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사업단이 12년 동안 무단으로 설비를 증설해 전기를 사용했는데도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알지 못해 8년 이상 더 쓴 전기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됐다. 전기료 채권의 소멸시효인 3년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설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수원지법 민사7부(재판장 김지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한국전력공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위약금 청구소송(2011가합22446)에서 "국가는 한전에 3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 산하 아산만 건설사업단이 약정한 변압기설비 외의 변압기설비를 무단으로 증설해 전기를 썼고, 요금의 일부를 계산하지 않았으므로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 시효가 적용되므로 한국전력이 변압기설비 무단증설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위약금의 지급을 최고한 날로부터 3년을 역산한 2008년 6월 28일 이후의 전기요금과 위약금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은 해군 아산만기지 건설사업단과 1999년 6월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해 1만7975kVA 용량의 변압기설비 사용을 약정하며 1년마다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되도록 했다. 한국전력은 2011년 6월 설비점검 결과 아산만기지 건설사업단이 약정과 다르게 추가로 1999년 11월부터 3400kVA 용량의 변압기설비를 무단 설치해 사용한 것을 발견하고 추가 발생한 전기요금과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 등 8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한전은 본지와 통화에서 "전기 사용량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지만 변압기를 무단 증설해서 사용하고 있는지는 고객 협조 없이는 확인할 수 없다"며 "무단으로 변압기설비를 증설해 사용한 것은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불법행위로 봐서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군은 "변압기를 추가 설치했더라도 계약 기간동안 매해 최대 전기사용량은 4000Kw에 불과해 원계약 전력인 5393Kw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를 사용했으므로 사실상 한전에 피해를 준 것은 없다"며 "재판부에서도 이런 부분을 인정해 금액의 30%를 감면해 판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