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9일(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가사·상속
심리
검색한 결과
60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판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예외적 허용’ 구체적 판단기준 제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판결이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그에 대한 예외사유를 구체화·완화했다고 볼 수 있어, 향후 사회적 논의를 통해 파탄주의가 인정되는 길을 열어주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대법원 가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등 소송(2021므1425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16일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혼인생활의 전 과정과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 드러난 상대방 배우자의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해 원만한 공동생활을 위해 노력해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한쪽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패소가 확정됐더라도, 이후 상대방도 유책성을 계속 비난하며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거나, 민·형사소송 등 혼인관계 회복과 양립하기 어려운 사정이 남아있는데도 이를 정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된 경우, 이미 혼인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상대방을 설득해 협의에 의해 이혼하는 방법도 불가능해진 상태까지 이르렀다면 종전 이혼소송시 일방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현재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쪽이 이혼소송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 이유로 패소됐더라도 장기별거 고착화 등으로 관계 회복 가능성 없다면 유책성 희석 취약한 지위로 보호 필요성 있는 경우 이혼청구에 신중 기하고 미성년자가 있는 경우 자녀에게 미칠 영향도 모두 심리 해야 다만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지위에 있어 보호의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의 계속과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언행을 하더라도, 이혼거절의사가 이혼 후 자신 및 미성년 자녀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때에는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파탄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모두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기존에도 예외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그 예외를 보다 구체화하고 완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유책주의에 기반한 판결이지만, (이 판결을 통해) 앞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경우 추후 파탄주의가 인정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 전원합의체 판결이 유책주의를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라, 유책주의는 필요하지만 상대방에게 가혹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파탄주의로 가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미였다"며 "그런데 전합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대법원이 유책주의로 간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 오히려 유책주의에 입각한 판결을 하니, (이번에) 지난 전합 판결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풀어서 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3므568)을 토대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와 허용할 수 없는 경우의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의 판단기준과 판단방법을 처음 구체화해 제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2010년 3월 혼인신고를 한 A, B씨는 그해 12월 딸을 출생했다. A씨는 갈등 끝에 집을 나가 2016년 5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A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기각했다. 판결 확정 후에도 A씨는 B씨와 별거 중이었다. A씨는 딸의 양육비 및 B씨와 딸이 지내는 아파트 담보대출금을 내고 있었다. B씨는 A씨에게 딸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한 뒤, 일방적으로 집 잠금장치를 변경하고 A씨에게 열쇠를 주지 않은 채 A씨가 먼저 집으로 들어와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A씨는 2019년 다시 이혼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패소 판결했다.
유책
이혼
파탄주의
박수연 기자
2022-07-13
가사·상속
[판결] 외국인 배우자 한국어 소통 능력 떨어진다고 자녀 양육권 박탈은 부당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한국인 남성이 별거기간 동안 아내가 양육하던 4세 딸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로 자신을 지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외국인인 아내의 한국어 소통능력 부족과 경제능력 미비 등을 이유로 남편을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양육자 지정 판단은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심리를 통해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어 소통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외국인 배우자가 자녀 양육에 상대적으로 부적합할 것이라고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가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한국 남성 A씨와 베트남 여성 B씨가 서로 이혼을 청구하면서 자녀들의 친권자·양육자를 각각 자신으로 지정해줄 것을 청구한 이혼 및 양육자 지정 소송(2021므12320 등)에서 "원심 판결 중 큰 딸 C양에 관한 친권자·양육자 지정 및 양육비, 면접교섭에 관한 부분을 파기한다"며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A씨와 결혼 후 자녀 2명을 낳고 살다 부부 갈등이 지속되자 큰 딸인 C양을 데리고 집을 나가 별거에 들어갔다. 