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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주목하는 판결] 피압류채권 발생 기초되는 법률관계 없다면…
[대법원 판결] 가압류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는 경우’ 등 피압류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없어 가압류의 대상이 되는 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압류의 집행보전 효력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결정의 송달로써 개시된 집행절차는 곧바로 종료된다는 대법원 첫 판결. 이로써 시효중단사유도 종료되어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고 처음으로 판시.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 2022다210093(2023년 12월 14일 판결) [판결 결과] A 씨가 B 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울센트럴 권우상 변호사, 변호사 홍지훈 법률사무소 홍지훈 변호사)를 상대로 낸 대여금 사건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 [쟁점] 장래 예금채권에 대한 채권가압류결정이 있었으나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는 등 피압류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없는 경우 그 채권가압류에 기한 시효중단 여부 및 시효중단사유 종료시점 [사실관계와 1, 2심] A 씨는 2011년 12월 8일 대여금 1억 5000만 원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B 씨가 제3채무자인 금융기관 15곳에 대해 가지는 예금채권 중 현재 예치된 예금 및 장래 입금될 예금 중 청구채권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원(각 금융기관별로 1000만원 씩)에 대해 채권가압류 결정을 받았다. B 씨는 이 가압류결정이 송달될 당시 금융기관들에 대해 예금채권이 없었고 예금계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A 씨는 2019년 12월 26일 본안소송인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B 씨는 “상사 소멸시효 5년이 경과했으므로 이 사건 대여금 채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씨는 “이 사건 채권가압류로 그 소멸시효가 중단됐다”고 맞섰다. 1,2심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요지)] “원칙적으로 장래 채권에 대한 가압류도 일정한 요건 하에 허용된다. 그러나 장래의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었을 때에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는 경우 등 그 피압류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한 채권가압류는 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가압류로서의 효력이 없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가압류할 당시 그 피압류채권이 부존재하는 경우에도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 행사로 볼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집행으로써 그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된다. 다만, 가압류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 피압류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없어 가압류의 대상이 되는 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압류의 집행보전 효력이 없다. 이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결정의 송달로써 개시된 집행절차는 곧바로 종료되고, 이로써 시효중단사유도 종료되어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관계자] “장래 채권에 대한 채권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 및 시효중단의 효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리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소송대리인] 파기환송을 이끈 권우상(42·변호사시험 5회) 법무법인 서울센트럴 변호사 “본 판결은 ‘압류 대상물이 부존재하는 경우 압류에 따른 시효중단효에 대한 기존의 판례’ 및 ‘가압류 대상물인 유체동산이 부존재하는 경우 가압류에 따른 시효중단효에 대한 기존의 판례’와 논리적 궤를 같이 하는 최초의 판결로써 의의가 있다. 이로써 채권자가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 채무자의 예금채권이 없는 경우에도 막연히 예금채권을 가압류함으로써 채권의 시효를 중단케 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예금채권
시효중단
채권가압류
소멸시효
대여금
박수연 기자
2024-01-17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결] “사모투자회사 무한책임사원, 유한책임사원 된 투자자에 거래종결 전 주의의무 다해야”
사모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운용한 무한책임사원 겸 공동업무집행사원(General Partner, GP)이 투자 대상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음에도 이를 유한책임사원(Limited Partner, LP)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거래종결 전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에 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김용민·민달기 고법판사)는 지난달 10일 하나금융투자 등(소송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철희, 곽병훈, 최희준, 김수희, 이정현 변호사)이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2022나2019892).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화장품 제조사인 비앤비코리아에 투자하기 위해 무한책임사원 겸 공동업무집행사원으로서 2015년 6월 사모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사모펀드를 통해 자본시장법상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SPC)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투자 등은 해당 사모펀드에 출자금을 납입해 유한책임사원이 됐다. 당시 비앤비는 클레어스코리아에 마유크림 등 화장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하나금융투자 등 예비 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 투자를 권유하면서 비앤비의 현황과 성장 전망 등이 기재된 투자제안서와 재무실사보고서 등을 제공했다. 자료에는 해당 화장품 제조사가 마유크림 등을 개발한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제조업자 개발생산)사이고, 화장품 레시피권을 보유한 곳이라는 정보가 포함됐다. 같은해 7월 SPC는 비앤비 발행 보통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과 보통주식 전부를 매매대금 1200억여 원에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사모펀드가 출자한 870억 원 및 별도 발행한 사모사채를 통해 400억 원 등 합계 1200억여 원을 조달해 해당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보통주식 전부의 소유권을 취득해 거래가 종결됐다. 그런데 이 사모펀드 설립 전, 레어스가 김포에 자체 생산 공장을 건설해 직접 대량 생산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하지만 GP는 해당 기사를 통해 클레어스 공장 신축 및 대량 생산 계획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LP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 사모펀드 설립 후 거래종결 이전, 클레어스 측은 SK증권 법무팀 직원에게 사모펀드 투자 관련 비앤비 정보 가운데 화장품 내용물 등 일체의 권리는 클레어스에게 있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GP들은 해당 이메일을 클레어스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을 LP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러한 공장 신축 관련 기사와 이메일 내용은 비앤비가 ODM사가 아니라 OEM사에 불과하다는 것과 클레어스의 화장품 레시피권 주장으로 인해 계약관계가 지속될 수 없을 거라는 등 투자대상에 대한 핵심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었다. 