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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의 전향적 검토
1. 판결의 요지 가. 제1심 및 항소심의 판결 원고는 2002. 11. 삼성전자에 입사해 천안 LCD공장에서 LCD패널 검사작업을 담당하다 2007. 2. 퇴사했고, 2008. 6.경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자, 2010. 7.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재해를 주장하며 요양승인신청을 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역학조사를 의뢰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0. 9.경 공장을 방문한 후 ‘원고의 작업조건과 업무내용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조건으로 판단되나, 현재 스트레스와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충분한 의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내용의 역학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2011. 2. 위 역학조사결과를 기초로 원고의 요양승인신청에 대하여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고는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잦은 연장근무 등 업무상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의 누적, 햇빛을 받지 못하는 근무환경으로 인한 비타민D 합성장애, 유기용제 사용, 전자파 노출 등이 원인이 되어 다발성 경화증을 발병되거나 악화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 및 원심 법원은 원고가 전자파나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업무상 과로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 하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단하였다. 다발성 경화증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악화된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제대로 규명된 병이 아니고, 원고가 주장한 유해물질 노출 등 여러 요인들이 발병·악화요인이 된다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도 부족하며, 원고가 자신이 주장한 발병·악화요인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는지도 불분명한데다, 오히려 원고가 해온 흡연과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나. 대법원 상고심의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긍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① 첨단산업분야의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고, ②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의학수준에서는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으며, ③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거부 등으로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될 수 있고, ④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원고 근무시점으로부터 수년 후에 이루어진 한계가 있고 근로자의 유해화학물질 노출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측정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점, 사업주가 작업장에서 사용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아 원고의 입증곤란을 야기한 점, 원고가 주장한 여러 발병·악화요인들이 다수 중첩되어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입사 전 병력·가족력도 없던 원고가 입사 후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르게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점 등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유리한 사정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들고 있다. 판례는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고 줄곧 판시해왔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1두30427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여기에 ① 희귀질환에 대한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 사업주의 협조거부나 관할 행정청의 조사거부·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점 등 특별한 사정을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하였고, ②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의 인정 가능성을 넓혔다. 판례가 채택하고 있는 상당인과관계론은 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보통 인정되는 관계를 말하고,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법률상 인과관계에 관하여 특별한 대안이 없어 현재까지 실무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일단 불승인처분이 나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에서 명문으로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상고심인 대법원까지 올라가야 가뭄에 콩 나듯이 선별적으로 인정되고, 하급심에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단적으로 대상판결의 하급심인 제1심은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의 주치의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과 작업환경은 관련성이 없다는 의견,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원인이 과로와 스트레스라고 밝혀진 연구는 드물다는 의견, 연세대학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의 수준상 단일요인을 찾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종합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고, 항소심 역시 위 의학적 견해에 기초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언제까지 업무상의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하급심을 거쳐 대법원에까지 올라가야 상당인과관계 존재라는 혜택을 입어 몇몇만 구제 받는 현실이 지속되어야만 하는가?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와 시간, 인내가 있는 사람은 선별적으로 구제 받겠지만, 하급심에서 패소한 뒤 평생을 낙담하며 억울함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다수의 약자들은 누가 보듬어 줄 것인가? 하급심 재판부는 피고 공단이 내세우는 여러 의학적 견해를 무시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라는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의학적 견해라는 외투에 들어가 과잉 자기보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그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이 하급심에서도 일반 민사소송보다 획기적, 전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동시에,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의 가입의사와 무관하게 상시 1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에 적용되고(법 제6조),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는 사업주의 보험관계성립 신고나 보험료 납부여부와 무관하게 사업개시일에 자동으로 발생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외에는 구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없고(법 제87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등 급여액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다(법 제84조). 업무상 질병으로 급여가 필요한 사람이 억울하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급심 재판부는 상당인과관계를 전향적으로 인정하되, 잘못된 판단은 상급심에서 선별적으로 파기함이 옳은 방향이다. 기존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하급심의 좁은 해석론은 사회보험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산업재해를 당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보다는 피고 공단의 재원 누수를 걱정하는 데 치우친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이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하급심 재판부가 지금까지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오히려 상고심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받지 못한 것이 기사가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7-09-15
