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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임차인이 지출한 토지관련 매입세액의 공제가능성
1. 사실관계 토지임차인인 원고는 토지에 골프장을 만들면서 토목공사 등의 토지 조성공사 비용을 지출하였고, 관련 매입세액을 공제되는 매입세액으로 신고하였다. 세무서는 이 비용 중 일부가 부가가치세법 제17조 제2항 제4호와 동법 시행령 제60조 제6항에서 매입세액 불공제대상으로 규정한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처분하였다. 원고는 이 과세처분이 위법이라 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2. 각급 법원의 판단 가. 1심판결(전주지법 2007. 1.11. 선고 2006구합696 판결) 토지관련 매입세액 즉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하고 있는 입법취지는, 토지는 부가가치세법 제12조 제1항 제12호에 의하여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이고,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세무회계상 토지의 취득원가에 산입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는 당해 토지의 취득원가에 산입되었다가 당해 토지의 양도시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서 취득가액에 산입하는 방법으로 회수되고 있으므로, 토지에 대한 면세제도의 기본원리상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마땅히 이를 매입세액으로 공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대한 규정은 토지의 양도차익을 수익하는 당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된 어떠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 타인 소유 토지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게 된다하더라도 그 토지의 소유자가 아닌 자에게는 이를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해당한다 할 수 없고 매입세액으로 공제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나. 원심판결(광주고법 2007. 9.14. 선고 2007누134 판결) 토지관련 매입세액(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을 의미한다)이 불공제 매입세액으로 처리되는 이유는 토지가 면세재화이어서 토지의 거래에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토지가 과세사업에 사용된다 하여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아니함에도 매입세액을 공제한다면 매입 거래와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부과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입세액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에 해당할 경우에는 사업자가 토지소유자인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면세제도의 기본원리상 이를 매출세액에서 공제해서는 아니된다 할 것이다(법문이 사업자가 토지소유자인의 여부를 구별하지 아니한 채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일률적으로 불공제대상 매입세액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토지소유자인 사업자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받지 못하는 데 반하여 토지소유자가 아닌 사업자가 이를 공제받게 된다면 조세부담에 있어서 서로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보아도 위와 같은 해석이 타당하다). 다. 대상판결(대법원 2010. 1.14 선고 2007두20744 판결)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취지는 토지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재화이어서 그 자체의 공급에 대해서는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그에 관련된 매입세액도 공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있고, 일반적으로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당해 토지의 양도시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 그 취득가액에 가산하는 방법으로 회수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시행령 제60조 제6항 소정의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토지소유자인 사업자가 당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하여 한 자본적 지출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당해 토지의 소유자 아닌 사업자가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의 성격을 갖는 비용을 지출한 경우 그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 제17조 제2항 제4호, 시행령 제60조 제6항 소정의 매입세액 불공제대상인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3. 토지관련 매입세액 불공제의 의미 가. 토지를 부가가치세 면세재화로 규정한 취지 토지는 일반적으로 생산활동을 통해 가치가 증가하지 않는다. 정부가 토지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과세해도 부가가치세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토지가 과세재화라면 토지를 살 때 매입세액 공제를 해주고 토지를 팔 때 부가가치세를 과세할 것인데, 토지는 생산활동 전이나 후에 가치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제대로 다 징수해도 매입세액 공제액에 불과하다. 물론 토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지가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한다면 세수가 양의 값을 갖게 될 수도 있지만, 지가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 매입세액공제액 때문에 세수가 음의 값을 갖게 될 것이다. 부가가치세의 징수비용과 체납발생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토지는 부가가치세 면세재화로 규정해야 합리적이다. 나. 토지관련 매입세액이 불공제되는 이유 먼저, 토지매매업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토지가 면세재화이므로 토지매매업자는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이다. 이 경우 토지매매업자의 생산활동을 통해 토지가치가 증가될 때에도, 토지매매업자가 면세사업자이므로 당연히 토지관련 매입세액은 공제될 수 없다. 다음으로, 토지가 다른 과세재화나 용역의 생산에 사용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사업자가 토지가치를 증가시키는 경우, 토지가치의 증가는 여전히 사업자에게 남아 있고 토지를 팔 때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것도 아니므로 토지관련 매입세액은 공제될 수 없다. 부가가치는 사업자가 창출한 부가가치에 부과된다. 어떤 사업자가 200원의 토지, 110원(부가가치세 포함)의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 150원의 원료를 사용하여 토지를 310원으로 만들고 300원의 제품을 만들었다. 이 사업자는 460원(200+110+150)을 투입하여 610원(310+300)의 산출을 만들었다. 부가가치는 150원(610-460)이므로 부가가치세는 15원이 과세되어야 한다. 우리의 부가가치세 과세는 전단계 세액공제방법에 의한다. '산출-투입=부가가치'이고 '산출×부가가치세율-투입×부가가치세율=부가가치×부가가치세율'이므로 전단계 세액공제방법은 매출시 매출에 10%를 곱한 금액을 부가가치세로 징수하도록 하고, 매입시 부담한 부가가치세를 매입세액으로 공제한다. 토지는 면세재화이고 투입이면서 산출이다. 토지가치를 증가시키는 지출은 생산 후에도 토지가치의 증가로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토지가치를 증가시키는 지출과 관련된 매입세액은 공제되지 않아야 한다. 전단계 세액공제방법에서 공제되는 매입세액은 생산에 사용되어 없어지는 것(투입)을 매입할 때 부담한 부가가치세이다. 위 사업자는 제품 판매시 30원의 부가가치세를 받고, 원료 구매시 15원의 부가가치세를 지불하였으므로 30원에서 15원을 뺀 15원을 부가가치세로 납부해야 한다. 이는 이 사업자가 산출한 부가가치 150원의 10%와 정확히 일치한다. 만약 토지관련 매입세액 10원을 공제한다면 5원(30-15-10)을 부가가치세로 납부하게 되어 이 사업자가 산출한 부가가치 150원과 부가가치세 5원은 불일치하게 된다. 4. 대상판결 검토 대법원은(1심법원도 같음)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액은 양도차익 산정시 고려되므로 매입세액 불공제 대상이며 양도차익은 토지소유자에 대해 계산되므로 토지관련 매입세액 불공제 규정은 토지 임차인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양도차익 산정과 부가가치세는 전혀 무관하므로 올바른 논증이라 하기 어렵다. 부가가치세는 부가가치에 대해 과세되는 것이므로 양도차익이나 양도차손과는 무관하다.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 관련 매입세액이 불공제되는 것은 양도차익 산정시 고려되기 때문이 아니라 토지가 면세재화이고 생산활동 후에도 여전히 가치를 유지하므로 관련 매입세액을 공제하면 제대로 부가가치세가 계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은 토지 임차인이 관련 비용을 지출한 경우에도 같다. 따라서 원심판결의 결론과 같이, 매입세액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에 해당할 때는 사업자가 토지소유자인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면세제도의 기본원리상 이를 매출세액에서 공제해서는 안 된다. 간단한 경제모형을 통해 대법원의 오류를 명확히 하여 보자. 토지소유자, 토지조성 공사업자, 실업자, 골프소비자로 구성된 경제가 있다고 가정하자. 경제1에선 토지소유자가 직접 골프장 사업을 하고 경제2에선 실업자가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를 임차하여 골프장 사업을 한다. 토지소유자와 실업자 간 능력 차이는 없다. 가. 경제1 토지소유자는 소유한 100원의 토지로 직접 골프장 사업을 한다. 토지소유자는 공사업자에게 110원을 주고 토지를 조성하였다. 공사업자는 100원의 수입을 얻고 부가가치세 10원을 납부하였다. 토지소유자는 조성된 토지로 골프장을 운영하여 300원의 입장수입을 얻고 30원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였다(토지소유자가 토지조성 공사비를 지출하였으므로 대법원의 견해에 의하더라도 공사업자에게 지불한 부가가치세 10원은 공제되지 않는다). 공사업자는 100원의 부가가치를 산출하였고, 토지소유자는 300원의 부가가치를 산출하였다(투입: 100+110, 산출: 210+300). 경제1에서 총 400원의 부가가치가 생산되어 정부는 40원의 부가가치세 수입을 얻었다. 나. 경제2 토지소유자가 사업에 관심이 없어 실업자가 토지를 임대하여 골프장을 운영한다. 토지임대료는 20원이다. 토지소유자는 부가가치세 2원을 납부한다. 실업자도 경제1의 토지소유자와 마찬가지로 공사를 발주하여 공사업자는 10원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한다. 실업자는 골프장을 운영하여 300원의 입장수입을 올렸다. 1) 원심판결의 결론 공사업자는 100원, 토지소유자는 20원, 실업자는 280원(300-20)의 부가가치를 산출하여 경제2에서도 총 400원의 부가가치가 생산되었다. 공사업자는 10원, 토지소유자는 2원, 실업자는 28원(입장수입에 대한 매출세액 30원에서 토지임차료 매입세액 2원 공제, 공사업자에게 지불한 10원은 공제되지 않음)을 납부하여 정부는 40원의 부가가치세 세입을 확보한다. 2) 대상판결의 결론 공사업자에게 지불한 부가가치세 10원도 매입세액 공제대상이므로 실업자는 18원만을 부가가치세로 납부한다(30-2-10=18). 따라서 정부의 부가가치세 세수는 30원에 불과하다(토지소유자 2원, 공사업자 10원, 실업자 18원). 다. 경제1과 경제2의 비교 경제1과 경제2의 부가가치는 동일하다. 골프장 사업을 누가 했느냐에 차이가 있는데, 토지소유자와 실업자는 능력에서 차이가 없으므로 같은 부가가치를 산출한다. 사실 토지소유자와 실업자를 구분할 필요도 없다. 경제1에서 토지소유자가 자기의 토지를 자기의 골프장 사업에 제공하고 골프장 사업의 토지사용에 대해 20원의 토지사용료를 받는 것(토지 임대인으로서 부가가치세 2원을 납부하고 골프장사업에서 매입세액으로 2원을 공제받음)이 경제2이기 때문이다. 즉 경제1과 경제2는 완전히 같다. 따라서 부가가치도 같고 부가가치에 대한 조세인 부가가치세도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결론에 의하면 경제1과 경제2의 부가가치세액이 불일치하게 된다. 5. 맺음 부가가치세법을 해석할 때는 그것이 부가가치에 대해 과세하는 법이라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부가가치에 대해 과세하는 법이므로 양도차익이라는 개념은 부가가치세법의 해석에서 등장할 자리가 없다. 양도차익은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에서 그 자리를 찾으면 된다. 대상판결은 양도차익을 등장시켜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2010-03-01
