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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판결] 소송에서 유류분 재조정 예상돼도 “납부한 상속세, 그 소송에서 구상금 청구할 수 없어”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이 제기돼 추후 유류분 재조정이 예상되더라도, 소를 제기 당한 입장에서 돌아가신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 받을 때 납부했던 상속세에 대해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원고를 상대로 해당 소송에서는 구상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납부한 상속세는 원고를 대신해 낸 것이 아니라, 조세법령에 따라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납부한 것이라는 취지다. 유류분(遺留分) 제도는 고인이 유언이나 생전 증여로 자신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했더라도 상속액의 일정부분은 법정상속인의 몫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 강상욱·이동현 고법판사)는 지난달 20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말소등기 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2021나2044594). A,B 씨는 망 C 씨의 딸들로, C 씨는 2018년 10월 입원해있던 병실에서 공증인과 증인 2명이 참석한 상태에서 유언을 통해 둘째인 B 씨에게 상당한 재산을 유증하는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이후 A 씨는 "유언공정증서가 작성될 당시 C 씨는 폐암 말기 및 치매 증상으로 의사능력 또는 유언능력을 결여한 상태였는데, B 씨는 의사능력이 없는 C 씨가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게 했다"며 C 씨에게 유증된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말소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당시 의사능력 또는 유언능력이 없던 C 씨에게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게 한 B 씨는 민법 제1004조 제4, 5호에 따라 상속인 자격이 없다는 취지다. A 씨는 또 유언공정증서 작성에 관해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유언공정증서에 효력이 없고, 유증 때문에 공동상속인인 자신의 유류분이 침해됐으므로 B 씨가 자신에게 유류분 부족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재판부는 유언공정증서가 작성될 당시 C 씨가 치매 증상 등으로 의사능력 또는 유언능력이 없었다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언공정증서의 작성시점인 오후 6시~7시경 C 씨에게 의사능력 또는 유언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각 증언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 작성 당시 C 씨의 의사능력 또는 유언능력을 결여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유언의 취지를 구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B 씨는 "C 씨의 사망에 따라 이미 상속세를 납부했고 그 과정에서 신고비용·세무조사 대응비용도 지출해 해당 금액 중 A 씨의 유류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나누어 분담해야 한다"며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확정 이후 이뤄지는 과세관청의 경정처분 이전임에도) 예비적으로 A 씨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여세와 상속세는 증여와 상속을 원인으로 수증자 또는 상속인에게 개별적으로 부과되는 조세로서 부과과세방식에 의해 납세의무가 확정된다"며 "설령 B 씨가 종전에 납세의무가 확정된 상속세를 납부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조세법령에 의해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국가에 납부한 것에 불과하고, A 씨를 대신해 납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의 입장에서도 유류분반환청구를 통해 지급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므로, B 씨의 상속세 납부 및 관련 비용 부담으로 인해 그에 상응한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며 "A 씨의 유류분반환청구와 관련해 상속세에 관한 구체적인 구상금 청구권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유언
유류분
상속
한수현 기자
2023-05-03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판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예외적 허용’ 구체적 판단기준 제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판결이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그에 대한 예외사유를 구체화·완화했다고 볼 수 있어, 향후 사회적 논의를 통해 파탄주의가 인정되는 길을 열어주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대법원 가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등 소송(2021므1425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16일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혼인생활의 전 과정과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 드러난 상대방 배우자의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해 원만한 공동생활을 위해 노력해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한쪽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패소가 확정됐더라도, 이후 상대방도 유책성을 계속 비난하며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거나, 민·형사소송 등 혼인관계 회복과 양립하기 어려운 사정이 남아있는데도 이를 정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된 경우, 이미 혼인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상대방을 설득해 협의에 의해 이혼하는 방법도 불가능해진 상태까지 이르렀다면 종전 이혼소송시 일방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현재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쪽이 