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에 남편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웠더라도 남편이 연대보증 대리권을 수여한 적이 없고 빌린 돈이 생활비로 사용된 증거가 없다면 부부일상가사대리권도 인정이 되지 않으므로 남편은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4부(재판장 전연숙 부장판사)는 4일 윤모(56·여)씨에게 300만원을 빌려준 임모씨가 윤씨의 전 남편인 조모(61)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 항소심(2014나8257)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윤씨가 연대보증인으로 당시 남편인 조씨의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및 전화번호를 차용증에 적고 조씨 도장을 날인해 임씨에게 줬더라도 조씨가 윤씨에게 연대보증계약에 관한 대리권을 줬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씨는 윤씨가 한의원 치료와 냉장고 교환 등 가사자금 명목으로 자신으로부터 300만원을 빌렸고, 이는 부부일상가사대리에 해당해 조씨도 돈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빌린 돈의 사용처를 알 수 없는 등 윤씨가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돈을 빌린 것으로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2000년 4월 임씨에게서 한 달 뒤 갚기로 하고 이자 6%로 300만원을 빌렸다. 윤씨는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 연대보증인란에 남편인 조씨의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고 조씨의 도장으로 날인을 했다. 10년 뒤인 2010년 윤씨와 조씨는 이혼을 했다. 윤씨가 10년이 넘도록 돈을 갚지 않자, 임씨는 윤씨와 조씨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임씨의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조씨는 "연대보증을 허락한 적이 없다"며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