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서 ‘다른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1994년 3월 16일이고 보면 이미 그 입법조치의 불이행상태가 7년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정도 이상의 지체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즉, 동 조항의 신설 당시는 총선거와 맞물려 공직선거법,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의 제정 또는 개정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법률과 함께 진행되던 지방정치 영역에서의 개정안의 핵심내용 중 하나였던 주민투표 조항의 형성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시급한 정치일정에 쫓겨 추후 계속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이를 따로 정하기로 하고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의 형식으로 규정하는데 그쳤던 것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지방자치법상의 주민투표 조항의 신설논의가 위 정치관계법과 달리 지방선거 등에 있어서는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같은 합의가 가능하였던 것임을 고려한다면 7년이상의 입법의 지체는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입법실제를 볼 때,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은 이미 입법과정에서 시급히 제정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따로 법률로 정’하는 입법형식은 단일 법률로 제정하기는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의 규율을 별개 법률로 독립시키고자 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라 할 것이므로 당해 ‘다른 법률’은 입법상태의 공백이 없도록 가능한 한 동시에 또는 신속하게 제정함이 타당한 것이다. 따라서 동 조항의 제정으로부터 7년이상 입법이 지체되었다는 것은 합리적 기간을 넘어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예컨대, 최근 2000년 7월 1일 도시계획법이 전면 개정 시행되었는바, 동법 제34조 및 제56조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행위제한 등에 관하여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함과 동시에, 같은 날에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을 공포 시행하고 있는바, 이러한 ‘다른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입법의 형식이 곧 이를 합리적 기간을 넘어설 정도로 장기간 방치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제까지 입법부작위가 위헌임을 인정하는 「위헌확인」결정을 2건 판시한 바 있다(1994. 12. 29, 89헌마2; 1998. 7. 16, 96헌마246). 특히 헌법재판소는 전문의자격시험불실시 위헌확인등 사건(96헌마246)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과 대통령령의 위임에 따라 치과전문의자격시험제도를 실시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하거나 필요한 조항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조치를 마련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소원대상인 진정입법부작위로서 위헌”이라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시한 바 있다. 『① 삼권분립의 원칙, 법치행정의 원칙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 행정권의 행정입법 등 법집행의무는 헌법적 의무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행정입법이나 처분의 개입 없이도 법률이 집행될 수 있거나 법률의 시행여부나 시행시기까지 행정권에 위임된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과 같이 “치과전문의제도의 실시를 법률 및 대통령령이 규정하고 있고 그 실시를 위하여 시행규칙의 개정 등이 행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권이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행정입법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행정권에 의하여 입법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헌법에서 유래하는 행정입법의 작위의무”가 있다. ② 상위법령을 시행하기 위하여 하위법령을 제정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함에 있어서는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하며 “합리적인 기간내의 지체”를 위헌적인 부작위로 볼 수 없으나, 이 사건의 경우 현행 규정이 제정된 때(1976. 4. 15)로부터 이미 20년이상이 경과되었음에도 아직 치과전문의제도의 실시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합리적 기간내의 지체”라고 볼 수 없고, 법률의 시행에 반대하는 여론의 압력이나 이익단체의 반대와 같은 사유는 지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은 시행규칙의 문제인 점을 제외하고는 본 사안과 관련하여 그 입법실제, 입법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볼 때 논리적 및 법리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달리 결론에 이른 본 사안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3. 結 論 이 사건 결정은 유사한 선판례가 있음에도 그에 대한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이 선판례를 뒤엎는 듯한 결론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결정문을 보면 비록 각하 결정이기는 하나 그 논리적 정치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논의의 순서상 진정입법부작위 소원의 허용요건과 관련하여 법령에의 명시적 입법위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스스로 제시한 허용요건에의 해당 여부에 대한 검토조차 엄밀히 하지 아니하고 있으며 또한 주민투표권의 기본권성에 대하여도 형식논리에만 입각하여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함이 옳았으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적어도 진정입법부작위소원의 허용요건을 인정한 후 본안판단에 이르러 -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과 같이 - 주민투표입법의 곤란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위헌적인 입법부작위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2001-07-23
