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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법원, 가습기살균제 피해 국가배상 책임 첫 인정
이정일 변호사(왼쪽)와 송기호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가습기 실균제 피해자 국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피해자 일부 승소 판결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에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 백숙종·유동균 고법판사)는 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A 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나2086563) 항소심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 씨 등은 2008~2011년 PHMG와 PGH가 주원료인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 질환 등으로 사망·상해 등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로서 지난 2014년 8월 국가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시 이들은 역학조사 지연과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의약외품 미지정, PHMG 등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와 공표 과정에서의 위법 등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했다. 1심은 2016년 11월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역학조사 미실시,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의약외품 미지정,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 등은 모두 당시 시행되던 법령에 따른 것으로서 국가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원고 10명 중 5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역학조사 미실시,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의약외품 미지정 등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국가공무원의 위법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 및 그 공표 과정에서 국가공무원의 재량권 행사가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가배상 책임 범위와 관련해선 일부 원고들의 고유 위자료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 중 두 사람은 고유 위자료와 동일한 성격을 가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상 구제급여조정금을 상당 액수 지급받아 더는 고유 위자료를 구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다른 세 사람은 구제급여조정금 등 고유 위자료 성격의 돈을 지급받지 않아 고유 위자료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 구제급여조정금 외 이미 지급받은 지원금, 구제급여 액수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300~500만 원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환경부장관 등이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에 대해 불충분하게 유해성 심사를 했음에도 그 결과를 성급히 반영해 일반적으로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한 뒤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한 것은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PHMG 등 화학물질이 심사된 용도 외로 사용되거나 최종제품에 다량 첨가되는 경우에 관한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해당 물질 자체의 독성 등 유해성이 일반적으로 충분히 심사 및 평가되거나 그 안전성이 검증된 것도 아니었음에도 환경부장관 등은 이 화학물질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 물질'이라고 일반화해 공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학물질에 대해 용도 및 사용방법에 관한 아무런 제한 없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표하는 경우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불충분한 유해성 심사와 고시 및 이 화학물질을 이용한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유통은 국민의 건강, 생명,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고 직접적이었다. 2022년 3월 말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는 7685명이고 그중 사망자는 1751명에 이른다"고 판시했다.
가습기살균제
국가배상
화학물질
유해성심사
이용경 기자
2024-02-06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일찍 울린 수능 타종에 수험생 피해" 2심도 국가에 배상 책임 판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예정보다 일찍 울려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2심은 국가가 각 수험생들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를 500만 원 더 증액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부(재판장 한숙희 부장판사)는 19일 수험생들이 국가와 덕원여고 방송담당 교사 A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2나17712) 항소심에서 "국가는 수험생 8명에게 각각 위자료 700만 원씩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1심의 배상액인 200만 원보다 500만 원이 더 증액됐다. 아울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교사 A 씨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20년 12월 3일 수능이 진행된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에서는 4교시 수능 탐구영역 시험 도중 종료 종이 2분 가량 일찍 울렸다. 당시 감독관들은 시험지를 수거했지만, 타종 오류를 파악하자 시험지를 학생들에게 다시 나눠준 뒤 문제를 풀게 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빚어진 혼란으로 문제를 풀지 못하는 등의 손해를 봤다면서 "총 8800만 원을 배상하라"며 국가 등을 상대로 2021년 6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 씨의 잘못으로 인해 예정된 종료 시간보다 빨리 시험이 종료됐다가 다시 추가 시간이 주어지는 예상치 못한 혼란 상황이 발생했다"며 "시험 감독관이 시험지를 회수했다가 다시 배부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 수험생들이 긴장하고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추가로 시간이 주어졌으나 주어진 시간에 대한 정확한 고지가 없었다"며 "전체적인 시간 안배가 중요한 수능의 특성상 수험생들로서는 추가로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그 시간 동안 차분하게 집중력을 발휘해 시험을 치루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1심은 수험생과 학부모 등 25명이 국가와 서울시, A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단5136948)에서 "국가는 수험생 9명에게 각각 200만 원씩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서울시와 A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기각했다. 당시 1심은 "이 사고는 수능시험 종료령이 정확한 시간에 타종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채 기기조작 미숙과 부주의로 시험 종료령을 예정시간보다 빨리 울리게 한 방송담당 교사의 과실로 발생했고, 이로 인해 수험생들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라며 "수능 시험관리는 교육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행하는 국가행정사무로서, 공무원인 교사가 수능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며 저지른 위법행위인 이 사고에 대해 국가가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능관리 사무는 국가행정사무이고, 그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위법행위는 국가가 진다"며 "교육부장관에게 위임받아 수능관리 사무를 수행한 서울시에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경위에 비춰볼 때 교사의 과실 정도는 정정방송을 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조치를 취했더라도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로 볼 수 없다"며 "교사 개인에게도 배상책임을 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수능
