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곡동 주부 살해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한숙희 부장판사)는 18일 피해자 남편 박모(34)씨와 자녀가 "서씨의 추가 범행을 제대로 막지 못한 국가가 1억 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합12438)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인 서진환이 직전 범행을 저지른 뒤 단기간인 13일만에 박씨의 부인이 살해당했고, 직전 범행 이후 수사과정 등에서 미흡한 점이 있긴 하지만 박씨의 부인에 대한 범행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서씨의 이 사건 직전 범행에 대해 재판했던 재판부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적용은 간과했어도 누범 적용 자체를 간과한 것은 아니어서 법 적용에 부당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법관이 재판에 법령의 규정을 따르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그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상의 위법한 행위로 손해배상책임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진환은 지난해 8월 서울 중곡동에서 박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고 돌아온 박씨의 아내 이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유족들은 "2004년 법원이 서씨에게 누범가중을 잘못 적용하는 바람에 서씨가 3년 이상 일찍 출소했다"며 "범행을 제대로 막지 못한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지난 1994년에도 강간치상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복역을 마친 뒤 2년만에 흉기로 피해자를 위협해 강간하고 상해한 혐의(특수강도강간)로 또 재판을 받았다.
당시 서씨는 특례법 상의 누범가중을 적용받아 10년 이상의 형을 받았어야 하는데도 담당 검사와 원심이 일반 형법상의 누범 규정만을 적용하는 바람에 7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인 서울고법이 "원심이 누범가중을 잘못했다"며 원심을 파기하긴 했지만, 검찰이 아닌 서씨가 항소했기 때문에 '불이익변경 금지원칙'에 따라 원심과 동일한 7년형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