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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병역
행정사건
[판결] 3년 대기하다 자리 없어 공익 못 간 이중국적자…법원 “한국 국적 선택 못하게 한 건 위법”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려했으나 장기간 소집대기를 이유로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된 이중국적 남성이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반려당하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은 출입국외국인청의 처분이 국적선택 신청자의 책임과 관련이 없는, 국가의 병역자원 배분문제로 인해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A 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국적선택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2023구합59735).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출생한 A 씨는 대한민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취득한 복수국적자다. A 씨는 2017년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으로 분류됐고,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판정된 인원이 실제 필요한 인원보다 많아진 탓에 3년 가량을 대기하다가 '장기간 소집대기'를 이유로 2021년 전시근로역에 편입됐다. 2022년 A 씨는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기 위해 국적선택신신고를 했지만 반려당했다. 전시근로역은 병역처분의 일종으로, 평상시에는 징병 되지 않다가 전시에만 소집돼 군사지원업무에 투입된다. A 씨는 “전시근로역은 전시근로소집이 발령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복무가 종료된 것이므로 국적법상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고, 따라서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 방식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국가 측은 “A 씨가 스스로 현역병으로 병역처분 변경을 신청하거나 소집자원이 적은 타 지역 기관을 적극적으로 물색했어야 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A 씨)가 스스로에게 불이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적극적 병역 의무 이행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귀책 사유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이 국가의 병역자원 배분 문제로 인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사례처럼 당초 사회복무요원으로 판정받고 장기간 대기했음에도 병원자원의 배분문제로 전시근로역에 편입된 경우 사유 역시 국적업무처리지침에 규정된 다른 전시근로역 편입사유들과 본질적으로 달리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병역의무자인 A 씨의 책임과 관련 없는 사유로 복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고 병역회피의 우려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출입국외국인청 국적업무처리지침은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 △현역병, 승선근무예비역, 보충역으로서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인해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전시근로역에 편입된 경우에 병역회피의 우려가 없거나 복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로 인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 씨는 대기기간 3년 동안 언제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장기적인 학업이나 사회활동을 계획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이미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국적법이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통해 복수국적을 사실상 용인한 것은 병역의무 이행을 권장하기 위한 정책적 결정으로 병역자원 확보에 그 도입취지가 있다”며 "병역자원 배분문제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시근로역에 편입된 경우를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로 봐도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병역이무 이행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했음에도 전시근로역에 직권으로 편입됐다는 사정만으로 국적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그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불명확한 반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병역
국적선택
이중국적
전시근로역
홍윤지 기자
2024-02-12
군사·병역
형사일반
[판결] '고(故) 이예람 중사 2차 가해 혐의' 부대 상관, 징역 2년 확정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의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에 대해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기소된 상관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노모 준위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13099). 노 준위는 숨진 이 중사가 성추행당한 다음 날인 2021년 3월 3일 강제추행 보고를 받은 뒤 정식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회유·협박한 혐의 등을 받았다. 2020년 7월에는 부서 회식 도중 이 중사를 추행한 혐의도 있다. 1심을 맡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노 준위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노 준위가 당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 중사를 회유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이 중사를 협박한 혐의와 회식 자리 추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면담강요 등의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 내지 정식신고 절차의 진행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신고를 하게 되면 다른 부서원들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피해사실 신고로 인해 부서원들이 겪을 어려움과 그로 인한 부서장으로서의 난처한 사정을 부각해 피해자에게 신고하지 말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는 피해자가 신고에 대한 죄책감 내지 부담감이 들게 함으로써 신고를 체념하게 하거나 주저하게 만드는 것으로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 등에 비춰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의 피해사실 신고 등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으로 평가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의식 없이 부서원 간 성범죄 사건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시대착오적이고 잘못된 믿음에 근거해 사건을 음성적으로 처리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노 준위에 대해 실형 판결을 확정했다.
