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신체검사에서 4급(보충역) 판정을 받자 공익근무요원 대신 의무장교로 현역 복무를 한 남성이 뒤늦게 신체검사 판정에 오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일부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합547468)에서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의과대학에 다니던 A씨는 2012년 9월 두개골에 종양이 발견돼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같은 해 11월 병역판정검사를 받으며 수술 내용이 포함된 진단서 등을 제출했고,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의사 면허를 취득해 병원에서 근무한 A씨는 의무장교로 현역 복무를 하겠다며 자원했고, 2015년 2월 의무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한 후 중위로 임관했다. 그런데 2016년 11월 국가는 판정검사에 오류가 있었다며 A씨의 군 복무 적합 여부를 다시 조사했고, A씨는 심신장애 2급 판정을 받아 지난해 1월 전역 처리됐다.
이에 A씨는 "병역판정검사 당시 종양이 이미 뇌막까지 침투된 상태였음에도 5급이 아닌 4급으로 판정해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게 됐다"면서 "국가는 3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지난해 7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징병검사 전담 의사가 제출된 의무기록지 등을 검토해 A씨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종양이 두개골에서 생겼다는 것 등에 치중해 평가 기준을 잘못 해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 당시 평가 기준에 따르면 A씨는 구 병역법에 따라 제2국민역 또는 병역면제 처분 대상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4급 판정을 받고도 스스로 의무장교에 자원입대했는데도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한 책임을 국가에 묻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담당 공무원의 과실이 없었다면 A씨는 적어도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전시 등에 군사업무를 지원할 뿐 보충역으로도 복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의사면허를 취득한 A씨는 자신의 질병이 평가기준에서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를 의사가 아닌 사람에 비해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병역처분 변경 신청을 하지 않고 현역 자원입대한 점을 고려했다"며 국가 책임을 8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