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장에 환어음 대금 지급을 조건으로 요구하는 관련서류에 '원본' 표시가 없는 경우, 신용장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놓고 하급심 판단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효숙·全孝淑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신용장에 의한 환어음을 매입한 (주)국민은행이 수출업자와 수출신용보증계약을 체결한 한국수출보험공사를 상대로 "피고는 인쇄기 수출업체인 혜원상사가 중국기업과 체결한 수출계약을 보증, 중국 측의 신용장 대금 지급거절에 따른 보험금 지급의무가 있는데도 보험금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보험금 청구소송(2000나53535)에서 "신용장이 요구하는 검사증명서에 원본표시가 없는데도 국민은행이 환어음을 매입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99년7월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신용장 관련서류에 '원본표시'가 없더라도 지급거절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5차 신용장통일규칙을 변경하는 결정을 했더라도,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라 "반드시 '원본' 표시가 있어야 된다"는 판결로, 지난 99년 8월 서울고법 민사12부의 판결(98나18072)과 지난 4월 서울지법 민사22부의 판결(2000가합95518, 법률신문 4월16일 제2970호 2면)과 엇갈려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제상업회의소(ICC)가 99년7월 5차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b에서 말하는 '원본'의 범위를 넓히려는 입장에서 컴퓨터 등에 의해 작성된 서류에 수기로 서명이 돼 있다면 별도의 원본표시가 없어도, 신용장통일규칙에서 말하는 '원본'으로 취급돼야 한다고 결정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이 사건 검사증명서를 조사한 98년7월경 국제상업회의소의 변경 결정과 같은 은행의 실무관행이 확립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과는 달리 99년8월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김인수·金仁洙 부장판사)는 의류원단 수출업체인 (주)성산양행이 중국은행을 상대로 낸 신용장대금 청구소송(98나18072)에서 "국제상업회의소의 결정전인 97년1월에 있었던 사건이라도 은행관행에 비춰 국제상업회의소의 결정에 따라 '원본'표시가 없더라도 신용장 대금 지급거절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