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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9) 행정처분의 이유제시와 하자의 치유
불법에 가담한 원장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는 대상판결은 그 방향성 측면에서 타당하고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이유제시의 하자에 대한 판단은 법리적 관점에서 정치성이 아쉬워 보인다. 이러한 논리적 불완전함은 치유 규정의 미비에도 기인함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 조사 시기나 자료수집의 한계가 존재하고 그럼에도 처분을 늦출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제1심 변론 종결 시까지 처분 근거의 보완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I. 사실관계 원고들 6인은 사립유치원의 각 원장이며, 모든 유치원은 설립자 1인에게 귀속되어 있다. 피고(부산광역시 교육감)는 2017. 2. 감사를 통해 2014∼2016년 원장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설립자의 계좌로 전달한 정황을 확인한 후, 2017. 3. 설립자와는 별도로 원고들에게 다음 각호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사안을 단순화함). 1. 방과 후 과정 운영비를 학부모에게 환불할 것 2. 정원 외 원아 운영으로 수령한 지원금을 교육청에 반환할 것 3. 미지급된 보결수당을 해당교원에게 환불할 것 4. 직원(설립자의 친인척)에게 부적절하게 지급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회수할 것 5. 허위 또는 과다 회계서류를 작성하여 주거래업체로부터 부당하게 수령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회수할 것 (항소심은 1∼5 모두 위법, 상고심은 1∼2는 위법, 3∼5는 적법으로 판단함) II. 대법원판결의 요지 원심(항소심)은 피고가 처분 시 총액만 제시하였고 금액 산정의 자료가 부족한 경우 추정을 가미하여 공백을 메우는 방식을 사용하는 등,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절차적 위법으로 보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원고들이 그 산정방식 등을 충분히 알 수 있어서 불복하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처분의 근거와 이유제시가 불충분하여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추산의 방식으로 위반 금액을 특정하였다는 사정은 그 액수의 타당성 등에 관한 실체적 위법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위반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은 설립자가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원고들에 대한 시정명령은 이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립자에 대한 처분으로 족하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교비회계에 속하여야 할 수입이 결과적으로 설립자에게 귀속되었다고 하여 그 결과를 초래한 원장의 교비회계 관리 업무가 소멸되지는 않는다.… 설립자에 대한 시정명령으로 원장에 대한 시정명령이 실익이 없거나 법령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III. 대상판결의 평석 1. 이 사건 판결의 의미 일반적으로 조세사건에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서 형식적 명의자의 경우 구제를 해주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명의자인 유치원 원장이 불법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항소심에서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점에 비추어, 종래의 판례는 설립자에게만 책임을 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말미암아 과거 양자의 관계는 종속성이 강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 판결을 계기로 어느 정도 대등해짐으로써 유치원의 회계는 더욱 투명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시정명령의 대상에서 원장을 제외할 경우 불법 편취의 관행이 더욱 만연될 수 있음을 고려한 대법원의 판결은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 다만, 처분의 절차적 위법이 명확해 보임에도 적법하다고 결론지은 것은, 다분히 방향성 제시의 필요에 의한 정책적인 판단이라 평가할 수 있을듯 하다. 이하에서는 논제에 따라서 절차 하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행정절차로서 이유제시제도와 하자에 대한 판례의 기본입장 처분의 이유(제시)는 “이유제시 사후추완”과 “처분 사유 추가변경”의 문제영역에서 공통분모에 해당한다. 이는 절차법과 실체법의 경계영역에 위치하며, 법도그마적 관심뿐만 아니라 실무상으로 중요성을 띠고 있다. 이유제시의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가 결합하는 경우도 충분히 상정 가능하나 본 판결은 전자와 관련된다. 불이익 처분에 대한 이유제시는 법치국가의 본질적 요소이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처분에 있어 근거와 이유가 제시되어야 함을 예정하고 있다. 다만 이유제시의 정도, 하자가 있는 경우 치유가 가능한지 여부,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판례는 처분이 실체적으로 적법하여도 절차의 하자만으로 취소되는 것으로 보는 한편, 이유제시 하자의 치유는 행정쟁송제시 전까지로 제한함으로써, 판례가 행정절차를 중시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대법원이 행정절차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음을 본 판결에서 엿볼 수 있다. 3. 절차적 하자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절차의 하자로 위법하게 된 처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각국의 법체계마다 상이하다. 독일의 경우 실체적으로 올바른 결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그 결정에 도달하는 방법과 형태는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우선적으로 행정청이 헌법과 수권 규범상의 내용을 준수하였는지를 심사한다. 독일 행정절차법상 절차의 하자는 사실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 치유될 수 있고(제45조 제2항), - 더 나아가 치유되지 않거나 치유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 종국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는 것이 명백할 경우에는 절차의 위반만을 이유로 한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다(제46조). 다만, 절대적 절차 하자는 행정절차법 제4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환경영향평가 실시되지 않았고 치유되지 않은 경우, 사안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취소청구권이 존재한다(환경권리구제법 제4조 제1항). 이와 함께, 치유로 말미암아 인용되지 못해 발생한 손해는 행정청 측에서 부담토록 하여 행정능률 및 소송경제와 권리구제의 균형을 일정부분 도모하고 있다(행정절차법 제80조 제1항, 행정법원법 제155조 제4항, 제161조 제2항).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절차를 통해 정의를 추구하며, 권리보호는 실체법보다는 권한 행사 때 요구되는 절차적 사항을 통해 실현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수권 규범에는 행정청이 유념하여야 할 실체적 요구사항들이 거의 담겨져 있지 않으므로, 결국 행정 결정에 대한 법원의 감독은 내용에 대한 적법성 심사가 아니라 절차의 엄격한 통제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어느 법체계에서도 절차법과 실체법 양자에 대한 통제를 동시에 극대화하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에서는 인과관계의 요소를 고려하여 절차상의 하자가 없었더라도 계쟁 처분이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명백히 존재할 때에는 권리 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며, 다만 그 입증책임은 행정청이나 법원이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유럽사법재판소 2020.5.20.(C-535/18): 2013.11.7(C-72/12) 참조]. 이는 독일의 입장과 괘를 같이 하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4. 절차적 하자에 대한 이 사건 판결의 평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산출 근거를 누락함은 물론이고 몇몇 항목은 추산에 의한 방식으로 총액만을 제시한 처분에 이유제시의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수긍키 어려우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대법원의 이와 같은 접근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만일 이유제시의 하자를 인정하고 절차적 위법만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할 경우 소멸시효의 문제에 직면한다. 지방재정법상 금전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며 이는 부정수급액을 지급한 때부터 진행한다는 점이다. 즉, 반환명령일을 기준으로 이미 시효가 지난 경우 회수가 불가능하게 된다. 사정판결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절차의 하자가 종국적 처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명백히 인정될 경우에는 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서만 처분의 취소를 구하지 못한다는 논리에 입각하여 결정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판례가 절차하자의 독자적 위법성을 인정하고 행정절차를 중시한다는 인식이 정착되어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웠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근래 불충분한 이유제시가 문제 된 대표적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치의 의미를 알 수 있어서 불복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으므로 처분의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판지를 이어오고 있다(2007두20348: 2019두49359). 즉, 하자를 인정한 후 치유의 문제로 해결하는 대신, 아예 이유제시 하자의 위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회수조치 시 총액만을 제시하였음에도 위 2007두20348판결을 인용하며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상투적 논리라면 그 어떠한 처분도 이유제시에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적법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와 같은 법리구성이 적절하지 않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입법 취지를 살려서 절차의 하자가 있음을 전제하고, 치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올바르다. 즉, 본 사안에서는 제1심 변론 중반 이후 산출 근거가 제시되었으므로, 이유제시의 하자를 인정한 후 - 추완된 자료가 적정하다는 전제하에 -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제시 하자의 치유 시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82누420판결 이후로 행정쟁송제기시까지인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에 따를 경우 이 사건에서 치유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하자의 치유 시기를 쟁송제기시까지로 하는 것이 모든 사안에서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행정청이 이유제시를 위한 자료확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 사건의 경우 편취금액의 항목이 다양하고 수십억에 이르는 등 사안이 복잡하여 산출 근거를 위한 처분청의 조사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반면 소송단계에서 법원이 증거를 보강하는 것은 용이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멸시효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처분을 마냥 방치해 둘 수도 없다. 지출된 총액만을 기재하여 불가피하게 한 번에 처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안에서는 소송 과정에서도 치유를 인정함으로써 그 시기를 늦추어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경우 소송의 어느 단계까지 허용할 것인가가 문제 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처럼 절차 하자의 치유 시기를 사실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를 하나의 대안으로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항소심 단계에서도 이유제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소송경제 또는 행정능률의 측면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1심부터 심리가 충실히 되어 당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1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가 적절하다고 보인다. IV. 맺음말 “니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원님재판이 떠올려진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을 이에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무엇보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별개로서 상호 구분되는 것이 마땅하다. 일벌백계의 명목으로 추산방식으로 총액만 기재한 행정처분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유제시의 하자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절차의 하자를 인정하고 치유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논리적, 법리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이 사건에서 절차 하자에 대한 대법원의 무리한 해석은 하자의 치유에 대한 명문 규정이 흠결된 점에 기인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입법적인 해결이 바람직하다. 치유 시기를 - 1심 변론 종결 시까지로 - 늦추는 한편, 치유로 패소한 원고의 손해는 피고가 부담하게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이로써 일회적 분쟁 해결의 절차경제와 권리구제의 양 이념이 다소간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단서에, 이유제시를 위한 자료수집이 어렵고, 그럼에도 처분을 해야 할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1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 보완하여 제출 가능하다는 규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요컨대, 추산에 의한 처분으로 불가피하게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법 위반의 정도와 비난 가능성의 경중을 떠나서- 행정청은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에 관한 법적 분쟁의 판단에서도 법원 역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상학 교수(대구대 법학부)