약 1년 뒤 이들 부부는 서로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B씨는 한국 입국 후 바로 2차례에 걸쳐 출산을 해 한국어 소통능력은 부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별거 직후 취직해 월 2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으며,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면서 별다른 문제없이 큰 딸을 양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는 있지만 뚜렷한 직업은 없었다. A씨는 이혼을 요구하면서 큰 딸에 대한 양육자도 자신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아빠 베트남 엄마 이혼 양육자 지정 시 실질적·직접적인 심리해야 1심은 두 사람의 이혼청구를 모두 인용하면서, B씨의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고, A씨를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했다. 2심도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을 유지했다. 2심은 "B씨는 자녀 양육에 필요한 기본적인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고, 거주지와 직장도 안정적이지 않아 자녀 양육환경, 양육능력에 의문이 있다"면서 "B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B씨는 어머니로부터 자녀 양육을 보조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B씨의 어머니 역시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아 자녀의 언어습득과 향후 유치원, 학교생활 적응에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한국어 소통능력 있는 쪽이 적합’ 추상적 판단 떠나 자녀 성장·복지에 가장 도움 되는 방향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민법 제837조 4항에 따라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는 미성년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별거 후 상당기간 동안 미성년 자녀, 특히 유아를 양육해 온 양육상태를 변경해 상대방을 친권자·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지정하는 것이 현재의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더 나은 쪽이 자녀 양육에 적합할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판단만으로 외국인 배우자의 양육적합성을 불리하게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공교육 등을 통해 미성년 자녀가 한국어를 습득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될 뿐만 아니라 외국인 부모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미성년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어 소통능력 또한 사회생활을 하며 노력한다면 향상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육상태의 변경을 가져오는 양육자 지정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와 외국인 배우자의 양육 적합성 판단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어떻게 고려돼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선언한 판결"이라며 "다문화가정 존중과 아동 복리 차원에서 가정법원의 양육자 지정에 대해 중요한 원칙과 판단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혼
베트남
양육
친권
국제결혼
박수연 기자
2021-10-18
가사·상속
[판결] 이혼 후 배우자의 숨은 부동산 발견됐다면…
재판상 이혼이 확정되고 재산분할 과정이 모두 끝났더라도 배우자가 숨겨놓은 부동산이 발견됐다면 이 부동산에 대해서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심판이 나왔다.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 엄지아 판사는 A씨가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재산분할청구(2019느단201205)에서 "B씨는 19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승소 심판을 내렸다. 30년 이상을 부부관계로 지내오던 A씨와 B씨는 재산관리 문제 등으로 다투다 사이가 악화되면서 2018년 10월 법적으로 이혼했다. 이혼 과정에서 법원은 "B씨는 A씨에게 재산분할로 1억 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B씨는 이를 전액 지급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A씨는 우연히 C부동산 관리사무실에서 B씨에게 보낸 누수 공사 관련 쪽지를 발견했다. B씨에게 C부동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이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를 했다. 엄 판사는 "이혼소송 때 재산분할 과정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되지 않은 재산이 재판이 확정된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에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며 "다만 청구인이 이전 재판 때 재산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재산분할협의를 했고, 재산의 존재를 알았다면 재산분할협의 과정에서 그 재산도 포함시켰을 것이라는 점 등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가정법원 원고승소 심판 이어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악화된 원인 중 하나가 B씨가 A씨 동의 없이 임의로 아파트 전세금을 사용하거나 전세계약을 변경하는 등 부동산을 사용·처분했기 때문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B씨가 당시 C부동산의 존재를 A씨에게 알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인다"며 "A씨가 쪽지를 발견하는 등 C부동산의 존재를 알게 된 경위를 봤을 때도 C부동산은 이혼소송 때 심리되지 않은 추가로 발견된 재산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C부동산의 존재를 알았다면 당연히 이를 B씨의 적극재산에 포함시키려고 했을 것이므로 C부동산은 재산분할대상에 해당한다"고 심판했다.
