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1,2심에서 유죄판결이 났지만 대법원에서 증거불충분으로 파기환송됐고,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징역 20년형을 선고해 반전을 거듭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6일 임신 중인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의사 백모(32)씨에 대한 재상고심(2012도15985)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이 백씨에게 살해의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고 본 것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지만, 그와 같은 동기를 배제하더라도 다른 간접증거들의 종합적 증명력에 의해 백씨의 범행사실을 합리적 의심없이 인정할 수 있다"면서 "백씨가 피해자와 물리적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의 발생한 우발적·충동적 범행에 가깝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백씨에게 뚜렷한 살해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서 유죄 인정에 방해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씨는 2011년 1월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만삭인 아내와 말다툼 끝에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백씨가 침실에서 박씨를 목졸라 살해한 뒤 욕조로 옮겨놓은 것으로 판단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백씨가 아내를 살해했다고 하려면 사망 원인이 단순 질식사가 아닌 액사(목졸려 숨짐)라는 점이 먼저 확정돼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백씨와 피해자의 여러 상처와 침대 이불과 패드에서 발견된 혈흔은 다툼의 흔적으로 보이고, 백씨가 사건 이후 당일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전화를 전혀 받지 않는 등 의문스러운 행동을 보였다"며 "여러 정황에 비춰보면 백씨가 피해자와 말다툼과 몸싸움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다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