이상학 교수(대구대 법학부)
2023-11-26
행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3) 이의신청에 대한 거부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
대상판결은 ‘이의신청’이라는 제목과 관계없이 당사자의 신청을 새로운 신청으로 선해하여 그에 대한 기각결정의 독자적 처분성을 인정하는 판례의 연장선에서 위 판례의 적용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특히 당사자가 법률에서 정한 이의신청을 한 경우에도 사안에 따라서는 그에 대한 기각결정을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도 있음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당진시에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다. 피고(당진시장)는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적재조사법’)에 따라 지적재조사사업을 실시하고 토지의 경계를 확정하며 면적 증감에 따른 조정금을 산정하여 토지 소유자에게 징수하거나 지급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지적소관청이다. 2. 피고는 지적재조사사업에 따라 원고 소유 토지의 지적공부상 면적이 감소되었음을 이유로, 당진시 지적재조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원고에게 조정금 62,865,000원의 수령을 통지하였다(‘1차 통지’). 3. 원고가 지적재조사법에 따른 이의신청 기간 내에 조정금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당진시 지적재조사위원회가 재감정을 거쳐 심의·의결한 내용을 첨부하여 기존과 동일한 액수의 조정금을 수령할 것을 통지하였다(‘2차 통지’). 4. 원고는 충청남도행정심판위원회에 2차 통지의 취소재결을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가 기각되자, 2차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1. 수익적 행정처분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관할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어떠한 처분이 수익적 행정처분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해당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의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의 통보를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다. 2. ① 조정금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는 지적재조사법에 따른 법률상 절차이므로 그에 관한 절차적 권리는 법률상 권리로 볼 수 있는 점, ② 원고가 이의신청을 하기 전에는 조정금 산정결과 및 수령을 통지한 1차 통지만 존재하였고 원고는 신청 자체를 한 적이 없으므로 원고의 이의신청은 새로운 신청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2차 통지서의 문언상 종전 통지와 별도로 심의·의결하였다는 내용이 명백하고, 단순히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정금에 대하여 다시 재산정, 심의·의결절차를 거친 결과, 그 조정금이 종전 금액과 동일하게 산정되었다는 내용을 알리는 것이므로, 2차 통지를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는 점, ④ 피고가 1차 통지 시에 이의신청 절차만을 안내하고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 대하여는 안내하지 않았으며 행정심판절차에서 심판청구의 대상적격에 대하여 전혀 다투지 아니한 이상 원고도 2차 통지를 행정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2차 통지는 1차 통지와 별도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이의신청의 의미 이의신청이란 넓게는 행정작용에 대하여 행정부 내부에 제기하는 불복절차를 통칭하는 것이지만, 이의신청을 일반행정심판 및 특별행정심판에 해당하지 않는 간이한 불복절차로 좁게 이해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24일 시행된 행정기본법 제36조는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하여 처분청에 불복하는 이의신청 절차의 원칙적 구조를 정한 일반법이다. 그러나, 제36조의 시행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법률에서 다양한 모습의 이의신청 절차를 두고 있다. 지적재조사법에 따른 이의신청도 그중 하나다. 2. 이의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판례의 변천 (1) 이의신청 기각결정의 처분성 부인 대상판결의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012년 대법원판결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구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부처분에 대하여 제기하는 이의신청이 문제 된 사건에서 이의신청 기각결정이 “종전의 거부처분을 유지함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여 “이의신청인의 권리·의무에 새로운 변동을 초래하는 공권력의 행사나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8676 판결). 그런데, 위 판결에 따르면, 이의신청은 행정심판과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행정심판청구를 거친 경우 행정심판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단서는 이의신청을 거쳐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의신청의 결과를 기다리다 종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지나버리면 이의신청인은 어떠한 불복도 불가능하게 된다. 종전 처분에 대한 취소의 소는 제소기간을 도과하였고, 이의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취소의 소는 대상적격이 부인되어 부적법하기 때문이다. 판례의 이러한 태도는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단서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여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를 방해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2) 이의신청 기각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한 판례의 등장 대법원은 이후 위와 같은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대법원은 2016년, 피고(LH공사)가 생활대책대상자 부적격통보에 대한 이의신청을 재심사하여 재심사 결과로도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재심사통보’를 한 사건에서, 위 재심사통보가 단순히 종전 처분을 유지하는 의사를 표시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신청에 대한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이 인정된다고 보았다(비교판례 1,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5두58645 판결). 위 사건에서는 ① 피고가 원고들의 신청 없이 직권으로 원고들에게 최초의 처분을 하였고, 원고들이 이의신청을 통하여 비로소 생활대책대상자 지정 신청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② 피고가 원고들이 새로이 제출한 자료를 고려하여 선정기준 충족 여부를 다시 심사하였다는 점, 그리고 ③ 피고가 재심사통보에 대하여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불복방법을 고지하였기에 위 고지에 따른 원고들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었다. 대법원은 2019년 및 2021년,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본다는 일반적인 법리를 근거로 ‘이의신청’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거부를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보는 두 건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첫 번째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기각결정을 받은 원고가 피고(질병관리본부장)의 내부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 등에 이의신청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고 권리 행사기간의 제한에 관한 규정도 없으므로 원고가 언제든지 재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 ② 원고의 이의신청이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상 이의신청기간이 도과된 후에야 제기되어 위 법률에 따른 이의신청으로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이의신청을 새로운 피해보상신청으로 보았다(비교판례 2,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 두 번째는 이주자택지공급대상자 선정 신청이 거부된 원고가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이의신청 또한 기각된 사안이다. 대법원은 ① 공급대상자 선정 신청기간을 제한하는 특별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규정이 있더라도 재신청이 신청기간을 도과하였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재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적법한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고려할 요소이지 소송요건 심사단계에서 고려할 요소가 아닌 점, ② 피고 스스로도 이의신청을 수용하지 아니하는 결정이 별도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에 따른 불복절차를 안내한 점을 들어 이의신청 불수용처분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비교판례 3,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50324 판결). 3. 대상판결이 주는 함의 대상판결은 ‘이의신청’이라는 제목과 관계없이 당사자의 신청을 새로운 신청으로 선해하여 그에 대한 기각결정의 독자적 처분성을 인정하는 판례의 연장선에서 위 판례의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이의를 찾을 수 있다. 비교판례 1, 2, 3은 모두 수익적 처분의 발급을 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인정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원고들의 신청은 ‘이의신청’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종전 처분에 대해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적 처분의 발급을 구하는 새로운 신청을 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원고들이 이전에 신청권을 행사한 적이 없거나(비교판례 1), 이미 이의신청기간이 도과하였기 때문에 이를 새로운 신청으로 볼 수밖에 없거나(비교판례 2), 원고가 신청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피고에게 새로운 심사를 촉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피고도 그에 따른 결정을 새로운 처분으로 보고 불복방법을 안내하였다는 점(비교판례 3)이 근거가 되었다. 이와 달리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에게 조정금의 지급을 신청할 법률상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지적재조사법은 지적소관청이 직권으로 지적재조사지구를 지정하고, 경계를 결정하고, 조정금을 산정하여 지급 또는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고는 단지 지적소관청의 조정금산정 결과에 대해 이의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의신청을 그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의신청이 아닌 별개의 신청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피고가 최초의 조정금산정 시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조정금을 재산정하고 필요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이 비교판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대상판결은 법률에서 정한 이의신청을 한 경우에도 종전 처분과 동일한 심사절차를 거쳤다면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다고 선언한 셈이다. 대상판결은 2012년 판결이 가져온 불합리한 결과를 완화하고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판결로 보인다. 대법원이 2012년 판결에서 제시한,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은 종전의 거부처분을 유지함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별도의 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법리가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비교판례에서 대상판결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위 법리의 적용범위를 상당부분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4. 보론: 행정기본법상 이의신청 제도와 대상판결의 관계 행정기본법 제36조가 시행됨에 따라 이의신청절차를 거쳐 불복하는 경우의 제소기간 문제는 해결되었다. 제4항에서 이의신청인이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이 기각된 이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다툼의 대상을 특정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굳이 이의신청 기각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할 필요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행정심판위원회나 법원으로서는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거나 종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원고의 의사를 선해하는 등으로 청구취지의 특정에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처분청으로서도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할 때에 불복의 대상을 명확히 특정함으로써 이에 관한 논란을 방지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박현정 교수(한양대 로스쿨)
이의신청
지적재조사
이의신청기각결정
박현정 교수(한양대 로스쿨)
2023-04-26
행정사건
이의신청기각결정의 법적 성질 문제