[판례해설] 대학구조조정과 교원면직처분의 효력
-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5다21554 판결 - 문제상황 학교법인 A는 자신이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B대학 C학과에 대한 폐과를 단행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정책에 부응하는 조치였다. 신입생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이기도 했다. 폐과되는 학과 교수에 대한 면직처분도 이어졌다. 면직된 교수들은 학교법인의 교원면직처분이 무효라고 다투었다.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은 교원의 신분을 특별히 보장한다. 즉 “사립학교 교원은 형의 선고·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 또는 면직 등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정한다. 다만, “학급·학과의 개폐에 의하여 폐직이나 과원이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 이 사건에서 교수들에 대한 면직처분이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 단서 “학과의 개폐에 의하여 폐직이나 과원이 된 때”라는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 문제되었다. 쟁점과 판단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 단서의 의미와 관련하여, 크게 세 가지가 주로 문제된다. 첫째, 폐과를 정당화하는 절차 요건이다. 대법원은, ‘학급·학과의 개폐에 의하여 폐직이나 과원이 된 때’는 ‘적법한 학칙 개정절차’를 통해 설치학급 내지 학과가 폐지되거나 편제가 축소되는 등으로 소속 교원의 직위나 정원이 없어지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두5103 판결 등). 따라서 본래 학칙에서 정한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학칙 개정을 통한 학과 폐지가 요구된다는 것은 면직을 정당화하는 숨은 전제 요건이 된다. 둘째,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이다. 대법원은, 폐과 이전에 학적을 두고 있는 모든 학생들에 대해 전과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 재적생이 남아 있지 않게 된 때 비로소 학과를 폐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학습권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조치가 마련돼 학습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학 정원뿐 아니라 휴학 중인 학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건에서 폐과된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은 없었지만, 휴학생인 재적생은 두 명 존재했다. 대법원 판시에 따르면,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하는 학과 폐지의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다. 셋째, 국가공무원법 제70조 제3항, 지방공무원법 제62조 제3항을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공무원을 면직시킬 때에는 임용 형태, 업무 실적, 직무수행 능력, 징계처분 사실 등을 고려해 면직 기준을 정해야 한다.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명시적인 제한 조항이 없다. 대법원은 공무원에 대한 위 제한 조항이 사립대학 교원에게도 유추 적용된다고 본다. 사립대학에서도 국립대학과 마찬가지로 학교법인 산하 다른 사립학교나 해당 사립대학의 다른 학과 등으로 교원을 전직 발령하거나 달리 배치하여 전환함으로써 면직을 회피하거나 대상자를 최소화할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임용 형태, 업무 실적, 직무수행 능력, 징계 사실 등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면직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면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제한을 받는다는 의미다. 교원의 실적과 능력 등을 심사한 결과 별다른 하자가 없으면 가급적 구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시사점 대학 신입생 숫자의 현격한 감소 등 대학교육환경의 변화로 대학에도 구조조정 물결이 거세다. 구조조정은 강제적인 정원감축까지 포함하는 정부시책에 따른 경우가 많은데, 정책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는 이유로 그에 따른 교원 면직처분이 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 단서의 요건을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먼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폐지되는 학과에 재적생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휴학생을 포함한 모든 재적생에 대해 전과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 등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재적생이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적법한 학칙 개정에 따른 학과 폐지가 필요하다. 대학교 학칙에는 ‘학칙개정절차’와 ‘전공의 설치와 학생정원’에 대한 사항이 담겨있으므로(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조), 학칙에 미리 정해진 개정절차에 따라 폐과를 해야 한다. 이 때 교수회 심의는 필수사항이 아니다. 대법원은, 교수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과를 폐지한 학칙 개정은 효력이 없다고 하여 그에 따른 교원 면직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두5103 판결), 이 경우는 해당 대학 학칙에서 교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B대학의 학칙에는 개정 시 교수회 심의를 밟도록 하는 내용이 없었다. 단지 교무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칙을 개정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교수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적법한 학칙 개정으로 평가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임용 형태, 업무 실적, 직무수행 능력, 징계 사실 등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면직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면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적과 능력 등을 심사한 결과 별다른 하자가 없는 교원은 가급적 구제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어느 정도까지 구제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논란이 된다. 이 사건에서는 구제조치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면직처분이 무효가 되었다. 법원은, ① 학교법인이 교수들에게 유사학과에 재배치하거나 재교육을 통해 다시 배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면서도 결국 다른 전공과목에 대한 재교육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교수들과 필요한 협의를 하지 않았으며, ② 폐과 이후에 학교법인이 다수의 신임 교원을 채용하거나 시간강사를 활용해 교수들의 재배치 희망 학과에 대한 강의를 맡겼고, ③ 다른 학과에서 거절한다는 것은 참고 사항에 불과해 교수들의 학과 재배치에 거부 사유가 되지 못하는데다 다른 학과의 동의 없이 재배치된 다른 교수들과 이 사건 면직을 받은 교수들 사이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차이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학교법인이 다른 학과로 해당 교수들을 재배치하는 방법으로 면직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이는데도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한 채 면직처분을 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면직처분은 객관적인 기준과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교원 임면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무효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러한 면적기준에 따른 심사는 학교법인의 회피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학교법인이 전직 발령 혹은 배치 전환 방법으로 면직을 회피하거나 대상자를 최소화할 여지가 있을 때 비로소 면직기준에 따른 심사와 구제조치의 적절성을 따지게 된다. 만일 사립학교의 사정상 전직발령 내지 배치전환 등으로 면직을 회피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면, 설령 면직기준에 따른 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학과 폐지 자체가 불가피하고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것만으로 그에 따른 교원의 면직 역시 정당하다고 평가될 것이다.
