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부부의 이혼을 허가하면서 자녀에 대한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각각 아기 어머니와 조부모로 따로 정해 주목된다.
그동안 법원은 원칙적으로 부부가 이혼할 경우 어느 한쪽을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정해왔기 때문에 이번처럼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분리해 지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8단독 이헌영 판사는 지난달 27일 이모(25)씨가 남편 장모(35)씨를 상대로 낸 이혼등 청구소송(2007드단71731)에서 이혼을 허가하면서 7살 난 아들의 친권자로 이씨를 지정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양육자를 아이의 조부모로 정하고 이들에게 양육을 맡겼다.
이씨 부부는 남편인 장씨가 도박과 외박을 일삼고 가정에 소홀하면서 불화를 겪다가 2003년 남편이 가출하자 이씨마저 아들을 시부모에게 맡기고 집을 나가버리면서 파경에 이르렀다. 이씨는 작년 이혼을 청구하면서 "이제 직장도 생겼고 충분히 아이도 돌볼 수 있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남편인 장씨가 아이의 양육에 무관심하고 수년째 행방도 알 수 없어 이씨를 아이의 친권자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육권자 지정에 있어서는 "이씨 또한 아이를 시부모에게 맡기고 집을 나온 뒤 처음에는 아이를 찾다가 1년 전부터는 찾지 않았고, 면접교섭을 하였으나 엄마와 아이의 친밀관계 형성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원고인 이씨도 양육의 어려움을 깨닫고 있다"며 "아이가 어릴때부터 현재까지 양육해온 아이의 조부모를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아이의 성장과 복리를 위해서도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조부모의 양육비 부담을 고려해 "이씨는 양육자인 아이의 조부모에게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월 30만원, 중학교 입학부터 성년이 될 때까지는 월 40만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직권으로 양육비 지급을 명했다. 이씨는 아이가 성년이 되는 2022년4월까지 매월 2,4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일요일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면접교섭권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