Ⅰ. 사안 1.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8676 판결 甲은 A 시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였으나, A 시장은 2008년 7월 31일 이를 불허가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1처분'이라고 한다.). 甲은 2008년 10월 27일 A에게 민원법에 따라 이 사건 제1처분의 취소와 함께 위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구하는 내용의 이의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A는 2008년 11월 25일 甲에게 이 사건 이의신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2처분'이라고 한다). 이 사건 제2처분은 독립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2.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50324 판결 B 공사가 2017년 7월 28일에 乙에 대하여 이주대책 대상자 제외결정(1차결정)을 통보하면서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또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안내하였고, 이에 乙이 이의신청을 하자 2017년 12월 6일에 乙에게 다시 이주대책 대상자 제외결정(2차결정)을 통보하면서 '다시 이의가 있는 경우 본 처분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안내하였다. 2차결정이 1차결정과 별도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되는가? 3.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두53894 판결 C 시장이 丙 소유 토지의 경계확정으로 지적공부상 면적이 감소되었다는 이유로 지적재조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丙에게 조정금 수령을 2018년 1월 9일에 통지하자(1차 통지), 丙이 구체적인 이의신청 사유와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이의를 신청하였으나, C 시장이 지적재조사위원회의 재산정심의·의결을 거쳐 종전과 동일한 액수의 조정금 수령을 2018년 6월 12일에 통지한(2차 통지) 사안에서, 새로운 처분으로서 2차 통지는 1차 통지와 별도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Ⅱ. 제 판결의 주요요지 1.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8676 판결 구 민원사무처리법 제18조 제1항에서 정한 거부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하 '민원 이의신청'이라 한다)은 행정청의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이나 부작위로 침해된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을 구제함을 목적으로 하여 행정청과 별도의 행정심판기관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도록 한 절차인 행정심판과는 달리 민원사무처리법에 의하여 민원사무처리를 거부한 처분청이 민원인의 신청 사항을 다시 심사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스스로 시정하도록 한 절차이다. 이에 따라 민원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는 경우에는 이의신청 대상인 거부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바로 최초의 신청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처분을 하여야 하지만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다시 거부처분을 하지 않고 그 결과를 통지함에 그칠 뿐이다. 따라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취지의 기각 결정 내지는 그 취지의 통지는 종전의 거부처분을 유지함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고 또한 거부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제기에도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결국 민원 이의신청인의 권리·의무에 새로운 변동을 가져오는 공권력의 행사나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고 할 수 없어 독자적인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50324 판결 수익적 행정처분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은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이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명백히 표시함으로써 성립된다.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관할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관계 법령이나 행정청이 사전에 공표한 처분기준에 신청기간을 제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재신청을 불허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설령 신청기간을 제한하는 특별한 규정이 있더라도 재신청이 신청기간을 도과하였는지는 본안에서 재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적법한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고려할 요소이지, 소송요건 심사단계에서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 3.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두53894 판결 구 지적재조사법 제21조의2가 신설되면서 조정금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가 법률상 절차로 변경되었으므로 그에 관한 절차적 권리는 법률상 권리로 볼 수 있는 점, 丙이 이의신청을 하기 전에는 조정금 산정결과 및 수령을 통지한 1차 통지만 존재하였고 丙은 신청 자체를 한 적이 없으므로 丙의 이의신청은 새로운 신청으로 볼 수 있는 점, 2차 통지서의 문언상 종전 통지와 별도로 심의·의결하였다는 내용이 명백하고 단순히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정금에 대하여 다시 재산정, 심의·의결절차를 거친 결과, 그 조정금이 종전 금액과 동일하게 산정되었다는 내용을 알리는 것이므로 2차 통지를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2차 통지는 1차 통지와 별도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함에도 2차통지의 처분성을 부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의 독립된 처분성과 관련해 판례가 적잖이 혼란을 자아내고 있다. 행정기본법이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 통지받을 날’을 권리구제의 기산점으로 규정한 이상, 권리구제의 공백은 앞으로 생길 수가 없다. 대법원 판결이 조화될 수 없게 병존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이 시급하다. Ⅲ. 문제의 제기 - 혼재된 판례 상황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의 독립된 처분성 문제와 관련하여 판례가 적잖이 혼란을 자아내고 있다. 일찍이 대법원 2010두8676 판결은 부인하였는데, 최근의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과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은 대법원 2010두8676 판결과 다른 논거를 내세우면서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판례상으로 긍정설과 부정설이 혼재하고 있는 셈이다. 정반대의 상황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사안과 법제의 차원에서 양자 사이에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기왕의 판례를 변경하는 절차를 밟아 새로운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은 대법원 2010두8676 판결과 다른 접근을 나름의 근거로 정당화시켰고 이것이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에 이어졌다(긍정하는 문헌으로 임재남, 한국행정판례연구회 제380차 월례발표회 발표문, 2022. 10. 21.) Ⅳ.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의 논증의 타당성 여부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은 원심(서울고법 2020누30162판결)이 원용한 대법원 2010두8676 판결이 구 민원사무처리법 제18조에 근거한 '이의신청'에서 접근한 것을 문제 삼아, 대법원 2010두8676 판결의 사안에서는 행정청이 기각결정에 대하여 행정쟁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불복방법 안내를 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시켜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의 사안에서는 불복방법 안내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이런 차이에 의거하여 대법원 2010두8676 판결을 원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의 사안에서의 이의신청은 일종의 임의적이다. 그것에 대한 기각결정에서의 불복방법의 안내가 기각결정의 법적 성질을 결정적으로 가늠한다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 행정청의 친절이 기각결정을 새로운 독립된 처분으로 접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인데, 불복방법의 안내의 존재가 처분성을 인정하는 착안점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은 대상행위의 처분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수범자에게 유리하게'라는 권리구제에 친화적 해석의 방법에 따른 것이다. 이미 당초결정의 처분성이 확고한 이상, 불복방법의 안내의 존재로 기각결정을 새로운 2차결정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편 "우리 공사의 이의신청 불수용처분에 대하여 다시 이의가 있으신 경우 행정소송법에 따라 본 처분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알려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구와 관련해서,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의 논증과는 달리 이 불복안내의 문구는 '본처분'인 1차결정에 관한 것이지, 결코 이의신청기각결정인 2차결정에 관한 것이 아니다. Ⅴ.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의 논증의 타당성 여부 원심(대전고등법원 2021. 9. 30. 선고 2021누10048 판결)이 2차 통지가 1차 통지의 조정금 수령통지를 재차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1심(대전지방법원 2020. 12. 17. 선고 2019구합101143 판결)과는 달리 독립된 처분성을 부인한 데 대해서,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은 2차 통지를 독립된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접근하였다.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의 논증 가운데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구 지적재조사법 제21조의2가 신설되면서 조정금에 대한 이의신청절차가 법률상 절차로 변경되었으므로 그에 관한 절차적 권리는 법률상 권리로 볼 수 있는 점"이다. 이의신청절차의 법정화가 이의신청절차를 새로운 신청절차로 보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매우 회의적이다. 한편 지적재조사법상으로 조정금의 수령통지 또는 납부고지는 지적소관청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해지고 결코 신청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따라서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이 이의신청을 -기왕의 신청과 구분된 의미에서의- 새로운 신청절차로 접근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Ⅵ. 맺으면서 - 조화될 수 없는 병존에 대한 문제 인식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과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이 기왕의 대법원 2010두8676 판결과 다른 접근을 강구하기 위해 전개한 논증은 이상에서 본 대로 수긍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접근이 가져다줄 정(+)의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의신청의 기각결정이 내려진 시점에 이미 1차결정에 대해 불가쟁력이 발생하여 권리구제의 공백이 빚어진 상황이 타개될 수 있다.그런데 행정기본법 제36조 제4항이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 통지받을 날을 권리구제의 기산점으로 규정한 이상,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과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이 염려한 듯한권리구제의 공백은 앞으로 생길 수가 없다. 변화된 법상황에서 대법원 2010두8676 판결,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과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이 조화될 수 없게 병존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이 시급하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이의신청기각결정
이의신청
지적재조사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2-11-17
민사일반
입법 미비를 이유로 한 장애인등록 거부처분에 대한 사법심사