등록무효심결 확정된 선등록상표도 비교대상 상표로 될 수 있다는 상표법 조항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은 전기침대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서, 1987.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는데, 청구외 박○○이 1998.경 '장수'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등록하였으며, 그 후 청구인은 다시 2001.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다. 청구인은 위 박○○의 상표에 대하여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2004. 7.23. 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한편 이해관계인 이○○은 2006.경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가 소멸등록된 박○○의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역시 무효심결이 내려졌다. 이에 청구인은 특허법원에 위 무효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상표법 제7조 제3항 본문 중 괄호부분{"제1항 제7호 및 제8호의 규정은 상표등록출원시에 이에 해당하는 것(타인의 등록상표가 제7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에 대하여 이를 적용한다"에서 괄호부분 중 제7호에 관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헌재는 2009. 4.30. 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우선, 상표등록출원의 경우 특허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과 관계없이 후출원상표의 출원시에 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타인의 선등록상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되어 소멸한 뒤 곧바로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허용한다면 소비자에게 상표에 대한 오인·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나, 이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8호 등에 의하여 해소되고 있으므로 상표등록출원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하여 상표등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다음, 등록무효심판의 경우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 확정시 이미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에 기여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무효의 소급효'에 배치되어 전체 상표법 체계에 혼란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후출원자는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된 이후에도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후등록상표가 무효로 됨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재산권인 상표권과 당해 상표를 이용하여 직업을 수행할 자유를 침해받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는 반면, 정당한 후출원상표권자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공현의 합헌취지의 반대의견이 있다). 3. 평석 가. 문제의 제기 어느 상표의 출원시에는 동일·유사한 선등록상표(비교대상상표, 인용상표)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출원 후에 그 비교대상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할 것인가 여부는 거의 20여년 전부터 대법원과 특허청의 입장이 대립되던 문제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 대법원은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시(대법원 1991. 3.22. 선고 90후281 판결)한 이래 판례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으나, 특허청은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심사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불합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계속 등록거절심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특허청은 1997. 8.22.자 상표법개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괄호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입법적으로 그 입장을 관철하였고, 대법원은 개정된 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다만, 그 제한적 해석은 특허법원 2005. 8.18. 선고 2004허8787 판결 참조). 그런데 대상결정에 따라 위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었고,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결과적으로는 대법원의 기존입장을 지지한 셈이 되었지만, 표면적인 초점은 다소 상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 사건의 쟁점 (1) 제한되는 기본권 우선 이 사건 결정에서는 상표권이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 보고 이를 제한되는 기본권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 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상표권의 헌법적 보호근거에 대하여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만 할 뿐 헌법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일견 헌재가 특허권 등에 관해서는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명시하고 있는 점(헌재 2002. 4.25. 2001헌마200 결정 등)과 비교할 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타당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헌법 특유의 제22조 제2항의 체계적 지위에서 볼 때, 제22조 제2항은 저작권 등 창작법에 속하는 권리보호에 관하여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상표권 등 표지법의 영역에 속하는 권리들은 제23조에 의하여만 보장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러하다. 다음 제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선택된 직업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현실적인 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본다면 제품조달 그리고 영업라인 조직, 마케팅 등이 이러한 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고 여기에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를 대조하여 보면, 청구인과 같은 상품의 생산·판매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원하는 상표로 등록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역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위헌심사기준 우선 재산권으로서의 상표권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상표권으로 보호하여 줄 것인지에 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여지가 인정되므로 상표권의 발생에 관하여 등록주의와 사용주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부등록 사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록요건 구비 여부의 판단시점에 관하여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입법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건대, 헌재는 직업의 자유의 제한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경우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보아 다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왔다(헌재 2009. 9.24. 2006헌마1264 결정). 그러므로 대상결정에서는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모두에 대해서는 일단 완화된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결정 이유를 보면 그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후술하는 바와 같이 재산권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직업수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무거운 제재를 하는 등의 제한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 점에서 위헌성의 구체적 논증이 필요하다고 보임에도 이를 생략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3)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우선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의 입법목적에 관해서는 비교법적으로 선등록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사익보호) 규정이라는 입장(영미, 독일, 프랑스)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및 일본의 경우 종래의 출처혼동으로 인한 부정경쟁 방지(공익보호) 규정으로 취급하여 왔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입법목적을 보면 사익보호라는 측면은 아예 제외될 것이고, 그 목적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은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입법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소급효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까지 후출원상표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한 합헌설의 근본적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고 보인다. (나) 상표등록출원의 경우에는 대상결정 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등록무효심판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즉,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상표등록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무효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등록상표가 존재하고 있었던 객관적인 사실과 그로 인하여 일반소비자들의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함에 이론이 없을 것이나,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역할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법정의견은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이미 발생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소급효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선등록상표의 무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또다시 출원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므로 장래 소비자의 오인·혼동이 유발될 상황이 보다 많이 예측된다는 점을 각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정의견은 선등록상표권자의 보호라는 목적은 물론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목적에조차 전혀 기여가 없으면서 후출원자의 상표권만 제한한다는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있는 바,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 도입 전의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표등록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소급효에만 집착한 나머지, 상표등록무효의 소급효가 타인의 상표사용가능성에만 적용되지 상표등록가능성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님에도 이러한 차이점을 간과한, 상표법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달로, '상표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상표의 사용가능성과 등록가능성', 판례월보 329, 330호)이 있었음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 견해는 상표등록무효는 일반 법률행위의 무효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제7호를 굳이 예외적으로 '출원시'로 규정한 취지(참고로 일본은 '등록시'이다)는 어떤 상표의 출원시 인용상표가 존재하면, 사후적으로 인용상표가 소멸되는 등 권리변동이 생겨도 이와 무관하게 최종적으로 심결함으로써 심사의 법적안정성과 심사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바 그런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포함한 제7조 제3항 자체의 입법목적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관한 과거 대법원 판례도 결국은 소급효 자체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소급효를 통하여 후출원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뒤집을 상표법의 기본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증이 없으며, 종국적으로 등록무효심판의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는 상표법에 관한 입법정책일 뿐인 점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대상결정은 그 입법목적에 관련하여 후출원상표보호를 재산권적 측면에서 검토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한 점에서 논의의 시각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 또한, 법정의견은 '상표등록 심사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제고'만으로는 상표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소비자의 오인·혼동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달성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이고, 나아가 특허청의 입장 뿐 아니라 후출원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표등록관계의 안정성이 제고되는 점 역시 가볍게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향후 남게 될 상표심사업무 내지 상표등록관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상표법 제85조 등이 정한 재심관련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선등록상표를 무효화시킨 후 1년이 경과하면 다시 당해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는 조항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4. 대상결정의 의의 헌재가 설립된 이래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결정례는 매우 소수인데, 특히 위헌으로 결정된 것은 본건이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대상결정은 과거부터 이론적·실무적으로 논란이 컸던 부분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써 과거 대법원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결정은 향후 지적재산권법 관련 입법시에 고려하여야 할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단순히 상표법의 세부적인 특징이나 상표심사실무상의 편의성(반대의견을 통하여 특허청 실무의 입장도 상당부분 현출된바 있다) 등에만 촛점을 둘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적정한 정보질서, 재산권보장 등의 시각에 서 사전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자, 그러한 논의의 필요성이 실무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례라고 볼 것이다.