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7-04-14
판례해설 - 최근 조직적 금융사기 범죄에 대한 처단
- 서울 중앙지법 2015고합97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 □사건개요 투자 자문 회사인 이솜투자자문 주식회사의 실질적 대표인 송00등 회사 간부5명이 "해외 선물투자를 통해 원금과 매월 약 2.5% 상당의 투지 수익금을 보장하겠다"는 원금보장문구가 명시된 투자일임계약서, 이면계약서를 이용하거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손실이 난 적이 없음을 강조하는 방법 등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2015. 3경부터 2015. 8경까지 사이에 투자자 2,993명으로부터 합계 138,031,000,000원을 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사안으로, 실질적 대표인 송00은 징역 13년, 다른 간부들에 대하여는 징역 4~7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아울러 피해액 배상을 명함. □판결 요지 원금 및 이자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실현 불가능한 거짓이라고 인정한다. 조직적으로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선순위 투자자들에 대하여 원금 및 이자를 제때 지급한 것처럼 모양을 가춘 것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을 이용하여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숨투자자문은 합법적인 금융기관을 가장한 유사금융사기단체였다. 피고인 송○○등은 투자자문업 및 투자일임업의 등록이 되어 있던 미도투자자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숨투자자문을 '우회등록' 하였다. 피고인 송○○와 조○○가 이미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자본시장법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임원 및 대주주가 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피고인 안○○을 명목상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주식 대부분을 피고인 송○○ 가족들의 명의나 가장납입에 의한 방법으로 취득하였고, 피고인 조○○는 '이한영'이라는 가명을 쓰는 방식으로 불법성을 감추었다. 회사의 얼굴로 장시영 등 이름이 알려진 전문가를 내세웠고, 언론사기자들에게 청탁하여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홍보영상을 제작하거나, 리치아카데미를 통하여 투자기법을 강의하기도 하고, 한국골프대학(KGU)과 산학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밖에 없는 외관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이미 많은 위법성을 안고 있던 계약서들은 제대로 설명되지도, 지켜지지도 아니하였고, 트레이더들은 전문가들이 아니었으며, 유사수신범행을 통해 투자금을 모집· 예탁받은 이숨프라임계좌는 편취금을 빼돌리기 위한 '밑 빠진 독'이었다. 투자금은일부만이 해외선물거래에 사용되었고, 수익금은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원천으로한 '돌려막기'로 지급된 것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그럴 듯해 보이는 거대한 연극무대의 뒤편에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무대장치들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이 인정 된다 □해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들이 동원한 최첨단 투자 기법에 의한 이익 창출 선전 행위에 대하여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이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 이숨투자자문 소속 트레이더들이 거래한 내역, 투자자들이 회사가 제공한 '프라임시스템'을 통하여 확인한 거래내역이 실제의 해외선물거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였고, 나아가 투자금을 혼합 관리한 것에 대한 평가, 투자금의 사용처, 투자금 모집과정에서 홍보?설명한내용(원금보장약정의 인정 여부)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기망행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들은 이숨투자자문의 사업 내용은 기망행위가 아니며 이숨투자자문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홈트레이딩시스템인'뉴 프라임시스템' 혹은 '프라임퓨처스'가 보여주었던 거래내역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없고, 위 프라임시스템은 증권회사의 해외선물계좌와 실제로 연동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투자금이 선순위 투자자 혹은 리치파트너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금 지급 및 투자금 반환을 위한 이른바 '돌려막기'에 사용되었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바람에 투자금의 구체적인 운용방법과 사용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변소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위 변소를 받아드리지 아니하였다. 한 동안 다단계 판매 사기 행위가 성하다가 다단계의 실상이 어느 정도 알려지고 나서 사람들의 경계심이 높아지자 보다 차원 높은 집단사기 형태로 등장한 것이 금융사기 범죄이다. 선진 금융기법이란 선전을 앞세워 교묘하고 조직적인 설득으로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들을 현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우선 일반인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 기법을 도입한 것처럼 선전을 하면서 원금은 물론 고율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약속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다. 먼저 투자자로 나선 사람들에게는 약속한 이자를 제때 지급하여 신뢰를 얻고 투자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뒤를 이어 투자자들이 모여 든다. 나중에 투자 받은 금원은 선 투자자들의 이익 배당으로 충당하는 방법으로 어느 시기까지 유지되다가 어느 단계가 되면 필연적으로 지급 불능사태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범인들은 투자금중 상당한 부분을 빼돌려 이익을 챙겨놓는다. 