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전 제주도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로까지 치달았던 제주도 해군기지설립사업이 법원판결에 따라 계속 추진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존에 이뤄졌던 토지수용이나 토지매수협의절차를 원점에서 새로 진행해야해 수십억원의 추가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화 부장판사)는 15일 강모씨 등 주민 450명이 제주도 해군기지설립계획을 취소해달라며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국방·군사시설 사업실시계획 승인처분무효확인 소송(☞2009구합15258)에서 "국방부가 제주도 해군기지설립을 위해 올해 3월 변경·승인한 계획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09년1월 승인된 해군기지 설립기본계획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지치 않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존재해 무효에 해당한다"면서도 "사업시행자인 해군본부가 국방부의 최초 계획승인 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고 제주도지사와의 협의를 거쳤으며 공청회 등을 통해 제시된 주민의견을 반영해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 뒤 변경승인을 받은 이상 변경된 해군기지 설립계획까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최초 기본계획은 무효지만 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미비점이 보완돼 변경계획까지 무효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에따라 해군기지 설립사업을 변경된 계획에 따라 계속 추진할 수 있지만, 최초 기본계획에 따라 이뤄졌던 토지수용 등의 절차는 모두 다시 진행해야 한다.
국방부를 대리한 정부법무공단 구충서 변호사는 "1심 선고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변경계획에 따라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판결에 따르면 최초 기본계획의 무효로 새로 토지수용이나 토지매수협의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땅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수십억여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1월 이지스함 등 함정 20여척을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대규모 해군기지를 제주도 서귀포시에 건설하는 내용의 국방·순사시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강씨 등 주민 450명은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승인됐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어 사업계획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같은해 4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