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리고 딸들을 살해한 비정한 남편 때문에 딸들을 잃고, 남편은 교도소로 보내야만 했던 불행한 여인이 딸들에 대한 보험금을 너무 늦게 청구해 그것마저 못받게 됐다.
김모 여인(39)은 97년 11월4일 G생명보험(주)와 자신과 남편, 두 딸을 피보험자로 해서 사망시 1인당 1억1천만원씩 받을 수 있는 보험계약을 맺었다. 자신이 사망한 경우 수익자는 남편이었고 나머지 경우는 모두 김씨가 수익자였다.
남편 이모씨(38)는 99년 8월9일 이 보험금을 노리고 두 딸(사고당시 13·10세)을 승용차에 태운 채 저수지로 추락시켜 딸들을 익사시켰다. 이씨는 살인 및 사기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지난해 11월27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으며 김씨는 올해 2월27일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2002가합11910)을 서울지법에 냈다.
서울지법 민사28부(재판장 문흥수·文興洙 부장판사)는 11일 "보험금청구권은 상법 662조에 의해 2년의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는데 그 소멸시효 기산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고가 발생한 시점부터 진행한다"며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사유는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형사재판절차종료일 다음날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주장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