행정심판법 4조 의무이행심판에 있어서의 거부처분이나 부작위의 개념
1. 서 론 현행 행정심판법 제4조에는, 행정심판의 종류에 관하여 ① 취소심판 ② 무효등확인심판 ③ 의무이행심판의 3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의무이행심판에 관하여는, ‘행정청의 위법 또는 부당한 거부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하여 일정한 처분을 하도록 하는 심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위 의무이행심판을 제기하기 위하여서는 그 요건으로서, 위에서 본 ‘거부처분’이나 ‘부작위’가 존재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위 조항의 문리적 해석에도 부합할 뿐 아니라 일반적인 해석론 및 판례의 태도도 그러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의 ‘거부처분’이란, 행정권 발동신청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기각을 하는 결정뿐 아니라, 법률의 규정에 의한 간주거부의 경우를 포함한다고 본다. 한편, 여기서의 ‘부작위’란, 위 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서,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내에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2. 문제의 검토 그런데, 구체적인 사안에 입각하여 보면, 이상과 같은 법조항과 해석론만으로는 국민의 권리구제에 미흡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은 엄격한 해석론에 대한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1) 거부처분 거부처분이란, ①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기각을 하는 경우 외에도 ② 법상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일정기간 내에 이를 처리하도록 하고, 그 기간을 도과한 경우 이를 거부처분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는 경우에 그 기간을 도과한 경우도 거부처분에 해당한다. (2) 부작위의 개념 학설은 여기서의 부작위의 전제조건으로서, ① 당사자의 신청권 ② 상당한 기간의 경과 ③ 처분을 할 법률상 의무의 존재 ④ 처분을 하지 아니하였을 것을 들고 있다. 이 중, ① ‘당사자의 신청권’에 관하여서는, 법령상 신청권이 명시된 경우는 물론이지만, 이를 확대하여, “헌법의 기본권과 관련하여 또는 법해석상 신청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설명하는 입장도 있고, 판례도 이에 관하여 조리상의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른 요건인 ② ‘상당한 기간의 경과’라는 것은 합리적으로 볼 때 사회통념상 당해 신청을 처리하는데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는 객관적 기간을 의미한다고 본다. 처리기간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 규정이 훈시규정이거나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본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본다. ③ ‘처분을 할 법률상 의무의 존재’는, 의무이행심판의 경우에 있어서는 행정청에게 처분을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을 것을 의미한다. ④ ‘처분을 하지 아니하였을 것’은 행정청이 어떠한 처분(인용 또는 거부처분)도 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3) 신청권과의 관계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거부처분이나 부작위가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당사자의 신청권’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 현재 학설의 대부분 및 판례가 견해를 같이 하고 있으나, 신청권을 요하지 않는다는 반대의 견해도 있다. 3. 사안의 검토 (1) 본 사안의 진행 ① 대상토지 : 충남 공주시 의당면 덕학리 산 44의 2 임야 361,532㎡외 3필지 ② 1995. 1. 공주시장에게 위 토지상에 공원묘원 설치를 위한 재단법인 설립허가신청 및 사설묘지허가신청 ③ 1995. 3. 9. 공주시장이 충남도지사에게 위 재단법인허가 신청내용에 대하여 긍정적인 의견서 첨부하여 신청서 전달 ④ 1995. 3. 31. 충남도지사는 공주시장에게, ‘법인설립허가요건에 비추어서는 적합의견이나, 대상토지가 농림 및 준농림지역으로서 집단묘지의 설치가 불가능하므로 현재로서는 재단법인 설립허가를 할 수 없고, 국토이용계획이 변경되면 법인설립을 허가할 방침’이라고 회신 ⑤ 1995. 12. 27. 공주시장은 위 사설묘지허가신청을 반려함(지역주민의 갈등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⑥ 1996. 1. 8. 청구인이 충남도지사를 상대로 하여 국토이용계획변경요청절차이행심판청구 ⑦ 1996. 3. 30. 인용재결(충남도지사는 공주시장에게 이 사건 토지의 용도지역을 준도시지역(집단묘지지구)으로 변경하여줄 것을 요청하는 절차를 이행하라고 지시하라는 내용) ⑧ 1996. 1. 12. 공주시장은 위 재결의 취지에 따라 도지사에게 국토이용계획변경요청을 함 ⑨ 1996. 11. 4. 충남도지사는 공주시장의 위 요청을 반려(특이사유 없음) ⑩ 1996. 12. 17. 청구인이 위 반려처분취소심판청구(1997. 8. 29.자로 각하됨-도지사의 위 반려(1996. 11. 4.자)는 청구인에게 한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이유) ⑪ 1997. 6. 19. 위 재단법인설립허가신청에 대한 이행청구심판 ⑫ 1997. 8. 26. 인용재결(그에 따라 1998. 5. 1.재단법인 설립등기 마침) ⑬ 2000. 9.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아무런 조치 없었음 ⑭ 2001. 1. 국토이용계획변경결정이행심판청구(현재 계속중) (2) 관련법령의 검토 ① 현행 매장및묘지등에관한법률 제5조(사설묘지의 설치기준등) 제2항 제1호 가.목에는, 재단법인이 설치하는 사설묘지의 경우의 설치기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5)세목에서, “묘지는 도로, 철도, 하천 또는 그 예정지역으로부터 300미터 이상, 20호 이상의 인가가 밀집한 지역, 학교 기타 공중이 수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5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토지의 상황에 의하여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되어 있음. ② 국토이용관리법 제7조(국토이용계획의 입안) 제4항에는, “관계행정기관의 장은 이 법 이외의 다른 법령에 의하여 지역·지구 또는 구획을 지정함에 있어서 제6조의 규정에 의한 용도지역의 지정 또는 변경이 필요한 때에는 이를 건설 교통부장관에게 요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 건설교통부장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음. ③ 동법시행령 제58조(권한의 위임) 제1항 제1의2호에서는, 위 제7조의 입안권한을 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있음. (3) 관련 법령의 합리적 해석론 대상 토지가 그 지상에 집단묘지의 설치가 불가능한 용도로 지정된 경우에는, 국토이용계획법상의 용도지역의 변경이 되지 않는 한 사설묘지의 허가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임(허가의 전제요건임). 