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취득한 이중국적자가 계속 외국에서 거주한 경우에는 병역이 면제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윤재식·尹載植 대법관)는 11일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취득한 박모씨(26)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병역면제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02두4624)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역법에서 면제 대상을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외국에서 출생해 시민권자로서 외국에 가족과 같이 체재·거주하는 사람'에 대해선 18세 이후 36세가 될 때까지는 사실상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이 '영주권자는 병역법에 따라 영주 목적으로 귀국할 경우 국외여행허가가 취소돼 병역의무를 부과받지만, 출생에 의한 시민권자는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경우 바로 통치권에서 벗어나 병역면제 후에 다시 입국해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더 이상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어 부당하다'고 하지만, 다른 사유로 출입국이나 체류를 제한할 수 있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지난 76년 뉴질랜드에 거주하던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획득한 후 계속 뉴질랜드에서 거주하다가 2000년11월 병역면제원을 서울병무청에 제출했으나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이 아니어서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자 이 사건 소송을 내 1·2심에서는 패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