최근의 금융사기 범죄는 우선 고도의 조직력과 전문 지식, 국제적 금융 네트웍을 이용하는 기동성 등으로 인해 수사 기관이 사전에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투자금 모집 행위가 진행되다가 어느 단계에서 원금과 이자를 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가 문제 삼은 시점에서 비로소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경우에도 국제적 불경기, 금융 위기, 투자 위축 등 주변 사정으로 투자 영업이 원만치 못하였다고 변소하며 기망의 고의를 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전에 치밀한 변소 자료까지 준비해놓는 경우도 있어 수사 진행을 어렵게 한다. 나아가 어느 단계부터 투자자를 피해자로 인정할 것인지 명확치 아니하고 대량의 피해자를 상대로 피해 정도를 확인하는 절차도 쉽지가 않다. 이런 행위는 더 큰 돌려막기를 위한 새로운 범행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범행을 통해 편취한 자금으로 이전 사건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합의 내용은 유리한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 판결은 최근 금융 사기 조직의 범행 행태를 비교적 상세하게 분석하고 엄벌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6-05-10
판례해설 - 헌재 "사립대 등록금심의위원회 심사·의결 및 사립대학에서 독립된 공인회계사 감사증명서 요구” 합헌
헌재는 2013. 1. 23. 개정된 해당 사립학교법 조항들에 대하여,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심사·의결에 이사회에 대한 구속력이나 최종결정권을 부여하지 아니하고, 사립대학 운영과 재정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제고하고, 대학평의원회와 별개로 등록금심의위원회가 학교의 예·결산 내역의 적정성을 심사할 필요성이 인정되며,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는 점 등을 들어, 사학 운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공인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 제도는, 특히 중소규모의 대학들이 인력과 예산의 한계상 내부감사의 독립성·전문성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외부감사 비용은 학교의 규모에 비례하여 소요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합헌이라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 사학 운영의 자유가 기본권인 것에 걸맞게, 헌재가 종전보다(헌재 2013. 11. 28. 2007헌마1189 등) 강화된 심사기준(과잉금지원칙)을 채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타당하다. 등록금심사위원회를 대학평의원회와 별도로 두어, 예산 및 결산이라는 이사회 고유 업무에 '심사·의결' 권한까지 부여하면서 개입할 필요가 있는지, 사학 운영에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지 좀 더 엄밀히 볼 필요가 있다. 등록금심사위원회가 없어도 정부의 정원감축이나 재정·제재조치를 감수하고 등록금을 쉽게 인상할 수 없는 것이 사학의 실정일 것이다. 따라서 달성하려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효과가 불분명한 반면, 사학 운영에 지장을 주는 정도가 크다고 보인다. 대학법인은 이미 법령에 따라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는 감사를 두어야 하고, 빈번하게 교육부 행정감사가 제도화되어 있으므로, 별도 비용으로 독립된 공인회계사의 감사보고서까지 필요할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소규모 대학에게 이는 적지 않은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것인데, 그에 걸 맞는 제도적 필요성이 재단되어야 한다. 모든 규제는 항상 나름의 정당화 사유를 지니고 있으며, 헌재의 역할은 그것을 헌법의 기본권 보장정신에 따라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므로, 좀 더 적극적으로 위헌심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6-03-11
판례해설 -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형사보상의 가부
(대상 결정 : 서울고등법원 2014코114 형사보상 결정) 1. 보안감호처분 보안감호는 1975년 사회안전법이 제정, 시행되면서 도입된 보안처분인데, 내란죄나 외환(外患)유치죄 또는 국가보안법의 일부 조항 위반죄 등을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은 사실이 있는 사람 중 죄를 다시 범할 현저한 위험성 등이 있어 감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보안감호소에 수용하여 교화·감호하는 것이다. 검사가 청구하면 법무부 장관이 보안처분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보안감호처분을 하거나 기각의 결정을 한다. 기간은 2년인데 법무부 장관은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보안처분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그 기간을 갱신할 수 있었다. 보안감호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대법원은 『사회안전법 소정의 보안처분은 처분대상자가 이미 실행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과하는 제재조치가 아니라 장래에 그 법소정의 특정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을 미리 예방하여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안녕을 유지하는 한편 처분대상자를 교육 개선시켜 사회에 복귀토록 하려는 것을 본질로 하는 예방조치로서의 행정작용인 점에서 형벌과는 그 본질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사회안전법상의 보안처분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와 일사부재리의 원칙 또는 양심의 자유에 관한 규정 및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 기타 기본적 인권보장을 밝힌 헌법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누64 판결). 보안감호제도는 1989년 사회안전법이 보안관찰법으로 이름을 바꾸며 전면 개정되면서 폐지되었다. 2. 보안감호처분과 형사보상 제헌 헌법은 형사피고인의 형사보상청구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였고, 현행 헌법은 형사보상청구권의 인정 범위를 구금되었던 형사피의자에게까지 확장하였다. 