2010-01-25
부분적 포괄대리권 가진 상업사용인에 관한 법률적 쟁점
1. 대법원 2009. 5.28. 선고 2007다20440 판결의 사실관계 요약 원고는 1994년 11월경부터 피고로부터 통신기기를 공급받아 왔는데, 1999년 10월경부터는 피고 영업부 직원인 소외인을 통하여서만 피고와 거래하면서 원고가 매월 소외인에게 물품을 주문하여 이를 공급받고 다음 달 소외인이 원고에게 피고의 거래원장을 제시하면 원고가 그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거래하여 왔다. 소외인은 2000년경 원고에게 물품대금을 선불로 지급하여 주면 구입수량의 일정비율을 무상공급 하겠다고 제의하였고, 원고가 이를 승낙하여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수시로 무상거래를 수반한 선급금 거래가 이루어졌다. 소외인은 당초 주임으로 원고에 대한 영업을 담당하다가 원고와의 거래량이 늘어남에 따라 실적을 인정받아 2002년 계장을 거쳐 2003년경 팀장으로 승진하였다. 피고는 2000년경부터 2003년 5월경까지 사이에 이루어진 이러한 방식의 거래에 대하여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바가 없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제기된 원고의 본소 물품인도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소외인의 행위는 무권대리 행위에 기한 것이므로 본인인 피고에게는 그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였고 이에 대하여 거래의 상대방인 원고는 상인인 피고에 대하여 표현지배인-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사용자책임의 법리를 전개하여 피고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였다. 2.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에 관한 법률적 쟁점 가. 개념 상업사용인(商業使用人)이란 특정한 상인에 종속하여 대외적인 영업상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말한다. 상법은 대리권의 유무와 범위의 넓고 좁음에 따라 ① 지배인(법10조 내지 14조), ②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법15조), ③ 물건판매점포사용인(법16조) 등 3가지의 상업사용인을 인정하고 있다. 먼저, 지배인은 영업주의 본점 또는 지점의 영업전반에 관한 포괄적 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으로 통설은 지배인이란 영업주에 의하여 선임되고, 본점 또는 지점에서의 포괄적인 영업대리권이 부여된 상업사용인이라고 하면서, 이와 같은 권한이 부여되고 있는 한 붙혀진 명칭은 지배인뿐만 아니라 영업부장, 지점장 등이라도 상관없다고 본다. 또한, 상법 제16조제1항은 물건을 판매하는 점포의 사용인은 실제로 물건판매에 관한 대리권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그 판매에 관한 모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데, 이때의 사용인을 물건판매점포사용인이라고 한다. 또한, 상법 제15조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이란, 영업의 특정한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에 관한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을 말한다(대법원 2007. 8.23. 선고 2007다23425 판결). 나.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의 적용 요건 및 지배인의 대리권과의 구별 상법 제15조에 의하여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은 그가 수여받은 영업의 특정한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에 관한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영업주로부터 별도의 수권이 필요 없으나어떠한 행위가 위임받은 영업의 특정한 종류 또는 사항에 속하는가는 당해 영업의 규모와 성격, 거래행위의 형태 및 계속 반복 여부, 사용인의 직책명, 전체적인 업무분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거래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사용인의 업무 내용에 영업주를 대리하여 법률행위를 하는 것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의 선임과 종임은 등기사항이 아닌 점은 지배인과 다르다.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의 대리권은 ① 지배인과 같이 영업전반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영업의 특정한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에만 미치는 점, ② 재판상의 행위에는 미치지 않는 점에서 지배인의 대리권과 또한 구별된다. 다. 상대방 보호사유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이 특정된 영업이나 특정된 사항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한 경우 영업주가 책임을 지기 위하여는 그 사용인의 업무 내용에 영업주를 대리하여 법률행위를 하는 것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민법상의 표현대리(민법 제125조)의 법리에 의하여 그 상업사용인과 거래한 상대방이 그 상업사용인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9. 7.27. 선고 99다12932 판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1990. 1.23. 선고, 88다카3250 사건을 보면, '갑'은 '을' 주식회사의 경리부장으로서, '을'주식회사를 위하여 자금을 대출받는다는 명목으로 '병'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아 개인적으로 횡령하였다. 위 대출이 만기가 되자 '병'은행은 '을'주식회사에 대하여 변제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을'회사는 위 거래는 갑의 개인적인 횡령행위임을 들어 그 변제를 거부한 사안에서 이에 대하여 '병'은행은 ① 주식회사의 경리부장에게는 자금차용과 관련하여 상법 제15조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이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경리부장은 경상자금의 수입과 지출, 은행거래, 경리장부의 작성 및 관리 등 경리사무 일체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나 그 지위나 직책, 회사에 미치는 영향, 특히 회사의 자금차입을 위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요하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독자적인 자금차용은 회사로부터 위임되어 있지 않다고 할 것이므로 경리부장에게 자금차용에 관한 상법 제15조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는 부분적 포괄대리권 자체가 없다는 취지가 아니라 경상자금의 수입과 지출, 은행거래, 경리장부의 작성 및 관리 등 경리사무에 관하여는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지나 이사회의 결의 사항인 자금차용에까지는 그 대리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② 또한 '갑'의 차금행위가 '을'회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병'은행의 직원이 대부담당 사무계통을 통하여 적법한 '을'회사의 차금요청이 있었는가를 확인하는 등 '병'은행 소정의 대출절차를 밟았더라면 '을'회사의 경리부장인 '갑'에게 대리권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비록 위 은행직원이 '을' 회사의 경리부장에게 자금차용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다고 믿었더라도 거기에는 위와 같은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병'은행으로서는 '을'회사에게 표현대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③ 마지막으로 '을'회사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주장하였는 바, 대법원은 '병'은행의 직원은 '을'회사의 경리부장인 '갑'에게 자금차용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던 것으로 믿고 자기앞수표 발행 등을 하였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을'회사의 경리부장으로서 은행거래, 유가증권의 할인 등에 의한 회사자금조달 등의 사무를 집행하는 자인 '갑'의 차금행위는 외형상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을' 회사는 위 경리부장 갑의 사용자로서 '병'은행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위 사건에서 '을'회사(피고)는 '병'은행(원고)이 '을'의 직원인 '갑'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행위가 아님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항변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7. 9.20. 선고 2004다43886 사건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법인이 피해자인 경우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포괄적 대리권을 가진 대리인이 가해자인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안 때에는 피해자인 법인이 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그 대리인이 본인인 법인에 대한 관계에서 이른바 배임적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라고 판시하여 "증권회사 직원이 피해자 회사의 자금담당부분에 대한 포괄적 대리권을 가진 '경리이사'와 공모하여 예금계좌에 입금한 피해자 회사의 자금으로 임의로 주식거래를 한 사안에서, 위 증권회사 직원의 행위가 증권회사의 사무집행행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위 경리이사가 알고 있었으므로 피해자 회사가 이를 알았다고 보아 피해자 회사는 위 증권회사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즉, 대법원의 태도는 피해자 회사의 이사 등 포괄적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 상대방 사용자 회사 직원의 불법행위 사실을 안 경우에는 피해자 회사 자신이 이를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는 반면,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경리부장 내지, 자금담당 대리, 과장 내지 그 이하의 지위에 있는 직원의 경우에는 회사의 포괄적 대리권을 가지 직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으로 정리된다. 3. 정리-이 사건의 경우 및 사견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소외인은 피고의 영업부직원으로서 주임, 계장 및 팀장이라는 이름으로 원고와 계속하여 거래를 하여 오면서 물품의 공급과 대금의 회수 등을 전담하여 온 점에서 상법 제15조 소정의 영업의 특정사항에 대한 위임을 받은 사용인으로서 그 업무에 관한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으로 봄이 타당하고 그 업무 범위 속에는 판매계약 체결, 상품 및 대금을 수수, 감액, 지급유예 등 상품매매에 수반해서 발생하는 모든 영업상의 행위에 대해 영업주를 대리하는 권한이 포함된다고 보아 소외인이 원고에게 선급금거래의 방식으로 물품을 무상으로 공급한 거래 권한까지 있고 판시하였다. 일반 상거래에서 상업사용인의 선임은 상인의 의사표시로 족하며 이 의사표시는 묵시의 것도 무방하므로 실제 거래에서는 상인의 사용인이 상업사용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해당한다면 어떤 종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거래 이후에 상인 본인이 사용인의 권한 없음(무권대리)을 이유로 거래의 효력을 부인하는 경우 거래 상대방(원고 측)은 순차적으로, 상인 본인에 대하여, 지배인→표현지배인→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표현대리→사용자책임을 각각 추궁(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체로 그 단계가 뒤로 갈수록 인용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겠으나, 본연의 계약 책임이 아닌 불법행위 책임에 이르게 되므로, 청구하는 원고로서도 손해배상청구의 책임제한 법리에 따라 과실상계를 상당히 당하게 될 염려(인용금액이 낮아지게 됨)가 높아지는 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해야 할 것이다. 대상 판결들은 그 논리구조와 함께 원고 측과 피고 측이 소송상 유의하여 주장·입증해야 할 사항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모범사례라고 생각된다.
2009-12-03
자동차종합보험상 플러스보험 관련 보험사기
I. 대상판결 서울서부지법 2009. 9.30. 선고 2009고합128 가.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07. 10.2.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08. 12.4. 같은 죄 등으로 금고 4월을 선고받은 자인데,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차량의 운전자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다음 노인들을 상대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해 보험금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1) 살인미수 피고인은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피해자 최모(여, 69세)씨를 들이받아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가하고 미수에 그쳤다. (2) 사기, 사기미수 피고인은 2007. 5.14. 충남 보령시 소재 도로에서, 티코승용차를 운전하여 김모(여, 74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2,800여만원(그 중 7,37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됨)을,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위와 같이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최모씨를 들이받아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740여만원을, 2008. 9.5. 충남 서천군 소재 해안도로에서 싼타페 승용차를 운전하여 박모(여, 66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700여만원(그 중 4,00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으로 지급)을 각 편취하였고, 2008. 9.12.경 다른 보험회사에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였으나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미수에 그쳤다. 나. 법원의 판단 피고인의 김모씨, 박모씨에 대한 각 살인의 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이미 처벌받아 다시 처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살인미수, 사기, 사기미수의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징역 합계 15년을 선고하였다. II. 자동차종합보험상의 플러스보험의 문제점과 관련 보험사기 억제 1. 서설 이 글은 최근의 위 대상판결에 대한 판례 평석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위 판결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위 판결을 소개하는 정도를 넘지는 아니하였다. 필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1년 동안 교통사고 관련 형사사건을 전담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느낀 소회와 위 대상판결을 접하면서 느낀 당혹감과 충격이 어우러져 위 대상판결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여 이에 관한 입법적 대안까지 포함하여 대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만약 피고인이 단 한 건의 교통사고를 저지르는 데 그쳤다면 가해자의 고의를 밝히는 것이 극히 어려운 교통사고의 특성상 완전범죄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의 위협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급박한 양상을 띤다고 본다. 2.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 범죄와 이 사건 보험사기 범죄의 구별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는 보험회사의 재산적인 피해, 더 나아가서는 보험가입자 일반에의 피해 전가, 음주운전, 중앙선침범 등의 약점을 가진 피해자의 형사처벌 등의 사회적 해악이 발생하나 범죄자 자신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다치는 것을 예상하고 저지르는 범죄인 경우가 많아 교통사고 자체로 인한 피해자의 인명피해는 그다지 중하지 않은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사기는 피해자의 생명이 침해되어 형사합의금이 많이 책정되는 상황일수록 범죄자의 범죄로 인한 이득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르다. 3.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처벌받은 경우 다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일사부재리원칙과의 관계 위 대상판결이 적절하게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보험사기, 살인 또는 살인미수 피의자가 이미 같은 교통사고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확정판결의 효력에 의하여 동일한 교통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라 보험사기를 노린 계획적 살인임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사기죄로 추가 의율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재차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정책적인 면에서 이러한 처벌의 흠결은 더더욱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죄에 대한 대처가 더욱 절박한 문제가 되게 하며 이에 대한 대처가 즉각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강구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할 것이다. 4.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의 의의와 그 실태 가. 플러스보험의 의의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이하에서는 ‘플러스보험’이라고만 한다)은 피보험자가 피해자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액을 초과하여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게 지급하는 형사합의금을 지원하는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민사소송상의 방어비용 제외, 상법 제720조 제1항), 면허정지위로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보험을 통칭하며 법률적 용어가 아니라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보험상품군을 통칭하는 것이며 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험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인 손해보험계약의 일종이다. 손해보험으로서의 특성을 가지므로 실제 발생한 손해를 조사하여 그 손해만을 보상하며 보험가액이나 실제손해 이상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이득금지원칙이 적용된다. 나. 