Ⅰ. 사안의 개요 원고는 14년 이상 뚜렛증후군[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불시에 통제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음성 틱) 목, 어깨, 얼굴, 몸통 등 신체 일부분을 매우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이상 증상(운동 틱) 모두를 1년 이상 앓는 병증으로서 의학적 원인은 미규명 상태임]을 앓아 오다가 2015년 7월 22일 관할 군수인 피고에게 장애인등록 신청을 하였다. 신청 당시에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의 위임에 의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1](이하 '시행령 별표1'이라 한다)의 등록 대상인 장애인의 종류와 기준에 틱 장애나 뚜렛증후군은 규정되어 있지 않아 원고는 장애인등록용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고는 2015년 7월 28일 장애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반려·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뚜렛증후군을 장애인등록대상으로 명문화하지 않은 시행령 별표1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장애인등록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헌법 제34조 제1항, 제5항, 장애인복지법 제1조, 제2조 제1항, 제2항,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 1]의 체계, 장애인복지법의 취지와 장애인등록으로 받게 되는 이익, 위임규정과 시행령 규정의 형식과 내용 등을 종합하면, 시행령 별표1은 위임조항의 취지에 따라 모법의 장애인에 관한 정의규정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가능한 범위 내에서 15가지 종류의 장애인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오로지 그 조항에 규정된 장애에 한하여 법적 보호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보아 그 보호의 대상인 장애인을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으로 새길 수는 없다. 2. 어느 특정한 장애가 시행령 별표1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행정입법의 미비가 있을 뿐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행정청은 그 장애가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 이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위 시행령 조항 중 해당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의 유형에 관한 규정을 찾아 유추 적용함으로써 위 시행령 조항을 최대한 모법의 취지와 평등원칙에 부합하도록 운용하여야 한다. 3. 원고는 뚜렛증후군이라는 내부기관의 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장애인복지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에 해당하는 점, 위 시행령 조항이 원고가 가진 장애를 장애인복지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행정청은 원고의 장애가 위 시행령 조항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을 들어 원고의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처분은 위법하고, 피고로서는 위 시행령 조항 중 원고가 가진 장애와 가장 유사한 종류의 장애 유형(뇌전증·간질장애 또는 정신분열·반복성 우울장애)에 관한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원고의 장애등급을 판정함으로써 원고에게 장애등급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Ⅲ. 평석 1. 문제의 제기 행정쟁송 실무에서는 장애인등록 대상과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분쟁이 흔히 발생하고 있으나, 이는 시행령 별표1에 열거된 장애 종류·유형의 해당성 여부를 다투는 경우이다. 본 사안은 시행령 별표1에 명시되지 않은 뚜렛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장애에 대해 장애인등록이 가능할 것인지를 다투는 사건으로서 차이가 있다. 대상판결은 시행령 별표1의 입법 미비와 그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선언에 그치지 않고, 행정청에게 유추 적용을 통한 장애등급 부여를 후속 조치로 지시한다는 점에서 적극적·파격적인 판결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원고의 권익구제라는 결과에는 찬성하지만, 대상판결의 법리구성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2. 장애인등록대상을 한정·열거한 입법 미비와 처분의 위법성 문제 가. 예시적 열거로 본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시행령 별표1의 장애인의 종류와 기준 규정을 예시적 열거로 봄으로써 원고의 장애유형도 법원의 법해석을 통해 보호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을 찾고 있다. 원고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장애인이 명백한 이상, 예시적 열거인 시행령 별표1의 명시적 규정 없이도 장애인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의 입법취지와 장애인 보호의 당위성만으로는 특정한 장애유형을 가진 장애인의 복지수급권의 내용과 대상을 구체화하는 법령이 제정되기 전임에도 헌법규정, 일반조항이나 정의규정에서 장애인 복지수급권이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행령 별표1이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라는 문언을 두지 않은 점, 복지수급권의 내용과 대상은 재정상황이나 사회복지 정책의 우선순위 등에 따라 선별적·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점, 새로운 장애유형에 대한 보호 여부는 신중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한정적 열거로 봄이 더 자연스럽다. 나. 복지급부에 관한 입법재량권과 입법 미비 여부 대상판결은 뚜렛증후군을 규정하지 않은 시행령 별표1을 단순한 행정입법의 미비로 보았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급부의 이행 시기, 방법 등의 구체적 내용은 복지정책별 우선순위, 전체적인 복지의 수준, 재정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광범위한 입법재량 사항이다. 이러한 입법재량으로 인해 특정 장애를 가진 대상자에 대한 복지급부 근거규정이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더라도 쉽사리 해당 행정입법이 입법 미비 상태라거나 다른 장애에 비하여 평등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입법 미비 상태에서의 거부처분의 위법 여부 시행령 별표1에 규정되지 않은 장애인등록신청에 대하여 담당 공무원이 -대상판결과 같이 신청인의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장애등급을 판정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담당 공무원에게 시행령 별표1의 제·개정 권한이 없고, 재정부담을 수반하는 장애인등록을 통일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임의로 처리할 경우 추후 징계책임이 우려될 수 있다. 행정기본법 제4조의 적극행정을 고려하더라도, 행정입법의 개선으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행정청이 복지급부의 근거가 되는 행정입법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는 거부처분을 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판시가 일반화될 경우, 급부행정에서 공무원의 자의적 법해석과 복지급부의 임의집행 우려, 입법공백임에도 수급권의 무리한 주장과 신청의 남발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장애인등록신청 거부가 불완전 입법상태, 즉 부진정입법부작위라는 객관적 위법상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3. 행정입법 미비상태에 대한 법원의 타당한 사법심사 방식 가. 명령·규칙 심사권에 의한 해결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의 본질이 처분 근거법령의 미비라는 객관적 위법상태에 있다면, 그 사법심사는 시행령 별표1에 대한 명령·규칙 심사권(헌법 제107조 제2항)으로 귀결됨이 타당하다. 법원은 판결 주문에서 별도로 명령·규칙의 폐지나 적용 배제를 선고함이 없이, 판결 이유에서 시행령 별표1 중 뚜렛증후군을 장애인등록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부분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점을 선언하면 된다. 이러한 판단만으로도 시행령 별표1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 행정의 후속조치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대상판결 판시의 문제점 대상판결이 유추 적용에 의한 장애등급 부여의 행정조치를 요구한 것은, ①장애인 복지행정에서의 입법재량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이고, ②의무이행소송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제에서 마치 특정행위 명령판결(Vornahmeurteil)을 선고한 것과 결과적으로 다를 바 없으며, ③입법재량 영역임에도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도출하여 적극 제시하는 것이어서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만을 심사하던 종래의 재량행정에 대한 판례와도 배치된다. 행정입법의 개선의무는 취소확정판결의 기속력을 통해서도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선고 후 1년 7개월 만에 시행령 별표1의 개정으로 뚜렛증후군이 정신장애의 한 유형으로 명문화되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 치료가 어렵게 된 장애인이 되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기까지도 너무 힘들었을 장애인 본인과 그 가족이, 다음 단계로서 장애인등록의 문턱에서 또다시 쓰라린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장애인등록이 이루어지기까지 신청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엄중히 생각하고 적극적인 개선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가치는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다만, 행정입법 미비 상태에 대한 대상판결의 판시 논리와 사법심사 방식은 법리적 차원의 재검토가 필요하고, 그 문제점에 관하여 앞으로 대법원 판례의 정밀한 개선을 기대한다. 이은상 교수 (아주대 로스쿨)
장애인
장애등급
장애인복지법
이은상 교수 (아주대 로스쿨)
2021-09-13
행정행위의 공정력과 취소판결의 소급효간 충돌에 관한 소고
Ⅰ. 대상판결 요지 피고인은 1997년 8월23일 전라남도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피고인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이하 ‘이 사건 운전면허취소처분’이라 한다)을 받은 사실, 그 후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은 1997년 11월28일 피고인의 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범행에 대하여 무혐의처분을 한 사실, 전라남도지방경찰청장은 2007년 6월8일 피고인이 위와 같이 무혐의처분을 받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운전면허취소처분을 철회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 바, 이와 같이 피고인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없음을 이유로 전라남도지방경찰청장이 이 사건 운전면허취소처분을 철회했다면, 이 사건 운전면허취소처분은 행정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처분시 소급해 효력을 잃게 되고, 피고인은 그 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당초부터 없었음이 후에 확정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2. 11. 8. 2002도4597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2007년 4월9일에 한 자동차운전행위는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고 오인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으니, 원심판결에는 운전면허취소처분의 철회의 효력 및 무면허운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Ⅱ. 문제 제기 행정행위의 공정력이 문제되는 상황은 사안처럼 중간에 일정한 법사실이 생긴 경우이다. 일찍이 대법원 1993년 6월25일 선고 93도277판결과 대법원 1999년 2월5일 선고 98도4239판결은 행정행위의 공정력에 취소판결의 소급효를 곧바로 대입해 행정행위의 공정력을 공동화했다. 대상판결 및 직접적인 참조판례인 대법원 2002년 11월8일 2002도4597판결은 이런 기조를 그대로 수용해 취소판결의 소급효적 관점을 부담적 처분의 철회에 연계시켜 철회의 소급효를 논증했다. 양자 공히 취소판결의 소급효를 행정행위의 공정력에 관한 논의에 그대로 대입한 결과이다. 그리하여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법도그마틱인 행정행위의 공정력이 전적으로 절차적 의미만을 지닌다고 확인된다. 판례의 이런 기조가 이미 행정법도그마틱상으로 확고히 굳어졌다고 할 것 같으면, 행정법문헌상의 행정행위의 공정력에 관한 일반적 논의는 지극히 공허할 수밖에 없고, 획기적인 방향전환이나 자기부정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판례의 이런 기조는 핵심적인 행정법도그마틱을 전도(顚倒)시킨다. 즉 행정행위론의 근간인 공정력의 본질 및 행정행위의 존재이유를 훼손하는 것이거니와, 자칫 취소소송의 성질까지도 통설에서 벗어나 확인소송으로 봄직한 전조가 된다. 무엇보다도 공권력행사에 대한 개인의 대응양상에 따른 법질서의 왜곡이 빚어질 수 있다. 가령 부담적 처분을 무시하고 범법행위를 저지르며 그것의 위법성을 다툰 자가, 부담적 처분을 따르면서 그것의 위법성을 다툰 자에 비하면 결과적으로 이익을 누리는 셈이 된다. 이 같은 결과를 전자가 후자에 비해 확고한 권리의식을 지녔다는 식으로 치부할 순 없다. 준법으로 인한 불이익의 초래는 자칫 법적 아노미와 법적 안정성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Ⅲ. 대상판결의 문제점 1. 철회논증상의 문제점 원심(광주지방법원 2007. 10. 18. 선고 2007노1453판결)은 행정행위의 철회가 있더라도, 철회이전에 범한 법위반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할 순 없다고 본다. 행정행위의 철회의 효과가 통상 미래(장래)효(ex nunc)인 점에서, 원심은 행정행위철회론에 충실하며, 그 자체로선 수긍이 가는 논증이다. 반면 대상판결은 분명 행정행위의 철회의 차원에서 논증을 하면서도, 여기에 취소판결의 소급효를 대입시킨다. 그리하여 철회의 미래(장래)효가 수정됐다. 물론 철회의 효과를 일률적으로 미래효로 단정할 순 없고, 철회의 의미가 무의미할 수 있는 경우엔 그것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가령 기왕에 보조금과 같은 급부가 행해졌는데 그에 요구되는 부담을 불이행한 경우엔, 철회효과를 소급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2007, 309면; 김동희, 행정법Ⅰ, 2007, 358면). 따라서 철회의 미래효적 도그마틱의 수정이 설득력이 있게 논증되어야 한다. 오늘날 직권취소가 쟁송취소와는 엄연히 구별되고, 도리어 철회와의 공통점을 많이 드러내는 점에서, 철회에 쟁송취소의 법리를 대입시키는 것은 행정행위철회론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대법원 2002년 11월8일 선고 2002도4597판결이 이런 하이브리드적 논증을 했고, 그것이 참조판례의 형식으로 그대로 대상판결에 이식됐다. 쟁송취소의 소급효를 그대로 대입한 것이 문제의 근원인 점과는 별도로, 여기선 관련 판례들이 왜 (부담적) 행정행위의 취소의 견지에서 바라보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철회사유가 되는 새로운 사정의 발생은 원처분당시엔 고려되지 않은 것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사안에서 문제되는 것은 원처분당시에 이루어진 사실관계의 포섭이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운전면허취소처분이 내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사실관계를 출발점으로 삼았기에, 성립당시에 이미 그것은 위법했다(Vgl. Kopp/Ramsauer, VwVfG Kommentar, 8.Aufl., 2003, 쪮48 Rn.29). 요컨대 사안은 행정행위취소의 철회의 차원이 아닌 행정행위취소의 취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행정행위취소의 취소에서 문제는 후행 취소만으로 즉, 동종의 행정행위가 새로이 발해지지 않더라도 원처분의 효과가 원처분당시에 소급하여 소생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독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취소나 철회의 취소는 문제되지 않고 철회의 철회가 다투어지는 반면, 우리의 경우 판례는 취소의 취소에 대해서 소극적이다(대법원 1979. 5.8. 선고 77누61판결; 대법원 1995. 3.10. 선고 94누7027판결. 