형사보상법은 미결구금과 구금 또는 형 집행을 보상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피고인이었던 사람에 대한 보상은 법원에, 피의자였던 사람에 대한 보상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 검사가 소속된 지방검찰청(지청의 경우 그 지청이 속하는 지방검찰청)의 피의자보상심의회에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보안감호처분과 보호감호처분은 이른바 형벌과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지는 보안처분이라는 점에서 법적 성질은 유사한데, 각 그 집행에 대한 보상청구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법 제28조가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형사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형사재판절차에서 억울하게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공무원의 고의·과실의 유무와 상관없이 국가가 그로 인하여 입은 손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는 점, 보호감호처분은 그 본질과 추구하는 목적 및 기능에 있어 형벌과는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진 이른바 보안처분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나, 보호감호처분의 집행은 피보호감호자를 보호감호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기본 요소로 하고 있으므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수용처분이라는 점에서 형벌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으며 억울하게 구금되거나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은 보상해 주면서 유독 보호감호의 집행을 받은 사람만을 보상에서 제외할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비상상고의 절차에서 보호감호를 기각하는 재판을 받은 자가 원판결에 의하여 보호감호의 집행을 받았을 때에도 형사보상법의 위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보호감호의 집행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형사보상청구의 권리를 선언하고 있는 헌법정신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4. 10. 18.자 2004코1(2004오1)결정}, 보호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형사보상청구권의 유추적용을 긍정하고 있다. 3. 사안의 개요 ① 청구인은 재일교포로서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던 중 1975. 10. 26.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불법체포된 후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범죄사실로 구속영장에 의하여 구금되었다. ②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위반 등으로 공소 제기된 청구인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의 형이 선고되었고, 대법원의 쌍방 상고기각 판결로 위 형이 확정되었다(청구인은 형기종료일인 1981. 2. 14.까지 1,939일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③ 법무부장관은 1981. 1. 29. 보안감호처분을 하여 위 형기 종료 직후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이 개시되었고, 청구인은 1983. 1. 13.자 보안감호처분 기간갱신 결정을 포함하여 총 3회에 걸친 보안감호처분 기간갱신 결정을 받아 1988. 6. 10.까지 2,674일 동안 수용되어 있었다. ④ 한편, 청구인은 1983. 1. 13.자 보안감호처분 기간갱신 결정에 대하여 법무부 장관을 피고로 하여 서울고등법원에 무효확인청구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 서울고등법원에서 청구가 기각(제1 원심판결)되었고, ⓑ 이에 청구인이 상고하였는데 상고심은 제1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으며, ⓒ 그 이후 제1 파기환송심은 위 상고심의 취지에 따라 청구인의 무효확인청구를 인용(제2 원심판결)하였으나, ⓓ 이에 대하여 법무부 장관이 상고하였는데 재상고심은 오히려 법무부 장관의 상고를 받아들여 제2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다시 환송하였고, ⓔ 그 이후 제2 파기환송심은 위 재상고심의 취지에 따라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제3 원심판결)하였으며, ⓕ 이에 대하여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재재상고심이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제3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⑤ 청구인은 2011. 4.경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어 위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4. 대상결정의 요지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관한 보상청구에 관하여, 보호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형사보상청구권의 유추적용을 긍정하는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가 준용될 수 없고, 구금에 대하여 형사보상을 인정하는 법리가 유추적용될 수도 없어 결국 형사보상을 구할 수 없다. 법원의 해석으로는 형사보상을 인정하기 어렵고, 입법에 의하여 해결될 문제이다. 대상결정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보안감호처분의 주체는 법무부 장관인데 보호감호처분의 주체는 법원이고, 보안감호처분의 형식은 행정처분인데 보호감호처분의 형식은 판결이며, 보안감호처분의 불복절차는 행정소송인데 보호감호처분의 불복방법은 형사소송으로, 보안감호처분과 보호감호처분의 법적 성질에 여러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보안감호처분 결정 내지 그 기각 또는 면제 결정을 할 것인지 여부에 있어 사전에 보안처분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등의 행정절차 거쳐야 하는 반면, 보호감호처분의 경우 판결에 기한 처분의 확정시까지 행정기관의 판단작용이 개입될 여지는 전혀 없고, 행정기관은 확정된 보호감호처분의 집행에만 관여한다. 둘째, 보안감호처분의 기초가 된 형사판결이 재심을 거쳐 무죄로 판명되어 효력을 상실한다 하더라도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당연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적어도 1차 갱신결정의 적법, 유효 여부에 관해서는 제3 원심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불가쟁력이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전제가 되는 청구인에 대한 보안감호처분의 적법·유효 여부에 관해서도 이미 대법원의 확정적인 판단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제3 원심판결에 대하여 별도의 재심을 청구하여 재심청구가 인용됨으로써 제3 원심판결의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셋째, 형사보상법령은 피고인에 대한 판결 등 사법작용으로 인한 구금에 대하여는 법원에 형사보상을 청구하도록 하고, 피의자에 대한 불기소처분 등 행정작용으로 인한 구금에 대하여는 검찰청에 형사보상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법원의 해석으로는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해서 형사보상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5. 