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대상인 과거 유죄 판결 혐의 중 일부가 재심에서도 인정되더라도 그 혐의에 대해 이미 특별사면을 받았었다면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적용해 형을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한국 현대사 최대의 권력 스캔들 중 하나로 꼽히는 유신시절 '윤필용 사건'의 주인공인 고(故)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재심(2012도2938)에서 윤 전 사령관에 대한 부정부패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일부 수뢰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추징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형을 선고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유신시절인 1972년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윤 전 사령관은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의 술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므로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쿠데타 모의 혐의로 구속됐다. 윤 전 사령관을 따르던 군 간부들도 함께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쿠데타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고 윤 전 사령관은 업무상 횡령과 수뢰, 알선수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다시 넘겨졌다. 윤 전 사령관은 결국 같은 해 8월 징역 12년에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이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으며, 1980년 2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윤 전 사령관의 유족들은 그가 사망한 2010년 재심을 청구했고 고등군사법원은 2010년 12월 24일 재심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이듬해 3월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이송했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윤 전 사령관에게 적용된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건설업자로부터 2회에 걸쳐 총 80만원을 받은 혐의(수뢰)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과 추징금 8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서울고법이 유죄 판결한 혐의 내용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지만 형을 선고하지 않고 사건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유죄의 확정판결을 재심심판법원이 다시 심판한 결과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 피고인에 대해 다시 형을 선고하거나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 제1심 판결을 유지시키는 것은 특별사면을 받은 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해치는 결과가 돼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며 "윤 전 사령관은 1980년 2월 29일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특별사면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형을 다시 선고할 것이 아니라 형을 선고하지 않는다는 주문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