배우자
재산분할
부동산
이혼
남가언 기자
2020-05-14
가사·상속
행정사건
‘사실혼 배우자 보호’ 새 법률이슈로
최근 고령화 시대를 맞아 황혼 재혼이 늘면서 사실혼 배우자 보호 문제가 새로운 법률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들의 경우 재혼을 해도 자녀들이 재산상속 문제 등을 이유로 부모의 혼인신고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재혼 노부부들은 사실혼 관계로 지내는 사례가 흔하다. 하지만 이렇게 지내다 배우자가 갑자기 사망하면 혈혈단신 신세로 거리에 나앉게 되는 경우도 많다. 법률혼이 아니기 때문에 사망한 배우자가 남긴 재산에 대해 아무런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혼기를 함께 보내며 서로를 보살피면서 의지하고 살았지만 졸지에 자신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50대 여성 A씨는 2009년 3월 B씨와 재혼했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함께 살았다. 그러다 이듬해 8월 평소 우울증을 앓던 B씨가 이상증세를 보이더니 갑자기 자살했다. 홀로 남겨진 A씨는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B씨가 갑자기 자살한 것은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며 B씨의 상속인인 자녀들을 상대로 사실혼관계의 부당파기 책임을 물어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사실혼이 생전에 해소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에 의한 부부 재산관계의 청산 등이 가능하지만 배우자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되는 경우에는 상속권도 인정되지 않고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A씨는 B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한 충격과 함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이 같은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사실혼 관계인 부부 일방이 자살한 것을 가지고 다른 일방을 악의적으로 유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사실혼 배우자가 자살로 사망해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나 상속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자살을 유기로까지 판단해 생존 배우자를 보호하는 것은 법 해석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취지다. 앞서 대법원도 2006년 3월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 생존한 상대방에게 상속권도 인정되지 않고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되지 않는 것은 사실혼 보호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사실혼 배우자를 상속인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해석론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2005두15595). 이때문에 배우자가 사망하기 전에 재산을 일부라도 확보하기 위해 병석에 누워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70대 할머니 C씨 역시 D씨와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살았다. 그러다 D씨가 2007년 3월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한달 뒤 사실혼관계 해소를 주장하며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사건 심리가 본격화되기도 전인 같은해 5월 D씨가 사망했다. 1·2심 재판부는 D씨가 사실혼 해소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사망한 점을 들어 "사망에 의해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은 인정될 수 없다"며 C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실혼관계는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해 해소될 수 있다"며 "두 사람의 사실혼관계는 A씨의 의사에 의해 해소됐으므로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2008스105).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보니 사랑하는 사람을 간병하는 대신 버려야만 보호받는 모순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며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자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망 직전에 혼인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녀들이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사실혼 배우자의 보호가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그렇다고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보호한다거나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인 지위를 인정한다면 기존 상속인들에게 부당한 측면이 있을뿐만 아니라 재산만 노리고 사실혼 관계를 추구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일정범위에 한해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는 등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령화
황혼재혼
사실혼
결혼
노인
재산상속
상속권
재산분할청구권
법률혼
이순규 기자
2016-07-28
가사·상속
민사소송·집행
[판결] 변호사에게 소송 위임하고 소 제기 전 당사자 사망한 경우…
민사소송을 내려는 사람이 변호사에게 소송을 위임하고 소제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인은 소송수계(訴訟受繼)를 할 수 있으므로 법원은 소를 각하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보도연맹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김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다210449)의 수계를 신청한 아들 정모씨 형제의 상고를 받아들여 소 각하 판결한 2심 판결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어머니가 1심 개시 전에 사망했다는 이유로 소송수계를 인정하지 않고 각하 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상고했었다. 재판부는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민사소송법 제95조 1호에 따라 소송대리권은 소멸하지 않으므로, 당사자가 사망한 것을 모르고 제기한 소도 적법하고 소제기의 효력은 상속인들에게 귀속된다"고 밝혔다. 또 "상속인들로부터 항소심 소송을 위임받은 소송대리인이 소송수계절차를 취하지 않은 채 사망한 당사자 명의로 항소장 등을 제출했더라도 상속인들이 항소심에서 수계신청을 하고 소송대리인의 소송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추인하면 하자가 치유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망한 김씨는 보도연맹사건 희생자의 아내로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A법무법인을 선임한 뒤 사망했는데, A법무법인은 김씨의 사망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김씨를 원고 중 한 사람으로 표시해 소를 제기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1심 판결 선고 후 김씨의 상속인인 정씨 형제가 B법무법인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김씨 패소 부분에 대해 김씨 명의로 항소를 제기함으로써 종전 소송행위의 하자도 치유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은 소송위임장의 작성일 등을 조사해 김씨가 사망 전에 A법무법인에 이 소송을 위임한 사실이 있는지 심리했어야 하고, 소송위임이 인정된다면 정씨 형제의 소송수계신청을 받아들여 본안판단을 했어야 하는데도 이러한 점을 심리하지 않고 소송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A법무법인은 보도연맹사건 희생자의 아내인 김씨 등 유가족 185명을 대리해 2012년 6월 22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1심에서 일부승소했다. 하지만 2심은 "김씨가 A법무법인에 2012년 6월 소송을 맡긴 뒤 같은 달 11일 사망했다"며 "김씨의 소장이 1심 법원에 접수되기 전에 김씨가 사망했으므로 김씨의 소는 부적법하다"며 김씨의 소송을 각하했다.
