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측이 항소심에서 계열사가 보유한 동일석유 주식을 누나 측에게 저가매각한 혐의와 관련해,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1심에서 저가매각으로 계열사들에 142억원의 손해를 가한 혐의(업무상 배임)가 유죄로 인정됐다.
17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회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2012노2794)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한국화약 경영관리실장 오모씨는 "동일석유는 김 회장의 어머니 강태영 여사의 회사로 김 회장은 한화 계열사들이 동일석유 주식을 보유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경영관리실은 인사 등의 업무만 관여했지 각 계열사의 재무상황은 관리하지 않았다"며 "그룹 계열사들이 동일석유 주식을 차명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구체적인 관리상황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어 "각 계열사에서 관리하는 차명주식은 경영관리실에서도 모르기 때문에 김 회장도 차명주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 측은 "선대 회장 내외가 차명주식의 사실을 알고 있는데 다음 회장인 김 회장이 자신의 재산 상황을 모른다는 것이냐"며 "선대 회장 사후에 각 계열사가 관리하는 선대회장의 차명재산을 분배하기 위해 논의하는 것이 경영관리실의 일"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오씨는 "차명 주식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회장은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