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미국으로 불법입양 되는 데 도움을 준 엄마의 친권을 법원이 상실시키고 딸의 후견인으로 아동복지센터 소장을 선임했다.
지난해 6월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김모(2)양은 태어난지 열흘만에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됐다. 김양이 해외로 입양되기 위해서는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의 해외이주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양부모는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친부모의 동의만 받았다. 김양의 미국인 양부모는 감사의 의미로 입양을 소개시켜 준 미혼모시설 원장에게 700만원을 줬고, 그 중 200만원은 김양의 친모에게 전달됐다.
이것으로 입양절차를 모두 마쳤다고 생각한 양부모는 김양을 미국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김양이 미국에 입국하려면 이민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양부모가 미국 체류가능기간이 최고 90일에 불과한 비자면제프로그램을 이용해 김양을 입국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출입국관리소는 김양이 이민비자를 받지 않았다며 김양의 입국을 거부했고 양부모로부터 김양을 격리시켰다. 이어 한국정부에 사실확인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김양이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자 양부모는 미국 법원에 자신들을 김양의 임시 후견인으로 지정해 줄 것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 끝에 김양을 돌려받은 양부모는 김양을 입양하려는 소송을 진행해 왔지만 지난 1월 미국 법원이 양부모의 후견권을 무효화 하는 판결을 하자 결국 김양의 입양을 포기했다. 이로써 김양은 입양된지 8개월 만에 한국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친모의 친권을 제한해 달라는 청구를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박종택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서울시가 김모양의 친모를 상대로 낸 친권제한 심판사건(2012느합356)에서 서울시의 청구를 받아들여 친모의 친권을 상실시키고 서울아동복지센터 소장을 후견인으로 선임했다.
재판부는 "김양의 친모는 불법으로 영아를 입양하려는 양부모에게 협조해 200만원을 전달받고, 양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양의 복지를 위해 친모의 친권을 상실시킨다"고 밝혔다. 또 "친권자가 없는 김양에게 후견인으로 선임되기를 희망하는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소장을 후견인으로 선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