플러스보험의 실태 보험금 지급의 실태와 관련하여 주된 항목인 형사합의지원금의 경우를 보면 그 특성상 피해자 측과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어서 피보험자로서는 피해자 측과의 합의를 통하여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금액까지 금액을 늘릴 수 있게 되어 보험자로서는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하여 실제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따지지 아니하고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한도의 금액을 지급하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플러스보험의 실태를 보면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 면허정지위로금 명목으로 피보험자에게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형사합의지원금으로 피해자 사망시 최대 2,000만원 내외, 방어비용으로 대개 500만원 정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5. 형사합의금의 의의와 관련 실무 가. 형사합의금의 의의 형사합의금이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형사사건에서의 선처를 위하여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금원을 말한다.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면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얼마의 금원을 지급하며, 이 금원은 피해자 측이 민사상 지급받는 손해배상액 또는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금지급청구권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형사위로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라는 등의 문구로 표시되며, 이러한 형사합의금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돈이 아니라 오로지 가해자가 형사사건에서 선처를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것이다. 나. 형사합의금 관련 실무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을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경우 이를 보험회사에 구상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측은 형사합의금이 손해배상금의 일부가 아니라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을 표시하여 피해자 측이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을 보험금에서 가해자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금원을 공제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법원에 금원을 공탁한 때에는 가해자가 보험회사에 공탁금액 상당의 금원을 구상할 채권을 피해자 측에 양도하고 위 금원이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으로 표시하며, 제3채무자인 보험회사에 이를 통지함으로써 공탁된 금원이 사실상 형사위로금으로 기능하게 하여 형사재판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법원 실무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액 중 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할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 액수를 고려하는 예가 보이는데, 이는 피보험자의 재산 출연을 통하여 부당하게 보험자가 면책되는 결과가 되고, 형사합의금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 되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6.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행의 억제방안 가. 피보험이익과 초과보험의 무효 규정 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경우 그 보험계약은 전부 무효가 된다(상법 제669조 제4항). 그런데 플러스보험은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므로 형사합의금은 당사자의 합의, 협상력에 의하여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 되어 형사합의금 항목에 관하여는 초과보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논할 실익이 별로 없다. 중복보험에 있어 보험금액의 합계가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초과보험이 되고, 중복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때에는 그 보험계약 전부가 무효로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상법 제672조 제3항, 제669조 제4항), 형사합의금 항목의 위와 같은 특성상 중복보험의 경우에도 초과보험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피보험이익을 따져 중복보험을 규제하려는 노력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한편, 중복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는 각 보험자에 대하여 각 보험계약의 내용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데(상법 제672조 제2항), 이를 어긴 경우 어떠한 효과가 발생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 효과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터에 그것만으로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 나. 약관규제당국에 의한 규제 가능 여부 이 사건 플러스보험에 따른 보험가입자의 두터운 보호와 플러스보험의 중복가입으로 인한 폐해가 위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보험사기 및 살인 범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약관규제당국이 형사합의지원금 액수에 제한을 가하고, 중복보험의 경우 미통지시 플러스보험 부분에 한하여 무효화하는 규정 등을 두도록 행정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 법원실무상의 주의사항 앞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면책 여부나 양형상의 고려를 위하여 ‘종합보험가입사실원’을 제출받음에 있어, 특히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이 비전형적이고 중과실로 판단되는 경우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추가로 가입되어 있는지와 플러스보험상의 형사합의지원금 상당액이 피해자에게 실제로 지급되었는지를 살피고, 플러스보험이 중복가입된 경우에는 과실 여부의 판정에 있어 특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라. 신속한 양형기준 설정 대상판결의 사안에서와 같은 신종 보험사기 범행이 가능하게 한 자양분 역할을 한 요인 중의 하나로 교통사고사범에 대한 온정적인 양형을 들 수 있겠다. 피해자가 노인인 경우에는 그 합의금이라는 것도 1,0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피해자 측과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의 중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범행에 대하여도 온정적인 양형을 한다면 극단적으로는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행위가 가능하게 된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살인죄, 뇌물범죄, 성범죄, 강도범죄, 횡령겧窩達滑? 위증범죄, 무고범죄에 관하여 양형기준을 설정하였고, 순차적으로 다른 범죄에 대하여 양형기준을 준비하고 있는데, 교통사고범에 관한 양형기준도 시급하게 필요하다. 마. 입법론적 해결방안-피해자의 직접청구권 인정의 필요성 책임보험에 있어서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 제3자가 그 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하지 못하며(상법 제724조 제1항), 제3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724조 제2항).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도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법 제9조). 한편,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1조 제1항). 이 사건 플러스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지출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고, 형사합의금이라는 것이 민사 손해배상금과는 구별되어 지급이 강제되는 것도 아니어서 별도의 근거규정 없이 보험계약자가 보험자로부터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 등에 대하여 피해자가 바로 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사망 등으로 인하여 교통사고 가해자가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은 마치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득을 취득하는 것이 되고, 그 금액도 상당한 액수에 이르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이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형사합의지원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 측이 그러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과 합의한 것으로 보아 양형을 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책임보험의 절이라 체계상 부적절한 면이 있으나 상법 제724조에 별도의 항을 두어, ‘자동차종합보험에 부가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형사합의금, 형사위로금, 형사보상금 등 민사상 손해배상금 외에 형사재판 등에서의 유리한 처분을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명목의 금원의 지급을 부보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은 약정 보험금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7. 결어 위 판결이 위 신종 보험사기와 그 수단으로서의 살인범행에 대하여 엄정한 양형을 한 것과 일사부재리원칙에 근거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처벌받은 부분에 대하여 재차 살인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본 것은 타당하다.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법원의 주된 임무여서 범죄의 진압과 관련하여 입법론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목적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 이 또한 법원의 임무라고 본다.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생명권 침해라는 중대한 법익침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이 사건 신종 보험사기 범죄를 접한 마음의 충격을 전하면서 부족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2009-11-30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관세법상 ‘특수관계에 의한 영향’의 입증책임
1. 서론 관세는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세법이 규정하고 있는데, 기본원칙은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인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한다. 그런데 실제 거래에서는 가격결정에 여러 가지 고려요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수료, 특허권의 대가, 운임, 보험료 등을 가격에 반영시키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거래가격 결정이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법은 ‘과세가격의 결정’이라는 제목하에 제30조에서 제37조까지 규정을 두고 있다. 관세법은 거래가격을 존중하고 있는 바, 제30조는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한 가격 등에 법률이 정한 수수료, 운임 등 가산요소를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결정하는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대하여 예외를 두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특수관계가 있어 그 관계가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인데, 이때에는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이 정한 다른 방법에 의하여 거래가격을 결정한다. 그런데 거래현실을 보면 다국적 기업간의 국제거래 규모가 전체 수입금액의 약 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거래가격을 부인한다면 세관의 업무는 폭주할 것이며, 거래 당사자들은 관세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다. 관세심사에서도 거래가격에 대한심사가 주된 이슈가 되는데, 이 경우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에서 정한 ‘특수관계가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자가 누구인지 여부가 논란이 된다. 단지 특수관계가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상 판결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으로 선례적인 가치가 있어 검토해 보고자 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수입의약품의 매출원가율이 구매회사가 수입한 다른 의약품에 비하여 낮고, 다른 업체들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며, 그 재판매가격이 수출자인 판매회사의 가격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사정을 과세관청이 입증한 경우에 과세관청은 입증책임을 다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하여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그 특수관계에 의하여 거래가격이 영향을 받았다는 점까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평석 가. 관련법규정의 합리적 해석 관세법 제30조는 과세가격 결정의 원칙에 관하여, 제1항에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에 구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및 중개료 등 그 각 호에 정한 금액을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고 정하고, 제3항 제4호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가 있어 그 관계가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할 때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거래가격을 당해 물품의 과세가격으로 하지 아니하고 관세법 제31조 내지 제35조의 규정에 의한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관세법 시행령 제23조 제2항 제2호는 ‘당해 산업 부문의 정상적인 (수입)가격결정관행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수입가격이) 결정된 경우’에는 수입자와 수출자간 특수관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동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와 동 시행령 제23조 제2항 제2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전자는 과세관청인 피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요건사실을 규정한 것이고, 후자는 납세자인 원고의 항변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나. 입증책임 위 관세법 각 규정의 취지 및 내용, 과세요건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게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하여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그 특수관계에 의하여 거래가격이 영향을 받았다는 점까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 즉 관세부과처분에서 처분청은 자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사실, 즉 원고와 본사 사이의 특수관계가 원고가 본사로부터 수입하는 X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다. WTO 관세평가협정의 해석 협정 제1조 제2항 가목은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 실제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수락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한편 처분청은 위 협정 제1조 제2항의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거래가격이 수락된다 수입자가 (일정한 사항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이러한 거래가격이 수락[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입증책임이 납세의무자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위 조항은 ‘특수관계가 존재하고 그것이 수입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수입가격이 부인된다’는 원칙의 반대 측면, 즉, ‘특수관계가 존재하나 그것이 수입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입가격이 인정된다’는 원칙을 서술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처분청은 위 협정 조항의 해석에 관한 예해 14.1항 [질문6]을 근거로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수입자에게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위 내용은 수입가격신고의 과정에서 세관이 관련 자료 내지 정보를 요구할 경우 위 요구에 응하여 자료 내지 정보를 제출할 수입신고인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일 뿐이다. 더 나아가 처분청은 납세의무자가 세관의 정보제공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관이 의심하는 사유만으로 입증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주장은 입증책임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이 사건 원심이 적절히 지적하였다. 원심은 “위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 제2항 가.목은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고된 거래가격을 부인해서는 아니 되고 수입자가 제공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제공된 정보에 비추어 그 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세관이 가지고 있는 경우 세관은 그 근거를 수입자에게 통보해 주어야 하며, 수입자가 답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고, 이어서 나.목에서는 앞서 본 관세법 시행령 제23조 제2항과 같은 내용의 규정, 즉 납세자가 위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른 입증을 함으로써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의 적용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바, 위 가.목의 규정은 결국 특수관계의 존재 및 그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친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일반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다는 취지이고, 위 나.