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습기 살균제 탓에 폐질환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한 소송에서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심우용 부장판사)는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박모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합4515)에서 원고패소판결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일부 화학물질이 사용됐지만 국가가 이를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소독제로 볼 경우엔 정부가 안전성을 검증해 허가하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야 하지만, 그 당시엔 가습기의 물때를 제거하는 청소용도로 봤기 때문에 의약외품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국가의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1년 산모, 영유아 등이 실내용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간질성 폐손상' 등 폐질환을 얻어 120여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망한 피해자 유가족 6명은 2012년 1월 살균제 제조업체들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유가족들과 업체들 사이에는 지난해 8월 조정이 성립돼 이 소송에서 업체들은 빠지고 국가만 피고로 남게 됐다. 또 애초 소송을 제기한 유가족 2명은 업체와 조정이 이뤄진 뒤 소송에서 빠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낸 소송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만 7건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