국가배상
타종
이용경 기자
2023-04-19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서지현 前 검사, 안태근 前 검사장·국가 상대 손배소 2심도 '패소'
서지현 전 검사(49·사법연수원 33기)가 안태근(56·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해 손해를 입었다며 안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1부(윤웅기, 양은상, 김양훈 부장판사)는 16일 서 전 검사가 안 전 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나34338)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서 전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이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자신을 추행하고, 안 전 검사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보복 인사를 했다며 지난 2018년 11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대원 판사는 지난해 5월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되는데, 서 전 검사의 주장과 같이 안 전 검사장이 강제추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서 전 검사는 2010년 10월 당시 안 전 검사장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서 전 검사의 소는 3년을 훨씬 경과한 2018년 11월에 제기됐기 때문에 안 전 검사장의 강제추행으로 인한 서 전 검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됐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인사 불이익 의혹과 관련해서도 "안 전 검사장이 인사담당 검사에게 이 사건 검사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했더라도 인사안 작성에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고 인사기준, 인력수급 상황 등 여러 사항이 반영되는 것"이라며 "안 전 검사장이 이 사건 인사안 작성 당시 그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객관성과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기에는 그 증거가 부족해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서 전 검사의 손해배상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김 판사는 서 전 검사가 "소속 공무원이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도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한편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서 전 검사를 추행하고, 이후 2015년 8월 서 전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발령 내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서 전 검사를 통영지청에 배치한 것은 검사 인사 원칙에 위배된 것이고, 서 전 검사에 대한 세평이나 보직 평가, 보직 경로 등도 인사의 합당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며 "안 전 검사장은 자신의 성추행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검사로서 승승장구한 경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서 전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사직을 유도하거나 서 전 검사의 평판에 치명타를 입히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안 전 검사장에 대해 "안 전 검사장이 서 전 검사를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내는 과정이 검사 전보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해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대로 무죄를 선고했고 이후 검찰과 안 전 검사장이 재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서지현
검사
국가배상
이용경 기자
2022-12-16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윤필용 사건' 강제 전역 대령, 국가 상대 배상 청구 가능"
1970년대 '윤필용 사건' 당시 고문에 시달리다 강제 전역한 황진기 전 육군 대령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한 원심이 파기됐다. 전역 처분 무효 판결 확정 이전에는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봐, 무효 판결이 확정됐을 때 국가배상청구권의 단기 소멸 시효가 기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7일 황 전 대령과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9다24145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윤필용 수도경비 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설로 번진 일이다. 황 전 대령은 이 일로 보안수사관실로 소환돼 고문과 폭행을 당한 뒤 전역 지원서를 써 내 그해 4월 20일 전역 처분됐다. 그는 2016년 12월 전역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9월 무효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4억4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보안사 수사관들의 행위는 수사라는 직무집행의 외관을 갖춰 행해진 고의의 불법행위"라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황 전 대령은 1973년 당시 손해 사실을 알았음에도 2018년 소송을 제기했다"며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이 지난 후 제기돼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피해자가 손해를 안 날부터 3년 이내에 유효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민법상 '손해를 안 날'은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식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하고, 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소로써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의미하며, 그 판단은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황 전 대령은 전역 처분 무효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가배상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는 전역처분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되었을 때 기산된다"고 말했다.