이예람
성추행
보복협박
이용경 기자
2022-12-16
군사·병역
행정사건
[판결] 군생활 중 사망, 25년만에 순직 인정… 유족급여 소급은 안돼
군생활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에게 뒤늦게 순직이 인정된 경우 유족급여는 순직 인정 이후부터 지급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지난 9월 15일 A 씨의 유족 B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구단53712)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는 1991년 7월 공군에 병사로 입대해 근무하던 중 1992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부대는 A 씨의 동료 병사들 및 일부 간부들을 조사한 뒤 A 씨의 사망을 단순 자살로 결론 내렸고, A 씨를 기타 비전공상자로 구분했다. A 씨의 모친인 B 씨는 2006년 5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위원회는 동료 병사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위원회는 2007년 11월 "A 씨가 선임병들의 심부름 및 내무반 청소 등을 도맡아 하면서 고생했다는 사실과 부대 내 간혹 구타 및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되나, 사망에 이르게 할 직접적인 원인이 될 만한 부대생활의 부조리나 구타 및 가혹행위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B 씨의 진정을 기각했다. 이후 B 씨는 2012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A 씨의 동료 병사들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한 뒤 "재해사망군경의 유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국가보훈처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B 씨는 2014년 1월 서울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유족 및 보훈보상대상자유족 등록신청을 했는데, 보훈청은 "당시 선임병들에 대한 진술서 상 A 씨가 군 복무중 부대 내 부조리, 일부 구타 및 가혹행위에 노출됐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객관적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B 씨가 재해사망군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한편, B 씨는 2017년 3월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A 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고, 위원회는 심의 결과 A 씨의 사망은 공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며 A 씨의 사망을 '순직 III형'으로 결정했다. 이에 B 씨는 같은해 6월 다시 서울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유족 및 보훈보상대상자유족 등록신청을 했고, 보훈청은 A 씨에 대해 공무수행 중 사망으로 인정해 그때부터 B 씨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했다. B 씨는 "아들이 사망한 직후인 1992년 6월분부터의 유족급여 1억6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 판사는 "보훈보상대상자유족 등록신청이 늦어진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엔 가급적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입법자가 '객관적으로 등록신청을 할 것을 기대할 수 없었던 자'를 특정하고 이들에게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가에 이들을 특별히 배려해 예외를 인정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훈보상대상자에게 지급할 구체적인 보상의 내용 등에 관한 사항은 국가의 재정부담능력과 전체적인 사회보장의 수준, 보훈보상대상자에 대한 평가기준 등에 따라 정해질 수밖에 없다"며 "보훈보상자법에서 등록신청일이 속한 달 이후의 보상금만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은 지급대상자의 범위 파악과 보상수준 결정에 있어서의 용이성, 국가의 재정적 상황 등 입법정책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므로, 해당 조항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순직
재해사망군경
보훈보상
한수현 기자
2022-11-07
군사·병역
산재·연금
행정사건
[판결] 순직 군인 해당하고 유족이 사망보상금 지급 결정 받았더라도
숨진 군인이 순직자에 해당돼 국방부장관 등으로부터 사망보상금 지급 결정을 받았더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유족은 해당 결정을 대상으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등 구체적 권리를 인정받은 뒤 당사자소송으로 보상급여 지급을 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사망보상금 지급 청구소송(2019두36711)에서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육군에 입대한지 2개월 만에 부대 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육군본부가 A씨를 '일반사망'으로 결정하자,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부대가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A씨의 유족은 2016년 6월 9300여만원의 국가 배상금을 지급 받았다. 한편 A씨의 유족은 법원 판결에 따라 국방부에 군인사법에 의한 전공사상 재심사 청구를 해 2017년 4월 순직자 결정을 받은 뒤 2017년 5월 사망보상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훈지청의 보상과장은 한 달 뒤 A씨의 유족에게 지급된 손해배상금을 공제한 1400여만원만 지급한다는 내부결재문건에 결재를 했고, 보훈지청은 같은 해 6월 초 해당 금액만 지급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군인연금법상 사망보상금과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금은 법적 성질이 다르고, 군인연금법에도 기지급 받은 손해배상금을 사망보상금에서 공제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망보상금 9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사망보상금은 일실손해 보전을 위한 것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소극적 손해배상과 같은 종류의 급여이므로, 유족이 국가배상을 받은 경우 국가는 사망보상금에서 소극적 손해배상금 상당액을 공제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를 넘어 정신적 손해배상금 상당액까지 공제할 수는 없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본안 판단 내용을 옳지만 이 사건이 당사자소송 대상이 아니라며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구 군인연금법에 의한 사망보상금 등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법령의 규정에 의해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속했던 군 참모총장의 확인을 얻어 청구해 국방부장관 등이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고, 국방부장관 등이 하는 급여지급결정의 의미는 단순히 급여수급대상자를 확인·결정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급여수급액을 확인·결정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며 "구 군인연금법령상 급여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우선 관계 법령에 따라 국방부장관 등에게 급여지급을 청구해 국방부장관 등이 이를 거부하거나 일부 금액만 인정하는 급여지급결정을 하는 경우 그 결정을 대상으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구체적 권리를 인정받은 다음 비로소 당사자소송으로 그 급여의 지급을 구해야하고,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한 당사자소송으로 급여의 지급을 소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순직자에 해당하고 유족이 사망보상금 지급대상자에 해당한다는 결정이 있었더라도 유족으로부터 사망보상금의 지급 청구를 받은 보훈지청장이 일부 금액만 지급한 이상 나머지 군인연금법상 사망보상금과 관련해 유족에게 구체적 권리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사망보험금 일부 지급의 내부 결재만 이뤄진 상태에서 일부 금액을 지급했을 뿐 행정의사를 외부에 표시하지 않아 보훈지청장의 처분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유족은 당사자소송으로 사망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고, 만약 명시적인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사망보상금 지급 청구에 관한 부작위의 위법을 다투는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제기했어야 하며 이미 처분이 이루어졌다면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당사자소송에서 항고소송으로 소를 변경할 것인지 석명권을 행사해 유족이 적법한 소송형태를 갖추게 했어야 하고, 만약 유족이 부작위위법소송으로 소를 변경한 뒤 보훈지청이 처분을 했다면 재차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으로 소를 변경할 것인지 석명권을 행사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망보상금