이혼소송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 이유로 패소됐더라도 장기별거 고착화 등으로 관계 회복 가능성 없다면 유책성 희석 취약한 지위로 보호 필요성 있는 경우 이혼청구에 신중 기하고 미성년자가 있는 경우 자녀에게 미칠 영향도 모두 심리 해야 다만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지위에 있어 보호의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의 계속과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언행을 하더라도, 이혼거절의사가 이혼 후 자신 및 미성년 자녀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때에는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파탄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모두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기존에도 예외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그 예외를 보다 구체화하고 완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유책주의에 기반한 판결이지만, (이 판결을 통해) 앞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경우 추후 파탄주의가 인정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 전원합의체 판결이 유책주의를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라, 유책주의는 필요하지만 상대방에게 가혹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파탄주의로 가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미였다"며 "그런데 전합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대법원이 유책주의로 간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 오히려 유책주의에 입각한 판결을 하니, (이번에) 지난 전합 판결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풀어서 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3므568)을 토대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와 허용할 수 없는 경우의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의 판단기준과 판단방법을 처음 구체화해 제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2010년 3월 혼인신고를 한 A, B씨는 그해 12월 딸을 출생했다. A씨는 갈등 끝에 집을 나가 2016년 5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A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기각했다. 판결 확정 후에도 A씨는 B씨와 별거 중이었다. A씨는 딸의 양육비 및 B씨와 딸이 지내는 아파트 담보대출금을 내고 있었다. B씨는 A씨에게 딸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한 뒤, 일방적으로 집 잠금장치를 변경하고 A씨에게 열쇠를 주지 않은 채 A씨가 먼저 집으로 들어와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A씨는 2019년 다시 이혼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패소 판결했다.
유책
이혼
파탄주의
박수연 기자
2022-07-13
가사·상속
[판결] 가정파탄 원인 제공한 남편이 빚더미에 있다면…
바람을 피워 가정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남편이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아 소극적 재산(빚)이 적극적 재산보다 더 많다면 부부 간 재산분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아내가 자녀 양육까지 맡고 있는 상황에서 남편의 빚을 나누게 되면 채무초과상태가 될 수 있는 만큼 채무를 분담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부산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박원근 부장판사)는 아내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2018드합201361)에서 "B씨는 A씨에게 위자료로 4000만원을 지급하고 둘은 이혼하되, A씨의 재산분할청구는 기각한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와 B씨는 2002년 1월 결혼해 아이를 낳고 15년 이상 부부 관계를 유지해왔다. 결혼 후 B씨는 김해시에 있는 모텔과 부산 북구에 있는 모텔 등을 매수해 숙박업을 하면서 모텔 직원인 C씨와 내연관계를 이어왔다. 2018년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와 별거하다가 "재산을 분할하고 위자료를 달라"며 이혼소송을 냈다. 변론종결일 기준 금전적 가치가 있는 재산권을 모두 합친 적극재산에서 채무 등 소극재산을 뺀 A씨의 순재산은 4100여만원이었고 B씨의 순재산은 -5억 5000여만원이었다. “자녀 맡은 아내, 남편 빚 나누면 채무초과로 부당” 재판부는 "재산분할 시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초액을 초과하더라도 그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등의 사정을 참작해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재산분할에 의해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채무초과 상태가 되는 경우에는 채무부담의 경위 등을 살펴 채무를 분담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가정법원, 재산분할 기각 이어 "A, B씨 부부공동재산 형성 과정을 보면 주로 B씨가 주도적으로 투자여부를 판단하거나 자산관리를 했고, 특히 모텔을 매수할 때 거액의 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별거 중에도 B씨는 A씨에게 생활비나 양육비 등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자녀들을 A씨 혼자 양육하고 있어 A씨가 B씨의 채무를 분담하게 될 경우 A씨는 채무초과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B씨에게 있으므로 B씨는 A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며, 재산분할은 하지 않고 A씨와 B씨의 적극재산 및 소극재산은 그 명의대로 각자에게 귀속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산분할
가정파탄
채무
이혼
남가언 기자
2020-06-22
가사·상속
엔터테인먼트
이혼·남녀문제
[판결] 김주하 앵커, 남편· 내연녀로부터 위자료 받는다
