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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당사자의 이송신청권을 인정할 것인가
서울고등법원(춘천)은 최근 손해배상소송의 피고가 관할 위반을 이유로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1심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즉시항고를 한 사안에서 "비록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한 항고는 부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기는 하지만, 과거 전원합의체 결정의 소수의견 등과 설령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법원이 기각결정을 하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불복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즉시항고는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법(춘천) 2021. 2. 8.자 2020라630 결정).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 스포츠의류 브랜드 본사(피고)는 원고와 속초시에서 대리점을 개설하기로 하는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리점계약서에는 피고의 본점 소재지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전속관할법원으로 정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 제기하였고, 피고는 관할 위반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송해달라는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고, 피고는 즉시 항고를 제기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당사자가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한 경우에도 이는 단지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법원은 이 이송신청에 대하여는 재판을 할 필요가 없고, 설사 법원이 이 이송신청을 거부하는 재판을 하였다고 하여도 항고가 허용될 수 없으므로 항고심에서는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이래(대법원 1993. 12. 6.자 93마524 전원합의체 결정 등), 같은 취지에서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한 경우에는 즉시항고가 허용되지만, 위와 같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항고심에서 당초의 이송결정이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신청인의 재항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대법원 2018. 1. 19.자 2017마1332 결정). 민사소송법은 이송과 관련하여,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4조 제2항)와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현저한 손해 또는 지연을 피하기 위하여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5조)를 규정하면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서는 "법원은 소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관할권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이를 관할법원에 이송한다"고 규정하여, '당사자의 신청권'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종래 대법원이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경우에도 당사자의 신청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①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는데(제34조 제2항), 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 이송신청권이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② 민사소송법 제411조는 전속관할위반을 제외하고는 항소심에서 제1심 법원의 관할위반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 다툴 기회를 줘야 한다. ③ 특히 제1심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하였으나 항고심이 이송결정을 취소한 경우, 전원합의체 결정에 의하면 1,2심의 결론이 다름에도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판단없이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 되는데, 당사자로서는 두 번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았음에도 그것도 서로 다른 판단을 받았음에도 대법원으로부터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받게 되는 셈이 되어 법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판결도 당사자에게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권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법원이 일단 이송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면 그에 대한 불복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은 '지방법원 합의부는 관할권이 없는 경우라도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소송을 스스로 심리 재판할 수' 있는 규정 또한 두고 있고(제34조 제3항), 이에 대해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와 같은 결정은 이송결정이 아니므로 법 제39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의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해석을 통해 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 해석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래의 대법원의 태도는 수긍할 만하다. 관할위반의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이 사건 판결도 결론적으로 피고의 항고를 기각하였는데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관할위반
대리점계약
계약
이송신청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2021-05-24
민사일반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당사자의 이송신청권을 인정할 것인가
