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군비행장 소음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국가는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대도시 배경소음을 이유로 수인한도 기준을 높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에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임채웅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김모씨 등 39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7가합111952)에서 "국가는 3억3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다른 3건의 소송에서도 모두 22억여원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구비행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주민들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고 일상생활에 여러 지장을 겪었다고 인정된다"며 "분단된 현실에서 전쟁억지를 위해 전투기 비행훈련이 불가피한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항공기 소음피해가 적어도 소음도 80웨클(WECPNL) 이상인 경우에는 수인한도를 초과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소음·진동규제법은 공항주변 인근지역은 90웨클, 기타지역은 75웨클을 항공기소음한도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어 "대도시지역의 배경소음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배경소음의 존재로 인해 대상소음이 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약화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대도시 배경소음 등의 기여를 고려해 수인한도 기준이 상향되야 한다는 국가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다만 "매향리사격장 언론보도로 사격장 및 비행장주변 소음피해가 사회문제화 됐다"며 "늦어도 1989년에는 대구비행장 주변이 항공기소음에 노출된 지역인 것이 널리 알려졌으므로 1989년1월 이후 이주한 주민들의 손해배상액은 30% 감액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거주기간별로 소음도가 80~90웨클 지역은 매월 3만원, 90~95웨클은 4만5,000원, 95~100웨클은 6만원씩을 위자료 인정기준으로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에는 수원비행장 인근 주민들에 대해 '48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지난 2월에는 광주비행장 인근 주민들에게 '215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각각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