김주하(42) 앵커가 이혼소송 중인 남편 강모(44)씨와 남편의 내연녀로부터 위자료 4000만원을 받게 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부(재판장 송인우 부장판사)는 김씨가 강씨의 내연녀 A씨(43)를 상대로 "1억원을 지급하라"며 낸 위자료소송에서 "A씨는 강씨와 공동해 김씨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강씨와 부정한 행위를 해 김씨와 강씨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됐다"며 "김씨가 받은 정신적 고통을 A씨와 강씨가 함께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판결하지 못하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실을 기초로 판단할 수 없지만, 청구의 객관적 실체가 동일하다고 보이는 한 청구원인으로 주장된 실체적 권리관계에 관해 정당한 법률해석을 해서 판결할 수 있다"며 "A씨의 책임이 강씨의 책임과 부진정연대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두 사람이 공동해 김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처분권주의나 변론주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04년 강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으나 강씨의 외도와 폭행 등으로 불화를 겪다 2013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지난 1월 두 사람의 이혼을 인정하고, 강씨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불복하며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김씨는 또 강씨를 상대로 "외도를 사과하는 뜻에서 3억2700만원을 주겠다고 쓴 각서를 이행하라"며 낸 약정금 소송에서도 지난 4월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김주하
김주하앵커
이혼소송
위자료
내연녀
실체적권리
부진정연대
처분권주의
변론주의
외도
안대용 기자
2015-12-31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헌법사건
"바람피운 배우자 이혼청구 못한다"… 대법원 유책주의 유지
양승태(오른쪽) 대법원장과 민일영 대법관이 15일 오후 2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위해 대법원 2층 대법정에 입장해 법대에 착석하고 있다. 유책주의냐 파탄주의냐를 두고 대법관들이 6대 6으로 의견이 나뉜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쥔 양 대법원장이 유책주의를 지지해 50년만의 판례 변경은 불발에 그쳤다. 파탄주의를 지지한 민 대법관은 이날 선고를 마지막으로 6년 임기를 마치고 16일 퇴임했다. 외도 등으로 결혼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有責主義)'에 기반한 대법원 기존 판례가 대법관 7대 6으로 가까스로 유지됐다.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유책배우자가 자신의 잘못을 상쇄할 정도로 자녀나 배우자에 대한 책임을 다한 때에는 이혼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혀 유책배우자가 이혼청구할 수 있는 길을 확대했다. 법조계 반응은 엇갈렸다. ◇"파탄주의 도입은 시기상조"=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아내와 15년간 별거하며 미성년 혼외자녀를 둔 남편 백모씨가 아내 김모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 상고심(2013므568)에서 대법관 7대 6 의견으로 이혼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혼인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만 있으면 이혼을 허용해 유책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는 '파탄주의(破綻主義)'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로써 대법원이 지난 1965년 "축첩한 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첫 판결(65므37) 이후 50년간 유지해왔던 유책주의는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나라는 유책배우자도 협의이혼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판상 이혼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며 "특히 파탄주의에 따라 이혼을 허용할 경우 자녀나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않은 상태라 당장 파탄주의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과 달리 중혼에 대한 형사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하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도 있다"며 "대법원이 그간 유책주의를 고집해 온 것도 중혼관계에 처한 법률상 배우자의 축출이혼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만 유책배우자가 이혼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확대했다. 재판부는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나 △세월의 경과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의 책임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에도 이혼청구가 가능해졌다. 대법원은 종래 '상대방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한해서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왔다. "재판상 이혼에 파탄주의 도입할 필연적 이유 없다" 전원합의체 대법관 7대6으로 청구 기각 원심 확정 "특별한 경우 예외"…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길은 넓혀 하지만 민일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 등 대법관 6명은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에게는 법률관계를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뿐만 아니라 유책배우자에게는 재산분할 등에서 충분히 불이익을 줄 수 있어 상대방 배우자도 보호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상당기간 유책주의로 운영할 것"= 이번 사건은 사회적 논란이 치열했던 만큼 대법관들도 첨예하게 맞섰고 단 1명 차이로 결과가 정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근소한 차이로 갈려 조만간 대법원의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판례 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원합의체 판결 후 동일한 쟁점의 사건이 다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판례가 변경된 사례중 가장 빠른 것이 13년이 걸렸다. 