따라서 사설묘지허가신청을 위하여서는 논리적으로 국토이용계획법상의 용도지역변경에 대한 신청권이 전제가 되어야 함. 즉, 사설묘지허가신청권에는 이 경우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권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가 있음. 다만, 행정계획에 대하여 일반적으로는 변경신청권이 없다고 보는 것이 학설의 입장임. 4. 학설의 종합 및 사안의 경우 해석론 이상의 규정들과 사안의 진행과정을 종합하여 보면, 사설묘지허가신청을 위하여 국토이용계획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설묘지허가신청권중에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권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사설묘지에 대한 허가신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길이 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해석론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청권을 다소 확대하여 인정할 수 있다는 판례와 학설의 취지에도 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구체적 사안에서의 타당성문제를 같이 고려한다면, 이 사안과 같이 사설묘지허가를 전제로 한 재단법인설립허가까지 난 상황에서 그 사업의 전제가 되는 사설묘지허가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그와 같은 입장에서도 구제의 기회(즉 청구인적격)를 인정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2001-05-07
정보비공개처분취소소송
Ⅰ. 사건개요 소외 ○○○는 1993년 3월 2일에 이화여자대학교 의학과에 입학하여 2000년 2월경에 졸업하였는데, 원고는 위 ○○○의 아버지로서, ○○○의 의과대학 졸업성적과 입학당시의 성적에 현저한 차이가 있어 ○○○의 장래 진로 및 그 소질과 능력에 관하여 참고한다는 이유로 2000년 3월 4일에 피고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에게 ‘○○○의 입학당시의 총점 및 학과별 점수와 전체석차 및 의예과석차’(이하 이 사건 정보라 한다)를 공개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0년 3월 9일경 위 정보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원고에게 구두로 위 정보의 공개를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정보비공개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행정법원의 논지 행정법원은 이 사건의 정보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1996. 12. 31. 법률 제5242호, 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항 제1호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거나 비공개사항으로 규정된 정보’ 및 동법 제7조 제1항 제6호 ‘당해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이름·주민등록정보 등에 의하여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에 해당되는 비공개정보인지의 여부를 쟁점으로 삼아 판단하고 있다. 먼저,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비공개정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1994. 1. 7. 법률 제4734호, 이하 개인정보보호법이라고 한다)은 공공기관으로부터 정보주체의 사생활 내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정보주체의 자기정보통제권을 보장하는데 그 입법목적이 있으며, 동법이 제3자의 정보공개청구권을 적극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도 위와 같은 입법목적에 기인한 것이므로, 동법 제10조 제1항 소정의 처리정보의 이용 및 제공의 제한규정을 들어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1호의 근거 규정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으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정보공개법이 별도로 개인정보의 공개범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제7조 제1항 제6호의 규정은 무의미한 규정이 되어버린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정보가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1호에 해당되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이 사건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6호 소정의 비공개정보에 해당하는 지의 여부에 대해, 행정법원은 이 사건 정보는 ‘당해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이름·주민등록번호 등에 의하여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이어서 동법 제7조 제1항 제6호 소정의 개인에 관한 정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인데, 같은 호 각 목 소정의 예외사항에는 해당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는 정보에 해당되며, 또한 이러한 법리는 공개청구의 대상이 되는 정보가 특정인의 시험 성적 등 학력평가에 관한 것이고, 정보공개청구인이 그 특정인의 부모라 할 지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Ⅲ. 평석 이 사건에서 특히 주목해야할 사항은 공개 청구된 정보가 교육정보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관련법규의 적용에 앞서, 일반정보에 대한 교육정보의 특수성인정 여부, 그에 따른 공개·열람의 가부판단기준, 이에 근거한 관계조문의 해석 등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1. 교육정보의 특수성 교육정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교육정보란 교육활동 또는 교육제도와 관련된 정보라고 할 것이므로, 교육에 관련된 정보인 이상, 그 정보의 공개는 개인정보보호의 관점과 함께 기본적으로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학부모와 지역주민 및 교직원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기여하여야 한다. 교육정보를 일반정보와 구별하여 논할 법적 필요성이 있는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정보공개와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의 존중이라는 두 개의 관점에 대비시켜 볼 때, 교육정보의 ‘특성’을 논하는 것이 자칫 일반정보의 공개보다 교육정보의 공개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의 국민에 대한 책임을 고려해 보면 개방된 교육과 공정한 교육과정이 요구된다 할 것이므로, 교육정보의 특성을 논할 법적 필요성은 역시 ‘개인정보의 보호와 자기정보에 대한 열람의 요구’ 에 있다고 할 것이다. 