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때 입찰자에게 '토지 매수인이 건축폐기물 등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했더라도 땅속에 폐기물이 매립돼 있었다면 매도인이 하자담보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김성곤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원주축협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2가합23042)에서 "국가는 폐기물 처리비 1억 4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매매목적물에 표시되지 않은 물건의 명도나 처리는 매수인의 책임사항이므로 반드시 현장을 확인하고 입찰에 응하라'는 입찰 유의사항은 토지를 굴착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지하 매립 폐기물에 대한 하자담보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매립된 폐기물의 수량과 종류에 따라 처리 비용이 무한히 확대될 수 있는 점에 비춰 봐도 이 규정만으로 매립된 폐기물의 하자담보책임을 면제한 것으로 보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추축협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 감정가의 80%에 매수했고, 처리비용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폐 토사는 기름에 오염된 것으로 이웃 주유소 부지로부터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원주축협은 지난 2008년 국가로부터 수의매각 형태로 원주시 학성동의 잡종지 4232㎡를 34억여원에 매수했다. 지난해 10월 종합유통센터를 신축하기 위해 터파기 공사를 하던 원주축협은 지하 1.5m 아래에 기름에 오염된 토양과 폐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을 발견했다. 폐기물을 처리한 원주축협은 지난 3월 "국가는 하자담보책임으로 폐기물 처리비 2억 9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