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일명 태완이법)이 올 7월 31일 시행된데 따른 것으로 진실이 가려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택시기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0년간 복역한 최모(31)씨가 "범인이 아닌데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낸 재심청구를 인용한 원심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2015모1894). 재심은 광주고법에서 개시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3년 뒤인 2003년 수사기관에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살인사건 발생 당시 목격자의 진술 등을 새로운 증거로 인정해 재심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밝혔다.
최씨는 열여섯 살이던 2000년 8월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에게 "운전 똑바로 하라"는 욕설을 듣자 택시를 추월해 오토바이를 세우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 15년, 10년을 선고 받았는데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포기해 결국 형이 확정됐고, 2010년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이후 또 다른 용의자가 진범이라는 첩보가 수사기관에 입수되고 관련 증언도 잇따라 나왔다.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과 최씨에 대한 불법체포와 감금, 강압수사 의혹도 제기됐다. 택시 운행상황을 기록한 '타코미터'등 최씨의 누명을 벗길만한 새로운 증거도 나왔다. 당시 타코미터에는 급정지를 했다는 표시가 없는데 이는 최씨가 택시 앞에 오토바이를 세워 택시기사 유씨가 급정지를 했다는 경찰의 범죄사실을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해 광주고법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불복해 재항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