국가배상
군인연금
박수연 기자
2022-04-25
군사·병역
[판결] 대법원 전합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정당한 사유' 해당"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군입대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첫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데 이어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기존 입장을 변경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공식 인정되게 됐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종교적 이유 등으로 병역을 거부한 자도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지만, 14년만에 이를 바꿔 '비(非)범죄화'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6도10912).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도 병역법 제88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병역법 제88조 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할 수 있다"며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사정이 대다수의 다른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조건이자 민주주의 존립의 불가결한 전제로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양심은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영역이며 양심에 따라 결정을 하는 내심의 자유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형성된 양심에 따른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면서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양심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그 사람의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 소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경우, 국가가 그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함으로써 의무이행을 강제하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기본권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 규정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과 조정의 문제로서,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의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한 모습으로서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인정해야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신념에 선뜻 동의할 수 없더라도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그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 다운로드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며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하고,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데,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데, 설령 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자신의 병역거부가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면,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해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해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헌재는 지난 6월 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대 4(일부위헌)대 1(각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며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거나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제88조 1항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동원 대법관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 한해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다수의견과 같이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을 같지만 이유를 달리하는 것이다. 이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국방의 의무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보다 더 우선되는 의무"라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의 병력 규모,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수와 현실적으로 그들을 병력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한다고 해서 국가의 안전보장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 결정에 따라 조만간 대체복무제도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있어 최소 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체복무의 허용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며 "따라서 향후 국가안전보장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면 다시 그들을 현역병 입영대상자 등으로 하는 병역처분을 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기존 대법원 판례와 같이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대법관들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갈등과 혼란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당한 사유'는 특정한 입영기일에 입영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 즉 당사자의 질병이나 재난의 발생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 한정되기 때문에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대법원과 헌재는 양심의 자유를 내면적 자유와 외부적 자유로 구분하고, 내면적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지만 외부적 자유는 다른 헌법적 가치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고 이같은 법리는 유지돼야 한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부작위이기는 