이에 대한 심도있는 비판으로 특히 류지태, 행정법의 이해, 2006, 94면 이하 참조. 그리고 대법원 1979년 5월8일 선고 77누61판결에 대한 평석으로 김동희, 행정청에 의한 행정행위의 취소의 취소, 판례회고 제8호, 1980.12., 7면 이하, 대법원 2002.5.28. 선고 2001두9653판결에 대한 평석으로 박해식, 대법원판례해설 제41호, 2002.12., 130면 이하 참조). 만약 여기서 법원이 다른 입장을 가졌다면, -설령 공정력의 약화라는 결과에선 동일하다 하더라도- 구태여 쟁송취소의 소급효를 동원하기보다는 부담적 행정행위의 직권취소에서의 소급효인정을 통해 접근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2. 公定力과 관련한 問題點 철회적 접근에 취소판결의 소급효를 연계시킨 논증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대법원 1993.6.25. 선고 93도277판결과 대법원 1999년 2월5일 선고 98도4239판결이다. 이들은 부담적 처분(허가취소처분과 운전면허취소처분)에 위배하여 범한 법위반행위의 가벌성이 문제된 사안이다. 여기서 판례는 행정심판(93도277판결)과 행정소송(98도4239판결)에서 그 부담적 처분이 취소된 이상, 그 행정처분은 처분시에 소급해 효력을 잃게 되고 따라서 “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원래부터 없었음이 확정됐다”고 해서 그 법위반행위를 무죄로 선고했다. 우리는 실체적 공정력을 규정한 셈인 독일 행정절차법 제43조 제2항(“행정행위는 직권취소·철회 또는 다른 방법으로 폐지되지 않거나, 시간의 경과나 다른 방법으로 실효되지 않는 한, 유효함에 변함이 없다”)과 같은 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판례와 문헌은 강행규정에서 법률행위의 적법성과 유효성을 연계시키는 민법(제103조, 제104조)과는 달리, 행정행위의 공정력의 존재를 통해서 행정행위의 적법성과 유효성(법효과발생)의 불합치를 인정하고 있다. 여기선 공정력의 인정근거 및 그에 따른 내용이 문제된다. 왜냐하면 적법성과 무관한 법효과발생은 그 자체가 법치국가적 원리에 대한 도발이기 때문이다(Ruffert, Erichsen/Ehlers(Hrsg.), Allg. VerwR, 2005, 쪮21 Rn.1). 중대한 위법의 경우 무효가 인정되며, 불가쟁력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위법한 행정행위를 다툴 수 있으며, 행정 역시 폐지할 수 있는 수단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것의 용인에서 가장 걸림돌은 실정법적 근거의 부재이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행정절차법에 (실체적) 공정력의 근거규정이 마련되기 전에는 그들 행정법원법상으로 행정행위에 대한 구분된 구제가능성(즉,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에 의거한 쟁송법적 논거가 주효했다. 특히 J. Ipsen은 행정절차법이전에 공정력을 아무런 의문 없이 긍정한 판례와 문헌의 일반적 태도를 두고서, 과거 O. Mayer가 주장한 자기확인설(자기증명설)을 기저에 두고 있다는 점과 그런 상황이 심지어 불문법적으로 인정돼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Ders., Allgemeines Verwaltungsrecht, 2005, Rn. 666ff.). 우리의 경우 독일과 비견한 실체법적 규정이 없기에 과거 Wolff/Bachof가 주창했듯이(Wolff/Bachof, VerwRⅠ, 9. Auf., 1974, S.414) 법치국가원리의 발현인 법적 안정성에 공정력의 법적 근거를 둘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근거를 의미하진 않는다. 따라서 당연히 공정력은 그 자체가 실체적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만약 행정쟁송취소의 반사적 효과라는 점이 강조되어 그것이 순전히 절차적인 데에 그친다면, 행정행위폐지이전 그 중간에 발생한 법사실은 자칫 법외적 사건으로 치부될 우려가 있다. 나아가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간의 제도적 구별이유가 거의 없어진다. Ⅳ. 맺으면서-발본적인 해결책 여기서 쟁송취소의 소급효에 관해서도 생각할 점이 있다. 비록 공정력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취소판결의 효력을 독일처럼 원칙·예외의 관계에서 접근했으면(Hufen, VerwProzR, 2003, 쪮38 Rn.31; Schoch/Schmidt-AΒmann/Pietzner, VwGO, 1999, 쪮113 Rn.34), 사안처럼 중간에 법사실이 생겼더라도 이상에서 지적한 법적 평가의 불합리한 불평등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근원적으로 공정력의 인정에 대한 대응기저로 집행정지의 원칙이 채용되었으면, 사안의 전개가 전혀 달랐을 것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집행정지효의 원칙을 공법쟁송의 근본원칙으로 보아 집행정지와 집행부정지가 원칙과 예외의 관계에 놓이며, 만약 이런 관계를 역전시키는 행정실무는 위헌이라고 판시했다(BVerfG NJW1974, 227; NJW 1980, 35(36)). 법치국가원리적 의문점과는 별개로 집행부정지의 원칙은, 사안에서처럼 법치국가원리에 입각한 행정법도그마틱의 전개를 방해하기도 한다. 금번 행정소송법개정움직임에서 집행정지요건의 완화가 강구된 점은 호평할 만하나, 법치국가원리에 기하여 발본적 해결책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안에선 공정력, 취소판결의 효력 그리고 집행정지와 관련한 문제점이 종합적으로 표출된 셈이다. 요컨대 입법정책적 고려가 법치국가원리를 좌절시킬 순 없으며, 우리의 특유한 법제도라고 해서 귤화위지(橘化爲枳)가 되어선 안 된다.
2008-03-17
경품상품권지정의 민간위탁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Ⅰ. 事實關係 원고는 경상남도 마산시 내서읍 삼계리에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일반게임장을 운영하였다. 원고가 2005. 12. 29. 그 게임장 내에 ‘해피쇼크’라는 게임기 35대를 설치하여 영업을 하면서 경품용 상품권으로 지정되지 않은 모 주식회사 발행의 문화상품권(‘해피스핀’ 상품권)을 게임 결과에 대한 경품으로 제공하였다. 이를 이유로, 피고(마산시장)가 2006. 1. 27. 동법률 제39조 제1항 제5호, 제32조 제3호 (가)목에 따라, 원고에게 2006. 2. 15.부터 2006. 3. 16.까지 1개월간 일반게임장 영업을 정지하도록 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判決要旨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은 문화관광부장관에게 경품의 종류를 정하여 고시할 권한을 부여하였을 뿐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민간단체에 대한 사무위탁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았고, 경품의 종류를 정하여 고시할 권한 속에 그 권한을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문화관광부장관이 그 고시로 경품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정하면 그와 같이 정하여진 경품의 종류에 대하여는 상위법인 법률의 내용을 보충하고 법률과 결합하여 법령으로서의 효력은 있을지언정 문화관광부 고시인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 제2항 제4호 자체가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10조,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법령’이라고 할 수는 없고, 일반게임장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상품권의 종류를 지정하는 사무는 지정되지 않은 상품권을 제공하는 경우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수반되는 점에 비추어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는 매우 중요한 사무이므로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10조, 제11조 제1항을 근거로 하여서는 문화관광부장관이 그 사무를 민간단체에 위탁할 수 없다고 할 것인데도, 이와 다른 견지에서 일반게임장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상품권의 종류를 지정할 권한을 민간단체에 위탁한 위 문화관광부 고시 제2조 제4호와 그 고시에 따라 민간단체가 한 상품권 지정은 무효이다. 또 원고가 (재)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지정하지 않은 상품권을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피고가 한 이 사건 (영업정지)처분도 위법ㆍ무효이다. Ⅲ. 問題의 提起 사안에서 문제가 된 것은, 상품권지정제도이다. 2001.5.24.에 개정된 舊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는, 게임제공업자의 준수사항으로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음 각목에 해당하는 경품제공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 가.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종류외의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 나.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경품의 종류·지급기준·제공방법 등을 위한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이 마련되었다. 최초의 것(문화관광부 고시 제2002-2호, 2002.2.9.)이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을 제공가능경품으로 규정한 이래로, 국민관광상품권이 추가되고(고시 제2002-18호, 2002.12.30.) 상품권인증제가 도입되었다(고시 제2004-14호, 2004.12.31.). 사안에서 문제가 된 고시(고시 제2005-9호, 2005.7.6.) 제2조는, 제공가능한 경품의 종류로 ⅰ) 완구류, 문구류, 캐릭터, 상품류, 문화상품류, 관광기념품류, 액세서리류, ⅱ) 의류, 생활필수품 등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물품. 단 청소년유해 매체물 및 유해 약물, 물건은 제외, ⅲ) 경품교환용티켓(전체이용가 게임물에 한함), ⅳ) (재)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지정하는 상품권(18세이용가 게임물에 한함)을 규정하였다. 모법률이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부여한, 제공가능한 경품의 지정권을 상품권의 경우엔 유관 민간단체에 넘겨버린 것이다. 요컨대 동 경품취급기준은 법령보충적 고시(행정규칙)에 해당하는데, 대상판결은 동 규정(제2조 제4호)을 무효로 판시함은 물론 동 규정에 의거한 지정 자체를 무효화시켰다. 그리하여 동규정의 지정제에 따른 상품권유통에 관한 통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하에선 경품대상상품권의 지정권을 행사하는 (재)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法的 地位를 착안점으로 삼아 관련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Ⅳ. 對象判決의 바람직스런 부분 대상판결은 당해 고시를 법령보충적 고시로 보아, ‘법률과 결합하여 법령으로서의 효력’은 인정하면서도, 동 고시 제2항 제4호 자체가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등에서 규정하는 ‘법령’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법규적 효력의 인정≠법규명령의 존재). 법령보충적 기능을 갖는 행정규칙이 법규적 효력을 지님으로써, 법규명령으로 탈바꿈하느냐의 물음은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법령보충적 규칙의 문제를 많은 문헌들이 ‘행정규칙형식의 법규명령의 문제’로 표현하는 것이 상징하듯이, 자칫 법규적 효력의 인정이 행정규칙의 법규명령화를 의미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이 같은 용어의 사용이 과연 문제의 본질이나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근본이해에 부합하는지 새삼 숙고되어야 한다. 사실 법규적 효력이 있는 행정규칙을 바로 법규명령이라 불러, 정연한 사고를 방해한다(요컨대 이를 ‘규칙유사적 명령’이나 ‘명령유사적 규칙’으로 명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판례는 대개 ‘법규명령으로서의(과 같은) 효력(성질)’이란 표현을 함으로써,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하곤 하였다. 특히 대법원 1990.2.9. 선고 89누3731판결은 ‘재산제세조사사무처리규정(국세청훈령 제980호)이 과세의 법령상 근거가 됨은 물론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행정규칙이고 그 자체 법령은 아니므로 이를 공포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기본태도를 분명히 하였다. 대상판결은 이런 기본태도를 정당하게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Ⅴ. 對象判決의 瑕疵論證上의 問題點 대상판결은,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10조, 제11조 제1항에 의해서, 행정청의 소관사무를 민간에게 위탁하기 위해선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의한 근거가 요구되는데, 법령보충적 고시는 상품권지정(권)의 위탁을 위한 직접적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고 정당하게 본다. 그런데 여기선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민간이 행정과정에 개입하여 엄격한 행정적 통제를 대신하면, 개인의 자유영역을 위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민간단체의 개입이 기본권적 보호본질의 상대화를 초래할 땐, 그 평가가 부정적일 수 있다. 후자의 경우와 관련하여 개개 국민이 사회단체에 의존하거나 그의 先在的 활동영역이 이들 조직에 의해 지배를 받을 때는, 개개 국민을 위한 기본권보호의 상대화가 발생할 수 있다. 국가권력을 조직화된 사회단체에로 넘기는 것은, 다름 아닌 개인의 자유행사를 집단의 권력(Macht von Kollektiven)에로 넘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Udo Di Fabio, VVDStRL 56, 1997, S.235(252f.)). 따라서 민간위탁 그 자체를 위한 직접적 근거로서 법규명령은 충분치 않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사안을 기본적으로 상품권지정의 민간위탁의 측면에서 접근을 하면서도 민간상품권지정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의아스럽다. 민간이 행정결정과정에 주체차원에서 개입하는 양상은 크게 (組織私的化에 해당하는) 公務受託私人과 (機能的 私的化에 해당하는) 行政補助人으로 나뉜다. 여기서 관건은 수탁받은 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법령 및 수탁의 범위안에서 자유로이 판단하고 결정내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정의 효과가 공법적인지 여부이다. 공무수탁사인이 되기 위한 결정적인 기준은, 그가 -국가의 도구적 차원을 넘어- 법상 전적으로 국가에게 유보된 公法的 手段을 동원할 권능을 갖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이미 1999년에 상품권법이 폐지되어, 상품권에 관한 국가적 통제는 전무하고, 단지 소비자보호의 차원에서 개개의 경우가 문제될 뿐이다. 상품권의 문제가 전적으로 사인간의 것으로 바뀐 지 오래된 이상, 민간위탁의 관점에서 바라볼 땐 세심한 고찰이 요구된다. 경품제공가능한 상품권의 지정이 국가임무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만으론 민간에 의한 지정으로부터 공법적 이슈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상품권자체가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 들어간 이상, 지정을 둘러싼 법상황은 기본적으로 私的 狀況이다. 그리하여 任務私的化에서 비롯된, 사회적 自己規律(Selbstregulierung)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런데 모법률(제32조 제3호)이 경품의 종류 등에 관한 결정권을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부여한 것이 결정적인 단초가 된다. 