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가 도소매상에게 약품을 공급하면서 가격을 할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하고,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주)A제약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처분등 취소소송 상고심(☞2009두9543)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당해 상표 내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 할지라도 시장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행위가 관련 상품시장에서의 상표간 경쟁을 촉진해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증대하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도매상들로 하여금 보험약가 수준으로 재판매가격을 유지하도록 했고 그와 같은 행위는 경쟁을 통한 보험약가의 인하를 막는 결과로 이어지며 그 부담은 결국 최종 소비자에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보험약가 범위 안에서 요양기관이 실제 구입한 가격으로 약제비를 상환하는 실거래가상환제도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원고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사는 2003~2006년 사이에 도매상들에게 거래약정을 맺으면서 제품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할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규정해 공정위로부터 2007년12월 시정명령 등을 받자 2008년1월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독점규제법 제29조1항은 '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해서는 안되지만 상품이나 용역을 일정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격유지행위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란 사업자가 상품을 도소매상에게 공급하면서 상품의 재판매 가격을 정해놓고 이를 준수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위는 유통단계에서 상품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 법으로 제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