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말
현행 형사소송법 제105조는 원심법원의 판결선고 확정 전, 피고인의 신병처리와 관련하여 구속, 보석취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으로 인하여, 아직 소송기록을 갖고 있는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 또는 보석취소를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반면, 형사소송규칙 제57조는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 보석취소를 허용함으로써, ‘동 규칙이 법률에 위배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문제는 ① 법 제70조에서 말하는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는 법원의 개념, ② 이심효과 발생시점, ③ 법 제105조의 성격(판결확정 후, 원심과 상소심 간에 피고인의 신병처리에 관한 기술적 절차를 규정한 것인가. 아니면 실체적 요건을 규정한 것인가), ④ 무죄판결선고 등으로 구속의 효력이 상실된 피고인도 원심법원이 재차 구속할 수 있는지 등 세부논점을 놓고 논의됐다.
이 가운데, 대법원 2007.7.10. 자 2007모460 결정은 규칙 제57조 1항이 법 제105조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며, 판결선고 후, 상소제기 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 도달 전이면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이 가능하다 판시하였으나, 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이하에서는 앞서 본지의 판례평석을 통해 소개된 차정인 교수와 이균용 부장판사의 견해 및 일본에서의 논의형태를 참고로, 위 결정례의 의미를 보다 정확히 추론하고자 한다.
II.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에 의한 피고인 구속의 가능성
1. 일본에서의 논의와 판례 : 일본형사소송법 제97조 및 제92조의 해석론
한국의 법 제105조 및 규칙 제57조에 대비되는 일본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은 제97조 및 제92조로, 일본 법 제97조는 상소제기 전의, 구류기간 갱신, 구류취소, 보석 내지는 구류의 집행정지를 하거나, 이를 취소하는 결정은 원재판소가 하도록 하고, 상소제기 중,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은 때는 위 결정을 할 재판소를 재판소규칙으로 정하게 한다. 한편, 일본 규칙 제92조 2항은 상소제기 중,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은 때는 위 결정을 원재판소가 하도록 한다. 한국에 비교하여, 법률과 규칙 간의 내용이 일치하고, 보석취소도 규정한 차이가 있을 뿐으로, 불구속재판 중의 피고인을 판결언도(선고) 후, 원재판소가 구속이 가능한지는 일본 형사실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의 제 견해는 4가지 형태로 정리된다(佐 木史朗 外 17人, 增補 令狀基本問題 上, 東京 : 一粒社, 1997, 430-432頁). (1) 상소제기 전후를 불문,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는 견해. 이는 ① 피고인의 구류는 본안사건이 계속하고 있는 수소재판소의 고유권한으로 이해하고(피고인 구류요건을 규정한 일본 법 제60조-한국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재판소로 한정), ② 상소제기 시에 이심효과가 발생됨을 주된 전제로 한다. 이에, ③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가 구류기간 갱신결정 등을 하도록 한 법 제97조 및 규칙 제92조 2항은 수소재판소 외에 피고인 신병에 관한 처분을 허용한 특별규정(구류 등의 실체적 요건규정)으로 이해함으로써, 구류가 제외됨은 이를 불허하는 의미로 파악한다. 다만, 이에 따르면 상소제기 전에는 본안이 원재판소에 계속된 점에서 원재판소가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도 하겠으나, ④ 구류 중인 피고인에 대하여는 원재판소가 모든 유형의 신병처리결정을 할 수 있음에도 유독 구류되지 않은 피고인의 신병처리에 관하여 가장 기본적 처분인 구류를 제외함은 의문으로, 판결 전까지 지장없이 구류되지 않고 재판을 받은 피고인을, 판결언도 후 갑자기 구류할 수 있다는 것은 극히 희박한 사례로, 만일 구류 필요성이 인정되면, 판결언도 전, 원재판소가 구류할 수 있음이 실무상 통례임을 고려할 때, 상소제기 전에도 역시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 봄이 자연스럽다는 논거를 든다. 과거 일본 형사실무의 보편적 견해다. 다음으로, (2)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는 견해(大阪高決昭和·39·2·15高刑集17卷1·152頁). 논거는 (1)과 유사한데, 大阪高等裁判所는 「상소제기전은 별론으로」하여, 명확한 견해를 유보하고 있다. (3) 상소제기 전,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는 견해(福岡高決昭和39·6·13下刑集6卷5, 6·621頁). 다만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의 구류가능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논거는 (1)과 같은데, 상소제기 전, 수소재판소는 원심으로 법 제60조에 의하여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4) 상소제기 전 후를 불문, 원재판소에 의한 피고인 구류가 가능하다는 견해(廣島高決昭和40·10·13判タ181·214頁). 세부적으로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먼저 ①은, 피고인 구류는 본 안이 계속되는 원재판소의 고유권한인데, 이심효과발생은 상소제기시가 아닌 상소재판소에 소송기록도달 시로, 따라서 상소제기 전은 물론, 상소제기 후라도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원재판소는 법 제60조에 따라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 ②는 구류권한은 소송계속 중, 수소재판소의 본래적 권한문제는 아니어서, 반드시 소송계속 중 수소재판소가 갖아야 할 필연성은 없다. 법 제97조 및 규칙 제92조는 구류요건을 판단함에, 가장 합리적인 법원으로 하여금 결정하게 하기 위한 정책적 성격의 조문으로, 이심효과가 상소제기 시 발생한더라도, 피고인 구류는 법 제60조에 따라, 원재판소가 할 수 있는 것이다(법 제60조의 재판소는 ‘수소재판소’에 한정하지 않고 ‘피고인에 대한 구류권한을 갖는 재판소’로 파악).