보도연맹사건
보도연맹
소송수계
소송대리권
소송위임
홍세미 기자
2016-05-12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판결] 대법원 "성폭행 출산 사실 남편에게 숨겼다고 혼인취소 안돼"
결혼 전 성폭행을 당해 출산했던 사실을 숨겼더라도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40대 남성 김모씨가 국제결혼으로 만난 베트남 국적의 부인 A(26)씨를 상대로 "A씨의 출산 전력을 알았더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낸 혼인취소소송(2015므654)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출산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며 "혼인의 당사자나 제3자가 이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그것이 상대방의 혼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일률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해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출산의 경위와 출산한 자녀의 생존 여부 및 그에 대한 양육책임이나 부양책임의 존부, 실제 양육이나 교류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그 시기 및 정도,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소극적인 것에 불과했는지 등을 살펴야 하고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이 신의성실의무에 비춰 비난 받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까지 심리해야 한다"며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입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했지만 이후 그 자녀와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경우라면 단순히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민법 제816조 3호가 규정하고 있는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816조 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법원에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국제결혼중개를 통해 만난 김씨와 2012년 4월 결혼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A씨는 이후 2013년 의붓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의붓시아버지는 범행으로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는데, 재판 과정에서 A씨의 과거 출산 경험이 밝혀졌다. A씨는 "13살 때 베트남에서 소수민족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뒤 임신을 했는데, 친정집으로 돌아와 낳은 아이는 남성이 데려가 버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편 김씨는 A씨가 맞선 당시는 물론 결혼 이후에도 출산 사실을 숨겼다며 혼인취소와 위자료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는 의붓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는데도 남편이 방치했다며 이혼과 위자료 1000만원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출산 경력은 상대가 혼인을 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고려요소"라며 "A씨가 남편인 김씨에게 이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은 이혼사유"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동성폭력범죄라는 인권침해의 결과로 빚어진 출산 사실을 여성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우는 것은 피해여성에 대한 명예와 사생활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부의 따뜻한 대응으로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아동과 여성의 권리를 보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국제결혼
혼인취소
결혼전출산
성폭행
사생활비밀
위자료
신의성실의무
홍세미 기자
2016-02-22
가사·상속
[판결][단독] 앞으로 성(姓)·본(本) 변경허가 까다로워 진다
앞으로는 법원에서 성(姓)·본(本) 변경 결정을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법원이성·본 변경시 발생할 수 있는 사회관계에서의 혼란과 당사자가 입을 수 있는 불이익 등을 반드시 심리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선 법원은 당사자의 의사를 최우선 요소로 판단해 성·본 변경을 비교적 쉽게 허가해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딸 A(30)씨의 성·본 변경을 허가한 법원 결정에 대해 친아버지 B(54)씨가 "딸의 성·본 변경 허가를 취소해달라"며 낸 특별항고사건(2014으4)에서 A씨가 어머니의 성·본을 따를 수 있도록 허가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광주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성·본 변경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당사자의 의사뿐만 아니라 성·본 변경으로 인한 불이익도 함께 고려해 허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당사자의 의사에만 주목해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친부모가 이혼할 당시 A씨는 이미 만 22세의 성년으로서 부모 이혼 전부터 독자적으로 법원 허가를 받아 성·본 변경을 할 수 있었음에도 아버지인 B씨의 성·본을 사용해 이를 유지하기로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성·본 변경 신청 전까지 B씨와 혈연뿐만 아니라 실질적·사회적으로도 부녀관계로 생활해 왔다"면서 "이미 성인인 A씨가 성·본을 변경한다면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자신의 학력과 교우관계 형성에 기초가 됐던 인격의 동일성에 변화가 생겨 사회생활에서 커다란 불편 내지 혼란을 겪을 수 있고, 타인에게 불필요한 호기심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원심은 이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를 하지 않았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8년 부모가 이혼한 이후 어머니와 살아온 A씨는 어머니가 동성동본인 새아버지와 결혼하자 "취업과 결혼을 앞두고 있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며 마음의 안정을 갖고 생활하고 싶다"며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바꾸기 위해 법원에 변경 신청을 냈다. 