교육관계는 일종의 사적 자치사회에서 발생하는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인간적인 관계를 핵심으로 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신뢰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고도의 ‘정보수집과 접근’이 가능하며, 동시에 신뢰관계에서 획득된 교육정보에 대한 고도의 ‘배려와 보호’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특히 정보의 수집, 가공, 조작, 이용, 전달에 대하여 학습권 보장의 측면에서 엄격한 제한과 정보의 활용이 요청되며, 또한 국민에 대하여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교육행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비판, 감시, 참가의 전제로써도 교육정보의 공개가 요구된다. 이것이 개방된 교육행정을 실질적으로 담보하고 공정한 교육행정과 민주적인 교육행정을 보장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2. 교육정보의 공개·열람의 가부판단기준 교육정보의 공개·열람의 가부에 대한 판단은 교육정보의 주체, 형식, 내용 등의 각 단계에서의 정보의 공개 및 비공개에 의하여, i) 국민·주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 국민·주민의 비판과 감시 및 참가의 요청에 부응하는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가, ii) 학생의 인권과 교육적 신뢰관계를 침해하지 않는가 등에 달려있다. 따라서 각각의 정보의 관리주체, 형식, 態樣, 정보의 공개과정, 내용, 청구주체 등을 고려하여 엄밀하고 신중하게 그 정보의 공개 및 열람의 가부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정보의 공개·열람에 대한 구체적인 권리는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일반적인 정보공개청구권, 둘째, 자기정보열람권, 셋째, 개인정보보호청구권 등이다. 그리고 청구주체에 따라 i) 국민·주민, ii) 학부모, iii) 교사, iv) 학생 등의 권리를 들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학부모의 경우에는 자녀의 교육에 대한 권리와 자녀의 학습권을 보장할 법적 책임을 진다. 우리 헌법은 제31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도 제913조에서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부모는 정보공개청구권과 관련하여 일반적인 정보공개청구권과 자기정보열람청구권을 갖는다. 3. 관련법규의 해석 행정법원은 이 사건 정보비공개처분의 법적 근거로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6호의 ‘당해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이름·주민등록번호 등에 의하여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의 규정을 들고 있다. 엄격한 문리해석에 의할 경우, 이러한 행정법원의 해석은 일견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동 조항은 공개된 정보로 인해 특정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됨으로써 개인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이익과 기타 사회적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함에 입법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정보의 경우에는, 공개청구된 정보가 교육정보에 해당하고, 더욱이 그 청구인이 특정인의 부모이며, 청구목적이 자녀의 장차의 진로문제와 관련된 것에 해당함으로, 이 사건 정보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입법목적을 고려하여 당해 조항을 탄력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굳이, 엄격한 문리해석의 근거조항을 찾는다면, 개인처리청보의 열람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3조 1호 나목을 들 수 있다. 동 조항은 ‘당해 업무의 수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교육법에 의한 각종 학교에서의 성적의 평가 또는 입학자의 선발에 관한 업무’의 열람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열람이 제한된 비공개정보라 하더라도 그 적용에 있어서는 보다 한정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며, 제13조의 규정을 직접적인 근거로 하여 생활기록부나 성적평가 등을 비공개로 취급하는 것은 가급적 금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 조항은 비공개의 근거로 ‘업무수행의 장애’를 들고 있지만, 교육기록의 적정한 기재와 효율적인 교육업무의 수행은 학교장의 단독적인 판단보다는 교원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와 교원집단 상호간의 통제에 의하여 보다 더 보장되리라 여겨지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를 담보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학부모의 교육권은 학생의 학습권 실현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고, 일정연령까지는 학생의 학습권이 학부모에 의하여 행사되는 것이므로, 교육정보의 공개청구에 있어서도 학부모의 공개청구권을 학생 본인의 공개청구권으로 의제하여 보아야 할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앞에서 언급한 학부모의 自己情報閱覽請求權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개인정보보호법 제10조 제2항 1호의 ‘처리정보의 제공제한’의 예외규정을 확대해석 하여 학부모에게도 정보주체성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가족의 교육상의 권리와 프라이버시에 관한 법률’(Family Educational Rights and Privacy Act, FERPA, 1974)에서 학교 등 교육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학생에 관한 교육정보나 자료 등에 대하여 부모나 학생본인에게 공개하고 열람하게 하고 있으며, 부모나 학생본인의 동의 없이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공립학교의 교육사항은 주의 관할사항으로 되어 있지만, 이 특별법에서는 연방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교육기관에 대해서, 그 조건으로 교육정보에 대한 원칙적인 열람·정정 청구권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동법에서 열람청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교육정보·교육자료로는 성적기록, 대외추천장, 징계기록, 개인상담(counseling)기록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학부모는 모든 교육기록을 조사하고, 심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특히 학생이 18세가 되거나 대학에 재학하는 경우에도 학부모가 학비를 보조하는 한 동일한 권리를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4.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학부모에게는 학생본인과 동일한 정보주체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범위에서 학부모는 학생의 모든 교육정보를 열람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의 정보비공개처분은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2001-04-16
