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한규현 부장판사)는 20일 원로 미술가 이반(72)씨가 "도라산역 벽화 무단철거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1가합49085)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가 벽화 파괴 행위를 함에 있어 벽화에 대한 관광객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근거로 설문조사 및 전문가와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내부적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벽화에 대한 부적절한 평가를 해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해도 정책 판단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근거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이씨의 예술의 자유 내지는 인격권이 침해됐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면서 "실정법상 국가가 저작자인 이씨에게 저작물의 철거에 대한 사전 협의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경의선 철도 도라산역 통일문화광장에 통일부의 의뢰로 벽화를 설치했으나, 통일부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0년 5월 부정적 여론을 이유로 작가와 상의 없이 벽화를 철거했다. 이씨는 "저작인격권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지난해 5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