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의 기초가 되는 도안은 설계도서가 아니어서 건축저작물로 볼 수 없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이균용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의 APEC회의를 기념하는 등대도안을 그린 이모씨가 “도안을 기초로 등대를 만들어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7가합77724)에서 “원고의 등대도안은 건축저작물로 볼 수 없고, 2차적 저작물로는 볼 수 있지만 도안의 사용에 원고가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국가는 배상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그린 등대도안은 건축구상을 위한 일종의 스케치로서 대략적인 구상단계에 불과하다”며 “등대도안만으로는 실제 등대 건축할 수 없으므로 건축저작물의 하나인 ‘설계도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건축저작물로 인정되는 범위에 대해 “저작권법은 창작성 있는 표현이라고 하는 저작물성의 요건을 갖춘것만을 건축저작물로 보고있고, 건축저작물은 ‘건축물 자체’와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면’이 해당된다”며 “다만 건축을 위해 만든 도면에 저작물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도면에 따라 시공한 건축물도 저작물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저작권법상의 건축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도면을 기초로 만든 건축물의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되고, 건축물의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설계도면도 도형저작물이나 미술저작물에 해당하는데 불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