재산을 둘러싼 교회분열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2004다37775) 판결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공개변론을 거쳐 전원합의체를 통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음을 선언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판결을 선고한 동일한 쟁점에 대해서는 현저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없는 이상 상당한 기간 동안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는 것조차 사실상 제한해왔다"며 "이는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사회 규범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법 개정이나 큰 사회·경제적 변화가 없는 이상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이혼재판 실무는 유책주의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환영" vs "반대" 반응 엇갈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명숙)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여성변호사회는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간통으로 상처를 입은 상대 배우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파탄주의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면 상대적 약자인 여성배우자를 더욱 궁지로 몰고 소위 '축출이혼'의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파탄주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유책배우자의 위자료 책임을 대폭 높이고 상대 배우자에 대한 부양료를 지급하게 하는 등의 적극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파탄주의로 가면 혼인의 구속력이 느슨해져 결혼 생활의 안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국민정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가사전문 변호사는 "의미없는 결혼생활을 무조건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파탄주의를 도입해도 소송 과정에서 이혼 후 자녀 양육이나 상대 배우자에 대한 경제적 보장책 마련 등 미래 지향적인 부분에 심리를 집중시키면 문제가 없을텐데 아쉽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부터 홈페이지에 선고 원문(http://www.scourt.go.kr/sjudge/1442294817650_142657.pdf)을 공개했다. 또 유튜브를 통해 공개변론 동영상(https://youtu.be/Vf9u2dZlMlI)도 볼 수 있도록 했다.<홍세미·손현수 기자> ▶ 이혼청구 상고심 2013므568 공개변론 영상 보기 ▶ 이혼청구 상고심 2013므568 판결문 전문 보기
유책주의
혼인파탄
파탄주의
유책배우자
협의이혼
간통
자기결정권
홍세미 기자
2015-09-17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장래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 판결이후…
'배우자가 현재 받고 있는 퇴직연금은 물론 앞으로 받게 될 퇴직급여(퇴직금 또는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퇴직급여의 구체적인 분할 방법과 기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16일 부인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 상고심(2013므2250)에서 "A씨가 받을 장래 퇴직급여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같은 날 부인 C씨가 남편 D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 상고심(2012므2888)에서 "D씨의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므로 재산분할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장래 퇴직급여, 퇴직연금 분할 방법은= 대법원은 장래 퇴직급여와 현재 받고 있는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분할 방법을 달리 판단했다. A씨 사건에 있어서는 "이혼 당시 부부 일방이 아직 재직 중이어서 실제 퇴직급여를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에 이미 잠재적으로 존재해 그 경제적 가치의 현실적 평가가 가능한 재산인 퇴직급여채권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서 퇴직할 경우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의 채권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A씨가 이혼소송의 사실심 종결 당시에 퇴직한다면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를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해 전체 재산을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누라는 것이다. 하지만 C씨의 사건에서는 퇴직연금을 개별적으로 구분해 분할비율을 달리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퇴직연금은 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의 여명을 알 수 없어 가액을 특정할 수 없는 특성이 있어 퇴직연금수급권에 대한 기여도와 다른 일반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체 재산에 대한 하나의 분할비율을 정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퇴직연금수급권과 다른 일반재산을 구분해 개별적으로 분할비율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C씨 사건의 항소심은 재산분할비율을 C씨 30%, D씨 70%로 정하고,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D씨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받는 퇴직연금액 중 30% 비율에 해당하는 돈을 C씨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D씨의 경찰공무원 재직기간은 29년인데 C씨와의 혼인기간은 13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 퇴직연금 