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이 집행유예 등의 판결을 받은 경우 자격에 관한 법령의 적용에 있어 형의 선고를 받지 않는 것으로 보는 소년법 제67조의 특례를 적용할 때는 실제 출생연월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모씨가 육군참모총장과 국가 등을 상대로 낸 퇴역대상자 지위 확인소송(2017두62587)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씨는 1983년 육군에 입대해 단기복무 부사관, 장기복무 부사관에 임용된 후 원사로 진급해 복무하던 중 명예전역을 신청했다. 육군참모총장은 2015년 9월 최씨에게 2015년 12월 31일부로 명예전역을 명했다. 그런데 최씨가 입대전인 1982년 12월 폭행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게 된 육군은 최씨의 부사관 임용자체를 무효로 하는 인사명령을 발령하고 최씨에게 지급된 명예전역수당과 퇴직급여를 환수처분했다.
최씨는 "2016년 생년월일 정정신청을 해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며 "변경된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에 따르면 범죄 당시 19세여서 소년법 적용 대상이었으므로 임용결격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최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허가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1982년 범죄 당시에는 소년이 아님을 전제로 판결을 받았으므로 임용결격사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소년법이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로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자격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때 장래에 향하여 그 선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는 취지는 인격의 형성 도중에 있어 그 개선가능성이 풍부하고 심신의 발육에 따른 특수한 정신적 동요상태에 있는 소년의 시기에 범한 죄로 장래를 포기하거나 재기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소년법 제67조에서 정하고 있는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인지는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형의 집행유예 등 선고 이후에 가족관계등록부의 출생연월일이 실제 생년월일에 따라 정정됐다면 정정된 출생연월일을 기준으로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소년법 적용 대상이던 19세에 범죄를 저질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됐으므로, 최씨의 부사관 임용은 모두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옛 소년법은 20세 미만인 자를 대상으로(제2조), 소년으로 범한 죄에 의하여 형의 선고를 받은 자가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의 면제를 받은 때에는 자격에 관한 법령의 적용에서는 장래에 향하여 형의 선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었다(제60조). 그러다 1988년 소년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제60조는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제67조로 이전됐는데,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 대해 특례조항을 두지 않은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에 따라 제67조 1항 2호에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에 의하여 형의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자격에 관한 법령을 적용할 때 장래에 향하여 형의 선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개정 소년법 부칙은 '이 법 시행 전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에 의하여 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은 사람에게도 적용한다'는 조항을 둬 소급 적용토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