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들이 씨티은행의 일방적인 항공 마일리지 제공 축소에 반발해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카드사가 마일리지 제공에 관한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약관에 정해져 있더라도 부가서비스 내용이 계약 내용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법조계는 시티은행 신용카드 마일리지 축소로 인한 피해자가 10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앞으로 집단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신용카드 이용자 김모씨 등 108명이 (주)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마일리지제공 청구소송 상고심(2011다69053)에서 원고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김씨 등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500만~600만원 가량인 항공권 마일리지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카드에 부가된 제휴서비스의 제공과 이용조건은 부가서비스에 관한 사항이지만 신용카드 회원이 신용카드를 선택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특히 이 사건 계약에서 제공하기로 약정된 마일리지 제공기준은 씨티은행이 회원을 유치하려는 목적에서 다른 신용카드와 달리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김씨 등이 다른 신용카드보다 더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씨티은행의 카드를 선택하게 됐으므로 마일리지 제공기준에 관한 약정은 부수적 서비스를 넘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고 해석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씨티은행이 약관에서 '은행이나 제휴기관의 사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마일리지 제공기준이 변경될 수 있다'고 정한 내용은 김씨 등이 계약 체결 여부를 정할 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사용금액 1000원당 2마일의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받는 씨티은행 신용카드를 사용했으나, 시티은행은 2007년 5월 마일리지 지급기준을 변경해 카드사용금액 1500원당 2마일을 지급했다. 김씨 등은 "가입 때 정한 마일리지 제공 기준을 은행측이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1,2심은 "적립 마일리지를 변경한다는 사실에 대해 고객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변경에 동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원고승소판결했다.
원고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강호의 장진영(42·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이번 판결 내용은 비단 신용카드 뿐 아니라 각종 금융상품, 이동통신 등 약관에 의해 체결되는 모든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