수취인·발행일 기재 없는 어음의 효력
1. 사실관계 청구인 K는 J1이 발행한 액면금 1,500만원, 지급일 1995.10.10. 지급지 서울, 지급장소 한일은행 퇴계로지점, 발행지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1가 69, 발행일란 및 수취인란이 각 백지로된 약속어음 1매를 J2로부터 지급거절증서작성의무가 면제된 채로 배서양도받았다. K는 이 약속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서 지급기일에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당하자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J1과 배서인인 J2를 상대로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약속어음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96가단 11576). 이에 대해 배서인인 J2는 이 약속어음이 필요적 기재사항인 발행일란과 수취인란이 백지인 채 지급제시되어 무효이므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항변을 하였다. 이에 K는 같은 법원에 약속어음의 효력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어음법 제76조 제1항 전문, 제75조 제5호 및 제75조 제6호중 ‘발행일’부분이, 발행일과 수취인 기재가 누락된 어음소지인의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과잉입법으로서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7카기157)을 하였으나, 동법원이 이를 1997.6.11. 기각하자 1997.6.30. 그 기각결정정본을 송달받고 1997.7.7. 위 어음법규정들이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보장과 헌법 제37조 제2항 및 헌법 제103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쟁 점 어음법 제75조 제5호에서 “지급을 받을 자 또는 지급을 받을 자를 지시할 자의 명칭”(수취인)을, 그리고 제75조 제6호에서 “발행일”을 각각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제76조 제1항에서 이를 기재하지 않은 증권은 약속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실제의 어음거래에 있어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되지 아니한 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간에 발행되어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일 및 수취인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지급·결제되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부도가 되어 법률상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어음소지인이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 하며(어음법 제38조 제1항, 제77조 제1항 제3호), 적법한 지급제시는 원칙으로 제시기간내에 완성된 어음을 제시하는 것이고, 완성된 어음이란 어음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흠결없이 모두 갖춘 자를 말한다. 그 중 하나라도 흠결하면 완성된 어음이 아니며, 그런 어음을 제시하는 것은 적법한 제시가 아니다. 특히 배서인에 대해 소구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만기일 또는 만기일에 이은 2거래일 이내에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 한다(어음법 제53조 제1항, 제38조 제1항). 그런데 이 기간은 매우 짧아서 수취인 및 발행일이 흠결된 어음이 부도처리되어 반환된 경우에는 이미 이 기간을 경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법률상의 쟁점은 실제에는 약속어음소지인이 수취인이나 발행일의 기재가 흠결된 어음을 지급제시할 경우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이 상실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3. 외국의 입법례 제네바에서 체결한 1930년의 어음법통일조약의 내용에 따라 제정된 통일법계어음법들에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은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미국법은 발행일을 어음의 필요적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미국통일상법전 제3장 제114조 제1항). 미국법은 종전에는 수취인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그 기재가 없는 증권은 흠결증권으로 하여 증권상의 권리가 상실되는 것으로 하였으나, 1994년 법개정을 하여 수취인을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그 기재가 누락된 경우에는 소지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미국통일상법전 제3장 제109조(a)(2)항). 영국법은 발행일을 임의적 기재요건으로 규정(영국환어음법 제3조(4)(a)항)하고 있는 반면에 수취인은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영국환어음법 제6조(1)항). 그 밖에 198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제환어음, 국제약속어음에 관한 UN협약’안에서는 발행일은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하였으나, 수취인은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였다. 4. 헌법재판소의 판단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 그렇지만 입법형성권을 통하여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되고 사회적 기속성을 함께 고려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입법자가 어음법을 입법하고 이 사건의 법률조항들을 형성함에 있어서 수취인과 발행일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한 입법목적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가) 입법자는 어음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어음면상에 기재할 어음요건들을 특히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거래의 안전과 원활한 유통을 보장해야 하며, 이러한 입법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취인과 발행일 역시 다른 어음요건과 함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어음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한 것이다. 