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에 대해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비자들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인천지법 민사16부(재판장 홍기찬 부장판사)는 27일 시민 868명(소송대리인 곽상언 변호사)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반환소송(2016가합3177)에서 원고승소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한전은 원고들에게 각각 적게는 380원에서 많게는 45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전기판매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의 약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므로 한전이 작성한 전기공급약관은 사용자들에게 사실상 강제력을 가지게 된다"며 "전기 분배를 위한 요금체계 구성이 특정집단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형평을 잃거나 특정 집단에 다른 집단과 다른 요금체계를 적용하는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결과적으로 전기사용자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누진제의 도입은 산업용 등 다른 전력 요금에 비해 전기 억제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차별적 취급이 용인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이유와 효용성이 입증되어야 하는데도 한전은 이를 입증할만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서 "주택용 전력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으로 전체 전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절약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전은 '주택에는 시간대별 전기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는 전력량계가 설치돼있지않아 산업용 전력에 적용되고 있는 요금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누진제가 설정된지 38년이 지났고 한전
내부적으로도 누진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에 나선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전력량계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택용 전력에 시간대별이나 계절별 전기요금제를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합리적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누진세를 규정한 약관규정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시민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이미 법적지위를 지키기 위한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인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고 있으므로, 별도로 약관의 무효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했다.
앞서 지난해 서울중앙지법과 광주지법은 "주택용 전기요금 약관이 약관규제법상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