서울고등법원(춘천)은 최근 손해배상소송의 피고가 관할 위반을 이유로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1심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즉시항고를 한 사안에서, “비록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한 항고는 부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기는 하지만, 과거 전원합의체 결정의 소수의견 등과 설령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법원이 기각결정을 하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불복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즉시항고는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춘천 2021. 2. 8.자 2020라630 결정).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 스포츠의류 브랜드 본사(피고)는 원고와 속초시에서 대리점을 개설하기로 하는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리점계약서에는 피고의 본점 소재지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전속관할법원으로 정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 제기하였고, 피고는 관할 위반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송해달라는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고, 피고는 즉시 항고를 제기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당사자가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한 경우에도 이는 단지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법원은 이 이송신청에 대하여는 재판을 할 필요가 없고, 설사 법원이 이 이송신청을 거부하는 재판을 하였다고 하여도 항고가 허용될 수 없으므로 항고심에서는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6.자 93마524 전원합의체 결정 등)고 판시한 이래, 같은 취지에서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한 경우에는 즉시항고가 허용되지만, 위와 같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항고심에서 당초의 이송결정이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신청인의 재항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 1. 19.자 2017마1332 결정)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민사소송법은 이송과 관련하여,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4조 제2항)와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현저한 손해 또는 지연을 피하기 위하여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5조)를 규정하면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서는 ‘법원은 소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관할권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이를 관할법원에 이송한다”고 규정하여, ‘당사자의 신청권’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종래 대법원이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경우에도 당사자의 신청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①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는데(제34조 제2항), 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 이송신청권이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② 민사소송법 제411조는 전속관할위반을 제외하고는 항소심에서 제1심 법원의 관할위반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 다툴 기회를 줘야 한다. ③ 특히 제1심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하였으나, 항고심이 이송결정을 취소한 경우, 전원합의체 결정에 의하면 1,2심의 결론이 다름에도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판단없이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 되는데, 당사자로서는 두 번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았음에도 그것도 서로 다른 판단을 받았음에도 대법원으로부터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받게 되는 셈이 되어 법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판결도, 당사자에게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권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법원이 일단 이송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면 그에 대한 불복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은 ‘지방법원 합의부는 관할권이 없는 경우라도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소송을 스스로 심리 재판할 수’ 있는 규정 또한 두고 있고(제34조 제3항), 이에 대해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와 같은 결정은 이송결정이 아니므로 법 제39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의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해석을 통해 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 해석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래의 대법원의 태도는 수긍할 만하다. 관할위반의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이 사건 판결도 결론적으로 피고의 항고를 기각하였는데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관할위반
대리점계약
계약
이송신청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2021-05-06
민사일반
몰래 녹음해도 괜찮을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17. 선고 2018가소1358597 판결 - 1. 판결요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헌법 제10조 제1문). 그러므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2. 해설 상대방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건 합법일까 불법일까. 이 질문은 법조인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일 것이다. '불법이긴 한데요, 처벌되진 않아요. 위자료는 줘야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라고 답변하면 아리송해 한다. 자선이나 폭행처럼 선악이 명확하면 좋겠지만, 우리 삶에는 경계에 있는 행위들이 너무도 많이 있으며 비밀녹음(내용이 비밀인 것이 아니라 녹음을 상대방 모르게 하는 것이어서 ‘몰래 녹음’이 더 직관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판결에서는 ‘비밀녹음’이라 표현하고 있으므로 이를 따른다)은 대표적인 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상대방과의 통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이를 법에서는 제3자가 몰래 녹음하는 행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인 '감청'과 대비하여, '채록'이라고 표현한다)을 처벌하고 있지 않으며,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선언한 대법원판결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선 법원에서는 '비밀녹음=위법'을 당연한 전제로 재판을 하고 있다. 즉, 실제 민사·행정재판에서는 비밀녹음 자체의 합법성에 관한 법리논쟁은 없고, 녹음을 한 경위에 정당성이 있는지에 관한 사실다툼만 있다. 우선, 비밀녹음 자체를 불법행위로 보고 이에 대해서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이 있다(대상판결, 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1. 선고 2015가단5324874 판결 등 다수). 우리 법과 법원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강하게 보호하고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를 불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을 녹취한 내용으로 작성한 기사에 대해서 삭제를 명한 판결이 있다(서울고등법원 2010. 6. 23. 선고 2008나63491 판결). 