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가 부대 명의의 법인카드를 무단 발급받아 ‘카드깡’ 수법으로 돈을 챙겨 달아난 사건과 관련, 대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국가가 엘지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상고심(2006다33418)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 1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부구매카드 발급신청 권한이 있는 관서운영경비출납공무원의 자격이 엄격히 한정돼 있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부대 복지시설을 관리·운영하는 인사처장인 김모 전 소령의 법인카드 발급신청 및 사용한도 증액신청, 법인카드 사용행위는 외형상·객관적으로 국가의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 전 소령으로부터 법인카드 발급 및 사용한도 증액신청을 받은 피고 회사 담당자들이 비행단에 김씨의 적법한 대리권 등에 대해 문의를 하지 않은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는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했다거나 또는 공평의 관점에서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라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비행단 관리처장과 감찰실장이 김 전 소령의 법인카드 무단발급 사실을 알고 나서 사용정지나 해지 등의 조치를 즉각 하지 않았고, 비행단장 역시 이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서도 김 전 소령이 잠적할 때까지 감찰조사 또는 수사의뢰를 하지 않아 직무상 의무를 위배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