해설 대상결정은 보안감호처분과 보호감호처분이 그 처분 주체, 형식, 불복방법 등에서 서로 다르고, 형사보상법령이 판결 등 사법작용으로 인한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과 불기소처분 등 행정작용으로 인한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 결정기관을 달리 정해 놓고 있는 점을 중시하여, 보호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형사보상청구권의 유추적용을 긍정하는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 및 구금에 대하여 형사보상을 인정하는 법리의 유추적용을 부정하였다. 대상결정이 열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안감호처분과 보호감호처분은 그 처분 주체, 형식, 불복방법 등이 서로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자는 형벌과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지는 보안처분이라는 점에서 법적 성질은 유사하고, 특히 그 집행의 경우 실질에 있어서 구금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형사보상의 기본이념은 잘못된 구금이라는 것이 사후에 밝혀진 경우에 보상을 해 준다는 것이므로 실질에 있어서 구금이라고 할 수 있는 보안감호처분의 잘못된 집행에 대해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차별적인 것으로 명백히 정의에 반한다. 보안감호처분의 집행 후 보안감호처분의 전제가 되는 형사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보호감호처분 집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제3 원심판결이 재심에 의하여 취소되었는지의 사정에 의하여 결론이 달라질 수는 없다. 대상결정은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은 형사보상법 제2조 제2항에서 말하는 '원판결'에 의한 구금 또는 이와 유사하게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수용처분에 해당하지 않고, 법원이 행정작용으로 인한 구금에 대하여 형사보상을 결정할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해서도 추가로 형사보상의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입법적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이 '원판결'에 의한 구금 또는 이와 유사하게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수용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정은 형사보상 법리의 유추적용을 부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형사보상청구권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그 범위를 넓게 인정한다고 하여 기본권의 충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으므로 가능한 한 폭넓게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청구인은 형사보상법 제1조에의 '형사소송 절차에서 무죄재판 등을 받은 자'로서 법원에 구금에 대한 보상청구를 하는 기회에 실질에 있어서 구금과 다를 바 없는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보상까지 함께 청구하는 것인데,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보상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한에는 규정의 부재를 탓하여 보상을 부정하기보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보상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대상결정에 대하여 청구인이 재항고를 하였다.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2016-03-03
판례해설 - 부마항쟁 때 손학규 前의원에 유언비어 유포 혐의 서점주인…
서울고등법원 2015. 12. 17. 선고 2015재노154 판결 1. 사실관계 1979년 10월 부마항쟁 당시 부산대학교 앞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피고인은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유인물을 보관해주는 등 시위를 도왔다. 부산과 마산 지역에는 계엄령이 떨어졌고, 경찰을 비롯해 2,600여명의 군인들이 시위진압에 동원됐다. 학생들과 친분이 있던 피고인은 시위 상황 등을 전해 들었고, 인권침해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한국기독교연합회 간사 손학규에게 "데모하던 여학생이 배가 찢어져 도망을 가는데도 경찰이 쫒아가 몽둥이로 머리를 때리고, 마산 데모서 학생 3명이 맞아 죽었다"고 말했다. 피고인은 유언비어를 유포해 계엄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고, 1981년 1월 징역 2년이 확정돼 옥살이를 하다 같은 해 3월 특별사면을 받고 출소했다. 피고인은 2015년 5월 재심을 신청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재판부는 "유언비어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언동의 내용이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거나,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고 믿을만한 상태에서 이를 단순히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면, 세부적으로 진실과 차이가 있거나 다소의 과장이 섞여 있더라도 그 전달자에게 '자신의 발언이 유언비어의 유포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부마항쟁 진압 과정에서 군경의 물리력 행사로 다수의 시민이나 대학생들이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었고 일부 여학생들은 옷이 찢긴 채 연행되면서 맨살이 다 드러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손학규에게 전달한 말은 그 중요한 부분이 어느 정도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거나, 충분히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고 믿을 만한 상태에서 이를 특정인에게 소극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자신의 언동이 유언비어의 발설, 즉 유언비어의 유포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결여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3. 