이에 하나금융투자 등은 SK증권과 워터브릿지를 상대로 "GP는 주식매매계약의 거래종결 이전까지 투자대상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생산해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핵심 리스크에 관해 사실과 전혀 다른 정보를 제공했고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해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며 "핵심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보고하지 않아 사모펀드에 출자한 금액에 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GP는 투자가 실제 이뤄지기 전까지 투자대상에 중대한 투자위험이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정황, 이른바 위험신호(red flag)를 발견하는 경우 LP에게 이를 고지하고, 이 같은 정황에 대한 합리적인 조사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러한 조사를 거친 뒤에도 투자위험에 관한 정보가 불명확하거나 불충분한 경우 LP에게 그러한 사정을 분명하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핵심 리스크는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한 위험요소로서 GP는 이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며 "GP인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해당 리스크에 대해) 확인 또는 조사를 불충분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계속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LP들은 화장품 제조사의 투자위험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GP인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LP들에게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권유해 사모펀드를 설립하고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거래를 종결하는 과정에서 핵심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고지하거나 그에 대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른 투자가 실제 이뤄짐으로써 손해를 입게 됐으므로 공동해 LP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모펀드
투자
리스크
한수현 기자
2023-03-09
교통사고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결] 교통사고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치료받다 자살했다면…
교통사고를 겪은 운전자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한 불안 증세를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통사고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사망한 A 씨의 유족 B 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2021다27055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평소에 정신질환 없었고 주치의도 ‘사고로 우울장애’ 진단 대법원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가 원인" "보험금 지급해야" B 씨는 2016년 1월 자신의 어머니인 A 씨를 피보험자로 해 현대해상과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특약이 포함됐다. A 씨는 2017년 9월 오후 11시경 승용차를 운전하다 도로에 나타난 고양이를 피하던 중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A 씨는 사고로 연기가 나는 차 안에서 구조될 때까지 갇혀 있었고, 이 사고로 뇌진탕, 경부 척수 손상, 추간판탈출증 등 상해를 입었다. 이후 A 씨는 2017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경까지 병원에서 상세 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 상세불명의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다. 치료 과정에서 A 씨는 두통과 불안 증상을 계속 호소했고 연탄을 피우거나 처방 약을 과다복용하며 자살까지 시도했다. 2018년 4월 A 씨는 한 대학병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았고 퇴원 후에도 내원해 '비오는 날 몸이 떨린다. 사고가 난 날 비가 왔다'고 말하고, 불안 증상과 수면 중 이상행동에 관한 증상을 호소했다. 그러다 A 씨는 같은 해 5월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한 남편을 간병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 씨는 현대해상에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의 주치의는 사실조회를 통해 "A 씨는 교통사고로 발병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치료받았고, 재발이나 악화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남편의 교통사고나 자살 당시의 비가 내린 날씨가 A 씨를 다시 자극해 생긴 정신병리에 따라 자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살한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나이와 신체, 정신적 심리 상황, 자살 시점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싼 주위 상황, 자살의 시기와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고, 사실심 법원은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했다고 볼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됐다면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면서 "만약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를 근거로 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교통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주요우울장애를 앓게 됐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외상의 부정적 경험을 자극할 수 있는 외부적 상황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자살했으며, 주치의도 자살과 관련성을 갖는 주요우울장애의 악화 가능성도 제시했다"며 "A 씨가 교통사고 이전에 정신질환을 겪었다거나 자살을 시도했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사정까지 보태어 보면 A 씨가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원고승소 판결했지만, 2심은 원고패소 판결했다. 원고를 대리한 권종무(45·사법연수원 38기) 법률사무소 권앤율 대표변호사는 "주요우울장애와 자살과의 관련성에 관해 주치의가 전문가로서 전문지식에 기초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밝힌 의학적, 과학적 견해인 주치의의 소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라며 "합리적인 사유 없이 주치의의 의견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보험금
자살
박수연 기자
2022-09-04
금융·보험
행정사건