국제간의 어음거래의 편의를 위하여 독일 등 국가와 보조를 맞추어 제네바 통일조약의 내용들을 수용하여 수취인과 발행일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였다. (나) 발행일은 발행일자후 정기출급어음의 만기를 정하는 표준이 되고(어음법 제36조, 제77조 제1항 제2호), 원칙으로 일람출급어음의 지급을 위한 제시기간을 정하는 표준이 된다(어음법 제34조 제1항). (다) 수취인을 기재하지 아니한 어음은 ‘소지인출급식 어음’이 되어 수표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입법자가 입법목적에 비추어 어음관계자의 이해와 공익적 필요 등을 비교형량하고 조정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발행일과 수취인을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함과 동시에 그 기재를 흠결하는 경우 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더라도 그것은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이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어음제도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포함한 어음법은 사유재산권을 부인한 것이 아니며,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에 의거 어음상의 권리의 득실·변경·행사 등에 관한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서 정하여 형성한 것이다. 그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규정한 수취인과 발행일의 기재를 누락하여 소지인이 어음요건흠결로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한다하더라도 이는 기본권의 제한을 정한 규정이라 할 수 없다. 5. 평 석 종래 대법원은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대법원 전원합의체 1998.4.23. 선고, 95다36466판결)(이 판결에 대하여 반대하는 평석으로는 이기수,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 법률신문 1998년 5월 18일, 14쪽; 최기원, 발행지기재의 흠결과 어음의 효력, 법률신문 1998년 6월 1일, 14, 15쪽이 있고, 찬성하는 평석으로는 정찬형, 발행지의 기재없는 약속어음의 지급제시의 효력, 법률신문 1998년 5월 11일(제2692호), 14, 15면이 있다) 및 발행지기재 없는 수표의 효력(대법원 전원합의체 1999.8.19. 선고, 99다23383 판결)에 대한 판결에서 어음과 수표에서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발행지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도 어음·수표로서의 효력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 이전의 판단을 번복한 바가 있다. 어음은 엄격한 요식증권으로서 법에서 규정하는 요건을 다 구비하여야 하고 그 요건가운데 일부라도 흠결되면 특히 법에서 구제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한 증권으로서 효력이 없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95쪽 아래). 그런데 어음(수표)요건으로서 발행지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수취인(수표의 경우에는 수취인의 기재는 필요적 사항이 아니다), 발행일을 차별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는 특히 환영하여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어음법·수표법은 제네바 어음법통일조약, 수표법통일조약에 근거하여 제정되었고 어음은 엄격한 요식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정법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부 실무계에서의 관행을 고려하여 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법률의 명문규정에 반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국민의 법준수의식 등에 비추어 문제가 심각하다. 종래 발행일, 수취인(발행지도 마찬가지이다) 미기재의 어음·수표(수표에서 수취인의 기재는 예외)에 대하여 일부 지급이 이루어졌던 것은 은행실무가들의 법의 규정의 취지의 무지로 요건흠결의 증권에 대하여 지급을 하였던 것이고 그것은 결코 현행법하에서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위의 대법원판례는 그러한 잘못된 법위반행위를 도와주는 격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발행일과 수취인에 대하여 어음의 엄격한 요식성을 들어 그 기재없는 어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결정을 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대법원보다는 한 수 위임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하면서 크게 환영한다. 종래 우리의 법제도의 정비·운용의 실상을 보면 입법부는 지키기 어려운 법을 치밀한 준비없이 제정하는 경우가 있었고 또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행정기관이나 사법부가 위법을 초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사법부의 최고의 위치에 있는 대법원이 실정법을 저버리고 판례의 법형성(Rechtsfortbildung)의 한계를 일탈하는 판단을 내렸었는데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그래도 명백한 실정법을 준수하는 쪽으로 판단을 하여 많은 지지를 보낸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법개정을 통하여 합리적인 내용의 법률규정을 마련하고 그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관건이다. 이 때에도 우리의 어음법·수표법이 서 있는 토양 내지 뿌리의 인식과 제외국 가운데 특히 그러한 같은 토양위에 서 있는 국가들의 논의 및 법개정과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망각하여서는 안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단계에서는 발행지, 수취인(수표의 경우 예외), 발행일은 명백한 어음요건으로서 이를 기재하지 않은 채 지급제시한 경우는 소구요건을 흠결하여 배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결국 어음·수표의 엄격한 요식성, 우리법의 성립토양, 근대국가의 삼권분립의 원리 및 국민의 실정법파악과 그의 준수의식 등에 비추어 이번의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다.