하지만 역시 자신의 양심을 외부로 실현하는 행위이므로,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역의무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서 이 사건 처벌규정 등 제재가 갖는 규범적 타당성에 비춰볼 때 다수의견이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해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 자체를 마치 위헌·위법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도록 충분하고 완전한 기준이 될 수도 없으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엄중한 안보상황과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 등을 감안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 변경에 따라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27건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전에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구제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급효가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해석론을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은 양심의 자유 본질의 관점에서 보호되는 경우를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41050255907_143055.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양심적병역거부
병역법
종교적신념
박수연 기자
2018-11-01
군사·병역
민사일반
[판결] 4급 판정에 현역 자원 복무… 알고보니 면제 등급
징병신체검사에서 4급(보충역) 판정을 받자 공익근무요원 대신 의무장교로 현역 복무를 한 남성이 뒤늦게 신체검사 판정에 오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일부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합547468)에서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의과대학에 다니던 A씨는 2012년 9월 두개골에 종양이 발견돼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같은 해 11월 병역판정검사를 받으며 수술 내용이 포함된 진단서 등을 제출했고,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의사 면허를 취득해 병원에서 근무한 A씨는 의무장교로 현역 복무를 하겠다며 자원했고, 2015년 2월 의무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한 후 중위로 임관했다. 그런데 2016년 11월 국가는 판정검사에 오류가 있었다며 A씨의 군 복무 적합 여부를 다시 조사했고, A씨는 심신장애 2급 판정을 받아 지난해 1월 전역 처리됐다. 이에 A씨는 "병역판정검사 당시 종양이 이미 뇌막까지 침투된 상태였음에도 5급이 아닌 4급으로 판정해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게 됐다"면서 "국가는 3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지난해 7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징병검사 전담 의사가 제출된 의무기록지 등을 검토해 A씨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종양이 두개골에서 생겼다는 것 등에 치중해 평가 기준을 잘못 해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 당시 평가 기준에 따르면 A씨는 구 병역법에 따라 제2국민역 또는 병역면제 처분 대상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4급 판정을 받고도 스스로 의무장교에 자원입대했는데도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한 책임을 국가에 묻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담당 공무원의 과실이 없었다면 A씨는 적어도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전시 등에 군사업무를 지원할 뿐 보충역으로도 복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의사면허를 취득한 A씨는 자신의 질병이 평가기준에서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를 의사가 아닌 사람에 비해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병역처분 변경 신청을 하지 않고 현역 자원입대한 점을 고려했다"며 국가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징병신체검사
손해배상청구소송
판정오류
박수연 기자
2018-10-23
군사·병역
[판결] '잘못된 신검' 탓에 32개월 복무 의사, 국가 상대 소송냈지만
병무청이 징병 신체검사를 잘못해 32개월간 군 복무를 한 의사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부장판사 박상구)는 최근 의사 A씨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8억여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합574491)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03년 징병 신체검사에서 현역병 입대에 해당하는 3급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이후 의사 자격을 취득한 뒤 2014년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는데 어깨 신경통을 이유로 보충역 입대해 해당하는 4급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의 근육 손실 정도를 고려하면 5급(전시근로역·평시 병역면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병무청은 2015년 1월 A씨에게 4급에 해당한다고 최종 통보했다. 이에 A씨는 같은 해 3월 일단 입대해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다. 그러나 A씨는 입대 직후 "병무청이 신체 등급을 잘못 판정했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A씨가 6급(병역면제)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017년 10월 판결이 확정되자 1주일 후 병무청은 A씨를 전역 처분했다. 전역 후 A씨는 "중앙신체검사소의 잘못된 판정으로 전역할 때까지 32개월 동안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는 공중보건의 복무 기간 동안 대학병원에서 일했다면 올릴 수 있었던 수입 7억3600여만원에 위자료 6500만원을 더한 8억여원을 국가가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체 등급 판정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객관적 주의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거나, 판정이 객관적인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징병전담 의사들은 A씨가 제출한 자료를 참조해 신체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한 후 당시 통용되던 기준을 적용해 4급이라고 판단했고, 이같은 판단에 자의가 개입됐다고 보이진 않는다"며 "A씨 스스로도 의사로서 근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6급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행정소송 항소심은 평가기준을 자의적으로 혼합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내면 안 된다는 이유로 4급 처분을 취소한 것이지 A씨의 신체상태를 평가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병무청
신체검사
신체등급판정
박수연 기자
2018-08-02
군사·병역
[판결](단독) GOP근무 중 자살 군인… ‘보험금’ 엇갈린 판결
