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상속 소송'이 제기된지 51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첫 변론 기일이 언제 열리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가 소송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81) 전 제일비료 회장과 차녀 이숙희(77)씨에 이어 지난 달 28일 손자인 이재찬씨 유족까지 뛰어들어 확대되고 있다.
이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재판장 서창원 부장판사)는 지난 달 29일 피고 측인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의 소송대리인단에 오는 27일까지 답변서를 보완하라는 취지의 석명준비 명령을 내려 빠르면 6월 초에 첫 기일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석명준비 명령은 원고의 청구에 대한 의견을 내라는 취지다.
재경 법원의 한 판사는 "원고 측 소장과 피고 측 답변서로 쟁점이 잡히면 바로 변론기일이 잡히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이 회장 측 준비서면이 제출돼 쟁점이 분명해져야 기일이 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송달로 진행되니까 재판부가 5월초에는 쟁점 파악을 한다고 가정하면, 빠르면 6월 초에는 변론기일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 소송 대리인단의 윤재윤(59·사법연수원 11기) 변호사는 "(이맹희씨 등) 원고 측의 소장이 사건에 비해서 간단한 편이고, 청구 원인이 불확실하기도 하다"면서 "어차피 이 소송은 준비서면으로 상당 부분 공방이 오가야 할테니까 여유있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담당 재판부는 석명준비명령과 더불어 이 회장 측에 문서송부촉탁신청서, 사실조회신청서, 금융거래제출명령신청서, 과세정보제출명령신청서를 발송했다. 이 문서들은 법무법인 화우가 이맹희·숙희씨를 대리해 지난 달 15일 2008년 이 회장 명의로 실명전환된 삼성전자 주식 225만 7923주와 1998년 에버랜드로 명의전환된 삼성생명 주식 3477만 6000주에 대한 청구취지를 확장하기 위해 낸 증거신청서다. 앞서 이 회장 측은 답변서를 내면서 증거신청서를 입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채부 결정의 보류를 요청한 바 있는데, 이 회장 측이 '원고의 증거신청에 관한 의견서' 제출을 미루자 재판부가 4건의 신청서를 발송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이 회장 측 예상대로 준비서면 공방이 길어지면 화우가 낸 증거신청에 대한 채부 결정도 미뤄지게 된다. 화우가 신청한 자료는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계좌추적 자료 및 차명재산 관리와 처분 자료 등인데, 이 자료가 소송에 필요한지를 판단하려면 먼저 쟁점이 정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윤 변호사는 "특검 기록에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나 금융거래 자료가 들어있을 수 있다"며 증거 신청 대상에 대해 다투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화우의 정진수(51·22기) 변호사는 "대상 재산이 확인돼야 특정이 된다"며 "소송 대상의 3분의 1을 특정했지만, 나머지 3분의 2를 정확하게 특정하기 위해 자료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류가 확인돼야 쟁점들이 정리된다"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증거조사방법'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화우는 증거신청이 조정으로 가기 위한 압박용이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조정을 하면 (소송에) 들어온 사람하고만 조정을 하겠느냐"며 "조정이 되려면 온가족이 다 모여서 해야 하고, 의뢰인 중에 조정을 빨리 하게 해달라고 하는 분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달 28일에는 고 이병철 회장의 차남 이창희씨의 둘째 아들인 고(故) 이재찬씨의 부인 최선희씨와 두 아들이 추가로 소송(2012가합509188)을 냈다. 이로써 삼성가 상속 소송의 전체 소가는 이맹희씨 7000여억원, 이숙희씨 1900여억원, 최선희씨 측 1000여억원 등 1조원이 넘게 됐다. 게다가 화우가 청구취지를 확장하겠다고 소장에서 밝힌 바 있어 소가는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