소멸시효
윤필용사건
국가배상
박수연 기자
2022-09-07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긴급조치 제9호 위헌… 국가, 체포·구금 피해자 배상해야"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발령한 '긴급조치 제9호' 자체가 위헌이므로, 당시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체포·구금된 개별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통령의 위헌적인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와 그에 따른 수사기관의 수사 및 기소, 법관의 재판 등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연결된 국가작용이고 이에 관여한 공무원들의 직무수행은 법치국가 원리에 반해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정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평가되므로,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선고 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3월 긴급조치 발령 및 적용·집행행위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이 규정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긴급조치로 체포·구금됐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을 받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종전 대법원 판례가 7년여 만에 변경된 것이다. 현재 긴급조치 9호에 따른 수사나 재판을 원인으로 대법원에 24건, 1·2심에 9건 등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파급효가 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0일 A 씨 등 7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다21261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 등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고, 유죄 판결이 확정돼 형을 복역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 또는 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한 수사 및 재판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거나 개정·폐지를 주장·청원·선동·선전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1심은 "긴급조치 제9호 발령이 그 자체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를 근거로 한 수사와 재판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2015년 3월 나온 대법원 판례 법리에 따라 2015년 5월 A 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판단해 A 씨 등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전원합의체 심리를 통해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상 발령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그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나 위헌·무효"라며 "이렇게 위헌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이상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발령행위만으로는 개별 국민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긴급조치 제9호를 그대로 적용·집행하는 추가적인 직무집행을 통해 그 손해가 현실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장주의를 전면적으로 배제한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이므로, 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루어진 체포·구금은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해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직무집행이고,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었음에도 수사과정에서의 기본권 침해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은 채 위헌·무효인 긴급조치를 적용해 내려진 유죄 판결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뤄진 체포·구금, 그에 이은 수사 및 공소제기 등 수사기관의 직무행위와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한 법관의 직무행위는 긴급조치의 발령 및 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무에 반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김재형, 안철상, 김선수·오경미 대법관 등 4명은 별개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면서도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수사와 재판, 그 집행으로 발생한 구체적·현실적 손해도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어 이 사건에서의 법관의 재판작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독자적으로 인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안철상 대법관은 "헌법 제29조의 국가배상청구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규율하는 공권이고, 국가가 공무원 개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위책임이 아니라 국가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해 직접 책임을 부담하는 자기책임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이해하는 것이 법치국가 원칙에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국가배상을 자기책임으로 이해하는 이상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인 공무원의 고의·과실은 공무원 개인의 고의·과실이 아니라 공무원의 공적 직무수행상 과실, 즉 국가의 직무상 과실이라고 보는 것이 국가배상법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이라는 의견을 냈다. 김선수·오경미 대법관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과 강제수사 및 공소제기라는 불가분적인 일련의 국가작용은 대통령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직무행위로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의 심사 없이 이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도 대통령의 위법한 직무행위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불법행위로서 국가배상책임을 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봐, 과거 행해진 국가 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사법적 구제를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긴급조치 제9호에 따른 수사나 재판을 원인으로 한 국가배상청구소송 사건은 2022년 초를 기준으로 대법원 24건, 하급심 약 9건이 계속 중이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소급효가 없기 때문에 이 판결 이전 청구 기각이 확정된 피해자들이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기판력에 반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긴급조치제9호
국가배상
유신헌법
한수현 기자
2022-08-30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2014 수능 세계지리 출제오류, 국가 배상책임 없어"
복수정답이 인정된 2014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문제 출제 오류와 관련해 국가가 응시생들에게 손해배상책임까지 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A씨 등 94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7다233061)에서 "평가원과 국가는 연대해 5억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더라도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는 없고,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며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는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면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을 때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는데, 이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양태·목적, 피해자의 관여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을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험이 사회적 제도로서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지 △시험문제 출제와 정답결정에 관한 절차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시험문항의 출제와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가 사후적으로 정정됐는지 △응시자들에게 적절한 구제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종합해 국가가 손해의 전보책임을 