법원이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자 친아버지인 B씨는 반발하며 대법원에 특별항고(불복할 수 없는 결정에 대해 판단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내는 이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과 본이 개인에게 가지는 의미나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청구인의 의사에만 주목해 허가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성·본 변경으로 인한 불행이나 불이익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판결로서 하급심의 심리방향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子)의 복리를 위해 성·본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다른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어 변경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변경을 허가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녀의 성·본 변경은 호주제 폐지에 따라 2008년 1월부터 시행됐다. 2009년 12월 대법원이 자녀의 성·본 변경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2009스23)을 내리면서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변경을 허가해 왔다. 2010년 한해에만 8290건의 성·본 변경신청이 접수돼 87.3%인 7238건이 허가됐다. 2011년은 7493건 가운데 6485건(86.5%), 2012년에는 7354건 가운데 6498건(88.3%)이 인용됐다. 2013~2015년 사이에도 매년 75.4~85.6%의 높은 성·본 변경 허가율을 보이고 있다.
성본변경
친부모
부녀관계
호주제
호주제폐지
성본변경신청
홍세미 기자
2016-02-04
가사·상속
민사일반
[판결] ‘유언대용신탁’ 법적성질은 ‘유언’ 아닌 ‘계약’
유언대용신탁을 한 위탁자가 '신탁계약 해지를 위해서는 수익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특약을 했다면 위탁자도 신탁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유언대용신탁의 법적 성질은 피상속인이 언제든 내용을 변경·철회 할 수 있는 '유언'이 아닌 '계약'이기 때문에 피상속인이라도 계약 내용에 반해 해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2년 신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유언대용신탁'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금융기관과 신탁계약을 맺어 사후 재산 분배 등을 맡기는 제도다. 피상속인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금융기관이 피상속인이 신탁한 예금과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관리를 맡고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그 금융기관이 신탁계약의 내용에 따라 재산을 상속 집행한다. 복잡하고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따지는 유언에 비해 신탁계약을 통해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상속계획을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2부(재판부 박주현 부장판사)는 치매 증상이 있는 전모(70대·여)씨가 ㈜하나은행(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을 상대로 "유언대용신탁계약을 해지하니 재산을 돌려달라"며 낸 신탁계약 무효소송(2015가합71115)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탁자인 전씨가 하나은행과 신탁계약을 맺을 때 사후 수익자인 자신의 딸 4명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했는데 이러한 계약을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탁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전씨가 한 '인지기능검사 및 면담결과'를 보면, 전씨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며 "전씨가 신탁계약을 맺을 당시 치매때문에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익자 전원 동의 얻어야 계약 해지' 특약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없어 고양지원, 원고패소 판결 전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가진 부동산과 현금 9억원을 '생전에는 내 생활비와 병원비로 사용하고 사후에는 4명의 딸에게 똑같이 나눠준다'는 유언대용신탁계약을 하나은행과 체결했다. 치매 증상이 있던 전씨는 신탁계약을 해지·변경하기 위해서는 수익자인 딸 4명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한다는 특약을 걸었다. 하지만 전씨는 5개월 뒤 마음이 바뀌어 "신탁계약 체결 당시에 이미 치매 환자로 신탁계약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수익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재산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신탁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씨와 계약을 맺은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됐고 만약 계약이 무효가 되면 치매에 걸린 전씨를 대신해 재산에 욕심있는 딸 중 한 명이 마음대로 재산을 사용할 우려가 있다"며 계약해지를 거부했다. 하나은행을 대리한 김상훈(42·사법연수원 33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위탁자가 계약 당시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고자 특약을 설정했기 때문에 위탁자라 하더라도 계약의 내용에 반해 계약을 해지 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이 판결이 유언대용신탁과 관련한 소송에서 리딩케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이 판결에 불복, 항소해 서울고법 민사30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가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
신탁계약
하나은행
전원동의
의사무능력
리딩케이스
손현수 기자
