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부인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면 부인을 사문서위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립대 여교수 최모(47)씨는 1986년 남편 박모(85)씨가 이사장으로 있던 학교에 신입생으로 입학해 남편을 처음 만났다. 5년 뒤 최씨는 남편이 교환교수로 가 있는 미국의 대학으로 유학 간 것을 계기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나이 차이가 40년 가까이 났지만, 둘의 관계는 한국으로 귀국한 뒤에도 계속됐고, 2003년에는 일본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로 생활했다. 하지만 박씨가 70대 후반에 들어서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문제가 생겼다.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간병하던 최씨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것이다. 남편은 차츰 회복하긴 했지만, 법률상 혼인의 의미와 결과를 충분히 판단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장성관 판사는 지난 24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3고단1507).
장 판사는 판결문에서 "최씨가 박씨와 동거하면서 간병에 전념하고 있는 점 등을 봤을 때 둘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다"며 "최씨가 혼인신고를 할 때 박씨가 합의할 만한 의사능력이 모자랐던 것으로 보이지만, 박씨가 의사능력을 잃기 전 최씨와 혼인 의사가 없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