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도중 발생한 질병과 업무수행사이에 인과관계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인과관계가 추단되면 업무관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강모(54)씨가 대구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불인정처분취소소송 상고심(☞2008두2324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6일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제4조1항 제6호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는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상이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을 고려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군입대 후 정신적으로 별다른 이상증세 없이 생활해 오다 내무반 전체회식자리에서 선임병에게 소총 개머리판으로 왼쪽귀 뒤 부위를 구타당한 뒤 이를 원인으로 정신분열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정신질환발생과 선임병 구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충분히 추단할 수 있으므로 원고는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제4조1항 제6호의 공상군경에 해당한다"고 판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었다.
강씨는 지난 96년 11월 군에 입대했지만 1년3개월만에 의병전역했다. 군생활 도중 정신분열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강씨는 제대한 지 18년이 지난 2006년 "군생활 중 내무반 행사에서 단지 춤을 못 춘다는 이유로 왼쪽 뒷머리를 M-16 소총 개머리판으로 맞은 뒤부터 정신분열증이 생겼다"며 대구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강씨는 대구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처분취소소송을 내 1심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2심은 "발병과 군복무 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