비율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후속 입법 논의해야= 퇴직급여는 퇴직한 후에 회사에서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혼 당시 퇴직급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해 재산분할을 했지만, 이혼 후 다니던 회사가 사라져 퇴직금을 받지 못하거나 퇴직연금이 예상보다 줄어드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퇴직연금은 채권양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연금을 받고 있다면 달마다 일정 비율을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해 판결 집행에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분할의무자가 재산분할에 따른 정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행명령을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 지급명령을 받고도 3번 이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30일 범위에서 감치할 수 있다. 서울의 한 판사는 "독일은 혼인 중에 취득한 연금권을 양 배우자의 공동노력에 의한 것으로 보고 이혼할 때 이것을 청산하도록 한 연금청산제도가 있다"며 "독일은 연금청산의무와 청산 비율도 법으로 정하고 있고 양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재산분할 후에 생기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입법적인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칠 영향은= 민법은 협의로 이혼한 경우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협의이혼 당시 퇴직급여에 대해 재산분할을 하지 않았다면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조정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도 재산분할을 인정하기 때문에 사실혼이 해소될 때 배우자의 퇴직급여에 대해 분할청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무원 퇴직연금의 분할비율은 전체 재직기간 중 실질적인 혼인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당사자의 직업과 업무 내용, 가사와 육아 부담의 분배 등 상대 배우자가 실제로 기여한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퇴직연금분할에 있어서 퇴직연금을 받는 배우자가 근로할 당시 상대 배우자가 얼마나 협력했는지가 퇴직급여 분할 비율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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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분할방법
기여도
분할비율
장래퇴직급여
신소영 기자
2014-07-21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미래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되나… 대법원, 공개변론
부부가 이혼할 때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확정되지 않은 장래의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최근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공정한 재산분할에 대한 요청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9일 서초동 대법원청사 대법정에서 부인 A(44)씨가 남편 B(44)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의 상고심(2013므2250)에서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부부가 이혼소송 당시 아직 퇴직하지 않은 경우, 배우자의 확정되지 않은 장래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와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면 어떤 방법으로 분할해야 하는지'를 두고 공방이 오갔다. 교사인 A씨와 연구원인 B씨는 1997년 1월 결혼해 14년 동안 부부 관계를 유지했지만, 근무지역이 서로 달라 결혼 생활 대부분을 주말부부로 지냈다. A씨는 시댁과의 갈등, 생활비 문제 등으로 남편과 자주 다퉜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A씨는 2010년 10월 이혼소송을 냈다. 1심은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과 재산분할 5400만원, 자녀들의 과거 양육비 1200만원과 장래양육비 매월 24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B씨는 항소심에서 "A씨와 자신이 장래에 받을 퇴직금과 퇴직수당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 분할액수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대법원 판례(94므1713)를 근거로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할 수 없다"며 B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 B씨의 대리인 양정숙(49·사법연수원 22기) 법무법인 서울중앙 변호사는 이날 공개변론에서 "퇴직급여는 후불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외국의 판례는 변호사·의사의 전문적인 면허, 영업 기술, 노하우 등 무형의 재산까지 적극적은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하는 판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B씨 측 참고인으로 나선 현소혜(40·35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은 불확정 기한부 채권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며 "퇴직급여 채권 일부를 이전하는 현물분할이나 기여분에 상당하는 금전으로 정산하는 대상분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부인 A씨의 대리인 임채웅(50·17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퇴직연금은 현재의 권리가 아니라 기대이익에 불과하다"며 "확정되지 않은 장래의 퇴직연금은 노후 대책과 당사자의 관계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 측 참고인인 제철웅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퇴직금은 부부 공동의 기여로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장래의 퇴직금은 상대방의 기여를 이유로 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근에는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나타나고 있다"며 "장래의 퇴직급여는 금액과 지급 형태가 불확실해 통상적인 재산분할 대상과는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제출된 서면과 오늘 공개변론에서 나온 의견을 참고해 장래의 퇴직급여가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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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임금