회사 내에서 동료직원들의 대화내용을 비밀녹음하는 행위는 사생활을 침해하고 불신을 야기해 화합을 해하는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있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다184 판결). 비밀녹음한 것을 배포할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 '비밀녹음=원칙적 불법'을 전제로 한 판결들도 많이 있고, 비밀녹음을 하면 상대방이 불쾌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녹음의 동기는 크게 법원에 제출하는 것과 사회에 유포하는 것 2가지다.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비밀녹음도 증거로 인정하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녹음 자체를 비난하기 보다는 비밀녹음된 대화를 듣고서 상황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밀녹음하지 않고는 진실을 밝힐 방법이 없는 상황도 많다(법원이 증거로 채택하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음성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는 100~300만원 수준이므로 진실을 밝히고 재판이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감수할 수도 있다. 비밀녹음을 근절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비밀녹음 자체를 처벌하고 법원에서 비밀녹음한 증거는 일절 받아주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비밀녹음을 할 수 밖에 없는,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상황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위법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허용되며, 이는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따라 평가된다. 문제는 '사회통념'이 무엇인지 감을 잡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사유를 제시함으로써 수범자들로 하여금 경계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정표가 많이 나오기를,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신뢰지수가 높아져서 비밀녹음 자체가 줄어들기를 바래본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손해배상청구
녹음
음성권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11-30
교통사고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례해설] 보험사의 교통사고 증거수집과 위법성의 문제
- 대구고등법원 2016나22753, 22760 판결 - 1. 사실관계 및 피고의 주장 보험회사인 원고는 2007년 피고 측과 피보험자가 상해로 골절, 장해 등을 입었을 경우 진단비, 장해보험금 등을 지급하기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11. 9. 17.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경추골절, 뇌내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고, 원고는 2012. 3. 30. 피고의 장해지급률을 30%로 산정해 그에 따른 장해보험금 3,000만원을 지급하였다. 피고 측에서 위 장해지급률에 이견을 보이자, 원고는 2013. 2. 4. 피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한다면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2013. 6. 5. 원고를 상대로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고, 후유장애 지급률 산정을 위한 신체감정신청을 하였다. 위 사건에서 처음 신체감정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A병원이다. 그런데, 보험회사인 원고는 소속 직원을 통해 피고를 몇 시간 동안 몰래 미행하며 피고가 실제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한 21분 영상자료를 확보한 뒤 이를 원심법원에 감정 참고자료로 제출하였다. 원심법원은 A병원에 감정보완을 촉탁하였는바, 위 영상자료를 본 A병원은 피고의 후유장해 지급률을 45%로 산정하였다. 한편, 피고는 재차 신체감정을 신청하였는바, 새로 신체감정기관으로 지정된 B병원에서는 위 영상자료가 실제 생활 중 일부만 취사선택하여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이를 참고하지 않은 채 피고의 입원상태 하의 병동생활을 관찰하여 후유장애지급률을 115%로 산정하였다. 이로써, 두 병원의 신체감정서 상 후유장해 지급률은 2.5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되었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보험회사인 원고 측이 피고의 일상생활을 몰래 촬영함으로써 피고의 초상권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A병원의 신체감정결과는 위 불법촬영의 결과로 나온 영상자료에 기초한 것이므로, 후유장애 지급률은 위 영상자료를 참고하지 않은 B병원의 신체감정결과에 따라 115%로 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그러나,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 모두 다음과 같은 이유로 A병원의 신체감정결과를 따랐고, 피고의 후유장애지급률을 45%로 인정하였다. 첫째, 민사소송의 증거확보를 위해 초상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는 2006년 대법원 판례(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가 존재하고, 현행 민사소송법이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한 이상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증거자료로 채택할지 여부는 법원의 재량사항이다. 둘째, 본건 사건에는 공익(보험가입자들의 공동이익, 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 사익(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보다 우선하고, A병원의 신체감정결과는 환자인 원고의 자연스럽고 다양한 일상생활 모습을 촬영한 영상자료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장해상태를 평가하기 충분한 증거자료이다. 그 결과, 원심판결과 대상판결은 피고의 후유장해 지급률을 A병원의 감정결과와 같은 45%로 산정하고, 약관상의 계산식에 따라 장해보험금을 4,500만원으로 계산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이미 피고에게 3,000만원의 장해보험금을 지급한 바 있으므로, 판결은 피고에게 1,5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선고되었다. 위 판결은 원·피고 모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3. 