2. 最三小決昭和41·10·19를 통해 제시된 일본 최고재판소의 견해
일본 최고재판소는 昭和41년 이 문제에 대하여, 판단을 제시해 주목받는다. 최고재판소는 먼저 피고인의 구류이유, 필요성 등 실체적 요건 판단문제와 구류권한을 어떤 재판소에서 갖는지 절차적 권한배분문제는 별개임을 지적하면서, 피고인의 구류이유 등 실체적 요건의 판단 시, 법 제60조에는 시간적 제약이 없고, 판결언도 후, 상소제기 전 후를 불문, 피고인의 구류는 가능하다고 한다. 나아가 원·상소재판소 간 피고인 구류권한배분에 대하여,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는 한, 구류 이유, 필요성 등은 상소재판소가 판단할 수 없어, 또 구류이유 등이 있어도 이를 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여, 법 제92조 및 규칙 제97조가 구류처분을 제외하여도, 원재판소에 구류권한이 없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最三小決昭和41·10·19刑集20卷9·864頁). 위 최고재판소결정례는 상기 (4) 견해 중 ②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동일한 취지로 大阪高決昭和49·6·19判タ311·274頁; 大阪高決昭和55·10·3判時986·132頁).
물론 문제제기가 없지 않다. 먼저 위 논리라면, 무죄판결언도 등에 따라 구류효력이 상실된 피고인도, 판결언도 후 원재판소가 재차 구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를 지지하는 견해는 전무이다. 또 유죄판결언도 후, 피고인의 도주우려 등에 따른 구류를 허용함은 판결확정 전에 사실상 형을 집행하는 효과가 있다. 유죄판결의 언도와 도주우려 등이 예상되면, 판결언도에 앞서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음에도, 굳이 선고시까지 문제없이 재판을 진행에 해온 피고인을 언도 후 구류하는 것은 아무리 구류이유, 필요성 판단이 유동적이라도 넌센스다. 구류기간의 초과 등으로 피고인구류가 제한되는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형사소송법에는 구류이유, 필요성 외에 다양한 제약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법 제60조는 실체적 요건규정으로, 법 제92조는 절차적, 기술적 규정으로 단정함도 적절치 않다. 오히려 법 제92조는 구류권한의 배분이라는 절차적 요건과 실체적 요건을 동시에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일본 형사소송법 입법과정을 보면, 제정 당시는 ‘구류기간의 갱신’도 누락되었으나, 昭和24년 5월 28일 법률제118호 개정으로, 추가되었다. 따라서, 당초 ‘구류’와 ‘구류기간의 갱신’을 조문에서 누락된 것은 입법과정의 착오보다는 일정한 의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인데, 위 최고재판소 결정례는 이러한 입법자의 의도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III. 대법원 2007.7.10. 자 2007모460 결정의 배경에 대한 추론
사례는 1심에서 소재불명 등을 이유로 궐석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징역1년 6월의 형 선고를 받은 후, 항소를 하자, 1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하였다. 이후 변호인이 원심인 항소심에 구속취소신청하고, 원심은 판결선고 후 1심 법원에는 피고인 구속권한이 없음으로 이를 인용, 피고인의 구속을 취소하였다. 검사가 재항고한 사안으로, 대법원은 “상소제기 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기록이 없는 상소법원에서 구속의 요건이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여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구속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는 원심법원이 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05조의 규정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 원심 구속취소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결국, 사안은 상소제기 후의 문제로, 구속이유나 필요성이 부정되어 불구속재판을 받은 예가 아닌, 소재불명 등으로 궐석재판이 진행된 점에 특징이 있다.