따라서 상품권지정은 본래 행정의 소관사무에 해당한다. 만약 모법률이 행정의 결정권에 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채 바로 민간단체에 의한 상품권지정제를 규율할 경우엔, 여기선 전적으로 규율된 (사회의) 자기규율의 차원에서 국가의 보증책임이 문제될 따름이다. 요컨대 행정법도그마틱상 여기서의 민간상품권지정자인 (재)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公務受託私人에 해당한다. 공무수탁사인의 행정주체성여부가 논란이 되나, 공무수탁사인으로서의 그의 공무집행행위가 공법적 성질을 지녀 행정쟁송의 대상이 된다는 데는 異論이 없다. 따라서 경품제공가능한 상품권의 지정은 行政處分이다. 이처럼 처분성이 논증되면, 대상판결의 문제점이 노정된다. 하자있는(위법한) 법규범의 무효도그마원칙에 의해 해당 고시 제2조 제4항은 무효가 되긴 하나, 그 고시에 의거한 행정행위의 하자효과가 당연히 무효로 되진 않는다. 판례는, 위법하여 무효인 조례에 근거한 행정처분이라 하더라도, 重大明白說에서 요구되는 하자의 중대성과 명백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단순 위법에 그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대법원 2001.7.10. 선고 2000다24986 등). 대상판결은 이런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바로 지정행위를 무효로 판시하였다. 이처럼 대상판결이 고시의 무효성에서 바로 상품권지정행위의 무효를 도출한 것은, 그나마 통제장치로 기능한 셈인 상품권지정제도 자체를 무효화시켜, 비지정상품권의 유통에 대한 통제메커니즘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상품권지정의 민간위탁을 위한 수권형식의 문제가 결과적으로 소위 ‘딱지상품권’의 유통을 국가적 통제의 死角地帶에 놓이게 만들었다. Ⅵ. 맺으면서 이번 ‘바다이야기 사건’은 상품권법폐지의 법적 함의를 고려치 않은 채 상품권의 경품제공을 허용한 것이 그 근본원인이지만, 指定制와 관련해선 行政法的으론 크게 두 가지의 숙제를 남겼다. 법령보충적 고시를 비롯 행정규칙을 여하히 법치국가원리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의회와 행정의 分業的 法定立의 관점이 착안점을 제공한다. 오늘날 法律執行의 새로운 제휴(협동)형식에서 국가와 사회세력은 공히 형성적으로 협력을 함으로써, 公(국가)·私 混合行政(Mischverwaltung)이란 일종의 통일된 法律執行의 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공·사 협력관계에 터 잡은 법률집행상의 이런 변화는, 다름 아닌 책임분배의 실현모드로서의 제휴(협력)이다. 바다이야기 사건은, 공동체적 가치를 도외시한 邪的 민간(단체)과, 脫規制化를 기화로 자신의 소임을 방기한 행정이 어우러져 빚은 소산이다. 法治國家原理를 具體化하는 行政法으로선, 자기규율적 (법률)집행형식을 영역상의 자유이념과 국가이념의 궤도안에서 유지하는 것이 그 임무이다(Udo Di Fabio, a.a.O., S.235(269)).
2006-12-25
처분이유의 추완(追完)과 이유보완의 구별
Ⅰ. 事實關係 (1) 原告(은호산업주식회사)는 1996. 5. 12. 구 자동차운수사업법(1997. 12. 13.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1항, 제69조 제1항, 같은법시행령(1998. 6. 24.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제5호, 서울특별시행정권한위임규칙에 따라 被告(서울특별시 중랑구청장)에게 이 사건 대지를 차고지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자동차운송사업계획변경인가신청을 하였다. (2) 이에 대해 被告는 같은 해 9. 7. 原告에 대하여, 위 차고지가 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 제13조 제1항 [별표 1] 자동차운수사업면허기준 소정의 시설기준을 갖추지 못하였고, 중랑구민원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 위 지역이 주거지역으로서 차량매연, 소음, 교통안전, 지역정서 등을 고려하면 차고지로서는 부적합한 것으로 심의되었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사업계획변경인가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하였다. (3) 原告는 위 반려처분의 사유에서 지적된 차고지의 법정 시설기준을 충족하도록 제반 공사를 마치고, 1997. 6. 26. 被告에게 다시 같은 내용의 자동차운송사업계획변경인가신청을 하였던 바, 被告는 같은 해 9. 26. 위 신청은 이미 중랑구민원심의위원회에서 택시회사 차고지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심의된 바 있으며, 진입로가 좁아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장기적으로 차고지 부근의 재건축 또는 재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으로 택시회사 차고지로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신청을 재차 반려함으로써 소송에 이르게 되었다. Ⅱ. 上告理由 원심판결은 처분사유의 적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서울시 건축조례에 의하면 일반주거지역 안에서는 차고를 설치할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였다고 판시하였는 바,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처분사유로 든 것은 동일한 내용의 종전 신청을 반려한 적이 있는 점, 인근에 학교, 어린이집이 있고 진입로가 좁은 점, 장기적으로 재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인 점에 있을 뿐 서울시 건축조례위반은 처분사유에 포함되지 아니하였습니다. 대법원 1995. 12. 10. 선고 95누4704 판결, 1992. 2. 14. 선고 91누3895 판결 등은 일관하여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 있어서 당초의 처분사유와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청이 처분사유로서 주장하거나 법원이 이를 처분사유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 위 판결의 취지를 유추하면, 처분청인 피고나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처분사유의 적법, 타당성을 논함에 있어 서울시건축조례위반의 점을 참작하여서는 아니된다 할 것임에도 이를 참작하여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였으니 이는 처분사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법령위반은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쳐 위법한 것입니다. Ⅲ. 大法院의 判旨 행정처분의 적법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 당시의 사유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나, 처분청이 처분 당시에 적시한 구체적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단지 그 처분의 근거 법령만을 추가·변경하는 것은 새로운 처분사유의 추가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처분청이 처분 당시에 적시한 구체적 사실에 대하여 처분 후에 추가 변경한 법령을 적용하여 그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여도 무방하다(대법원 1987. 12. 8.선고, 87누632 판결; 1998. 4. 24.선고, 96누13286 판결 등).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처분 당시 그 처분사유로 이 사건 대지상의 차고 설치가 서울특별시건축조례 제21조 제12호에 위반된다는 점을 들지 아니하였다가 이 사건 소송에서 비로소 이를 처분사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피고가 처분 당시에 적시한 구체적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단지 그 처분의 근거법령만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처분사유의 추가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대지상의 차고 설치가 서울특별시건축조례에 위반된다는 점을 참작하여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한 것은 거기에 상고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바와 같은 처분사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全文은 法律新聞 제2882호 9면 참조). Ⅳ. 評 釋 1. 爭點의 所在 이 사건에서, 처분청(被告)은 처분시에, 원고의 차고지가 구 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령·시행규칙 포함)이 정한 시설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은 것 등을 이유로 原告의 신청(사업계획변경인가신청)을 반려(거부)하였다. 그리고서는 “이 사건 대지상의 차고설치가 서울특별시건축조례에 위반된다(이하 “건축조례위반”이라고 한다)”고 하는 처분이유는 소송단계에서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바로 그 “건축조례위반”이라는 被告의 주장과 관련하여, 原告측은 당초의 처분이유와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이유임을 이유로 “처분사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피고가 처분당시에 적시한 구체적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단지 그 처분의 근거법령만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므로 “처분사유의 추가라고 볼 수 없다”고 함이 대법원의 판단임은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다. 결국 “건축조례위반”이라는 피고의 사후적 처분이유의 제시가 “처분이유의 추가”에 해당하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 이 사건에서의 쟁점이 되어 있는 셈이다. 2. “處分理由의 追加”가 있음은 분명하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被告는 처분시에 原告의 차고지가 자동차운수사업법이 정한 시설기준에 위반된다는 사실(처분이유)은 제시하였으나, “건축조례위반”은 소송절차에서 처음으로 제시(추가)하였다. 被告가 처분시에, “차고지의 인근에 학교, 어린이집이 있고, 진입로가 좁으며, 장기적으로 재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이다”고 하는 사실은 적시하였으나, 그러한 사실과 “일반주거지역에는 차고를 설치할 수 없다”는 내용의 건축조례규정이 같은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법원이 “처분의 근거법령의 추가는 처분사유의 추가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하였음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3. “理由提示의 追完”인가 “理由·根據의 補完”인가? 처분청이 이 사건에서, 처분의 근거법령으로서의 건축조례위반이라는 사실(처분근거)을 처분시에 제시하지 아니하고 사후에(소송절차에서) 추가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한 전제하에서 검토해야 할 일은 이 사건에서의 “처분근거의 추가”가 “이유제시의 추완”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이유·근거의 보완”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전자는 허용되지 않는데 대하여, 후자는 일정한 조건하에 허용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유제시의 추완”이라고 함은, 처분시에 이유제시를 하지 않고 사후에 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유·근거의 보완"이라 함은, 처분시에 이유제시를 하기는 하였으나, 그의 사실적·법적 근거를 불충분하게 제시하여, 사후에 보충 또는 정정(Berichtung)하는 것을 의미한다(상세는 졸저, 行政法 Ⅰ, 335면 이하 참조). 행정쟁송에 있어서 그 “이유제시의 추완”과 “이유·근거의 보완”의 구별이 그토록 중요한 의의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법원이 그 점을 심도있게 심리하지 않았음은 심리미진의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4. “理由提示” 成文化의 특별한 의미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1996. 12) 행정절차법을 제정하여, 행정청은 처분시에 당사자에게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함을 성문화해 놓았다(동법 제23조). 따라서 개별법에 규정이 없더라도 모든 처분에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처분청의 의무로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처분의 이유제시”가 성문화된 이상, 이는 재판(행정소송)에 대하여도 그에 합당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여 법원 역시 행정절차법상의 이유제시의 기능(명확화의 기능 . 설득기능 . 권리구제의 기능 . 행정통제의 기능 등)을 보다 깊이 음미하여 그에 관한 법리를 재판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이다(상세는 졸저, 전게서, 294면 등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행정절차법 제정이전의 판례(대판 1987. 12. 8, 87누632)를 원용하며, 같은 시각에서 이 사건을 심리하였음은, 역시 심리미진의 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2000-07-06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Ⅰ. 事件槪要 청구인 (한효남)은 자신이 양도한 토지에 대해 강동세무서가 부과고지한 양도소득세 및 방위세와 관련해, 위 과세처분이 부동산의 양도 및 취득가액을 모두 지방세법상의 과세시가표준액에 의한 가액에 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양도가액은 배율방법으로, 취득가액은 재무부령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가액으로 양도차익을 산출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행정심판절차를 거쳐 서울고등법원에 과세처분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기각되었고,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대법원판결을 송달받은 후, 위 과세처분(이하, 원행정처분)의 위헌확인 및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는바, 헌재는 각하하였다. Ⅱ. 判決要旨1. 다수의견(헌재결정에 반함으로써 재판 자체까지 취소되는 경우에 한해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된다는 견해) 다수의견은, 헌법재판소 1997. 12. 24. 96헌마172·173결정의 취지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의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 재판 자체까지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와 같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함과 아울러 그 재판의 대상이 되었던 원행정처분은 헌법소원 심판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며,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허용할 경우 이는 판결의 기판력에 어긋나며,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107조 제2항이나,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는 헌재법 제68조 제1항의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2. 