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군인이 총기를 들고 은행강도 행각을 벌인 '포천 총기강도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붙잡으려다 부상을 입은 시민에게 국가가 피해액의 90%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조용호 부장판사)는 5일 총기강도범을 쫓다 총을 맞아 부상한 시민 조모(47)씨와 아내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조씨에게 1억여원을, 아내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2005나35846).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총기 등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범죄행위에 쓰여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피고는 총기접근에 용이한 현역군인이 소총을 반출해 사고를 낼 때까지 병력 및 병기류 관리에 소홀했으므로 피해자인 원고측에 배상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총기강도를 붙잡으려 한 것은 의로운 행위이고 국가적으로 장려해야 할 것이나 강도 행위를 마친 범인이 총기를 발사하는데도 무방비 상태로 무리하게 체포하려다 사고를 당한 만큼 10%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육군상사였던 전씨가 2002년10월 채무를 청산할 목적으로 총기를 소지한 채 경기도포천에 있는 단위농협에 들어가 위협사격을 하며 현금 2,500여만원을 털어 달아나는 것을 뒤쫓다가 전씨가 쏜 총에 복부를 맞아 골반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당하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