원심 논리를 추론하면, 판결선고 후, 법원은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법원에 한정되고, 이심효과 발생시점과 무관하게, 판결선고 후 법원은 수소법원의 지위를 상실함을 전제로, 법 제105조는 피고인의 신병처리권한이 없는 원심법원에 예외적 권한부여 규정으로 파악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차정인 교수는 ‘이심효과의 발생시점을 논거로 하지 않고, 판결이 선고되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원심법원으로서 권한이 종료함이 원칙’이라 하는데, 원심과 동일 맥락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는 의문이다. 만일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이 (수소법원으로서)지위를 상실하면, 이심효과가 발생 전까지 수소법원 내지 소송계속은 없게 된다. 이것이 타당할까?가령 이 견해에 의하면 구속 중인 피고인에 대하여 원심과 상소심간 구속기간환산 등 몇 가지 난감한 문제가 발생한다. 한편, 원심의 논리를, 원심법원이 수소법원인지의 여부, 이심효과 발생시점과는 별개로, 법 제105조는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과 상소법원 간, 피고인 신병처리 권한설정규정으로 보고, 구속 및 보석취소규정이 누락된 것은 양 법원 모두 할 수 없는 취지로 이해할 수도 있다. 유죄판결이 예상될 정도로 재판이 진행된 상태라면, 이미 판결선고 전 원심이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고, 따라서 법 제105조에서 구속 등을 누락시킨 것은 절차적 측면에서 법원의 구속을 제한하고자 하는 의미로 충분히 긍정할 수 있다.
반면 대법원은 상소제기에 따라 이심의 효과가 발생하여 상소법원이 수소법원으로서 지위를 획득하여도(대법원 1985. 7. 23. 자 85모12호 결정 참조, 「항소법원은 항소피고사건의 심리 중 또는 판결선고 후 상고제기 또는 판결확정에 이르기까지 수소법원으로서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각호의 사유있는 불구속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것은 이미 구속되어 있던 피고인에 대하여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중의 사건에 관한 소송기록이 있는 원심법원이 상소법원의 권한을 대행하여 구속기간의 갱신 등을 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105조, 형사소송규칙 제57조의 각 규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소송기록이 도달 않은 상태에서 구속요건을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사안과 같이 판결선고 후 비로소 피고인의 구속이유와 필요성이 긍정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법원으로, 상소법원은 상소제기 후, 수소법원으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으나, 소송기록이 도달 안된 경우, 현실적으로 구속요건판단이 불가능하여 법 제105조는 예외적으로 그 권한을 원심법원이 대행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명문에 구속 등이 누락되어도, 이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은 곤란하다는 점을 논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균용 부장판사는 이심효과발생시점과 굳이 연계시키지 않더라도, 법 제70조에서 피고인 구속이 가능한 시간적 제약을 설정하지 않은 점에서, 법 제105조는 단지 소송기록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점을 기준으로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는 법원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이렇게 본다면, 법 제105조는 피고인 구속에 관한 단순한 절차적 규정으로, 구속 등이 누락되어도 대법원 결정례와 같은 해석도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구속이나 보석취소의 규정을 누락한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사실 명쾌하지 못하다. 이에 대한 설명은 원심인 항소심결정에서 찾는 편이 수월한 면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IV. 맺음말
법 제105조 및 이에 근거한 규칙 제57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 결정례의 입장은 이미 상당기간에 걸쳐 정착된 실무적 태도로 평가된다(법원실무제요-형사-, 법원행정처, 1998, 368면 등). 법 제105조에서 피고인에 대한 구속 등의 규정이 누락된 원인을 검토하고 문제제기한 차정인 교수의 견해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재불명 등으로 불구속재판을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된 구체적 사안을 놓고 볼 때, 형사법규의 논리적이고 명확한 해석과 동시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실무적 고민도 필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