재판확정 이후라도 헌재의 위헌결정이 있을 경우에는 재판과 함께 원행정처분도 헌법소원이 허용된다는 견해(이영모) 이 견해는 재판소원이 허용되는 범위에 있어 다수의견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을 뿐(1998.4.30. 92헌마239결정의 반대의견), 다수의견과 논지를 같이 한다. 3. 별개의견(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언제나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이재화, 고중석, 한대현) 헌재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것은 위 조항 단서의 보충성의 원칙과 결합하여 법원의 재판자체 뿐만 아니라 재판의 대상이 되었던 원행정처분도 제외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바, 원행정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 심판을 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작용에 대한 심사가 아니라 사법작용에 대한 심사와 행정작용에 대한 심사를 동시에 행하는 것이되고, 결과적으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원행정처분이 위헌이어서 사법적 심사의 방법으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면 그것은 법원의 몫이지 헌법재판소의 몫은 아니다. 따라서 원행정처분은 언제나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4. 반대의견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언제나 허용된다는 견해;조승형) ①「법원의 재판」에 대한 직접적인 소원과 헌재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규정하고 있는 「권리구제절차로서의 재판」을 거친 원공권력작용에 대한 소원 (간접적인 재판에 대한 소원)은 명백히 구분하여야 할 것이며,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의 위임정신이나 위 헌재법 조항 단서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후자까지도 그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위와 같은 위임정신이나 입법취지는 헌재법 제68조 제1항이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는 「공권력」의 작용은 「재판」만을 지칭하고 있을 뿐 「재판」을 거친 원공권력작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재판」을 제외한 모든 공권력작용에 대한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정하여진 권리구제절차를 모두 거치게 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으며,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라 하여 「행정소송법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지 않은 점으로 본다면 구제절차로서 「재판」을 거친 원공권력작용도 헌법소원의 대상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할 것이다. ② 헌재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것은 위 조항 단서의 보충성의 원칙과 결합하여 법원의 재판자체 뿐만 아니라 재판의 대상이 된 행정처분도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헌재법 제68조 제1항 단서가 보충성의 원칙을 규정한 뜻은 재판의 대상이 된 행정처분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려 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 권리구제절차와 헌법소원절차를 활용함에 있어서 시간적 선후관계를 분명히 하여 양자의 관계를 밝힘은 물론 일반법원과 헌법재판소와의 권한분배의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③ 헌법 제107조 제2항의 문언에 따르더라도, 처분자체의 위헌·위법성이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분자체에 의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헌법소원이 모두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명령·규칙 자체가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이 된다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고, 위 헌법조항에 병렬적으로 열거된 처분의 경우도 명령·규칙과 달리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 볼 수 없다. ④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배제규정은 곧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배제라는 공식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닌바, 재판을 헌법소원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시킨 것은 법관의 오심에 의한 기본권침해 또는 소송절차상의 기본권침해 등을 이유로 하는 판결이나 결정 등에 대하여 제기되는 헌법소원을 배제한다는 것, 즉 재판작용이 원인이 되어 새로이 발생하는 기본권침해 문제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일 뿐,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법문으로부터 재판의 원인된 원행정처분자체에 대한 헌법소원까지도 배제한 것이라는 결론을 바로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⑤ 소송물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배제규정은 곧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배제규정이라는 추론은 무리라 할 것으로, 법원도 기본권을 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법원 판결의 기판력은 원칙적으로 직접 헌법적인 문제, 즉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침해여부에까지 미치지 아니한다. 그에 반해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절차에서는 헌법문제, 무엇보다도 기본권침해문제 자체가 결정의 기판력 내지 기속력의 내용을 이루므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배제규정은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대상성 인정여부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다. ⑥ 헌재법 제75조 제1항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국가기관인 법원을 기속함을 명백히 천명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원행정처분취소·공권력불행사위헌확인결정의 기속력은 행정처분에 대한 법원의 확정재판의 기판력에 우선한다고 봄이 마땅하다. 「기판력의 본질」과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취소·위헌확인 결정」이 서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며 위 기속력으로 인하여 위 기판력이 소멸할 뿐이다(이는 법원의 확정재판의 취소 (예컨대 재심)에 의하여 기판력이 소멸되는 법리와 다를 바 없다). Ⅲ. 評 釋 ① 이 사건의 쟁점은, 행정처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그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는 판결이 확정되어 법원의 소송절차에 의하여서는 더 이상 이를 다툴 수 없게된 경우에, 당해 행정처분 자체의 위헌성 또는 그 근거법규의 위헌성을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이다(결정문에서 자세히 논증된 부분에 대한 단순 반복적 설명은 지면상 피한다). ② 기본권보장의 확대역사를 보면, 위헌·위법(이하, 위헌)적 법령에 대한 통제는 위헌법령심사제도로, 위헌적 처분에 대한 통제는 행정쟁송제도로, 위헌적 재판에 대한 통제는 심급제도로 규제되어 왔는데, 재판에 의한 「기본권」침해에 대한 인식증대와 심급제도에 의한 구제는 일종의 자기재판으로서 그 기능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면서, 재판에 의한 기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새로운 기본권실현수단인 헌법소원제도가 독일을 시초로 발전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헌법소원을 이해한다면 헌법소원의 본질이 재판통제에 있음을 알 수 있고, 헌법소원의 핵심적 표지라고도 볼 수 있는 보충성원칙을 보면 헌법소원제도가 더더욱 재판통제에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경유하고도 기본권침해가 있는 경우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라고 하는 것은 법원의 재판절차에서 기본권침해가 제거되지 않았거나 재판 중에 새로이 기본권침해가 있는 경우에 이를 헌법소원의 형태로 다투라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③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의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심판」이라는 의미는 입법자가 헌법소원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적 내용이 훼손되지 않음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사법체계 등을 고려하여 우리에게 맞는 헌법소원제도를 형성하라는 취지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소원의 본질이 재판통제에 그 중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법원의 재판을 「모두 언제나」포함시켜야 헌법소원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헌법소원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시키면서까지 모든 재판을 헌법소원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헌재법 제68조 제1항을 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음도 물론이다. ④ 헌재법 제68조 제1항의 본문과 단서를 해석할 때,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을 부정한다고 보는 해석도 가능하고, 이를 긍정하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 법률에 대한 다의적 해석이 가능할 때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법률해석과 헌법재판에 있어 기본적 요구이며, 「헌법에 부합하다」는 것은 기본권을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이념이 최대한 실현될 수 있는 해석방법을 선택하여야 함을 의미할 것으로, 재판과정에서 원행정처분에 대한 권리구제가 이루어졌으나 「기본권침해」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경우, 헌법소원의 청구요건(공권력행사, 기본권침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라면 몰라도, 원행정처분(공권력행사)으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면 헌법소원청구를 부정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한다. 헌법에 좀 더 부합되는 해석을 선택하여야 하며, 모든 재판을 헌법소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제도하에서는 더더욱 이를 허용함으로써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적 내용이 훼손되는 일을 최소화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⑤ 또한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모두 경유하고 오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뜻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으면 그것을 경유하고 그 절차속에서 구제가 안된 경우에 비로소 이 절차(헌법소원)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다른 절차를 이용하라고 해서 이용했더니 더 이상 이 절차(헌법소원)의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을까 한다. 본문은 헌법소원의 대상을 다룬규정이고 단서는 이용절차에 관한 규정인데,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청구까지 부정하는 것은 조문해석에 정도를 벗어난 것이 아닐까 한다. ⑥ 다수의견은 재판이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여 재판의 대상이 되었던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청구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재판이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락된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별도의 헌법소원을 긍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재판취소로 인한 「결과를 정리」한 것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원행정처분에 대한 예외적 헌법소원이 인정되는 경우인 것 같이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 본다. ⑦ 필자는 헌법소원의 대상에 「재판의 일부」만이 포함되는 것이 옳다고 보며(모든 재판을 긍정할 경우 남소의 폐해가 매우 심각하며, 그럴 필요도 없다), 그것이 헌법의 위임정신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을 긍정할 경우 남소의 폐해가 예상되나 지정재판부에서 「명백하게 이유없는 경우」에는 「각하」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999-02-22
행정정보공개조례 안 재의결취소
