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후 정부가 농지개혁에 따라 분배하고 남은 토지를 소유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임의로 처분한 것은 위법하지만 이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현 토지 시가의 70%가 적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1949년 6월 정부는 농지개혁법에 따라 A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화성시 봉담읍 일대 3074㎡(930평)의 농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했다. 정부는 이 가운데 1620㎡(490평)를 다른 농민에게 분배하고 1968년 12월 나머지 1454㎡(440평)는 특별조치법에 따라 정부 소유로 등기를 마쳤다. 정부는 이후 1998년 이 토지를 화성시에 매각했고, 화성시는 여기에 농산물유통사업단 건물을 지었다.
A씨의 며느리인 B씨와 손자 등 4명은 "농지개혁법상 정부가 수용한 땅을 농민에게 분배하지 않은 때에는 원소유자에게 돌려주도록 돼 있다"며 2014년 화성시를 상대로 수원지법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2014가단519715)을 냈지만 패소했다. 화성시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라 하더라도 2008년 6월 등기부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민법 제245조 2항은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B씨 등은 올 3월 국가를 상대로 "6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B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가합516818)에서 "국가는 4억3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농지개혁법에 따라 국가는 매수한 농지가 분배되지 않았을 경우 원소유자에게 돌려줄 때까지 잘 보전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가 농지분배 절차와 무관하게 화성시에 땅을 임의로 처분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토지의 말소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됨에 따라 입은 손해액은 이행불능이 될 당시의 토지 시가 상당액"이라며 "국가는 B씨 등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돼 국가의 말소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2015년 6월의 해당 토지 시가를 기준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B씨 등이 장기간 토지소유권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미 수령한 토지보상금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반환되지 않게 된 점 등을 고려해 손해액의 70%만 인정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