부담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가원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문제를 출제했고 여러 번 검토 후 완성했을 뿐 아니라 이의신청이 있었을 때에도 한국경제지리학회와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의 자문을 받은 뒤 이의심사위원회에서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했다"며 "이후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 선고 후 교육부와 평가원이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상고를 포기하고 곧바로 응시자들의 구제절차를 진행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시험의 공익성, 문제출제와 정답결정 및 이의신청 처리과정의 적절성, 오류 인정 후 구제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제출제와 정답결정에 따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함으로써 국가가 손해의 전보책임을 부담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으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판단해왔다"면서 "이 사건에서도 이 같은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4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후 세계지리 8번 문제에 대해 이의신청이 있었지만 평가원은 정답 선정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응시자 일부는 문제 오류를 주장하면서 평가원을 상대로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심은 출제 오류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출제 오류를 인정했고, 평가원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교육부와 평가원은 법원 판단을 받아들여 오답 처리된 수험생들의 세계지리 성적을 재산정하고 추가합격 등이 가능하도록 구제조치를 했지만, A씨 등 94명은 "평가원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문제출제와 정답결정에 오류를 일으키고 이를 즉시 인정하지 않아 구제절차를 지연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서 "1인당 1500만~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문제출제와 정답결정 등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평가원은 부적절한 문제가 출제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의가 신청됐다면 이의를 받아들여 시정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아 A씨 등에게 정신적 손해를 입혔으므로 배상해야 한다"면서 국가의 위자료 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수능
출제오류
국가배상
박수연
2022-05-16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단독) ‘5·18 민주화 운동’ 관련자에 지급한 위로금은 생계 지원금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받은 위로금은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5월 보상심의위로부터 보상금을 수령하기만 하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간주한 5·18 보상법을 일부 위헌 결정한 취지에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정찬우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10620)에서 최근 "국가는 A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만 15세 무렵이던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에 가담해 전남 해남군 일대 시위에 참여했는데, 광주경찰서 경찰관들에게 같은 해 10월 영장 없이 체포됐다. 당시 경찰들은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탈취된 총기은닉 사건을 조사하며 A씨에게 폭언과 욕설 등을 하고, 같은 해 11월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경찰서 유치장에 불법구금했다. 이후 A씨는 총포화약류 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11월 A씨 사건을 불법연행, 불법감금, 허위자백을 통한 조작 사건이라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이후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국가는 "A씨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위자료에 해당하는 위로금 1400만원을 받고, 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이 사건에 대해 다시 청구하지 않겠다'고 서약한 동의서 등을 냈다"며 "옛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보상금 5000만원 지급 판결 재판부는 "A씨가 수령한 위로금은 일종의 사회보장적 지원금으로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인 위자료와 구별된다"며 "위로금이 위자료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국가의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5월 5·18 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지원금에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적극·소극적 손해에서 더 나아가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재판상 화해의 성립을 간주하는 같은 법 제16조 2항은 국가배상 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일부 위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령한 위로금은 5·18 보상법 제22조의 기타 지원금으로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생계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이라며 "보상심의위가 A씨에게 보상금 지급 결정을 할 당시 A씨의 정신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위로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볼 자료가 제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들은 고의 또는 과실로 영장 없이 A씨를 체포·구금하고, 폭언과 욕설을 하는 등 일부 불법행위를 했다"며 "A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은 자명하므로, 국가는 A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
재판상화해
보상금
이용경 기자
2022-05-05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국정원이 접견교통권 방해… 국가에 배상 책임
피의자가 변호인과의 접견을 거절했더라도 그 의사가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 수사기관은 변호인 접견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같은 경우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면 공무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으므로 국가는 변호인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유우성씨의 변호를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장경욱(51·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 등 5명이 "국가정보원이 접견교통권을 침해했으니 300만~1000만원씩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다266736)에서 "국가는 장 변호사에게 500만원 등 변호사 1인당 100만~5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유씨의 변호를 맡은 장 변호사 등은 2013년 유씨의 부탁을 받고 국정원에 동생 유가려씨에 대한 변호인 접견 신청을 수차례 냈으나 거부당하자 법원에 변호인 접견 거부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제기해 취소 결정을 받았다. 이후 장 변호사 등은 2015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법령에 의하지 않고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이 오래 전부터 선언해 온 확고한 법리로서 변호인의 접견 신청에 대해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기관으로서는 마땅히 이를 숙지해야 한다"며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접견 불허 결정을 한 공무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 진술서만으로 접견신청 불허는 정당한 직무집행 될 수 없어 이어 "유가려씨가 처음 변호인 접견 신청을 거부하고 진술서를 작성하기는 했으나 유씨가 북한에서 자랐고 대한민국에 입국해 곧바로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 누구와도 접촉이 금지돼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진술서 등을 작성하거나 녹화할 때 수사관이 미리 준비한 서류를 기초로 답변을 연습하거나 베껴 써서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점을 볼 때 유씨의 접견교통권 거부가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유씨가 국정원 수사관에게 변호인과의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진술서를 작성한 것만으로는 국정원이 변호사들의 접견 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정당한 