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내에서 승객이 살해당한 경우 안전배려의무를 소홀히 한 국가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金庠均 부장판사)는 부산발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가다 노숙자 이모씨(43)에게 살해당한 민모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3가합79975)에서 4일 "국가는 유족들에게 7천1백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객운송계약은 물건운송과 같이 민법상 도급계약의 성격을 가지나 여객운송인에 대해서는 여객의 생명·신체가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점에서 운송인에게 물건운송보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며 적극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배려해야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당시 승무원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이씨에게 몇차례 주의를 주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다른 승객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찰하거나 격리시키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열차 안에 공안원을 배치하는 것이 법률상 의무로 강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공안원을 배치하거나 승무원들이 수상한 승객에 대해서는 공안원 대신 소지품 검사 등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숨진 민씨는 지난해 7월 산악회 회원들과 등산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부산발 무궁화호에 탑승, 잠이 들었다가 이씨가 가방 안에 숨겨두었던 흉기를 꺼내 휘두르는 바람에 가슴을 수차례 찔려 사망했으며 민씨의 유족들은 "승무원들의 과실로 사망했다"며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