2000-03-20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Ⅰ. 事件槪要 청구인 (한효남)은 자신이 양도한 토지에 대해 강동세무서가 부과고지한 양도소득세 및 방위세와 관련해, 위 과세처분이 부동산의 양도 및 취득가액을 모두 지방세법상의 과세시가표준액에 의한 가액에 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양도가액은 배율방법으로, 취득가액은 재무부령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가액으로 양도차익을 산출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행정심판절차를 거쳐 서울고등법원에 과세처분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기각되었고,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대법원판결을 송달받은 후, 위 과세처분(이하, 원행정처분)의 위헌확인 및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는바, 헌재는 각하하였다. Ⅱ. 判決要旨1. 다수의견(헌재결정에 반함으로써 재판 자체까지 취소되는 경우에 한해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된다는 견해) 다수의견은, 헌법재판소 1997. 12. 24. 96헌마172·173결정의 취지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의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 재판 자체까지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와 같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함과 아울러 그 재판의 대상이 되었던 원행정처분은 헌법소원 심판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며,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허용할 경우 이는 판결의 기판력에 어긋나며,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107조 제2항이나,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는 헌재법 제68조 제1항의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2. 재판확정 이후라도 헌재의 위헌결정이 있을 경우에는 재판과 함께 원행정처분도 헌법소원이 허용된다는 견해(이영모) 이 견해는 재판소원이 허용되는 범위에 있어 다수의견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을 뿐(1998.4.30. 92헌마239결정의 반대의견), 다수의견과 논지를 같이 한다. 3. 별개의견(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언제나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이재화, 고중석, 한대현) 헌재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것은 위 조항 단서의 보충성의 원칙과 결합하여 법원의 재판자체 뿐만 아니라 재판의 대상이 되었던 원행정처분도 제외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바, 원행정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 심판을 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작용에 대한 심사가 아니라 사법작용에 대한 심사와 행정작용에 대한 심사를 동시에 행하는 것이되고, 결과적으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원행정처분이 위헌이어서 사법적 심사의 방법으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면 그것은 법원의 몫이지 헌법재판소의 몫은 아니다. 따라서 원행정처분은 언제나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4. 반대의견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언제나 허용된다는 견해;조승형) ①「법원의 재판」에 대한 직접적인 소원과 헌재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규정하고 있는 「권리구제절차로서의 재판」을 거친 원공권력작용에 대한 소원 (간접적인 재판에 대한 소원)은 명백히 구분하여야 할 것이며,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의 위임정신이나 위 헌재법 조항 단서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후자까지도 그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위와 같은 위임정신이나 입법취지는 헌재법 제68조 제1항이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는 「공권력」의 작용은 「재판」만을 지칭하고 있을 뿐 「재판」을 거친 원공권력작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재판」을 제외한 모든 공권력작용에 대한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정하여진 권리구제절차를 모두 거치게 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으며,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라 하여 「행정소송법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지 않은 점으로 본다면 구제절차로서 「재판」을 거친 원공권력작용도 헌법소원의 대상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할 것이다. ② 헌재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것은 위 조항 단서의 보충성의 원칙과 결합하여 법원의 재판자체 뿐만 아니라 재판의 대상이 된 행정처분도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헌재법 제68조 제1항 단서가 보충성의 원칙을 규정한 뜻은 재판의 대상이 된 행정처분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려 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 권리구제절차와 헌법소원절차를 활용함에 있어서 시간적 선후관계를 분명히 하여 양자의 관계를 밝힘은 물론 일반법원과 헌법재판소와의 권한분배의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③ 헌법 제107조 제2항의 문언에 따르더라도, 처분자체의 위헌·위법성이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분자체에 의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헌법소원이 모두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명령·규칙 자체가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이 된다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고, 위 헌법조항에 병렬적으로 열거된 처분의 경우도 명령·규칙과 달리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 볼 수 없다. ④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배제규정은 곧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배제라는 공식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닌바, 재판을 헌법소원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시킨 것은 법관의 오심에 의한 기본권침해 또는 소송절차상의 기본권침해 등을 이유로 하는 판결이나 결정 등에 대하여 제기되는 헌법소원을 배제한다는 것, 즉 재판작용이 원인이 되어 새로이 발생하는 기본권침해 문제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일 뿐,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법문으로부터 재판의 원인된 원행정처분자체에 대한 헌법소원까지도 배제한 것이라는 결론을 바로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⑤ 소송물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배제규정은 곧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배제규정이라는 추론은 무리라 할 것으로, 법원도 기본권을 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법원 판결의 기판력은 원칙적으로 직접 헌법적인 문제, 즉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침해여부에까지 미치지 아니한다. 