불확정기한부채권
기대이익
신소영 기자
2014-06-19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미래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되나' 대법원 공개변론
부부가 이혼할 때 배우자가 앞으로 받게 될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는 19일 오후 2시 서초동 대법원청사 대법정에서 부인 A씨와 남편 B씨의 이혼소송 상고심(2013므2250)에서 배우자의 장래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공개변론은 대법원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네이버, 한국정책방송(KTV)을 통해 생중계된다. 교사인 A씨와 연구원인 B씨는 1997년 1월 결혼해 14년 동안 부부 관계를 유지했지만, 서로 근무지역이 달라 결혼 생활의 대부분을 주말부부로 지냈다. A씨는 시댁과의 갈등, 생활비 문제 등으로 남편과 자주 다퉜고,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둘 관계는 점점 악화했고 A씨는 2010년 10월 이혼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5000만원과 재산분할 2억2000여만원, 두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 4000만원과 장래 양육비 매월 200만원을 청구했다. 1심은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과 재산분할 5400만원, 자녀들의 과거 양육비 1200만원과 장래양육비 매월 24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B씨는 항소심에서 "아내와 자신의 퇴직금청구권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인 A씨와 자신이 장래에 받을 퇴직금과 퇴직수당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 분할액수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94므1713)를 근거로 "부부가 아직 퇴직하지 않은 채 직장에 근무하고 있을 경우 그의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됐다는 사정이 없다면,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할 수 없다"며 B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내 A씨는 김수연 법무법인 태웅 변호사와, 임채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대리한다. 제철웅 한양대 로스쿨 교수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부인 측의 주장을 뒷받침 할 예정이다.남편 B씨는 양정숙 법무법인 서울중앙 변호사가 변론을 맡았다. 현소혜 서강대 로스쿨 교수가 남편 측 참고인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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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재산분할
퇴직금청구권
공개변론
신소영 기자
2014-06-02
가사·상속
기업법무
민사일반
이건희 회장, 재판상 화해 거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재산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장남 이맹희씨와 삼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재판상 화해가 불발됐다. 7일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변론기일에서 이 회장 측 대리인은 "깊은 연구와 고민 끝에 화해와 조정이 이번 사건의 바람직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2013나2003420). 이 회장 측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돈 문제가 아니라 삼성그룹 승계의 정통성과 원칙에 관한 것"이라며 "이씨 측은 선대 회장의 유지를 왜곡하고 이 회장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 언론이나 투자자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어, 가족 간의 문제를 넘어서 세계적인 그룹의 반열에 오른 삼성그룹의 신뢰와 경영 안정성에 대한 문제로 영향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변론기일에서 이씨 측 대리인은 "최근 이씨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재판장이 말씀하신 화해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화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재판부 역시 "만약 선대 회장이 살아계시다면 형제들 간에 재산문제로 소송을 하는 것을 좋아하겠느냐"며 화해를 권유했다. 오는 14일에는 삼성가 상속분쟁의 마지막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삼성가
이건희
상속분쟁
재산문제
삼성그룹
신소영 기자
2014-01-07
가사·상속
기업법무
민사일반
상사일반
"차명주식, 경영권 확보에 필수적인가" 열띤 공방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장남 이맹희씨 분쟁에 새로운 쟁점이 떠올라 항소심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3일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변론기일에서는 선대회장의 차명주식이 이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필수적이었는지를 놓고 양측이 공방을 벌였다(2013나2003420). 경영권 승계에 차명주식 소유가 필수적이지 않았다면 이 회장이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다른 공동 상속권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씨 측의 주장대로 제척기간 10년은 아직 지나지 않아 항소심에서 다툴 여지가 있게 된다. ◇차명주식, 경영권 승계에 필수?= 법률상의 상속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재산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참칭상속인은 본인이 정당한 상속권자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볼 수 있는 외관이 있어도 성립한다. 