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측이 "사제(私製) 여성용 기저귀 반입을 허용해달라"는 장애인 재소자의 요청을 거부하고 관급 기저귀만 보급했어도 위법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부(재판장 신현석 부장판사)는 정모(여)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나59736)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지체(하지기능) 3급 장애인인 정씨는 무면허운전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노역장 유치처분을 받고 2016년 4월 김천소년교도소에 입소했다.
정씨는 당씨 경추 및 요추 손상으로 대소변 장애가 있어 여성용 중형 팬티형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었다. 정씨는 교도소 측에 대소변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욕창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자신이 소지한 여성용 기저귀를 사용하게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대신 교도소 의료과장은 정씨를 진료한 후 관급 기저귀 50개를 처방했다.
이에 정씨는 같은 해 9월 "교도소 측이 제공한 관급 기저귀인 남성용 대형의 탈부착형 기저귀를 사용하다 대소변이 옷에 흘러내려 욕창이 발생했다"며 "1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욕창은 한 자세로 계속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신체의 부위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고 그 부위에 순환 장애가 일어나 피부 조직 손상 및 괴사로 발생하는 궤양"이라며 "기저귀의 형태나 치수에 따라 욕창의 발생 여부가 좌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교도소 측이 정씨에게 욕창이 생겼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진료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거나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가 교도소에 입소할 당시 소지했던 기저귀의 사용을 허가할 것인지 여부는 법무부 장관 내지 교도소장의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며 "재량행위에 있어 그 허가를 위해 필요한 기준을 정하는 것 역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것으로,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볼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행정청의 의사는 가능한 존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저귀는 영치금품 관리지침상 반입 내지 소지가 허가된 물품이 아닐뿐만 아니라, 교도소 측은 정씨가 사용한 기저귀와 기능·형태 및 크기가 유사한 관급 기저귀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여성용 기저귀의 사용을 불허한 처분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결여했다거나 타당하지 않아 장애인 수용자 보호의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영치금품 관리지침 제25조 7항은 수용자간 위화감 해소, 경제적 부담 경감, 자살방지 등 교정사고 예방을 위해 의복류과 속옷류, 이불류, 생활용품 등 25개 품목에 대해서는 외부 반입을 제한하고 교도소 내 구매물품에 한해 반입·소지를 허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