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반도체칩 제조업체인 퀄컴에게 과징금 2730억여원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안영진 부장판사)는 19일 퀄컴㈜, ㈜한국퀄컴, 퀄컴 CDMA테크날러지 코리아 등 3개사가 "과징금 2730억여원과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취소소송(2010누3932)에서 원고일부패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퀄컴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에 대해 로열티 차별 부과 시정명령만 취소한 것이어서 사실상 원고패소 판결이나 다름없다.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원천기술 소유자인 퀄컴은 이 기술을 이용해 휴대전화 모뎀칩과 무선송수신칩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퀄컴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가 제작하는 휴대전화에 퀄컴이 공급하는 모뎀칩을 장착했는지에 따라 특허기술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5~6.5%로 차등 부과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사가 퀄컴의 모뎀칩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구매하면 리베이트를 주기도 했다.
공정위는 2009년 12월 퀄컴 등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다른 기업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했다며 로열티 차별 부과와 리베이트 제공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730억여원을 부과했다. 퀄컴은 2010년 2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993년 CDMA 기술이 제2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채택됐기 때문에 휴대전화 제조사는 CDMA 방식의 휴대전화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며 "100% 시장 점유율을 가진 퀄컴이 자사 모뎀칩 장착 여부에 따라 기술 로열티를 달리 적용하는 것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 행위로 다른 모뎀칩에 관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퀄컴은 휴대전화 제조사가 일단 본래 가격을 지불하고 모뎀칩을 구매한 후 전체 수요량 중 '일정 비율 이상 구매'라는 리베이트 지급조건을 달성하면 소급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 구매를 유인, 모뎀칩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를 소송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지성은 "이번 판결은 처음으로 표준기술보유사업자가 할 수 있는 영업활동의 한계에 대해 판단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제공하는 조건부 리베이트의 위법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