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아버지가 30년전에 구청에 이혼신고한 것은 무효라며 아들이 소송을 내 승소, 어머니가 죽기 전에 호적을 바로잡겠다던 소망을 이뤘다.
협의이혼의 경우 77년 민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법원의 확인을 받는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호적공무원이 철저하게 심사하지 않는 한 부부간에 협의 없이 한사람이 임의로 이혼신고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8단독 김익현·金益鉉 판사는 9일 J씨(44)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73년6월 구청에 신고한 이혼은 어머니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한 것이므로 무효”라며 어머니 K씨(67)를 상대로 낸 이혼무효확인소송(2002드단22291)에서 원고승소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아버지는 73년 6월15일 피고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혼신고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 사건 이혼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고 원고로서는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있다”고 밝혔다.
가사소송법 제23조는 “당사자, 법정대리인, 4촌 이내의 친족은 이혼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J씨의 아버지는 73년초 우연히 알게된 과부 P씨에게 동거를 요구했는데 P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이혼을 하면 응하겠다”고 하자 같은해 6월 임의로 이혼신고를 한 뒤 75년4월 사망했다.
J씨는 사망신고와 호주상속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이혼신고에 의해 아버지의 호적에서 제적된 사실을 발견했으나, 어머니가 “재판을 하게 되면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니 그냥 살다 죽겠다”고 고집해 그동안 호적정정을 미루어 오다 지난 3월 “어머니 생전에 호적을 바로잡아 드리는 것이 도리”라며 이 사건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