직무집행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수사관은 유씨가 변호인과의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진술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녹화하면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이는 국정원이 유씨가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대상이 되는 피의자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나아가 국정원 수사관은 변호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유씨의 진술이 심리적으로 억압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그 진의가 의심된다는 점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변호인과 유씨의 접견을 잠시라도 허용함으로써 유씨의 진의와 진술의 임의성에 대한 의구심을 쉽게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인데도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국정원장이나 국정원 수사관의 직무집행에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도 "헌법은 구속된 피의자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 교통권을 보장하고 있고, 이러한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구속된 피의자의 인권보장, 방어권 행사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제도로서 특별히 법령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한할 수 없다"며 "국정원이 변호인 접견 교통권을 별다른 근거 없이 자의적인 해석만 가지고 제약해 그 기간 동안 유가려씨로부터 국정원에게 유리한 진술을 받아내는 등 불법성이 적지 않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국가배상
접견교통권
국정원
이세현 기자
2019-01-14
국가배상
[판결] "전통시장 주차장은 공익사업… 밀려난 임차인에 영업손실·위자료 배상해야"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전통시장 주차장 설치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지정하지 않아 임차인들이 영업손실을 보상받지 못했다면 지자체가 임차인들에게 영업손실은 물론 위자료까지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노정희 부장판사)는 조모씨 등 4명이 인천시 계양구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나2088453)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계양구는 조씨 등 4명에게 영업손실과 위자료 등 총 1억2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계양구는 2013년 1월 전통시장인 병방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병방동 일대 토지 483㎡와 그 토지 위에 있는 건물을 매수했다. 조씨 등은 당시 계양구가 매입한 건물을 빌려 학원과 미용실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주차장 설치 사업 때문에 임대차 계약이 해지돼 학원 등의 운영을 접어야 했던 조씨 등은 "공익사업에 해당하는 전통시장 주차장 설치 사업을 하려면 사업시행자인 지자체가 영업손실 등을 보상해야 하는데, 아무런 보상 없이 사업을 시행해 손해를 끼쳤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2014년 12월 계양구에 조씨 등의 영업손실을 보상하라고 시정권고했지만, 계양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조씨 등은 "영업손실보상금과 위자료 등 총 2억8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계양구는 "지자체가 설치하는 면적 1000㎡ 미만의 주차장은 도시·군관리계획으로 정해야 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토지보상법에서 정한 공익사업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맞섰다. 재판부는 "국토계획법 시행규칙은 주차장 중 1000㎡ 미만의 규모에 대해서는 도시·군계획시설로 결정하지 않고서도 이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일 뿐 공익사업에서 배제시킨다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다"라며 "지역상권 활성화와 유통산업의 균형있는 성장을 도모해 궁극적으로 국민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시장활성화기본계획에 따른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계획은 공익사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씨 등은 적법하게 건물을 임차해 영업을 영위해왔는데, 계양구가 토지 매수를 하면서 내세운 '임차인 등의 점유를 완전히 해지 또는 제거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임대인들이 더이상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아 조씨 등이 폐업·휴업하게 된 것"이라며 "조씨 등은 토지보상법상 손실보상 대상이 되고, 계양구는 영업손실을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양구가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더라면 조씨 등은 영업손실보상금으로 새로운 영업근거지에서 정상적인 영업을 도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영업손실보상금을 사전에 수령하지도 못한 채 건물을 소유자나 계양구에 명도해 더 이상 영업을 하지 못 해 기존의 생활관계가 깨지는 불이익을 입게 됐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전통시장 주차장 설치사업이 공익사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조씨 등이 손실보상금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공무원들의 불법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임대인들이 구청에 토지를 인도한 과정과 휴업·폐업한 경위 등을 볼 떄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조씨 등에게 민사상 불법행위를 했거나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조씨 등에게 패소 판결했다.
지방자치단체
손해배상
공익사업
영업손실
국토계획법
토지보상법
이장호 기자
2018-01-08
국가배상
[판결] "국가 실수로 유족이 지급받은 이중배상… 부당이득 아니다"
국가를 상대로 불법구금에 대한 형사보상을 받은 유족이 민사소송으로 위자료를 받는 등 이중배상을 받았더라도, 국가가 민사소송에서 실수로 이같은 점에 대한 주장 입증을 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면 유족이 재판을 통해 받은 위자료는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육군 대위였던 이모(사망)씨는 1973년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140일간 구금됐다가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5만원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윤필용 소장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해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윤 소장과 측근 군 간부 등 13명이 숙청된 사건이다. 2004년 이씨가 사망하자 유족은 국가의 강압수사 등을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고, 2014년 5월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유족은 이후 국가를 상대로 불법구금에 대한 형사보상을 청구해 2014년 12월 2900만원을 지급받는 한편 민사소송으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6월 위자료와 지연손해금 등으로 총 4억2000만원을 받았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정부는 "이중지급된 돈은 부당이득"이라며 이씨의 유족을 상대로 이중배상금반환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임종효 판사는 국가가 이씨의 유족(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강훈 변호사)을 상대로 낸 3400여만원 상당의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2016가단5215236)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임 판사는 "형사보상금을 먼저 받은 경우 그만큼을 손해배상금액에서 빼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판결이 확정된 뒤 제기한 반환청구는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주장이나 판단을 할 수 없게 한 법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유족들이 고의로 배상금 등을 이중수령했다고 주장하지만 유족에게 고의·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재판 과정에서 이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정부에 있었다"며 "유족들이 먼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국가가 권리나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이 마무리되기 전 형사보상금을 지급한 사실을 정부가 재판과정에서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확정판결로 유족들이 받은 금액이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불법구금
손해배상
이중배상금반환소송
윤필용사건
강한 기자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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