목은 수입자의 항변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수입자에게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판시하였다.] 라. 당해 물품의 거래가격이 기준비율과 다른 경우 처분청은, 일부 물품의 거래가격이 기준비율과 다른 경우에 특수관계에 의해 영향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처분청이 관세법 제33조 제1항, 관세법 시행령 제27조 제4항에 의하여 납세의무자가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계산된 당해 수입물품에 대한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그 물품이 속하는 업종에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기준비율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고 하더라도, 국내 재판매가격을 기초로 한 과세가격의 결정에 관한 규정인 관세법 제33조는 관세법 제30조 내지 제32조에서 정한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거래가격을 부인하기 위한 입증책임은 여전히 과세관청에 있는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기준비율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 처분청이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명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동일 회사간의 거래품목 중 특정 품목만 거래가격을 부인할 수 있는지 여부 관세는 품목별로 부과되는 것이므로, 동일 회사의 수입품 중에 일부의 거래가격이 부인될 수는 있다. 즉 “관세평가는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것이고, 거래 당사자 사이의 전체 거래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서울고법 1998. 2.12. 선고 96구43371 판결). 다만 일부 품목을 부인하기 위하여서는 처분청은 부인할 만한 사유에 대한 입증을 해야 한다. 바.납세의무자의 대응방법 일단 처분이 이루어진 이상 납세의무자로서는 과세관청이 거래가격부인의 근거로 삼은 사유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정부당국의 가격정책에 의하여 한국 내 판매가격이 다른 나라와 달라지게 된 사정, 특정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판매촉진비가 과다하게 소비되는 이유, 당해 물품이 기준비율과 차이를 보이는 이유 등을 적극 해명하였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작성된 이 사건 수입의약품인 X에 대한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기준비율의 범위를 초과하였으나, 한편 원고의 해명 즉, ① X의 재판매가격이 해외본사가 정한 가격정책상의 최저판매가격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보험수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X와 수입물품 부호를 같이하는 의약품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 중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원고의 그것보다 높거나 비슷한 업체도 있을 뿐 아니라, 원고가 해외본사로부터 수입한 다른 의약품들의 매출원가율(재판매가격에서 이윤 및 일반경비 등을 공제한 비율)이 X의 매출원가율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그 의약품들은 비만치료제이거나 독감치료제 등으로서 대장암 등의 치료제인 X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점, ③ X의 당초 매출원가율이 60% 정도였다가 환율변동에 따라 50% 내지 55%로 낮아지기는 하였으나, 현재까지 외화를 기준으로 한 수입가격은 변동이 없는데, 외화를 기준으로 수입가격을 책정한 다음 환율이 변동될 때마다 재판매가격을 조정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고려하여 보면, X의 매출원가율이 원고가 수입한 다른 의약품에 비하여 낮고다른 업체들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그 재판매가격이 수출자의 가격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X의 거래가격이 원고와 해외본사 사이의 특수관계에 영향을 받아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실제 소송과정에서 원고가 처분사유가 오해라는 점을 충분히 해명할 경우에는 처분의 위법성이 쉽게 인정될 것인 반면, 원고의 해명이나 제출 증거가 일부 불충분하더라도 피고가 제시한 처분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해명된다면, 여전히 처분사유에 대한 입증은 피고가 부담하게 될 것이고,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입증책임의 문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3. 결론 세관은 기업에 대한 관세심사시 당해 기업의 이윤및 일반경비율의 비율을 산정한 후 그 기준에 비추어 수입가격이 낮은 품목에 대하여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이 정한 2방법 이하의 방법에 의하여 거래가격을 산정하여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 경우 당해 기업은 부과처분을 받은 품목에는 다른 품목과 다른특수한 사정이 있어 수입가격이 낮은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세관은 특수관계자에 의한영향 때문에 특정품목의 수입가격이 낮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과세하였다. 납세의무자이든 세관이든 당해 거래가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라는 것은 다툼이 없으나, 특수관계로 인하여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입증이나 해명이 쉽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이 문제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입증책임 정도와 입증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실무에서 발생하는 혼선을 정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관의 관세심사에도 분명한 원칙을 제시하였다. 대상 판결의 취지에 찬동한다.
2009-09-07
실용신안권 침해금지 가처분과 형법상 공무상 표시무효죄
Ⅰ. 공소사실의 요지 고소인이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은 별지 목록 기재 현수막설치대를 생산·양도하거나 양도의 청약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취지의 가처분결정을 받은 후, 집행관이 위 결정 정본에 의하여 ‘피신청인은 가처분결정 현수막설치대를 생산·양도하거나 양도의 청약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뜻을 고시하는 방법으로 가처분결정을 집행하였음에도 피고인은 고소인의 실용신안권을 침해한 현수막설치대를 생산하여 판매함으로써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강제처분의 효용을 해하였다. Ⅱ. 대법원의 판시 형법 제140조 제1항의 공무상 표시무효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봉인, 동산의 압류, 부동산의 점유 등과 같은 구체적인 강제처분을 실시하였다는 표시를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집행관이 법원으로부터 피신청인에 대하여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이 발령되었음을 고시하는 데 그치고 나아가 봉인 또는 물건을 자기의 점유로 옮기는 등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단순히 피신청인이 위 가처분의 부작위명령에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공무상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Ⅲ. 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실용신안권침해금지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부작위 의무만이 부과되고, 위 의무가 고시된 경우에 위 부작위 의무에 위반한 행위가 공무상 표시무효죄를 구성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2. 기존 판례 및 실무의 태도 대법원은 평석 대상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 가처분 집행 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공무상 표시무효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채무자의 행위와 제3자의 행위를 구분하여, 채무자의 행위 또는 이와 공모한 제3자의 행위에 한하여 공무상 표시무효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단순한 제3자의 부작위 명령 위반행위는 공무상 표시무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함으로써 공무상 표시무효죄의 확장을 제한하고 있었을 뿐, 가처분의 집행에 있어서 ‘봉인, 압류 및 법원의 보관명령에 의하여 집행관의 부동산 점유’등과 같은 구체적 집행행위가 존재하였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 사안은 찾아 볼 수 없다. 즉, 대법원은 ‘제3자가 법원으로부터 받은 건축공사중지명령의 가처분집행은 어디까지나 ‘갑’ 회사에 대하여 부작위 명령을 집행한데 불과한 것이므로 가처분집행이 완료뒤 피고인이 본건 시공 중인 건축허가 명의를 자기가 대표이사로 있는 ‘을’ 회사로 변경하여 위 가처분집행을 그대로 둔 채 그 건축공사를 계속하였다는 사실자체만으로는 위 가처분집행표시의 효용을 해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여 부작위를 명한 가처분은 피신청인이 아닌 피고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를 판시하고(대법원 1976. 7.27. 선고 74도1896 판결 [집24(2)형,72;공1976. 10.1. (545) 9333]), ‘출입금지가처분은 그 성질상 가처분 채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건조물 등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비록 가처분결정이나 그 결정의 집행으로서 집행관이 실시한 고시에 그러한 취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처분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그 건조물 등에 출입하는 경우에는 출입금지가처분 표시의 효용을 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가처분 채권자의 승낙을 얻은 행위는 가처분 표시의 효용을 해하지 않는 행위라고 보았으며(대법원 2006. 10.13. 선고 2006도4740 판결[공2006. 11.15. (262), 1942]), ‘가처분은 가처분 채무자에 대한 부작위 명령을 집행하는 것이므로 가처분의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그 부작위 명령을 위반한 행위는 그 가처분집행 표시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11.16. 선고 2007도5539 판결[공2007하,1987])고 판시하였다. 반면 채무자에 대한 부동산점유이전금지 가처분 결정 정본에 기하여 점포에 대한 채무자의 점유를 해제하고 집행관이 이를 보관하되 채무자가 그 현상을 변경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채무자에게 사용을 허가하고, 채무자는 그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하거나 또는 점유명의를 변경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고시문이 위 점포 안 유리창에 부착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채무자와 공모하여 이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위 가처분집행 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05. 10.27. 선고 대법원 2005도4796 판결[미간행]). 3. 평석 대상 판결의 의의 평석 대상 판례 이전의 실무에서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전체적인 취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가처분에 기한 구체적 집행행위 또는 집행처분의 존재 여부를 따져보지 아니한 채, 가처분에서 부작위 의무의 부과가 있고, 이에 대한 고시가 이루어진 경우 고시된 가처분의 내용을 안 채무자 또는 채무자와 공모한 제3자가 위 명령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였다면 ‘기타 강제처분의 표시를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행위’로 보고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법원의 가처분에 의한 부작위 명령에 관하여는 민법상의 간접강제 등의 방법으로 그 집행력을 보장하면 족하지 굳이 형벌권을 행사하여 강제하여야 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이 존재하고, 부작위 명령이 집행관 등에 의하여 고시된 경우와 그것이 고시되기 전에 부작위 명령으로만 존재하는 경우와 비교할 때 고시로 인하여 그 후의 부작위 명령 위배행위의 가벌성이 특히 증대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존 실무가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은 작위 의무 또는 부작위 의무를 부과하는 판단 그 자체를 형법 제140조 소정의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봉인 또는 압류 기타 강제처분’ 중에서 기타 강제처분에 해당한다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봉인, 압류 또는 법원의 보관명령에 의한 집행관의 부동산 점유’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집행되는 공무원의 직무행위와 그 직무집행행위의 전제가 되는 공무원의 일정한 판단작용(작위 또는 부작위 의무의 부과)은 그 성질이 전혀 다르고, ‘의무의 부과’라는 판단작용은 집행적인 실시행위에 해당하는 형법 제140조 전단의 ‘봉인 또는 압류’ 등과 같은 반열의 ‘기타 강제처분’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 또한 규율의 필요성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일정한 판단작용에 따라 실행된 공무원의 구체적 직무행위를 보호함으로써 국가의 공무기능을 유지하고 이를 통하여 공무원의 판단작용을 간접적으로 보호하면 족하지, 공무원의 판단작용 자체를 형법의 직접적 보호 대상으로 할 필요성까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만일 공무원의 판단작용 자체를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면 그 판단이 공시되기만 하면 원칙적으로 그 판단에 위배되는 행위 모두가 공무상 표시무효죄에 해당하게 되어 형사처벌 대상이 크게 확대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공무원에 의한 부작위 의무의 부과행위를 형법 제140조 소정의 ‘기타 강제처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처분은 크게 채무자에 대한 부작위 의무의 부과와 함께 목적물에 대한 집행관의 점유를 명하는 가처분과 단순히 부작위 의무만을 부과하는 가처분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는 바, 집행관 점유명령과 공시명령 및 고시판을 통한 위 명령의 게시가 이루어진 경우 집행관의 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구체적인 집행행위에 대한 방해행위가 존재하므로 공무상 표시무효죄의 성립을 긍정할 수 있지만, 단순히 부작위의무만을 부과하는 내용의 가처분만이 행해진 경우에는 비록 이를 공시하는 명령이 있고 공시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반하는 행위의 실체는 가처분에서 부과된 의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국가기관의 구체적인 집행행위에 대한 방해 행위라고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기존 판례에서는 공무원의 구체적인 집행행위와 이에 대한 표시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가처분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경우에는 채무자와 공모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무상 표시무효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이론구성함으로써 제3자에 의한 공무상 표시무효행위에 대하여는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었는 바 당사자 사이의 채권, 채무에 기한 본안 판결의 집행으로써 집행관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동산에 봉인이 행해진 경우에 봉인을 훼손한 제3자가 채무자와 공모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무상 표시무효죄로 처벌됨이 원칙적이라는 점과 대비하여 볼 때, 처벌의 형평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가처분의 집행에 의하여 집행관의 점유, 압류 또는 기타 강제처분 등과 같은 공무원에 의한 구체적 집행행위가 이루어지고 그 집행행위가 이루어졌음이 표시된 경우에는 국가의 공무집행기능의 보호를 위하여 공무상 표시무효죄의 성립을 긍정해야 하고, 가처분 주문이 단순히 부작위를 명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구체적 집행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설령 그 부작위명령이 집행관 등에 의하여 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보호되어야 할 구체적인 집행행위 및 이에 대한 표시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부작위 명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공무상 표시무효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 일본 형법 제96조(봉인파기 등)에 관한 판례에서 “가처분의 경우에 대하여 말하면 집행관이 물의 점유를 자기에게 이전하지 않고, 그 물에 대한 처분금지의 가처분의 집행을 한 경우에는 만일 타인이 위 금지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적어도 집행관의 점유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므로 압류표시무효의 문제는 생길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집행관이 가처분의 집행으로서 물의 점유를 자기에게 이전하고 그 취지의 표시를 시행한 경우에는 만일 타인이 권한 없이 그 점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다면 압류표시 무효죄가 성립하며, 이 경우 타인의 행위가 가처분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인지 여부, 또 그 행위의 결과 가처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불능 또는 곤란하게 되었는지 여부는 본죄의 성부와 무관하다”고 판시하고, 학설도 이에 찬성하고 있는 바, 집행관의 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공무상 표시무효죄로 처벌하고 있을 뿐 가처분 주문에 따른 ‘단순한 부작위 명령’에 대한 위반행위를 위 죄로 의율하지 않는 입장이라 할 것이다. 평석 대상 판례는 가처분상의 부작위 명령이 발령되어 고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명령 위배 행위를 공무상 표시무효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하여 공무상 표시무효죄의 구성요건을 공무의 집행행위라는 국가기능 보호에 필요한 한도 내로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단순한 부작위의무의 위반행위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다만, 평석 대상 판례는 공무상 표시무효의 성립에 있어서 공무원의 집행행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따져보지 아니하였던 종래 판례의 태도와는 정합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판례의 명시적인 재정립이 기대된다.