판례해설 대상판결이 인용한 2006년 대법원 판례(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 가족이 피고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피고 법인의 직원들이 원고 가족의 후유장해 정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약 8일간 원고 가족들을 미행하며 집, 직장, 학교 등의 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해 법원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위 사진을 참고한 후유장해 재감정결과는 기존 신체감정결과의 내용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자, 원고 가족들은 피고 법인 및 그 직원들을 상대로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당했다면서 별도의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위 사례에서 대법원은 무단 촬영행위 자체는 개인의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임을 인정하되, 위 침해가 위법한지 여부는 상충되는 두 개의 이익, 즉 침해행위를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여 얻는 재산상 이익, 허위 또는 과장된 청구를 밝혀내어야 할 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이익, 부당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함으로써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는 보험가입자들의 공동이익 등)과 침해된 이익(개인의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이익형량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는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인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 및 그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과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인 피해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및 침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판결에서 밝힌 법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위법성의 존부에 대하여는 대법원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2006년 대법원 판례와 대상판결이 밝힌 논거를 [표]로 간략히 정리·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2006년 대법원 판례 대상판결 [법익내용의 비교] 보험가입자의 공동이익 및 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이익이 원고들의 인격적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법익내용의 비교]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다액의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장해상태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피고가 신체의 장해부위를 움직이는 모습은 원고의 정당한 관심사이고, 원고는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 증거수집의 일환으로 피고의 신체 움직임을 촬영했다. [피해법익의 중대성] 원고들의 피해영역에는 일반적으로 공개가 허용된 테두리 영역뿐만 아니라 중간영역까지 포함되어 있다. [피해법익의 중대성] 피고의 피해영역은 일반적으로 공개가 허용된 테두리 영역이므로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비교적 낮다. [피해의 정도] 미행·감시당함으로써 일상생활이 타인에게 노출되는 것은 피해정도가 적다고 할 수 없다. [피해의 정도] 원고는 오로지 피고의 신체움직임을 촬영하기 위한 목적에서 촬영하였을 뿐, 다른 사적인 생활관계를 탐지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침해행위의 필요성, 효과성] 1차 신체감정 및 사진제출 후 재감정의 결과가 대체로 일치하고, 피고가 주장하는 요추부 기왕증은 사진촬영으로는 밝힐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침해행위의 필요성, 효과성] 영상자료를 반영한 감정결과상 후유장애와 영상자료를 반영하지 않은 감정결과상 후유장애의 차이가 현저하였다.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원고가 주장한 장해정도가 허위나 과장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영상자료를 반영한 감정결과상 후유장애와 영상자료를 반영하지 않은 감정결과상 후유장애의 차이가 현저하여, 피고가 주장한 장해정도가 허위 또는 과장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 [침해행위의 보충성, 긴급성] 감정과정이나 감정결과의 잘못이나 의문을 소송절차 내에서 해결하지 않은 채 원고의 법영역을 무단 침범했고, 사진촬영에 긴급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침해행위의 보충성, 긴급성] 원고로서는 영상촬영 외에는 감정결과를 탄핵할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취득할만한 방법이 없고, 원고의 영상자료 수집행위는 증거 수집을 위해 필요하고 부득이한 일이었다. [침해행위의 상당성] 8일이라는 상당한 기간 동안 미행 또는 차량으로 추적하며 사진을 찍어 원고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은 그 방법에 있어 합리적이지 않다. [침해행위의 상당성] 원고의 직원이 피고를 촬영한 시간은 단 하루, 그 중에서도 21분 정도에 불과하여 침해방법의 상당성을 초과하지 아니하였다. 2006년 대법원 판례와 비교해 볼 때, 대상판결은 보험사고의 과장 등 보험금의 부정취득을 매우 엄격히 다루는 최근 판례 경향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만약 무단촬영이 여러 날에 걸쳐 긴 시간동안 이루어졌다거나, 영상자료를 반영한 A병원의 신체감정보완촉탁결과와 B병원의 신체감정결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면 위법성 판단은 달리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2006년 대법원 판례에서 위법성 판단은 소송의 주된 쟁점인 반면, 대상판결에서의 위법성 판단은 보험회사가 몰래 찍은 영상자료가 위법하게 수집되어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하느냐는 지엽적 쟁점이고,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한 현행 민사소송법 하에서는 설령 위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진들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였다는 차이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상 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하나의 사건에서 위법성 여부가 판결의 결론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과 향후 보험시장에서 보험회사가 가입자들에 대하여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므로, 대상 판결이 향후 보험시장에 중대 파장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가령 대상판결의 원고였던 보험회사나 위 사건을 알고있는 다른 보험회사는 대상판결을 통해 ‘우리가 피보험자의 사생활에 대하여 어느 수준까지 침해해도 위법이 아닌가’라는 판단지표를 얻게 되었으니, 앞으로 보험금에 대하여 이견이 있으면 일단 채무부존재확인소송부터 제기한 후 피보험자를 미행해 영상자료를 확보하자는 내부정책을 세울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경우, 만약 보험회사 심사팀에서 충분한 영상자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상판결처럼 하루 이틀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동안 피보험자들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어차피 보험회사는 오랜 기간 수집한 영상자료 중에 결정적 순간?이 사건처럼 21분-만을 추출하여 소송자료로 제출할 것이고, 법관이 상당성을 초과한 침해방법을 가려낼 방법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검경 수사관들의 오랜 염원사항으로 현재 제20대 국회에 발의되어 계류 중인 공익탐정법안이 의결될 경우, 보험회사는 공인탐정을 통한 합법을 내세워 보험가입자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보험회사가 증거수집을 위해 피보험자를 몰래 촬영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는 본건 사건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거시적 사회경제적 관점에 치우쳐 보험계약자들의 공동이익의 중요성을 설파한 대상판결은 헌법 제17조에서 선언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경시하고 보험회사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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