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권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조봉암 선생 유족에게 24억여원의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한규현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조봉암 선생의 장녀 호정(83)씨 등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청구소송(2011가합63463)에서 "국가는 24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씨는 일반인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는 육군 특무부대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구금과 수사를 받았고, 검찰은 관련자의 임의성 없는 자백 외에는 증거가 부족함에도 간첩·간첩방조 등을 적용해 공소를 제기했다"며 "법원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징역형 또는 사형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권을 포함한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인정되는 유족들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1항에 따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소멸시효와 관련해 "재심판결을 통해 과거의 판결이 오판이었음을 시인하고 이를 취소하는 공권적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유족들이 국가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기는 어렵다"며 "재심판결이 내려진 2011년 1월 20일까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조씨의 사망일인 1959년 7월 31일부터 변론종결일인 2011년 12월 1일까지 5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경과해 통화가치 등이 불법행위시와 비교해 상당한 변동이 생겼다"며 "인정된 위자료액은 변론종결시의 통화가치 등을 반영한 액수이므로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변론종결일인 2011년 12월 1일부터 발생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당수인 조씨는 1958년 1월 당 간부들과 함께 국가변란·간첩 혐의로 전격 체포돼 육군 특무대에서 조사를 받은 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돼 1959년 7월 31일 사형당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9월 조봉암 선생의 사형을 '비인도적, 반인권적 인권유린이자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사과와 피해구제 및 명예회복 조치를 권하는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유족들은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올해 1월 사형이 집행된 지 52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유족들은 6월 "국가의 불법행위로 아버지가 간첩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사형이 집행돼 간첩의 자녀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왔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으로 137억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