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출조건 결정에는 금융기관이 기업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영화 ‘디워(D-War)’를 제작한 (주)영구아트와 대표 심형래씨가 “은행에 50억원을 빌리면서 만든 투자계약서와 대출계약서 중 진짜는 투자계약서다”며 (주)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을 상대로 낸 대출금상환연체자통보등금지 가처분신청사건(2009카합2208)에서 “은행은 신청인들에 관한 금융거래확인서에 대출금상환 연체사실이 있는 것으로 기재해서는 안된다”고 일부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기업의 현황, 사업전망 등을 심사해 대출 또는 투자의 적격성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하는 금융기관의 지위와 사업영위를 위해서 금융기관에 자금조달을 요청해야 하는 기업의 지위를 비교해 볼 때,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이 계약조건의 결정에 관해 기업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동일한 거래에 관해 내용이 상반되는 2개의 계약서가 존재하는 경우, 이는 기업의 필요보다는 금융기관의 필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봄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에서도 투자계약서와 대출계약서가 함께 작성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금융기관인 은행측의 요구에 기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