이 회장은 단독 상속한 차명주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익배당금을 받는 등 주주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주주권 행사를 참칭상속인으로 행동한 외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주권은 차명주식을 상속받지 않더라도 행사할 수 있다. 제3자로부터 양수한 주식이나 매수한 주식으로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차명주식을 상속으로 취득했을 때 이 회장이 상속인으로서 할 수 있는 권한이 무엇인지에 따라 참칭상속인의 외관이 결정된다. 결국 이 회장이 차명주식을 상속함으로써 참칭상속인이 될 수 있는 외관은 차명주식 소유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차명주식이 경영권 확보에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면, 이 회장은 단독상속인임을 참칭해 이씨 등 다른 상속인의 상속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이씨의 주장대로 제척기간의 기산점은 차명주식의 존재가 드러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수사 이후가 된다. 따라서 소송을 낸 지난해를 기준으로 제척기간 10년은 아직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1심 판단은?= 1심은 차명주식 소유가 경영권 확보에 필수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이 1988년 5월 개최된 삼성생명 정기주주총회에서 차명주식 5만주 중 4만2000주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고, 5만주에 대한 이익배당청구권을 행사해 배당금을 수령한 것은 이씨에 대한 상속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 측은 이 회장이 차명주식을 삼성그룹 임직원 명의로 관리했기 때문에 외관이 드러나지 않아 상속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주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이름이 외부에 표시되지 않았다고 해, 주주권의 실질적인 행사주체가 이 회장이 아닌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제척기간 역시 차명주식 5만주 중 4만2000주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한 1988년 5월, 나머지 8000주는 이 회장이 1988년 이익배당금을 수령한 때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 회장 측, "차명주식 단독 상속해야 경영권 안정"= 지난 2일 열린 변론에서 양측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차명주식이 삼성그룹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회장 측은 선대회장의 유지인 '나눠먹기식 상속 배제'를 강조했다. 이 회장 측 대리인은 "선대회장은 생전에 이 회장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확고한 유지를 거듭 천명했고, 나눠먹기식 상속을 배제하고 기업의 경영권과 관련된 주식을 함께 승계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며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했고, 상속 당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는 그룹 내 매출액 1위와 3위의 대표 주력기업이자 다수의 삼성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이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도 확보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상속 당시 삼성생명 지분은 다른 상속인의 실명 지분이 더 많았고, 삼성전자는 양측이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서는 차명주식을 단독상속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씨 측, "삼성생명·전자, 지배기업 아니라 차명주식 불필요"= 반면 이씨 측은 상위지배기업이 하위기업을 거느리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특징을 들며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경영권 유지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씨 측은 "선대회장 타계 당시 삼성그룹은 상위지배기업인 제일제당, 신세계백화점과 삼성문화재단이 계열사를 거느렸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는 하위기업에 속했기 때문에 이들 주식은 경영권 유지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중복출자를 포함하면 내부지분율은 51.4%에 달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도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 측은 삼성 비자금 수사 결과를 들며 차명주식 매각대금 사용처 문제도 거론했다. 이씨는 "특검 결과, 이 회장은 차명주식을 매각해 300억원 가량의 미술품을 구입했고, 삼성자동차 채권단과 삼성자동차 협력업체에 4조원을 출연했다"며 "이 회장 측이 주장하는 경영권 지배 목적과는 무관하게 차명주식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씨 측의 주장대로 차명주식이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지 않아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회장이 단독상속한 차명주식과 현재의 주식이 동일하다는 '대상재산 이론'이 받아들여질지가 남은 재판에서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24일 열린다. 재판부는 "내년 2월 정기인사로 재판부에 변동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1월 14일에 결심을 하고 2월 중으로 판결을 선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명주식
경영권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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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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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회장
이병철
신소영 기자
201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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