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더라도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났다면 유족은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군대 내 가혹행위로 사망한 원모씨의 유가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9다86147)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판단한 근거로 원고들의 권리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등을 한 사실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는 군 수사대의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음을 탓하는 것이거나 군 수사대의 수사방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당시 부대원 등을 상대로 사망원인에 대해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해 수사가 미흡했다거나 구타와 관련된 진술은 나오지 않은 반면 애인의 변심이나 소극적인 성격 등과 관련된 진술만 나오는 상태에서 군 수사대로서는 당시의 수사결과만으로 원씨가 구타나 가혹행위로 자살했다고 결론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군 수사대의 조사를 부실수사로 탓할 여지는 있지만 원고들의 권리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했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의 소멸시효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배척한 원심은 소멸시효 및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