法律新聞 2191호 법률신문사 行政情報公開條例(案) 再議決取消 일자:1992.6.23 번호:92추17 洪井善 梨大法政大副敎授 法學博士 ============ 15면 ============ 1. 判決의 要旨 본사건은 청주시(원고)가 「청주시의회(피고)가 1991년 12월 26일 제112회 청주시 의회정기회 제6차 본회의에서 처리한 청주시행정정보공개조례(안)의 재의결은 이를 취소한다(예비적으로, 무효를 확인한다)」는 판결을 구하는 사건이었다. 동사건에서 대법원은 원고의 請求를 棄却하고 그 判決理由로 ① 정보공개조례는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하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그 제정에 반드시 법률의 개별적 위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② 동조례안은 국가사무에 관한 것까지 포함하고 있지 않다. ③ 사무관리규정 제33조 제2항은 행정기관에 정보공개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동조례상 행정정보의 공개의무규정은 사무관리규정에 반하지 않는다. ④ 동조례안의 이의신청과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은 청구인이 동시 또는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이 청구인에게 불리한 특례라 할 수 없다. ⑤ 합의제행정기관에 대한 내무부장관의 승인은 조례안 의결의 전제요건은 아니며, 위원회의 정보공개결정이 반드시 집행기관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이의신청은 행정심판과는 별개의 부가적인 권리구제수단이고,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행정쟁송이나 그 결정은 대한 위원회의 책임은 문제되지 아니하며, 지방의회의원이 집행기관의 공무원 및 전문가등과 동수의 비율로 위원으로서 참가하는 것은 반드시 법령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을 들었다. 2. 評 釋 (1) 위의 판결이유중 ①,②,③에 관하여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어 보이고 아직까지 이에 대한 비판론도 보이지 아니한다. 그러나 ④와 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柳至泰, 법률신문, 92년 8월 31일)도 있다. 이하에서 ④와 ⑤에 관한 필자의 생각을 약간 기술하기로 한다. (2) 먼저 同條例上의 異議申請制度의 適法性에 관해 보기로 한다. (가) 판례는 「집행기관의 청구인에 대한 정부공개거부결정은 행정심판법 제2조 소정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청구인은 이에 대하여 같은 법제3조1항에 따른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정보공개조례안 제11조에 인정하고 있는 이의신청은 행정심판법에 의한 행정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전치조건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청구인으로 하여금 위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을 동시에 또는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권리구제의 방법을 추가한 것이어서 행정심판을 제기할 권리를 박탈하거나 그러한 권리의 행사를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볼수 없으므로 집행기관의 처분에 대하여 청구인에게 불리한 특례를 규정하였다고 할수 없다」고 하여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비판론은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기기간이 예외없이 30일 이내로 되어 있는 것은 행정심판법상의 행정심판제기기간보다 단기이기에 당사자에게 불리한 규정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이로인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당사자의 권리가 제한될 수도 있게 되므로, 그 결과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에 관련된 규정은 지방자치법 제15조에 반한다고 하고, 아울러 판례의 말대로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의 선택적 청구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조례에 의한 권리구제제도가 법률에 의한 권리구제방법을 대신하는 것이 되는바, 이러한 것은 해석의 차원을 벗어난 무리한 논리전개라 한다. (다) 생각건대,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의 적법성여부와 관련하여서는 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가 과연 법률의 유보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가(지방자치법 제15조 참조)? 조례로서 자치사무와 관련하여 독자적인 권리구제제도를 마련할 수는 없는가?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가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제도를 과연 침해하는 것인가? 등의 문제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 ① 법률의 유보의 원칙의 적용범위가 명백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침익작용의 경우에는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고(헌법 제37조제2항 참조), 수익작용의 경우에는 법률의 근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異論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를 살펴볼 때, 동제도를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제도를 보완하는 제도로 이해하거나, 행정심판제도를 훼손하지 아니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인 권리구제제도로 이해될 수 있다면,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는 결코 침익적인 것이 아니고 수익적인 것이라고 하겠고, 따라서 동제도는 결국 지방자치법 제15조(침해유보)위반은 아니라 하겠다. ② 권리구제제도는 반드시 법률에 의해서만 창설될 수 있고, 조례에 의해서는 창설될 수 없는가도 문제이다. 사실 행정심판법이 국가행정이나 자치행정상 처분에 관한 분쟁의 해결을 위한 일반법임은 너무도 명백하다(행정심판법 제5조 참조). 그런데 행정심판법 제43조 제1항은 「행정심판에 관하여는 사안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청구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이 법에 대한 특례를 다른 법률로 정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생각컨대 동규정은 청구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특례를 국가의 입법자(법률)가 정할수 없다는 원칙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동규정의 반대해석상 행정심판법 보다 청구인에게 유리한 특례를 법률로 정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행정심판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한(즉, 청구인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므로), 조례로서 지방자치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권리구제제도를 두는 것은 청구인에게 불리한 특례로 볼수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43조 제1항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법률에 근거없이 조례로서 권리구제제도를 둘 수 있다고 새기는 것은 지나친 해석론이고, 아울러 조례로서 권리구제제도를 두면 지방자치단체마다 상이한 제도를 갖게되어 전체로서 주민의 권리구제제도는 통일성을 결하게 될 것이라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라고 하는 것이 주민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가 해결하는 제도임을 상기한다면,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는 것이고(헌법 제117조 제1항), 이때 법령의 범위안이란 사안에 따라서는 넓게 새겨 무방할 것이다. 말하자면 법령의 범위안이라는 의미를 반드시 명문의 법령에 근거하여라는 이미로 새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편, 지방자치단체마다 상이한 권리구제제도를 가질수 있다는 것은 문제점이 아니라 오히려 자방자치제도의 본질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지방자치제도는 지방마다 특성을 갖는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만약 각지방자치단체가 너무도 상이한 제도를 갖게되어 법제도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정도라면, 또는 조례에 의한 권리구제제도가 법률에 의한 권리구제제도를 마비시키게 되다면, 국가의 입법자는 국가의 기본질서의 형성자로서 입법(법률)을 통해 이를 정비 방지할 수도 있는바, 그것은 바로 입법자의 임무이기도 하다.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가 후술하는 바와 같이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제도를 배제하는 것도 아니라 이해한다면,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는 결코 위법한 제도라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지방자치의 영역에서 창설된 또 하나의 권리구제제도로(물론 후술하는 바와 같이 불완전한 권리구제제도로)이해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③ 판례는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은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청구의 전치조건이 아니라 오히려 청구인으로 하여금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을 동시에 또는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권리구제의 방법을 추가한 것으로 판시하였다. 이에 대해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선택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생각컨대 명문의 규정이 없어도 관련제도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합리적인 해석 판단을 하여야 하는 것은 법원의 임무에 속하는 것인바, 동조례상의 권리구제제도가 자치법상 고유한 권리구제제도라고 이해하는한, 판례의 입장은 정당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주민은 (i) 국법상의 제도(행정심판)를 활용할 수도 있고, (ii) 자치법상의 제도(이의신청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고, (iii) 양제도를 동시에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가 불완전한 제도인 탓으로 (ii)의 경우는 법상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동조례의 개정을 통해 정부공개위원회의 결정에 구속력을 인정하게 되면 사정은 달라 질 것이다. (3) 다음으로 同條例上의 情報公開審議委員會(이하 위원회로 부르기로 한다)의 適法性에 관해 보기로 한다. (가) 판례는 ① 합의제행정기관의 설치에 관한 내무부장관의 승인은 조례의 시행단계에서 취하여져야 할 절차로서 그 승인여부가 행정기관의 설치를 규정한 조례안의결의 효력을 좌우하는 전제조건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하고, 아울러 ② 위원회의 결정이 집행기관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행정쟁송의 문제나 그 결정에 대한 위원회의 책임귀속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하며, ③ 지방의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전체주민의 대표자라는 지위에서 주민의 권리신장과 공익을 위하여 위원회에 집행기관의 공무원 및 전문가 등과 동수의 비율로 참여하는 것이 반드시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수도 없다고 하였다. (나) 그러나 비판론은, ② 위원회의 결정에 구속력이 없다면 이의신청제도는 청구인에게 아무런 권리구제수단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바, 위원회를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위원회의 지위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여야 한다고 하고, ③ 9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의 구성에 3인의 시의회의원을 포함시키는 것은 지방의회 우월주의의 발상이라는 지적을 가하기도 한다. (다) 판결이유의 전개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예, 지방자치법시행령 제41조를 내부절차규행으로 파악하는 표현) ①의 결론에 대해서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② 위원회의 결정에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가 그만큼 법적 강제의 관점에서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지 비법적인 관점에서도 반드시 의미가 적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위원회의 결정에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논리상 바람직한 것일지라도 조례제정자가 법적구속력의 부여를 선택하지 아니한 이상, 해석을 통하여 집행부에 대하여 구속력을 부여한다는 것은 정당한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사유로 인하여 동조례상의 이의신청제도는 권리구제제도로서 불완전한 것이고, 또한 생성중인 자치법상 권리구제제도 중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③ 한편, 집행기관에 대한 감독기관이라 할 지방의회의 구성원인 시의회의원 3인이 위원회의 구성원의 일부가 되는 것이 반드시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지방자치의 영역에서 지방의회와 집행기관과의 관계는 국가의 영역에서 국회와 집행부간의 관계와 동일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방의회는 국회와 같은 순수한 의미의 의회라고 할 수는 없다. 지방의회는 넓은 의미에서 지방자치행정조직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라 함이 타당하다(洪井善, 1993년 104면), 서구민주국가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조직형태에는 기관대립형 외에도 기관통합형도 있다. 기관통합형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관대립형의 경우에도 사안에 따라 양기관의 융화가 있을수 있다고 새기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요컨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지실현에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되는 제도를 도입 실현할수 있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집행기관과 협력하여 사무를 처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기능의 엄격한 분리분립이 아니라 주민복지를 최상 최적으로 실현하는데에 그 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 동위원회에 시의회의원이 참여하여도 그 수는 재적과반수를 넘는 것이 아니므로, 시의회가 집행기관에 비하여 우월적인 입장에 서는 것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위원회의 구성에 시의회의원 3인이 참여하는 것은 위법이라 하기 곤란하다. 다만 판례는 「지방의회의원이 그 의원의 자격이라기 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전체주민의 대표자라는 지위에서 주민의 권리신장과 공익을 위하여 위원회에 집행기관의 공무원 및 전문가 등과 동수의 비율로 참여하는 것이 반드시 법령에 위배된다고 볼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사실 지방의회의원으로서의 지위와 전체주민의 대표자로서의 지위의 구분이 분명한 것도 아니고, 또한 시의회의원이 전체주민의 대표자라는 지위에서 참여한다고 하여도 시의회의원 3인은 결국 지방의회의원이기에 선출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4) 논리전개에 어색함이 있긴 하나, 결론에 있어서 판례의 입장은 타당하다. 무엇보다도 주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을 적극적으로 승인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일천한 역사탓으로 성숙하지 못한 지방의회가 제정한 다소 문제있는 조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지방화시대를 더욱 의미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본 판결은 의의를 갖는다고 보겠다. 무릇 법의해석 적용은 단순한 형식논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이러한 점에서 본 판결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하다. 
199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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