2009-08-31
허가의 승계,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
Ⅰ. 事實關係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임의경매사건에서 하○○ 소유의 잡종지 4필지와 그 지상 건물 1동 및 같은 곳에 설치된 주유소 시설을 경락받아 2001. 3.2. 그 대금을 완납하고, 같은 달 10일 피고에게 석유판매업자 지위승계신청을 하여 같은 달 14일자로 수리되었다. 그런데 하○○는 2001. 3.2. 유사석유제품 판매로 적발되었고, 피고는 원고가 하○○의 석유판매업자로서의 지위를 승계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날 30일 원고에게 위 유사석유제품판매에 대한 과징금 7,500만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기각판결을 받았으며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Ⅱ. 大法院 判決의 要旨 [1] 석유사업법 제9조 제3항 및 그 시행령이 규정하는 석유판매업의 적극적 등록요건과 제5조가 규정하는 소극적 결격사유 및 제7조가 석유판매업자의 영업양도, 사망, 합병의 경우뿐만 아니라 경매 등의 절차에 따라 단순히 석유판매시설만의 인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석유판매업자의 지위승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석유판매업 등록은 원칙적으로 대물적 허가의 성격을 갖고 또 석유판매업자가 같은 법 제26조의 유사석유제품 판매금지를 위반함으로써 같은 법 제13조에 따라 받게 되는 사업정지 등의 제재처분은 사업자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사업의 전부나 일부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지위승계에는 종전 석유판매업자가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받게 되는 사업정지 등 제재처분의 승계가 포함되어 그 지위를 승계한 자에 대해 사업정지 등의 제재처분을 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같은 법 제14조 제1항 소정의 과징금은 해당 사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어 행정상의 제재 및 감독의 효과를 달성함과 동시에 그 사업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일반 국민의 불편을 해소시켜 준다는 취지에서 사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되는 것일 뿐이므로, 지위승계의 효과에 있어서 과징금부과처분을 사업정지처분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2] 석유사업법 제26조는 사회적·경제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유사석유제품의 유통을 엄중하게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으로서 그 위반에 따른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점, 지위승계 사유의 하나인 경매는 석유판매시설에 대해만 이루어질 뿐이고 경매로 말미암아 석유판매사업자의 지위승계가 강제되는 것은 아닌 점, 석유판매업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는 종전의 석유판매업자의 위반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는 점, 위 과징금은 사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될 뿐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석유판매사업자의 지위승계 및 과징금부과처분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은 특히 경매에 의한 지위승계에 있어서 영업의 자유나 재산권의 보장 또는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Ⅲ. 評釋 대상판결은 허가영업자의 지위가 승계된 이후에 원 사업자의 위법사유를 들어 승계인(경락인)에게 제재적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룬 판결이다. 비록 대상판결이 나온지 이미 수년이 지났으나, 주제와 관련하여서는 가장 최근의 판결이라는 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와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과의 승계문제가 학계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고시의 행정법문제(2009 제53회 행정고시)로도 출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평석의 대상으로 하였다. 이 글에서는 허가의 개념과 승계가능성을 다룬 후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문제와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문제를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검토하고 필자의 견해를 제시하기로 한다. 1. 許可의 槪念과 承繼可能性 일반적으로 강학상의 허가라 함은 공익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에 의하여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자연적 자유를 법으로 금지시켰다가 개인이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그 금지를 해제시키는 행정행위를 의미한다. 예방적 금지 또는 허가유보하에 금지라고 불리우는 이러한 허가제도는 실무상으로 개인의 직업의 자유 및 재산권행사와 직접적이고도 불가분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문제는 개인이 건축 및 영업활동을 위하여 법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허가를 취득한 이후에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이러한 활동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 허가를 양도하거나 상속시킬 수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설의 일반적 견해는 허가의 종류에 따라 구별하고 있다. 허가의 요건이 물건이나 시설의 안전 및 상태에 집중되는 대물적 허가(예 : 건축허가, 식품위생업허가 등)의 경우에는 그 승계가 가능한 반면, 허가요건이 사람의 지식·기술·경험 등 주관적 사정에 제한되는 대인적 허가(의사면허, 운전면허 등)의 경우에는 승계가 불가능하며, 허가요건이 사람의 주관적 사정과 물건의 객관적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는 이른바 혼합적 허가(예: 액화석유가스충전 사업허가 등)의 경우에는 인적 요소의 변경에는 새로운 허가를 요하고 물적 요소의 변경에는 신고를 요한다고 한다. 대물적 허가의 경우에도 승계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승계는 관련 개인의 기본권행사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법률의 근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허가관련 법률들 역시 “영업자가 영업을 양도하거나 사망한 경우 또는 법인이 합병한 경우에는 그 양수인·상속인 또는 합병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영업자의 지위를 승계한다”라는 전형적인 형태의 승계규정을 두고 있다(예: 식품위생법 제39조 1항). 또한 허가영업의 양도·양수 등의 경우에는 관할 행정청에 지위승계에 대한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 制裁的 處分事由의 承繼 허가관련 법률들은 예외 없이 공익확보를 위하여 허가를 받은 사업자들이 준수해야 할 다양한 공법상의 의무들을 규정하고 있고, 이들이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는 영업의 정지 및 허가의 취소 등 제재적 행정처분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허가취득자들이 영업 등의 활동 중에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아직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에게 허가영업을 양도하는 경우에 행정청은 양도인의 위법사유를 이유로 양수인(경매의 경우에는 경락인)에 대해 영업의 정지 등 제재적 행정처분을 발할 수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일관되게 대물적 허가에 있어서 제재적 처분이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 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를 인정하여 양수인에 대해 발하여진 제재적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여 왔다(大判 1986. 7.22. 선고 86누203 ; 2001. 6.29. 선고 2001두1611). 예를 들어 대법원 1986. 7.22. 선고 86누203 판결은 양도인의 부정휘발유판매라는 위법사유에 근거하여 양수인에게 발하여진 석유판매업허가취소처분을 대물적 처분이라고 보아 적법하다고 판시하였으며 대상판결에서도 양도인의 유사석유판매라는 위법사유에 근거하여 양수인에게 행한 영업정지처분은 대물적 처분이며 이에 따라 이를 갈음하는 과징금부과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보다 상세한 검토를 요한다. 과연 대물적 허가가 승계되기 때문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도 자동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가? 또한 이러한 영업정지 및 허가취소 등의 제재적 행정처분이 과연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가? 이러한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문제는 행정법이론상 이른바 公法上 義務의 승계문제에 속하고 있다. 3. 公法上 義務의 承繼論 전통적으로 公義務는 일신전속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계약에 의하여 이전되거나 또는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점차 비판을 받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도 실무상으로 발생되는 절차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 위법건축물에 대한 철거의무의 승계가능성이 부인될 경우에 위법건축물의 소유주는 자신의 철거의무를 피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소유권을 이전시킬 수 있으며, 행정청은 또 다시 새로운 소유자에게 철거명령을 발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소유자는 구 소유자에 대한 철거명령이 불가쟁력이 발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오늘날 지배적인 견해는 公義務의 승계가능성 여부를 의무의 성격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公義務가 의무자의 개인적인 성격과 능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그에 의하여만 이행될 수 있는, 즉 일신전속적인 의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승계가능성을 부인하는 반면, 원래의 의무자 개인과 독립하여 이행될 수 있는 의무에 대해는 그 승계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승계가 가능한 의무로는 대물적 하명에 의하여 부과된 의무나 타인에 의하여 이행될 수 있는, 즉 이행이 대체가능한 의무가 열거되고 있다. 그러나 승계가능성이 인정되는 공법상 의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승계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의 처분에 의하여 구체화되고 특정화 되어야 한다. 행정청의 상대방이 법률에 의하여 규정된 추상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단지 행정청에 의한 구체적인 의무부과의 가능성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승계문제가 제기되지 못한다(Mutius/ Nolte, DOV 2000, S. 1), 또한 행정청의 처분에 의하여 구체화된 의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타인에게 승계되기 위해서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법률의 근거를 요한다는 것이 오늘날 다수설의 견해이다(鄭夏重, 行政法槪論, 90면). 이와 같은 公義務의 승계론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에서 양도인은 유사석유판매를 금지시키는 구 석유판매업법 제26조를 위반하였는 바, 이는 법률에 규정된 추상적 의무의 위반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추상적 의무위반(제재적 처분사유)에 근거하여 행정청은 영업정지처분 등 행정처분을 내림으로써 사업자 개인에게 구체적인 공법상 의무(영업정지의무 등)를 부과하게 된다. 사실관계에서 원사업자 하○○의 추상적 의무위반이 있었을 뿐, 그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제재적인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 있으며, 이에 따라 양수인에게 승계될 어떠한 구체적인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원사업자가 위반한 법령상의 유사석유판매업금지의무는 사업주 자신만이 이행할 수 있는 일신전속적인 의무로서 승계가능성 자체도 없는 의무이다. 한편 대상판결은 허가가 대물적 허가라는 이유 이외에도 제재적 행정처분이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어떤 위법행위도 저지르지 않은 경락인에게 행한 영업정지처분의 적법성을 인정을 하였다. 그러나 사업자의 위법사유에 대해 부과되는 영업정지처분은 대물적 처분이 아니라 오히려 대인적 처분에 해당한다. 영업정지처분은 사업자에 대해 일정한 부작위의무를 부과하는 바, 이러한 부작위의무는 타인이 대신 이행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인 의무로서 그 승계가 당연히 부인되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양수인에게 전혀 어떠한 위법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의 위법사유를 승계시켜 양수인에 내려진 영업정지처분은 그의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사회적·경제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유사석유제품의 유통을 방지하고 그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경락인에 대한 제재처분을 정당화시키고 있으나, 이러한 제재처분은 위법행위를 한 원사업자에게 내려져야 하지 지위승계인인 경락인에게 행해져서는 안된다. 경락인이 받는 불이익에 관련하여 원심법원은 종전의 석유판매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서울고법 2002누13101) 과도한 채무로 인하여 토지 등의 재산권이 경매에 넘어간 종전 사업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관철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는 행정청의 업무해태행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양수인에게 전가시키는 비윤리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법률에서 규정한 허가영업자의 지위승계는 허가의 효과를 승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종전의 사업자가 행한 제재적 사유까지 승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도인의 영업활동 당시에 시설 등이 법령에 위반되고 그러한 위반상태가 양수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행정청은 이를 사유로 양수인에게 시정명령 등 제재적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바 이는 새로운 처분으로서 의무의 승계문제와는 무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에서 원사업자의 위법사유로 인하여 자신에게 내려진 영업정지처분이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4. 