2016-01-28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판결] '바람난 남편' 이혼청구 허용… 유책주의 예외 확대 적용 첫 판결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가 결혼생활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사유를 확대한 판결(2013므568)을 내린 후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인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며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나 세월의 경과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의 책임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유책배우자도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70년 결혼한 A(남편)씨와 B(아내)씨는 1980년 협의이혼했다. 3년 후 두 사람은 다시 혼인신고를 했지만 A씨는 다른 여성과 동거생활을 병행했다. A씨는 이 여성과의 동거를 청산했지만 1990년부터 또 다른 여성과 동거를 했고 혼외자를 낳았다. 동거녀가 출산한 직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1990년부터 25년간 동거녀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중혼 상태로 지낸 A씨는 B씨와 교류없이 지냈다. 장남 결혼식 때 한 차례 만났을 뿐 별다른 연락이나 만남도 없었다. A씨는 2013년 다시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지만 1심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A씨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A(75)씨가 B(65)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두 사람의 이혼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책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법원 판례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는 것"이라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칙에 비춰봐도 그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는 경우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귀책사유로 별거에 이르렀다고 해도 25년 이상의 장기간 별거생활이 지속되면서 혼인생활의 실체가 해소되고 두 사람이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를 갖기에 이르렀다"며 "A씨가 그동안 자녀들에게 수억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왔고, B씨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이혼을 허용해도 축출이혼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월이 많이 흘러 A씨의 유책성도 상당히 약화됐다"며 "B씨가 이혼을 거절하고 있지만 외형상의 법률혼 관계만을 형식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혼인생활을 계속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판시했다.
유책배우자
남편
바람
혼인파탄
신의칙
귀책사유
별거
안대용 기자
2015-11-02
가사·상속
민사일반
[판결] 치매 노인 유언장·위임장… 법원 "효력 없어"
치매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노인이 서명하고 작성한 재산처분 위임 약정서와 유언장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송모(43)씨는 2012년 3월 관절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양어머니 김모(72)씨와 연락이 두절되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병원에서는 김씨가 급하게 퇴원했다고 했지만, 송씨는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다 경찰 수사 결과 양어머니가 남동생 집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송씨는 곧바로 외삼촌인 김씨의 집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양어머니와의 통화는 제지당했다. 영문도 모른 채 노모와 생이별하게 된 송씨는 1년이 지나서야 외삼촌이 양어머니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이같은 일을 꾸몄음을 알게 됐다. 노모는 월세 650만원인 20억원짜리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외삼촌은 노모가 퇴원한 두 달 뒤인 2012년 5월 '모든 재산의 관리와 처분행위를 김씨 등 동생 2명에게 맡긴다', '사후 재산을 모두 동생들에게 주고 양자 송씨는 아무 재산도 상속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위임약정서와 유언장을 받아내 공증까지 모두 마쳤던 것이다. 이에 송씨는 2013년 6월 정신질환에 따른 판단력 상실을 이유로 노모를 '금치산자'로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금치산자가 되면 법원이 선임한 후견인이 노모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법원은 같은 해 9월 전문 임시후견인을 선임하고 '후견인 동의없이 김씨의 재산처분을 금지한다'고 결정해 외삼촌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외삼촌은 통보를 받은 당일 김씨의 건물을 급매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 이를 알게 된 후견인은 김씨의 재산을 원상복구하라며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 받은 마모(66)씨 등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등 청구소송(2014가합36653)을 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23일 "양어머니인 김씨가 약정서와 유언장을 쓸 때 이미 치매 증상이 상당히 진행돼 그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약정서와 유언장은 무효이므로 건물 매매를 취소하고 새로 한 소유권등기도 말소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임대수입이 유지돼야 장기간 안정적인 치매 치료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아들인 송씨를 배제하고 모든 재산을 남동생에게 위임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치매
유언장
금치산자
위임약정서
정신질환
후견인
원상복구
소유권등기
임시후견인
치매노인
안대용 기자
2015-10-26
1
2
3
4
5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