최전방 감시 초소인 GOP(일반전초)에서 근무 중 자살한 군인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는지'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부(재판장 김현룡 부장판사)는 사망한 김모(당시 21세)씨의 부모가 동양생명보험(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을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소송(2016나85257)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그것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는 면책된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에 해당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심한 스트레스나 절망적 심리 상태만이 아니라 의사결정 능력이 상실됐다고 할 정도의 정신의학적 상태에 이르렀음이 입증돼야만 한다"며 "연대장이 순찰을 올 것이라는 통보가 병사의 입장에서 경계근무에 관한 긴장의 정도를 높일 수는 있더라도 병사로 하여금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케하고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의 사유였다고 볼 만한 사정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입대 전이나 이후에도 정신질환과 관련해 치료를 받거나 상담을 받은 자료가 없다"며 "김씨의 사망은 보험계약의 재해사망특약에 해당하는 보험사고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12년 육군에 입대한 김씨는 강원도 철원 모 사단 GOP에서 근무하다 2013년 3월 머리 부분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김씨의 사망을 자살로 결론 내렸다. 김씨의 부모는 2015년 3월 "아들이 선임병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해왔고 사망 당일 연대장 순찰을 앞두고 철책 근무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재해'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동양생명보험은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려면 우발적인 외래 사고로 사망한 경우여야 한다"며 거부했다. 앞서 1심은 지난해 12월 "1억원을 지급하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2015가단5064592). 당시 재판부는 "김씨는 열악한 환경에서 GOP 경계근무를 했고 그 과정에서 간부와 선임병들로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질책과 폭언, 욕설, 강요행위를 당했다"며 "김씨의 자살은 선임병들의 욕설 등에 따른 외래적 요인이 직접적 원인이 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고로 '재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근무장소에서 산비탈로 이동한 것은 평소 지속적 심리 위축 상태에서 연대장 순찰이라는 더욱 긴장되는 근무일정을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빠지면서 방해받지 않고 자해할 수 있는 장소로 자연스럽게 옮겨간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의 연장선상 속에서 한 일련의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군인 재해
자살
GOP
이순규 기자
2017-09-25
군사·병역
[판결] 업무스트레스 호소하다 자살한 PX병… 법원 "보훈보상 대상"
군부대 기지 내 매점(PX)병으로 보직이 변경된 병사가 이후 극도의 업무스트레스를 상관들에게 호소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재해사망군경에 해당하므로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군생활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모씨의 어머니 한모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소송(2016구단66332)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심 판사는 판결문에서 "양씨는 중대장의 일방적 지시로 원치않던 PX병으로 보직됐고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성격과 잘 맞지 않음을 확인하고 수시로 선임병과 분대장, 간부들에게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별다른 답을 받지 못했다"며 "PX병 임무를 수행하면서 잦은 실수를 해 선임병으로부터 몇 차례 질책을 받기도 해 선임병에 대한 미안한 마음 등이 더해지면서 부담감과 절망감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자살 하루 전날 양씨가 선임병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모두 받고 오후부터는 혼자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속대대 간부들로부터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감에 빠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2004년 육군에 입대해 모 부대 탄약정비병으로 배치됐다. 그러다 중대장의 지시로 사전면담 없이 갑자기 PX병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물건 수량과 계산이 맞는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PX병 업무는 양씨와 맞지 않았다. 양씨는 선임병과 중대장 등 상관에게 보직을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대장은 양씨에게 계속 같은 업무를 맡겼고, 양씨는 이후에도 계산 실수나 재고 수량 파악을 잘못하는 등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선임병 등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양씨는 PX병으로 보직 변경된 지 한달 후인 2005년 4월 불침번 근무를 하던 중 물품보관창고에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어머니 한씨는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해 달라며 보훈청에 신청했다. 그러나 보훈청이 "양씨가 국가 수호 등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했거나, 군 직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사망이라고 보기 어려워 국가유공자나 재해사망군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업무스트레스
군인
보직
이장호 기자
2017-07-10
군사·병역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결] "GOP 근무 중 가혹행위 시달린 군인 자살도 재해… 보험금 지급"
최전방 감시 초소인 GOP(일반전초)에서 근무하던 군인이 폭언 등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자살했다면 보험사는 유족에게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이의진 판사는 A(당시 21세)씨의 부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송경)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소송(2015가단5064592)에서 "B사는 1억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A씨는 열악한 환경에서 GOP 경계근무를 했고 그 과정에서 간부와 선임병들로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질책과 폭언, 욕설, 강요행위를 당했다"며 "A씨의 자살은 선임병들의 욕설 등에 따른 외래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입 당시 실시한 인성검사에서 A씨에게 자살이 예측된다는 평가가 나왔는데도 부대에서 A급 관심병사로 선정해 관리하지 않았다"며 "소속 부대의 신상 관리 및 지휘 감독 소홀로 인해 A씨가 자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2012년 육군에 입대한 A씨는 강원도 철원 모 사단의 GOP에서 근무하다 2013년 3월 머리 부분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A씨의 사망을 자살로 결론 내렸다. A씨의 부모는 2015년 3월 A씨가 선임병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해왔고 사망 당일 연대장 순찰을 앞두고 철책 근무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재해'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B사가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려면 우발적인 외래 사고로 사망한 경우여야 한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GOP
GOP자살
군대가혹행위
군인자살
보험금청구소송
재해사망보험금
이순규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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