制裁的 處分의 效果의 承繼 양도인의 위법사유를 양수인에게 승계시켜 양수인에게 제재적 행정처분을 부과하여온 실무관행은 심각한 민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일부 법률들은 영업허가의 승계규정에 추가하여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규정을 두기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품위생법 제78조 및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제8조 등에서는 “영업자의 지위가 승계되는 경우에는 종전의 영업자에게 행한 행정제재처분의 효과는 그 처분기간이 끝난 날부터 1년간 양수인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에 승계되며, 행정제재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양수인 또는 존속하는 법인에 대해 행정제재처분 절차를 계속할 수 있다. 다만, 양수인이나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 양수하거나 합병할 때에 그 처분 또는 위반사실을 알지 못하였음을 증명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 대해도 법치국가적 관점에서 이의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양도인에게 발한 시설상의 하자를 이유로 내려진 시설개선명령은 대물적 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의무이행이 대체가 가능하여 승계가 가능하지만, 영업정지명령 등의 제재적 행정처분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신전속적 의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승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신전속적인 의무에 대해 법률이 승계를 인정한 이유는 행정실무상의 문제점, 즉 양도인은 자신에 대해 내려진 제재적 처분의 효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영업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명의만을 타인에게 양도하고 실제로는 양도인이 계속 영업을 하는 경우도 종 종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영업양도·양수의 신고에 있어서 불수리처분을 하거나 사후단속을 통하여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법률들은 제재적 처분의 효과의 승계로 인하여 발생되는 원고의 기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의의 양수인을 보호하는 단서규정을 두고 있으며 아울러 그 입증책임을 양수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법규정들은 영업정지 등 일신전속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과의 승계를 부인하되 담합에 의하여 양도·양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그 승계를 인정하도록 변경하는 것이 법치주의 관점에서 바람직 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담합의 입증책임은 행정청이 부담하도록 규정해야 할 것이다.
2009-08-27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에 있어서 관련시장 획정과 부당성
Ⅰ. 서론 대법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주)티000 강서방송(‘원고’)의 홈쇼핑사업자에 대한 불이익 제공 사건에 대하여 원고가 관련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고, 이 사건 불이익제공 행위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 부당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 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본건 판결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2007. 11.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포스코 판결’) 이후 두 번째로 대법원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였다. 다음으로,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판단에서 대법원이 처분청인 공정거래위원회(‘피고’)나 원심과 다른 판단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본건 판결에서 ‘시장지배력의 전이’문제를 간단하게나마 다루고 있는데, 그동안 실무나 학계의 입장에서 궁금히 여겨오던 부분에 대한 최초의 법원 판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Ⅱ.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정통부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고, A 홈쇼핑은 종합유선방송의 특정채널을 통해 시청가구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화로 주문을 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TV 홈쇼핑 사업자이다. 원고는 A 홈쇼핑과 특정 채널에 대하여 송출수수료를 지급받고 프로그램을 송출해주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하던 중 동일구역 사업자간 헤드엔드 통합으로 채널을 조정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그러자 원고는 A 홈쇼핑과 채널변경을 위한 협상을 전개하면서 송출수수료 인상을 요구하였으나 A 홈쇼핑이 응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기존의 8번 또는 15번 채널을 18번 채널로 변경하여 배정하였다. 2. 피고 처분의 요지 피고는 관련 상품시장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프로그램 송출시장으로, 관련 지리적 시장은 개별 방송구역으로 획정한 다음원고의 시장점유율이 법 제4조 소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을 충족하고 위 채널변경행위는 법 제3조의 2 제1항 제3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 통지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였다.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피고는 관련 상품시장을 ‘프로그램 송출 시장’이라고 하면서 ‘프로그램 공급시장은 프로그램 제작 및 공급, 사용료 수입 등이, 프로그램 송출 시장은 채널편성 및 프로그램 송출, 송출수수료 및 수신료 수입 등이 주요 거래내용으로서 양자가 별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획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관련시장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적인 프로그램 공급자(‘P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하고 프로그램을 공급받는 시장(‘프로그램 공급시장’), 홈쇼핑사업자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 프로그램 송출이라는 서비스를 구입하는 시장(‘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가입가구 간에 시청료를 지급하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장{‘(좁은 의미의) 프로그램 송출 시장’}으로 세분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의결서에 표시한 ‘프로그램 송출시장’이라는 개념은 과연 위와 같이 세분한 3개 유형의 시장 중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3. 원심 및 대법원의 판단 요지 원심은 피고의 위와 같은 관련시장 획정 및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의 인정이 일응 적법하다고 보았다. 다만 유료방송시장의 거래구조에 있어서 홈쇼핑 사업자와 원고 사이에는 프로그램 송출시장과 별개의 시장(전국을 지역적 범위로 함)이 형성되는데,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에서도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이 경우 현행법의 해석상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이 지배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그 이전 또는 다음 단계의 인접시장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전이하여 그 시장에서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도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본건의 경우 원고가 인접시장인 송출서비스 시장에서 지배력을 전이하여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였다면 그 지위의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게 된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강서구 지역 내 프로그램 송출에 관한 용역의 거래조건 등 협상에 있어서 그 인접시장에서 독점적 공급자로서의 지배력 때문에 홈쇼핑 사업자들에 비하여 훨씬 우월적 지위에 서 있는데,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기존의 계약내용을 무시한 채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한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설정하여 이를 수용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수용하지 아니하는 A 홈쇼핑에 대하여 채널을 무조건 불이익하게 배정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원심이 결론적으로 이 사건 관련 상품시장은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이고, 이 사건 관련 지역 시장의 범위는 전국이라고 본 것은 옳다고 하면서도,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곧바로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위 양시장의 거래내용, 특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규제목적, 내용 및 범위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의 시장지배력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전이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아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채널변경행위가 이루어진 이 사건 관련 시장에서 원고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한편,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행위로서 불이익 강제행위의 부당성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개별 거래의 상대방인 특정 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불이익 강제행위를 한 모든 경우 또는 특정 사업자가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부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불이익강제행위를 하였을 때 그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데,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모두 원고의 이 사건 채널변경행위에 의하여 A 홈쇼핑이 입게 된 구체적인 불이익에 불과한 것들로서 현실적으로 경쟁제한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인정할만한 사정에 이르지 못한다고 판시하였다. Ⅲ.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 1. 대법원의 관련시장 획정의 적정성 본건 관련 상품시장을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보는 것은 일단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관련 지역시장을 전국 범위로 획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본건 거래관계는 홈쇼핑 사업자가 특정 지역에 독점방송권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그 지역 내 송출채널을 공급받는 관계인데, 원심이나 대법원은 마치 전국의 플랫폼사업자들과 전국의 TV 홈쇼핑 사업자들 간의 관계인 것처럼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지역시장은 개별 방송구역인 강서구로 한정하는 것이 본건 거래관계의 실체에 더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2. 시장지배적 지위 인정여부 판단의 적정성 본건과 같은 독과점사업자의 다른 사업자에 대한 불이익제공행위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시장점유율 등 전통적인 기준으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원심이나 대법원은 관련 지역시장을 전국 시장으로 잘못 획정함으로써 지배력 전이와 같은 복잡한 논리를 이용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한 오류를 범한 것 같다. 관련시장을 ‘원고와 A 홈쇼핑 간의 개별방송구역 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정확하게 획정한다면, 그 시장 자체의 특성(해당 방송권역에서 방송을 할 수 있는 독과점적인 지역영업권을 가졌으며, 다른 사업자가 이 시장에 참여하는 데 법상 진입장벽이 있음) 및 가입가구에 대한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독점력(77.5% 이상) 등을 바탕으로 충분히 시장지배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3. 지배력의 전이에 대하여 본건 사안에서 원고의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를 시장지배력의 전이 이론에 의해 해결할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기술하였다. 물론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가 이 사건 관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원고의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를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지 ‘시장지배력의 전이’로 해결할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한편, 대법원은 ‘양시장의 거래내용, 특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규제목적, 내용 및 범위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의 시장지배력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전이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아볼 수도 없다’고 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지배력 전이의 구체적 요건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다. 대법원은 시장지배력의 전이에 있어서 전이되는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획득도 그 요건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향후 이에 대한 자세한 설시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Ⅳ. 부당성 1. 피고의 부당성 인정 사유 피고가 위 채널변경행위의 부당성을 인정한 근거로는 일방적인 채널 변경에 의해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장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우려가 있는 점, 우수 협력업체의 이탈가능성 및 신규 협력업체의 유치에 어려움이 있는 점, 타 TV 홈쇼핑 사업자에 비해 경쟁 조건을 악화시킴으로써 TV 홈쇼핑 시장에서의 사업자 간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이었다. 2. 사안의 검토 포스코 판결 이후 일련의 하급심 및 본건에서의 법원의 태도를 살펴보면, ‘주관적으로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는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남용행위’에 대하여 부당성을 인정하겠다는 판단기준을 다소 형식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경쟁제한성을 형식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본건과 같이 독과점 사업자가 자기의 사업구역 내에서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부당성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제는 보다 실질적인 검토를 통하여 다양한 시지남용행위에 대한 부당성 판단 기준을 수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특히 본건과 같이 순수한 의미의 경쟁사업자간 배제행위가 아니라, 불이익제공 등을 통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형식적인 경쟁제한성’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사안을 일반 불공정행위로 다루게 될 위험이 존재하는 바, 이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시지남용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다. Ⅴ. 결론 향후 방송·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의 발달과 더불어 대두될 새로운 유형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부당성 판단 기준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2009-03-23