[판결] 'DLF 손실 사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징계취소소송 항소심도 '승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8-1부(재판장 이완희, 주심 신종오, 신용호)는 22일 손 회장(소송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곽병훈·윤인성·김동국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박재우·박정수 변호사)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소송(2021누60238)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파생결합펀드(DLF)는 주가지수를 비롯해 실물자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펀드인데, 지난 2019년 하반기 전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며 채권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와 이를 편입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당시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그 배경에는 경영진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있었다고 판단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징계처분에 불복해 2020년 2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내부통제기준 등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금융지주
DLF
내부통제기준
금융
한수현 기자
2022-07-22
금융·보험
전문직직무
[판결] 변호사가 명의 대여해 준 등기사무장의 횡령 사고…
변호사가 이른바 '보따리 사무장'을 고용해 등기업무를 하다가 고객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변호사가 가입한 책임보험의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따리 사무장에게 등기업무를 맡긴 것은 해당 변호사의 고의에 가까운 중대한 과실에 해당돼 보험사의 책임이 면책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은 브로커를 고용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임했다가 사고가 났을 때에도 적용될 수도 있어 책임보험에 가입한 변호사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에서 일하던 이모 변호사는 2011년 1월 개인 법률사무소를 차리면서 지인 소개로 박모씨를 등기사무장으로 고용했다. 박씨는 법무사 사무실을 옮겨다니며 법무사 명의를 빌려 등기업무를 하던 전형적인 '보따리 사무장'이었다. 이 변호사도 박씨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줬다. 또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증과 변호사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도 함께 박씨에게 건네고 박씨가 이 변호사의 명의로 등기 사무를 독자적으로 수임해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변호사는 그 대가로 매달 박씨로부터 500만원을 받기았다. 박씨는 앞서 법무사 사무실 두 곳에서 등기전담 사무장으로 일하며 등기비용 가운데 일부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받았지만, 이 변호사는 까맣게 몰랐다. 이 변호사는 박씨를 고용할 무렵 대한변호사협회와 전문직 책임보험 전문중개회사의 업무협약에 따른 단체보험상품에 가입해 있었다. 현대해상화재의 보상한도 2억원짜리 '변호사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터졌다. 인천의 A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등기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니 빨리 이행해달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 변호사는 급히 경위를 파악했다. 그러다 박씨가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받은 등기비용을 사적으로 꺼내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가 이전에 일했던 법무사 사무소로부터 횡령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자 저지른 짓이었다. 그러는 사이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변호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이 변호사와 현대해상화재를 상대로 "등기비용으로 준 1억27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변호사와 현대화재는 연대해 원고들에게 1억2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의 횡령 행위가 이 변호사의 지시 또는 인식 하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이 변호사의 등기업무 불이행은 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로 정한 '업무수행불가' 또는 '태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판결이 나자 이 변호사는 항소를 포기했으나 현대화제는 면책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정종관 부장판사)는 최근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현대해상화재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2014나15264).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이 변호사 혼자 1억2700여만원을 물어주게 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피보험자인 이 변호사의 중대한 과실로 생긴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보험사는 상법 제659조 1항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상법 제659조 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긴 때에는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변호사는 자신의 법률사무소 등기사무장이라는 명칭을 박씨에게 사용하도록 하고 변호사 명의를 대여해 독자적으로 등기사건을 수임·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등기업무에 필요한 인감도장 등도 맡겼다"며 "하지만 이 변호사는 박씨가 자신의 명의로 등기사건을 수임·처리하는 것과 관련해 아무런 확인이나 관여를 하지 않았고 등기비용이 입금되는 자기 명의의 은행계좌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변호사가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손쉽게 박씨의 횡령행위를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과정에서 박씨의 횡령행위를 간과한 것"이라며 "이 변호사에게는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의 결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매월 500만원이라는 거액의 대여료를 지급하고 불법으로 변호사 명의를 대여받아 등기업무를 처리하려는 사람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변호사는 박씨에 대한 명의 대여 단계에서부터 박씨가 종전 근무지에서 정상적으로 업무 처리를 했는지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했어야 하는데도 그러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사실 관계에서 보험가입자의 고의·중과실이 인정돼 보험사의 책임이 면책된 것"이라며 "위법한 명의대여라는 의미 안에는 자신의 이름만 빌려주고 상대방이 알아서 업무를 모두 처리하라는 의미도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이를 전제로 고의·중과실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따리사무장
현대해상화재
변호사전문인배상책임보험
보험사책임면책
위법한명의대여
중대한과실
장혜진 기자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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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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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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