판결 해설 과거 대법원 판례는 계엄포고상의 유언비어에 대하여 "유언비어라 함은 그 내용이 전혀 허위인 경우뿐만 아니라 사실이 과장 왜곡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하여 그 개념을 넓게 해석하였다(대법원 1981. 4. 14. 선고 81도543 판결 참조). 과거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도 유언비어 유포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으나, 대상판결은 유언비어 유포행위의 주관적 구성요건이라 할 수 있는 '유언비어의 유포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관련하여 그것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대한 기준으로 "유언비어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언동의 내용이 ①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거나, ②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고 믿을만한 상태에서 이를 단순히 전달한 것에 불과한 경우"를 제시하면서, 피고인의 경우에는 '유언비어 유포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므로 주관적 구성요건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계엄포고상의 유언비어의 개념은 상당히 추상적이어서 이를 폭넓게 적용할 경우 자칫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으므로, 대상판결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유언비어 유포 혐의에 대한 유죄 인정범위를 축소한 것은 합리적이고 법률적 관점에서도 타당해 보인다. 다만, 대상판결은 계엄법위반죄의 객관적 구성요건 해당성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는데, 계엄법위반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을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이 사건의 경우 객관적 구성요건도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도 판단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건과 유사한 사안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2014재노42)은 계엄선포에 의한 언론의 자유 등의 제한은 '군사상 필요한 때'에 한하여 가능하다고 해석하여야 하며, 여기서 '군사상 필요'라 함은 계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모든 경우가 아니라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하여 군사력의 동원이 필요하거나, 상대방이 군이나 국가기관에 현실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경우 등에 한정된다고 판시하면서, "헌법개정안은 막걸리로 조지자. 헌법개정안은 독재다."라는 말을 한 것을 군사적으로 제압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는바, 이 사건의 경우도 피고인의 행위가 군사적으로 제압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해볼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6-02-12
판례해설 - 대학 명칭에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사용한 경우 식별력 형성 여부
특허법원 2015. 7. 24. 선고 2015허642 판결 외국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대학교를 합성한 단어도 장기간의 사용에 의해 특정 대학교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식별력을 형성하면 상표 등록을 할 수 있다는 판결이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아메리칸 유니버시티(American University, 이하 '원고'라 함)가 "AMERICAN UNIVERSITY"에 대해 서비스표 등록을 신청하자 특허청은 "AMERICAN"은 미국을 뜻하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고, "UNIVERSITY"는 지정 서비스업의 품질, 효능에 해당하여 전체적으로 누구의 업무에 대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서비스표임을 이유로 거절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심판을 제기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출원 서비스표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지정 서비스업의 주체 또는 업종의 표시가 결합된 것으로 새로운 관념 또는 식별력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므로 상표법 제6조 제4호 및 제7호에 해당하여 서비스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심결에 불복하여 원고가 "AMERICAN UNIVERSITY" 출원 서비스표는 전체로서 원고가 운영하는 대학교의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원고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출처 표시로 충분히 식별력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특허법원에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심결취소 소송에서 특허법원은, ① 원고가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종합대학으로 법률에 따라 1893년 설립된 이래 100년 이상 "AMERICAN UNIVERSITY"를 학교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고 수십 개의 학위과정을 개설·운영하고 법학과 국제업무 분야가 유명하여 여러 언론매체로부터 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고 재학생이 1만 명에 달하고 국내 유명 사립대학교들과 교류를 하고 있고 ② 네이버에서 "AMERICAN UNIVERSITY"를 검색하면 수만 건의 검색결과가 나오는데, 원고와 관련된 내용이 상당수이고, "미국의 대학" 또는 "미국의 대학에서 제공하는 또는 미국식으로 진행되는 서비스"의 의미로 사용하거나 제3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혼동하여 사용한 사례는 보이지 않고, ③ "AMERICAN UNIVERSITY"는 이미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서비스표 또는 상표로 등록되었고, ④ 현재 지리적 명칭과 "UNIVERSITY" 표장이 결합된 다수의 상표, 서비스표도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AMERICAN UNIVERSITY"가 일반 수요자인 학교교육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원고가 운영하는 대학교의 명칭으로 알려져 있고 지명과 대학교를 