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적으로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대한 정당성 문제를 놓고 회의적인 반응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헌법연구관이 “이라크전쟁에 대한 국군부대의 파견결정은 국제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무력행사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주목된다.
특히 지난해 서희·제마 부대에 이어 전투병력인 자이툰부대를 파병했고 국회의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처리를 앞두고있는 시점이어서 눈길을 끈다.
전종익 헌법연구관(사시 37회)dms 16일 발간된 ‘헌법논총 제15집’에 발표한 “헌법 제5조제1항 ‘침략적 전쟁 부인’의 의미”라는 논문에서 “여러 차례 국군이 해외에 파견됐는데도 파병의 합법성, 특히 과연 이들이 우리 헌법에 합치되는 것인지 여부가 진지한 검토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단지 정치적인 ‘결단’의 문제로만 생각돼 왔다”며 “하지만 이라크전쟁을 둘러싼 최근 몇 년간의 상황전개에 의하면 국군의 파병이나 참여하는 전쟁의 성격과 같은 문제가 단지 정치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해명의 대상으로서 연구의 필요성이 크다”고 문제제기의 취지를 설명했다.
전 연구관은 이어 우리 헌법 조문의 기초가 된 ‘전쟁포기에 관한 국제조약’과 국제연맹규약 등이 UN 성립이후 국제적인 논의를 거쳐 ‘침략행위’에 대해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이루어지는 전쟁은 침략전쟁으로 금지된다 ▲침략전쟁에 책임있는 관련자들은 범죄자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따라서 침략전쟁의 여부는 사법판단의 대상이 된다) ▲선전포고에 의한 정식 전쟁 이외에도 국제연합헌장에 위반되는 일정한 수준을 넘는 무력행위의 경우에는 침략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불법이다 ▲ 주도적으로 전쟁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군을 파병해 무력행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경우에는 침략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 등으로 정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근거로 “이라크 전쟁은 국제연합의 승인 하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제법상 허용된 전쟁도 아니며 미국과 영국의 ‘국제연합헌장 제51조 상의 자위권을 근거로 예비적 자위권 행사’라는 주장 역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로 인한 국제사회의 심각하고 급박한 위협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라크에 대한 무력행사가 적어도 국제연합헌장에 위반되는 것은 분명하므로 적극적으로 침략적인 의도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침략전쟁에 해당되고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군부대의 파견결정은 국제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무력행사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연구관은 또 “다만 제1차 파병의 경우 건설공병대와 의료지원단만이 파견됐으므로 그 자체로 침략행위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없을 뿐”이라면서도 “전투병을 주축으로 한 국군부대가 파견되어 이라크 현지에서 실제로 전투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헌법의 침략전쟁부인의 취지에 반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지난 4월 이라크파병 결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2003헌마814)에서 "대통령이 내린 고도의 정치적 결단, 이른바 통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12월 서희·제마부대 파병과 관련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부가 "청구인들이 파병 당사자가 아니어서 자기관련성이 없다"며 각하결정을 내렸던 것과는 달리 통치행위에 대한 사법자제론을 받아들인 첫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