‘키코(KIKO)’ 가처분결정의 문제점
I. 문제의 제기 서울 중앙지법이 최근 키코계약에 대하여 내린 가처분 결정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기업들은 본안소송과 결부하여 키코계약의 효력을 정지하여 달라는 보전소송을 봇물처럼 제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현재 키코관련 가처분 신청이 약 100여건이 접수, 진행 중이라 한다. 그 중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08년 12월30일에 내린 가처분 결정(2008카합3816)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즉, 서울중앙지법은 (주)모나미 등의 2개 기업이 (주)SC제일은행을 상대로 하여 제기한 ‘키코(KIKO)’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한 반면(같은 취지 서울중앙지법 2008. 2.12, 2009카합57, 2009카합77 등), 이와는 달리 2009. 1.8. 진양해운(주)이 (주)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KIKO) 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은 키코(KIKO) 계약의 잔여기간이 3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고 진양해운(주)의 당기순이익에 비하여 키코(KIKO) 계약으로 인한 거래손실이 현저히 적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을 하였다(2008카합4262). 법원은 위 사건에서 비록 상반되는 결론을 내리기는 하였으나 결정이유에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이 사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사정변경의 원칙이 인정된다고 판시하면서 특히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을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으로써, 계약의 기초에 대한 정의에서 주관적 사정도 고려하는 독일의 ‘행위기초론’과 유사하게 판단하고 있다. 하급심의 가처분결정이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번 가처분 결정이 몰고 오는 경제적 파장을 고려하여 그 결정이유가 비교적 상세한 서울 중앙지법 2008카합3816 가처분 결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II. ‘키코’ 가처분 결정의 문제점 1. ‘키코’ 가처분 결정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 2008. 12.30, 2008카합3816 옵션계약효력정지가처분결정). 이 사건 계약은 1년 내지 3년의 계약기간 동안 1개월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는 각 구간마다 해당 만기시점의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계속적 계약에 해당한다.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 사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은행은 모두 환율이 계약기간 동안 일정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여,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 또한 급격하게 커졌는 바, 이러한 현저한 사정의 변경은 신청인들이나 피신청인 은행이 이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볼 것이다. 위와 같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신청인들은 피신청인 은행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거래 손실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 한 남은 계약기간 동안 상당한 거래손실이 예상되어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은행의 거래손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에따라 계약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하여 신청인들로 하여금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의무를 계속해서 이행하게 하는 것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 2. 평석 (1) 쟁점의 소재 이 사건에서 핵심쟁점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이유로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하여 키코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가이다. 그 밖에 법원은 계약이 불공정하여 무효라는 주장과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는 배척하였다. 키코상품을 판매하면서 적절한 설명의무 및 적합성 의무를 위반하였는가는 계약해지 법리와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여기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한 한 계약의 해지의 타당성에 집중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2) ‘키코’계약의 구조 및 내용 이른바 키코 통화옵션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수출대금의 환율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의 은행에 대한 넉아웃(Knock-Out) 풋옵션(Put-Option)과 은행의 기업에 대한 넉인(Knock-In) 콜옵션(Call-Option)을 주로 1:2 비율로 결합한 통화옵션’을 의미한다(물론 변형 키코 옵션도 거래에서 많이 이용된다). 바꾸어 말하면, 기업이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풋옵션(장래의 일정시기에 계약금액을 행사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매입하되, 은행에 그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대신 콜옵션(장래의 일정시기에 주로 계약금액의 2배를 행사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여, 결국 제로코스트(Zero-Cost)를 실현한 통화옵션이다. 다만, 기업의 풋옵션에는 넉아웃(Knock out) 조건(일종의 해제조건)이, 은행의 콜옵션에는 넉인(Knock In) 조건(정지조건)이 각각 붙어 있어 시장환율이 하단환율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구간에 관한 계약은 실효되고(넉아웃, KO), 반대로 시장환율이 상당환율 이상으로 오르면 은행의 콜옵션이 실제로 발생하게 되는데(넉인, KI) 이와 같이 옵션에 넉아웃, 넉인 조건을 붙인 이유는 그러한 옵션이 그러한 조건이 붙지 않은 표준적인 옵션에 비해 프리미엄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는 경우에는 옵션에 위와 같은 조건을 붙임으로써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단순 선물환계약보다 유리한 환위험 회피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은행이 갖는 콜옵션의 계약금액은 기업이 갖는 풋옵션의 계약금액의 2배로 약정되어 있는데(이를 Leverage: 레버리지 조건이라 한다), 이는 레버리지를 높일수록 다른 계약조건, 즉 행사환율, 넉아웃 환율(하단환율), 넉인 환율(상단환율) 등을 기업에 유리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은 1년 내지 3년의 기간으로서, 주로 1개월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는 수 개의 옵션의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결제는 각 구간(트렌치, tranche)마다 해당 만기시점의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3) 사정변경원칙을 근거로 키코계약 해지가 가능한가 사정변경의 원칙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이론으로 인정되며 최근에는 유럽계약법, 독일민법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명문으로 규정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정변경의 원칙에서 그 적용요건은 대체로 危險分配觀點과 期待不可能性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자가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첫번째 척도라면 후자는 그 마지막 한계를 결정하는 작용을 할 것이다. 요컨대, 사정변경의 원칙은 계약에 나타난 당사자의 위험분배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여서는 아니될 뿐만 아니라, 또한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당초에 정하였던 계약내용을 그대로 유지·강제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저히 기대할 수 없을 때에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계약목적에 비추어 어느 일방 당사자가 인수한 위험범주에 속하는 경우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기성 또는 위험성이 있는 거래가 그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다. 따라서 누가 계약에서 특정한 위험을 인수하여 이를 부담하는가를 판단하는 계약의 해석작업은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기에 앞서 당연히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당사자가 사정변경을 예견하였거나 또는 예견할 수 있었을 경우와 그 사정변경이 당사자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경우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는 중요한 危險限界標準으로 작용한다. 우리 법원도 원자재 매매에서 환율상승이나 원자재 가격급등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할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판 2003. 8.22, 2003318; 서울지법 2009. 2.9, 2008카합4529 가처분결정). 한편 대법원은 일부 원심과는 달리 물가변동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을 부정한다(大判 1956. 3.10. 1955민상234,235; 1963. 9.12, 63다452: 1991. 2.26, 90다19664 등 참조). 그러나 계속적 보증과 같은 계속적 채권관계에 있어서 채무자의 자산상태가 현저히 악화되거나 채무자의 지위 또는 신분에 현저한 변화가 생긴 경우에는 보증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정변경을 이유로 보증인에게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점에 비추어 보면 우선 키코계약이 계약기간 중 월단위로 반복적으로 결제된다고 하여 이를 계속적 계약으로 봐야할 것인지도 의문일 뿐 아니라 이 상품에서 구간 이상의 환율 등귀의 위험은 가입자 즉, 기업체가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KIKO 계약도 일종의 선물환 계약으로서 본질적으로 선물환 거래를 바탕으로 계약당사자들 사이에서 위험을 분배하는 방식의 계약형태이다. 그 계약효력이 사라지는(Knock out) 구간에서의 환위험을 기업이 감수하는 대신, 콜(call)과 풋(put)옵션과의 조합과 행사가격의 조정을 통하여 기업이 비용을 따로 지불하지 않고 환위험 헤지효과와 이익을 일정부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선물환 매도와 비교하였을 경우 한쪽 계약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품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환율변동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한부분의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구간에서 이익을 보상받는 형태로 만들어진 계약인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키코(KIKO) 계약은 원래 환율의 급격한 변동도 예정하고 있으므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들어 계약의 기초 사정이 변경된 경우라고는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파생상품은 그 자체가 시장에서의 예상할 수 없는 가격변동 등의 사정변경 내지 위험을 전제로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동 가처분 결정에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이 사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동 결정에서 설시하는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다만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현재의 환율변동 이상의 급격한 환율변동 내지 금리변경이 있었음에도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를 인정한 판례가 없었다는 점(대판 2004. 8.20, 2004다11193; 2006.7.28, 2006다5505 등 참조)에 주목하였어야 할 것이다. III. 결론 결론적으로 이 가처분 결정에서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여 해지를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다만 은행이 상품을 권유함에 있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내용이나 위험에 대하여 명확하고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는 신의칙에 기한 해지 사유가 아니라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사유가 될 뿐이다. 이미 종래의 판례는 증권회사의 유가증권거래, 투자신탁 수익증권 판매시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대판 1996. 8.23, 94다3819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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