결합하여 대학교의 명칭을 구성하는 사례는 흔하므로 일반 수요자라면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출원 서비스표가 전체로서 원고의 명칭이라는 것을 쉽게 인식할 수 있어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농산물이유식 등을 지정상품으로 한 "서울대학교" 상표출원에 대해 등록을 거절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관한 취소소송 상고심(2014후2283)에서,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4호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표는 현저성과 주지성 때문에 상표의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어 어느 특정 개인에게만 독점사용권을 부여하지 않으려는 데 규정의 취지가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이 다른 식별력 없는 표장과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기는 하나, 그러한 결합에 의하여 본래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을 떠나 새로운 관념을 낳거나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위 법조항의 적용이 배제된다. 위 출원상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서울'과 흔히 있는 명칭인 '대학교'가 불가분적으로 결합됨에 따라, 단순히 '서울에 있는 대학교'라는 의미가 아니라 '서울특별시 관악구 등에 소재하고 있는 국립종합대학교'라는 새로운 관념이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 사이에 형성되어 충분한 식별력을 가지므로 위 지정상품에 대한 상표등록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어떤 표장에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사용한 경우 상표나 서비스표로 등록받을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장기간의 사용에 의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로 인식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면 등록받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학 설립을 위해서는 교육법이 정한 설립기준에 따라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므로 기존의 대학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는 없다. 법원이 대학명칭에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사용한 경우에 혼동의 가능성을 판단함에 있어 이러한 사정도 고려대상이 될 것이다. 위 특허법원 판결은 기존의 지리적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대학 명칭에 관한 대법원 판결 법리에 따라 현저한 외국의 지리적 명칭을 사용한 대학교 명칭도 오랫동안의 사용에 의해 국내에서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였다면 상표 또는 서비스표로 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으로서 법리 자체는 타당한 것으로 보이나, "AMERICAN UNIVERSITY"가 국내 소비자에게 미국의 유명사립대나 주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어떤 학생이 아메리칸 유니버시티에 지원할 것이라고 하면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지원한다고 받아들일 여지도 있어(이에 반해 서울대나 경북대에 지원한다고 하면 그 특정 대학을 지칭하는 것이 명백) "미국의 대학" 또는 "미국의 대학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구별되는 식별력이 형성되었는지는 국내의 사용증거와 관련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2015-10-20
판례해설 - 불공정 선거기사 보도한 언론사에 사과문 게재 명령은 위헌
- 헌재 2015. 7. 30. 2013헌가8 -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즈음하여 불공정한 기사를 낸 언론사에 대하여 사과문 게재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제8조의3 제3항),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제256조 제2항 제2호). 헌법재판소는 2015. 7. 30. 두 조항이 언론사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강일원 재판관은 두 조항을 구분하여 사과문 게재 조항은 합헌이지만 처벌조항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법정의견은 2012. 8. 23.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1호를 위헌으로 결정(2009헌가27)하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당시 헌재는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 제재조치의 하나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던 위 조항이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였다. 위 사건은 선거보도에 관한 것은 아니었지만, 위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8조의2 제5항에 따라 불공정한 선거방송을 한 방송사에 대한 제재조치로도 사용될 수 있어 쟁점은 사실상 같다. 법정의견의 결론은 타당하지만, 반대의견도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 반대의견은 위 사안에서 인격권 제한이 없다고 본다. 법인은 특성상 자연인과 같은 기본권을 누릴 수 없으며, 법인의 명예권은 법률로 보호되는 권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과문 게재가 원하지 않는 내용의 '발표'라고 보면, 제한되는 기본권은 반대의견처럼 소극적 표현의 자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과거 사죄광고 사건(89헌마160)에서 헌법재판소가 '원하지 않는' 부분을 중시하여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 이래 후속 논의가 여기에 머물러 있을 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이 참신하다. 이번 결정으로 불공정한 선거기사에 대한 유효한 제재수단이 없는 것은 문제다. 동일한 목적으로 구성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주의, 경고 등 다양한 제재수단을 활용할 수 있으나,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세 위원회에 대한 종합적인 입법정비가 필요하다.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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