그에 반해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절차에서는 헌법문제, 무엇보다도 기본권침해문제 자체가 결정의 기판력 내지 기속력의 내용을 이루므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배제규정은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대상성 인정여부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다. ⑥ 헌재법 제75조 제1항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국가기관인 법원을 기속함을 명백히 천명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원행정처분취소·공권력불행사위헌확인결정의 기속력은 행정처분에 대한 법원의 확정재판의 기판력에 우선한다고 봄이 마땅하다. 「기판력의 본질」과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취소·위헌확인 결정」이 서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며 위 기속력으로 인하여 위 기판력이 소멸할 뿐이다(이는 법원의 확정재판의 취소 (예컨대 재심)에 의하여 기판력이 소멸되는 법리와 다를 바 없다). Ⅲ. 評 釋 ① 이 사건의 쟁점은, 행정처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그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는 판결이 확정되어 법원의 소송절차에 의하여서는 더 이상 이를 다툴 수 없게된 경우에, 당해 행정처분 자체의 위헌성 또는 그 근거법규의 위헌성을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이다(결정문에서 자세히 논증된 부분에 대한 단순 반복적 설명은 지면상 피한다). ② 기본권보장의 확대역사를 보면, 위헌·위법(이하, 위헌)적 법령에 대한 통제는 위헌법령심사제도로, 위헌적 처분에 대한 통제는 행정쟁송제도로, 위헌적 재판에 대한 통제는 심급제도로 규제되어 왔는데, 재판에 의한 「기본권」침해에 대한 인식증대와 심급제도에 의한 구제는 일종의 자기재판으로서 그 기능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면서, 재판에 의한 기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새로운 기본권실현수단인 헌법소원제도가 독일을 시초로 발전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헌법소원을 이해한다면 헌법소원의 본질이 재판통제에 있음을 알 수 있고, 헌법소원의 핵심적 표지라고도 볼 수 있는 보충성원칙을 보면 헌법소원제도가 더더욱 재판통제에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경유하고도 기본권침해가 있는 경우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라고 하는 것은 법원의 재판절차에서 기본권침해가 제거되지 않았거나 재판 중에 새로이 기본권침해가 있는 경우에 이를 헌법소원의 형태로 다투라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③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의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심판」이라는 의미는 입법자가 헌법소원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적 내용이 훼손되지 않음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사법체계 등을 고려하여 우리에게 맞는 헌법소원제도를 형성하라는 취지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소원의 본질이 재판통제에 그 중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법원의 재판을 「모두 언제나」포함시켜야 헌법소원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헌법소원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시키면서까지 모든 재판을 헌법소원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헌재법 제68조 제1항을 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음도 물론이다. ④ 헌재법 제68조 제1항의 본문과 단서를 해석할 때,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을 부정한다고 보는 해석도 가능하고, 이를 긍정하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 법률에 대한 다의적 해석이 가능할 때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법률해석과 헌법재판에 있어 기본적 요구이며, 「헌법에 부합하다」는 것은 기본권을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이념이 최대한 실현될 수 있는 해석방법을 선택하여야 함을 의미할 것으로, 재판과정에서 원행정처분에 대한 권리구제가 이루어졌으나 「기본권침해」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경우, 헌법소원의 청구요건(공권력행사, 기본권침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라면 몰라도, 원행정처분(공권력행사)으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면 헌법소원청구를 부정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한다. 헌법에 좀 더 부합되는 해석을 선택하여야 하며, 모든 재판을 헌법소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제도하에서는 더더욱 이를 허용함으로써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적 내용이 훼손되는 일을 최소화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⑤ 또한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모두 경유하고 오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뜻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으면 그것을 경유하고 그 절차속에서 구제가 안된 경우에 비로소 이 절차(헌법소원)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다른 절차를 이용하라고 해서 이용했더니 더 이상 이 절차(헌법소원)의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을까 한다. 본문은 헌법소원의 대상을 다룬규정이고 단서는 이용절차에 관한 규정인데,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청구까지 부정하는 것은 조문해석에 정도를 벗어난 것이 아닐까 한다. ⑥ 다수의견은 재판이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여 재판의 대상이 되었던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청구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재판이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락된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별도의 헌법소원을 긍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재판취소로 인한 「결과를 정리」한 것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원행정처분에 대한 예외적 헌법소원이 인정되는 경우인 것 같이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 본다. ⑦ 필자는 헌법소원의 대상에 「재판의 일부」만이 포함되는 것이 옳다고 보며(모든 재판을 긍정할 경우 남소의 폐해가 매우 심각하며, 그럴 필요도 없다), 그것이 헌법의 위임정신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을 긍정할 경우 남소의 폐해가 예상되나 지정재판부에서 「명백하게 이유없는 경우」에는 「각하」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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